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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국방부 장관 신성모가 보고를 받은 것은 새벽 5시가 된 시점이었다. 갑작스러운 군인의 방문에 짜증이 난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장교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이 시간까지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이 휴일 시간에 굳이 바득바득 찾아와서 날 깨운 이유가 별 것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신성모가 그렇게 위협을 해도 군인은 아랑곳 않고 보고를 한다. 자신이 말한 보고는 신성모의 단잠을 깨울 만큼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새벽 4시를 기점으로 전선에 주둔한 북한군 전 사단이 포격을 가하고, 침공을 가하고 있습니다.”
“뭐?!”
신성모는 짜증이 확 달아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쟁이 터지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으로썬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재 우리 군의 대응은 어떤가?”
“지금 전선에 주둔한 아군은 위의 명령을 기다린 채로 주둔 지역을 중점적으로 수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합참의장은?”
“현재 먼저 회의장에 들어와서 회의를 주관하고, 일단 임시적이나마 지휘권을 발휘하여 반격을 지시했습니다.”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그 말에 한숨을 푹 쉬고 말한다.
“쯧. 그건 잘한 일이군. 현재 상황은 계속해서 교전 중이라는 것이냐?”
군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빨리 자리에 복귀하셔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어차피 대전략 자체야 내가 구상할 일이지만 실질적인 일은 군인들이 잘 할 거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날 찾지 말게.”
그 말에 보고를 올리는 군인은 속으로 어이없다는 감정이 솟구친다. ‘자기들이 알아서 할 것은 하는데, 원래 대전략을 결정하고, 책임은 국방부 장관이 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못 꺼내고, 대신 이렇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준비하시고 나와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군인은 고개를 숙여 신성모에게 인사하고, 집 밖으로 나간다. 그런 군인의 뒷모습을 보자 신성모는 아까 난 짜증이 되살아났는지 작게 투덜거린다.
“젠장 제 까짓 놈이 나오라 마라 지랄이야.”
그는 확 느리게 준비하다가 참고, 평상시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집 밖에서 신성모를 기다리는 군인은 속이 타고 있었다.
같은 시각, 함흥에 있는 김일성은 시시각각 들려오는 전황에 미간을 찌푸린다. 어째 북한군 장성들이 하던 이야기들이 그대로 들어맞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선에 주둔한 적들의 왕성한 저항에 발도 못 추리고, 그대로 돈좌하고 있다는 소식에 김일성은 조금씩 울분이 차기 시작한다.
“제길. 중공 쪽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 말에 다들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이 전쟁을 일으킨 배경에서는 압록강 쪽에서 중공군이 내려온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즉 협공을 취해 빠르게 남한 정부를 멸망시키고, 통일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다만 시간을 끌수록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속전속공을 취해야 했다.
김일성은 대뜸 박헌영을 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부수상. 중공 쪽에서는 연락이 없소?!”
박헌영은 그 말에 조금 당황하더니 한 마디 말한다.
“현재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통신상태가 불량한지 저 쪽에서 받지 않습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미치겠다는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이거 중공 도움 없이는 남한을 밀어붙이기 힘든데...”
김일성의 한 마디에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을 살핀다. 전쟁은 예외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정해진 예상을 밟는 경우가 간혹 가다 있었다. 지금 이 전쟁처럼 말이다. 그 때, 전령이 다가와 김일성에게 보고한다.
“현재 김광협 중장이 이끄는 제 2군단의 제 2사단장이 안변군에 있는 적 제 15 기계화 사단과 현재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이제야 교전이 일어나는군. 참나 대단한 속도야.”
“......”
“지휘 재량에 맡기도록 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더 낫겠지. 동무는 할 일이나 하시오.”
“예. 위원장님.”
전령은 부리나케 회의장 밖으로 나간다. 김일성은 한숨을 쉬며 조마조마한 마음을 진정시킨다.
전령이 보고한 시간에 안변군의 동해안이 맞닿아있는 어느 평야에서 전투가 진행하고 있었다. 미리 방어시설을 갖추고 기다리고 있던 제 15 기계화 사단의 준비에 북한 제 2 사단의 사단장 이청송은 난감하다는 얼굴로 준비 태세를 바라본다.
“쯧. 평지에서도 단단히 준비했군.”
그 말에 부관이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가 가진 전차는 몇 대야?”
“대략 30대 정도 됩니다. 전부 T-34/85 기종입니다.”
“흠. 저 쪽에서도 기갑 여단을 갖추고 있을 텐데.”
부관은 그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청송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참모들을 바라본다.
“자네들 생각은 어때?”
“일단 포격으로 적들의 진지를 흔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기에는 저 쪽이 너무 단단히 준비한 것 같아. 저 쪽의 적 사단장 이름이 김종오 준장이라고 하던가?”
참모들은 그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다 이내 한 사람이 말한다.
“차라리 보병과 전차와 합동으로 해서 진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방어전선을 뚫으려면 그 것이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젠장.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이청송 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명령을 내린다. 사단 내 보병과 전차 부대들이 합동으로 내려와 적을 공격하기로 한다.
한편, 적 2 사단장을 상대하고 있던 김종오 준장은 연일 자기의 진지에 떨어지는 적 포격에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우리 측 포병은 무얼 하기에 적 포격을 방치하고 난리야!?”
“현재 방포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단 내 포병들 역시 가세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안 돼. 사단 내 포병들은 적 사단이 진격할 때 한꺼번에 화력 투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지 않았나?”
“......”
그 때, 지휘막사에서 통신 장비를 다루던 한 병사가 한 쪽 헤드폰을 빼고, 고개를 돌려 김종오 준장에게 보고한다.
“현재 선두에서 적 사단을 발견하였습니다.”
“흠. 적 사단이라. 한 개 사단 규모인가?”
“예.”
“현재 진형은?”
“아무래도 적 보병과 전차들이 같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 한 마디 말한다.
“전차들을 그렇게 굴리다니 이해할 수 없군. 전차들은 따로 빼놓아서 적절한 곳에 진격해야 하는 것이 옳은데?”
그 말에 부관이 한 마디 대답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준비한 방어진지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적 보병들만으로 방어진지를 공격하기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지 않습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뭐 그 방법이 합리적일 수도 있겠군. 잘 되었어. 이제 사단 포병들을 쓸 때가 온 것 같군. 현재 사단 내에 배치된 자주포 천둥포들은 모두 방열을 마쳤겠지?”
“예. 모두 방열을 마치고, 현재 사단장님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보자고. 적절한 때 효력을 나타내야지.”
“예.”
김종오 준장은 잠시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다. 현재 시각은 새벽 5시 22분이었다. 약 3분가량 지났을 때, 아까의 통신병이 다시 한 번 김종오 준장에게 말한다.
“현재 선두에서 포병들을 발사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아. 발사해.”
“예!”
통신병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통신장비를 운영해 말한다.
한창 적 방어진지를 향해 순조롭게 진격 중이던 제 2사단은 갑작스러운 적의 화력 투사에 당하기 시작한다. 보병들과 같이 굴러가던 전차 한 대가 적 포격을 맞고, 박살이 났으며 그 전차 주위에 있던 보병들은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당하거나 시체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보병들은 재빨리 훈련 받은 대로 주위 엄폐물에 숨어서 적 포격을 피하고자 했지만 일대 지역을 초토화시키기로 한 포격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살 수 있는 방법은 빨리 이 위치에서 벗어나는 길 밖에 없었다.
결국 제 2사단의 진격 속도는 더 빨라지기 시작한다. 보병들은 죽자고 뛰어들어 포격을 피하고자 했고, 그건 전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부 보병들은 전차에 달라붙어 전차의 속도에 의존하기까지 했다.
제 50 연대의 연대장 박영천 대령은 망원경으로 포격에 분쇄되고 있는 적 진격 부대를 바라보며 쾌재를 부른다.
“역시 시원하게 화력 투사하시는군. 사단 포병들을 적 포병에 대응하지 않고, 이렇게 준비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가?”
그 말에 연대 작전참모가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 진격 방향을 볼 때, 우리 연대와 곧 마주치겠군. 각 휘하 대대들은 전부 준비되어 있겠지?”
“현재 방어진지에 웅크린 채 대기하고 있습니다.”
박영천 대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말한다.
“좋아. 일단 우리 보병들이 모루가 될 각오를 해야겠군.”
“망치의 역할을 기갑여단에게 맡기시는 것입니까?”
“여차하면 사단 기동부대가 있으니 별 문제는 없겠지.”
사단 기동부대란 2년 전, 병주가 지휘했던 제 10 강습산악사단에서 운용했던 기동 중대가 시초였다. 기동 중대의 활약을 보자 큰 부대 단위라고 부를 수 있는 각 사단에서 헬기를 이용한 기동부대를 두기 시작했다.
다만 기동부대를 움직이기 위한 조건이 의외로 까다로웠는데 사실 헬기가 적 대공무기에 취약한 면이 있어서 포병들로 하여금 대공무기들을 제거하고, 그 다음 기동부대를 적절한 곳에 투입시키는 것이 순서였다. 물론 이 순서에 대한 개념은 사단장 재량이었다.
연대 작전참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영천 대령에게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신의 연대와 적과의 교전이 일어난다.
-두두두두두!-
방어진지에 설치한 기관총들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병사들은 방어진지에 엄폐한 채 적 진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 쪽의 화력들이 어느 정도 월등한 지 방어진지에 진격하는 북한군 병사들은 방어진지에 다가서기 전에 죽거나 부상당했다.
-수류탄!-
그러자 이번에는 북한군 병사들이 수류탄들을 던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인지라 방어 진지에 수류탄들을 닿지 않았다. 다만 방어진지에 있는 병사들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쿠콰아앙!-
방어 진지 앞에 폭발이 일어나고, 수류탄의 파편들이 쏟아져 나온다. 방어진지에 숨은 병사들이야 안전하지만 간혹 운 없는 사람들이 파편에 맞아 부상당하거나 아니면 즉사했다. 부상당한 사람들은 주위 동료가 재빨리 응급치료를 하며 일단 몸을 기대게 한다. 다만 죽음에 이를 정도로 중상인 병사들은 빨리 군의관에게로 가도록 한다.
그렇게 방어진지를 두고 교전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하지만 방어진지를 잡고서 교전하는 국군이 지형적, 그리고 화력적 우세가 있으니 함락되기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벽은 점차 사라진다. 이제 5시 40분 정도 되었을 때는 서서히 어둠이 완연하게 물러나고, 시야가 밝아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전장의 열기는 아침의 상쾌함을 잊기엔 충분했다.
그 때, 한창 진지를 공격하던 북한군 부대 옆에서 한차례 굉음이 들렸다.
-구르르릉!-
궤도가 돌려지는 불길한 소리. 바로 국군이 보유한 기갑여단이 등장한 것이다. 다만 기갑여단 전체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한 전차 대대가 등장한 것이다. 기갑여단에 편제된 전차대대의 전차 수는 30여대 가까이 된다. 통상 사단 직할 부대인 전차대대에 배속된 전차의 수가 대략 20여대라고 한다면 기갑연대의 전차대대의 전차수는 그 것보다 1.5배나 많이 배속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기갑여단의 전차대대의 출현에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진지를 잡고, 저항 중이던 50연대의 연대장 박영천 대령이었다.
“꽤나 시기적절하게 등장하는군.”
그 말과 동시에 연대 작전본부에서는 각 대대에서 올라오는 전황들을 들을 수 있었다. 박영천 대령이 들었던 대표적인 전황 중 하나는 이거였다.
“현재 제 2대대를 공격 중이던 적 보병 부대가 뒤에 출현한 아군 전차중대로 인해 붕괴중입니다.”
각 대대 별로 올라오는 소식들 역시 그러했다. 앞에서 막히고, 뒤에서 찔린 적 보병 부대들이 하나같이 박살이 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옛날 한니발이 창시한 망치와 모루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였다.
뒤에서는 전차 대대의 공격에 박살이 나고, 앞에서는 두터운 방어진지에 막히니 북한군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제 2 사단의 사단장 이청송 소장은 얼굴을 과하게 찌푸린 채로 적들의 전술에 휘말려 당한다는 소식을 듣기 시작한다.
“제길. 적 전차 부대가 출현했으면 자동적으로 우리 전차 부대가 나서서 상대해야 할 것 아니야!?”
이청송 소장은 기어코 직접 통신장비를 잡고, 휘하 부대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렇게 당하고 있다는 것에 상당히 당황했다. 이미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상대방 역시 이렇게 철저히 준비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자신이 고대 군사이론을 듣기로는 공격할 때의 병력 수는 수비할 때의 병력 수보다 3배는 더 많아야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적이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면 수배는 더 있어야 한다고 이청송 소장은 생각했다. 결국 이청송 소장은 안 되겠다고 여겼는지 상층부에 보고하기 시작한다.
“여기는 2사단. 2사단. 현재 적 병력에 막혀서 돈좌 중이다.”
-무슨 일이기에 적 병력을 뚫지 못하고 있는가!?-
군단장 김광협 중장의 일갈에 이청송 소장은 할 말이 없었지만 보고는 해야했다.
“기갑여단이 출현하고, 적 방어진지를 돌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군단 쪽에서 이 쪽으로 지원을 요청바란다.”
-쯧. 알겠다. 여유 대대를 그 쪽으로 보내겠다.-
김광협 중장과의 연락이 끊기자 이청송 소장은 한숨을 쉬고 말한다.
“내가 왜 이토록 꼬이는지 알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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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낮에 낮잠을 자는 바람에 올리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