0511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6월 25일 새벽 3시 50분, 함흥 북한 관저의 한 회의장에서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분위기가 조용한 것을 보니 뭔가 심각한 것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아니 지금 저질렀다는 심정들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김일성은 회중시계의 시간을 보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4시. 이 때가 되면 진짜 시작이다.’
지금 김일성의 머릿속은 엄청 복잡했다. 지금도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무를 생각은 없었다.
‘조금 어렵다한들 내 야망을 꼭 이루고 말리라.’
회중시계를 보는 김일성의 눈빛이 순간 폭사되었다. 아마 카드는 낸 지는 오래이다. 이 낸 카드의 결과가 어떨 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만 간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 역시 초조하게 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말없이 조용히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분침이 정확히 12시 방향을 흐르자 즉각적으로 김일성이 말한다.
“작전 개시.”
그 말에 총을 든 경비원들이 경례를 다 하고는 얼른 회의장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김일성은 하아 한숨을 쉬며 말한다.
“제길. 결과야 어떻든 일은 저지르고 보는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김일성의 눈빛 속에서는 한 순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이들 전부 눈빛 속에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라고 전부 생각했다.
연락을 받은 포병사령관 김무정은 씁쓸한 얼굴을 하고선 한 마디 말한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사령관님. 어서 명령을 해주십시오.”
“현재 할당된 포들은 전부 대기 상태인가?”
“예!”
“쏴버려. 윗 쪽에서 명령이 내려졌으니 명령에 따르는 것이 맞겠지.”
그 말에 간부는 경례를 취하며 즉시 따르겠다는 얼굴을 한다.
“예 알겠습니다.”
김무정은 고개를 숙인 채 홀로 생각에 잠긴다. 오늘 그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강하게 서려 있었다. 독립을 한 지 이제 5년 만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곳에 다시 한 번 전쟁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다.
한편 같은 시각, 전과 같은 상태였던 전선 인근 부대에서는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낮과 밤 열심히 경계를 선 것이 역력해서인지 나태하게 잠을 자지 않았다. 그런 부대 속에 일순간 굉음이 터진다.
-쿠쿵! 쿵! 쿠쿵!-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자던 부대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깬다. 그 중 한 사람이 짜증나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아오. 무슨 훈련하기에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야?”
다들 잠을 깨서인지 짜증이 충만해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온 장교가 큰 소리로 외친다.
“지금 실전상황이다! 바깥에서 북한군 놈들이 포를 쐈다! 뭐해!? 실전이다. 실전. 실제 전쟁이다. 다들 옷 갈아입고, 장비 챙겨! 빨리!”
그 말에 부대원들이 일순간 어리둥절하다 그런 모습을 본 장교가 답답한 얼굴로 외친다.
“아니 이 자식들이! 지금 실제 상황이라고! 빨리 잠에서 퍼뜩 깨라!”
그 말과 동시에 또 크게 ‘크쿵’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부대원들은 장교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잠에 겨우 깨느라 피곤에 충만해 있지만 상황의 급박성에 피곤 따위는 한 순간에 날아간다. 다들 옷부터 갈아입고, 줄을 서서 장비들을 챙기며 부대 밖을 나가 작전 지역으로 달려가는데, 그 틈에서 보인다.
-크쿵!-
거대한 화염이 드문드문 떨어지는 것을 말이다. 아까 잠을 깨던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부대원들은 이런 모습을 보자 살이 자동적으로 떨리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그대로 죽어 나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부대원들 중에는 두 명이 한 손으로 탄약 상자를 들고 있었다. 군장을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상황의 급박성 때문에 얼른 참호 혹은 벙커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크쿵!-
그렇게 또 포탄 한 발이 주위에 떨어진다. 그에 따라 달리던 부대원의 본능에서는 공포가 서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동북아를 휘감는 아주 처절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전선에 배치된 부대에서는 적들의 포를 받아 난리가 나자 이 연락은 금방 육군본부로 향한다. 그 때, 당직을 섰던 김장표 중위는 평상시대로 있다가 갑작스럽게 들리는 소식에 놀란다.
“예. 예?! 예!? 정말입니까!?”
그 말에 동료가 한 마디 말한다.
“무슨 말을 하기에 놀라고 난리야?”
김장표 중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한다.
“지금 바로 전쟁이 터졌다고 한다. 전선에 있는 아군부대들에게 북한군들이 포탄을 쏘고, 지금 진격 중이라고 한단다.”
그 말에 동료는 벌떡 일어서서 같이 놀란다.
“아니 그게 정말이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한시라도 빨리 알려야지.”
“으음.”
김장표 중위는 빨리 통신장비를 작동시켜서 당직사령에게 알리기 시작한다.
-뭐야? 무슨 일이야?-
“큰 일 났습니다. 전방 부대에 적들이 포를 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현재도 계속해서 이 쪽으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알았어. 잠시만 있어봐. 바로 연락을 하지.-
“지금 빨리 전군에 비상 사태를 걸어야 합니다.”
-아니. 내가 그럴 만한 권한도 없고. 일단 윗 분들에게 알려야 겠군.-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얌마! 그러다가 잘못되면 네가 책임 질 거야?!-
“......”
-일단 보고는 해두고, 결정을 기다려야지. 우선 전선에 있는 부대들은 어떻게 대응한다고 해?-
“현재 다들 급히 깨어나 사태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제길...-
그 이후 연락은 끊어졌다. 김장표 중위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미치겠군.”
그 말에 동료가 한 마디 말한다.
“우선 여기에 계시는 사람들부터 불러와야 하지 않겠어? 비상시국이니 말이야.”
“그래. 그렇지 참.”
김장표 중위는 곧바로 통신장비를 조작하여 곧 연락할 사람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군 쪽에서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약 10분 뒤, 합참 회의장에서는 급히 잠을 깬 지청천 합참의장이 옆에 있는 부관에게 한 마디 묻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선에 있던 부대들에게 북한군이 포를 쐈다고 합니다. 현재도 소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청천은 그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한 마디 말한다.
“그 놈들. 드디어 미쳤군. 전쟁을 걸다니 말이야. 그래서 국방부 장관에게 연락을 주기는 했어?”
“현재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청천은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뭐? 이런 미친 경우가 다 있나?”
“현재 그 쪽에 보고할 전령을 파견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치겠군. 일단 여기서나마 대처를 해야겠군. 대통령에게 보고는?”
“그 곳 역시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 곳에서도 보고를 들어올 인력이 올 것입니다.”
지청천 사령관은 그 말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하나 같이 다 개판이야. 젠장. 개판 중의 개판. 신성모는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이 대통령이 그러면 어쩌라는 거야!?”
부관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신 역시 지청천 사령관의 말에 동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청천 사령관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빈 자리들이 눈에 보인다. 하기야 비상시국이니 만큼 오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지청천 사령관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고,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그 말에 앉아있는 사람이 대답한다.
“현재 낭림산맥을 중심으로 한 전선 부대가 일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원산 서쪽 법정군과 남쪽 안변군에 적 기갑사단들이 출현하여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선 지휘관들은 그나마 잘 대처를 하고 있군.”
“그나저나 공군들에게도 빨리 연락을 취합니까?”
“현재 공군의 준비는 어떠한가?”
“일단 출격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쯧. 지금 쯤 사태를 전달 받았으니 어쩔 수 없겠군. 일단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를 올리기 전까지는 내가 알아서 지시하겠다. 이의 있는 사람 있는가?”
정식적인 체계에서는 지청천 사령관의 행동은 국방부 장관을 무시할 법한 일이었지만 현재와 같은 전시 체계에서는 급박함이 더더욱 중요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실전을 가지고 있으니 지청천 사령관의 지시 역시 신뢰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회의를 이끌어 가다 지청천 사령관은 한 마디 말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 보급 체계를 전시 상황으로 이끌어간 병윤이 상황을 보고 있었군. 쯧. 반성해야겠어.”
“그나저나 군납과 보급을 주로 하는 동협 그룹에게는 어떻게 연락합니까?”
지청천은 그 말에 대답대신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바로 고위층에게 전달되는 핸드폰이었다. 지청천은 핸드폰의 뚜껑을 열고, 버튼을 누르더니 이내 송수화기처럼 귀에 가져다 댄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합참의장님이십니까?-
“깨어 있었나?”
-이미 상황은 예상했지만 사태가 터진 것 같군요.-
“그래. 그런데 이런 시각에 깨어 있었나?”
-밤을 샐 정도로 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지난 번에 말했던 전시 경제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인 것 같군.”
-예. 지금도 부랴부랴 전시에 맞게끔 공장들의 체인을 바꾸고 있습니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군. 급히 발주할 수 있는 상황인가?”
-현재도 헬기 공장에서는 무장 헬기를 만들 준비를 갖췄습니다. 지금은 지상병기를 비롯한 보급 장비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흠. 다행이군. 일단 상황은 상황이니 만큼 너를 군에 징집하겠다.”
-아까 저번에 이야기했던 전쟁이 터질 때 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를 했던 것이군요.-
“채병덕 중장과 어느 정도 친분을 가지고 있지?”
-아무래도 그 사람이 보급계 관련 최고 지도자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 너를 그 쪽으로 배속할 거야.”
-이미 예상해두고 있습니다. 작은 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큰 형님 역시 이런 상황이 오면 바로 군의관 고문의원으로 뽑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지금부터 그 조치를 할 거야. 어차피 내가 안 해도 윗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예. 알겠습니다. 바로 서울로 가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지청천 합참의장은 한숨을 쉬며 핸드폰 뚜껑을 다시 닫고는 그 것을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런 모습을 본 자리에 앉아있는 장성이 한 마디 말한다.
“누구랑 통화했습니까?”
“이번 군 보급 관련해서 제일 책임있는 사람과 연락했다.”
“아. 동협 그룹 관계자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다행히 사태를 미리 파악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더군. 가장 까다로운 일은 그가 잘 처리를 하겠지.”
“다행입니다. 민간 공장을 군수 공장으로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텐데 말입니다.”
“그 녀석이 잘 하고 있으니 그나마 힘이 나는군.”
그 때, 회의장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자리에 앉고 있었다. 그렇게 합참본부 회의실에서도 사태에 대한 대처를 논의하기 시작한다.
한편, 문경 동협그룹 본사 건물 최상층 회장실에서 병윤이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품 안으로 집어 넣는다. 그 모습을 본 진서연 비서실장이 피곤한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리들이 예상한대로 사태가 터지고 말았군요.”
“음...”
“아마 이 곳도 잔혹한 전장이 될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보았던 그런 피비린내 나고, 악몽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 왜 굳이 북한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진서연의 물음에 병윤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저도 김일성의 머릿속을 알고 싶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한 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입니까? 그 것이.”
병윤은 진서연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한 마디 말한다.
“불안감. 그리고 전망.”
“그 두 가지가 전쟁을 일으킨 이유입니까?”
“아마 남북한 간의 차이도 이 정도인데 더 이상 시간을 주면 그 차이는 더더욱 벌어질 것이 뻔하다고 예상했을 것입니다.”
“흠.”
“그나마 이런 기회를 잡을 때, 도박수를 던져야 안심할 수 있지요. 그 결과가 자신들의 파멸이 될 수도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미쳤군요. 그 사람은.”
병윤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을 보기는 했지만 저렇게 자신의 야심과 불안감 때문에 이 곳에 전쟁을 일으킨 개자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번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에게 지옥을 맛보게 할 것입니다.”
============================ 작품 후기 ============================
사실 전 북한군과의 대결은 대략 10편에서 20편 정도로 구상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본편은 역시 중공군과의 전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