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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13화 (51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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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이 대통령에게 전쟁이 발생했다고 보고가 올라온 것은 아침 6시였다. 이 대통령은 분기가 찬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새벽 4시에 전면적인 침공을 하다니!”

그 말에 비서실장인 윤치영이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일단 상황은 어떻게 되어 있는데?”

윤치영은 그 말에 흠흠 목을 가다듬고 대답한다.

“현재 전선에 있는 사단들의 보고에 따르면 무리 없이 잘 막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간간이는 반격을 가해서 적의 진격을 격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얼굴로 대답한다.

“잘 수행해서 다행이군. 그럼 전체적인 반격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현재 국방부 장관이 참모들을 모아서 대전략을 수립한 후에 보고를 드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그 북한 탈환 대전략이 있지 않은가? 그걸로 하면 되지 않나?”

“그건. 미국의 압박 때문에 폐기 되지 않았습니까? 폐기된 작전을 되살리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또 한 가지 상황이 달라져서 굳이 그 작전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나저나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참.”

“뭘 그리 걱정하는 건가? 우선 국민부터 안심시켜야지. 일단 TV를 통해서 담화를 발표하는 것이 적당하겠군.”

윤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즉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흠흠 거리며 자리에 앉는다. 전쟁이 터졌다고 소식을 들었음에도 서울이 전선과 거리가 있는지라 이 대통령은 전쟁의 실감이 별로 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이 대통령의 얼굴은 한창 여유로웠다.

아침 7시 정도 되자, 각 TV방송국에는 속보라는 형식으로 특별 보도를 실시하였다. 전국 각지 관공서나 아니면 부유한 저택에 설치된 TV를 통해 소식이 알려진다.

-새벽 4시 전선에 북한군 전 사단이 침공을 개시하였습니다. 현재 소식은 잘 알 수 없지만 지금 현재도 기자들이 전선으로 파견 가서 현황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안심을 촉구하라는 말을 한 채로 가까운 전선에 있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간단한 피난지시를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여러차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전쟁이 터졌다니?”

“몰라. 빨갱이놈들이 전면적으로 남침을 했다지 뭔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가? 적어도 피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에이. 정부에서도 전선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난하라고 지시를 내렸지. 우리에게는 별 말 없었잖아. 그래도 준비는 해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전쟁에 터진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한편, 같은 시각, 문경 사현리에 있는 저택에서도 길남효와 김민숙 부부는 이 소식을 접하게 된다.

“허. 여기에 전쟁이 터지다니.”

“에휴. 그러게 말이에요. 요즘 병주가 수상하다 이야기를 하던데. 설마 했더니.”

“그런데 아들 녀석들은 다 어디간 거야?”

“다 일하고 있잖아요. 지금쯤이면 붙들려서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흠. 그렇기야 하겠군.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 하지?”

김민숙은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낙네가 뭘 알겠어요?”

“아니. 이 여편네가.”

“에휴. 그 것보다 마을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 적당하지 않겠어요?”

길남효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같은 시각, 본사에서는 병윤이 핸드폰을 귀에 달라 붙이고는 동시에 손으로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병윤의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꽤나 다급해 보인다.

-그러니까 병윤아. 지금 바로 민간공장들을 군수공장으로 변환하는 거야?-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작은 형님.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그거 잘 됐네.-

“그나저나 형님 군단은 전선에 올라오지 않는 것입니까?”

-현재도 상부에 전선 쪽으로 군단을 이동시키겠다고 말을 하는데. 대기 상태로 있으라고 말을 하네.-

“으음.”

-상부 측에서는 혹여 후방 쪽에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더더욱 걱정하는 것 같아. 대기하면서 소란을 일으키는 빨갱이들을 처리하라고 말을 하니 말이야.-

“하기야 후방 쪽에서 들고 일어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겠지요. 알겠습니다.”

-어차피 전선에서도 잘 할 것 같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고 있습니다. 합참의장님이 저보고 군에 입대하라고 하더군요.”

-너를? 허. 보급계 과장으로 쓰려고 하는 것이겠군.-

“저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이 전선에 투입하여 싸우고 있는데. 제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군. 네 의사라면 잘 알겠어. 그런데 어디로 배치 받는 건데?-

“보급으로 갈 것 같습니다. 병으로 말입니다.”

-병사로? 흠. 공평성을 따지자면 그럴 수 있는데. 명목상 병사이고,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장교급이겠군. 알겠다. 그렇게 알고 있으마.-

“형님도 언제 전선에 투입할지 모르니 준비하십시오.”

-이미 그러고 있다. 출동 태세는 이미 갖춘 지 오래야.-

“허. 역시 작은 형님이십니다.”

그렇게 병주와의 연락이 끊기자 핸드폰은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병윤은 눈살을 조금 찌푸리면서 다시 한 번 통화를 한다.

“예. 여기는 동협그룹 회장 길병윤입니다.”

-아. 이제야 받는군.-

“이 목소리는 국무총리 각하이시군요.”

-나도 이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었네.-

“저도 이미 소식을 듣고, 한창 일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 하기야 전쟁이 터질 것 같다고 자네가 예상을 했지만 말이야.-

“예. 아마 다음주 쯤에 군에 입대할 것 같습니다.”

-군에? 허. 자네 같은 인재를 군 전선에 투입시키는 건가?-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군 보급계로 가는 것입니다.”

-하기야 그게 맞는 순서이겠군. 그럼 자네가 부재 시 동협 그룹은 누가 이끌어가는 건가?-

“아무래도 현재 제 비서실장인 진서연 씨가 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래. 그렇군.-

“그리고 또 일전에 말씀드린 전시 경제에 대한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번에 말했다시피 무시당하기는 했지만 지금쯤 우남 형님에게 말하려고 하는 중이야. 이 상태가 되었으니 내 말을 무시하기는 힘들겠지.-

“그 것 참 다행이군요.”

-일단 중화민국의 신유철 총통과 이야기를 나눴나?-

“조금 일을 마친 후에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래. 그렇군.-

“하지만 이상한 것은 아직까지 압록강 전선에 소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소식이라면?-

“압록강 전선에 있는 중공군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중공 쪽에서 약속을 어긴 셈이 되는 건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쪽에 경계를 늦추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휴우...-

병윤의 귓가에 안심하는 김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시국에 압록강 쪽에 있는 중공군이 움직였다면 전황의 전망은 한창 어두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쪽에도 한 번 상황을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바쁜 사람을 붙잡았군.-

김구와의 연락이 끊기자 병윤의 핸드폰은 바로바로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병윤의 하루는 꽤 많이 바쁠 것 같았다.

오후 9시쯤 되자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존 무초 미국대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뭐? 진짜 전쟁이 터졌다는 건가?”

그 말에 대사관 직원이 한 마디 알려준다.

“현재 한국에 설치된 TV에서 속보 형식으로 전쟁이 터진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진짜 북한군이 전면 침공했다는 소리인가?”

직원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정말 소식이 그렇게 들리고 있습니다.”

존 무초 대사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한숨을 내쉰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나?”

“전선에서 수비를 굳세게 한 채로 전선과 가까이 있는 민간인들을 피난시키고 있습니다.”

“그걸 들으면 정말로 북한 쪽이 남한 쪽을 침공한 것이겠군. 도대체 왜?”

직원이 결국 한 마디 말한다.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젠장 이럴 때가 아니군. 본국에 소식을 넣어야겠어.”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당연한 말씀입니다.”

존 무초 대사는 부리나케 방 안에 놓인 전문을 이용하여 소식을 본국에 전하기 시작한다. 한 글자 한 글자 형식에 맞추기는 하지만 그의 조급함과 절박함이 담긴 전문이 완성되어 졌고, 곧바로 전송하기 시작한다. 내용은 ‘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공격의 성격과 수법으로 볼 때 그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행위를 의미한다.’라는 핵심적인 구절을 넣으면서 말이다.

존 무초 대사는 전문을 쓴 뒤에 한숨을 내쉬고는 옆의 직원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대한민국 정부 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아무래도 그게 옳을 것 같습니다.”

결국 존 무초 대사는 대사관에 준비된 차량을 이용해 경무대로 간다.

같은 시각, 경무대에서 이 대통령이 내각 장관들을 부르고, 국무회의를 이미 열고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재 국민들의 반응은 어때?”

그 말에 내무장관 백성욱이 즉각적으로 대답한다.

“전선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경악에 휩싸인 채로 부랴부랴 피난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선과 먼 지역에서는 일단 피난 준비를 해둔 상태라고 합니다.”

“기업들의 반응은?”

그 말에는 상공부 장관인 김추용이 대답한다.

“현재 기업들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일단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동협 그룹입니다. 현재 민간 공장을 군수 공장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조금은 다행이라는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그나마 그 쪽은 빨라서 다행이군. 국방부 장관은 유일한 군수 산업이기도 한 동협 그룹과 긴밀히 협조를 얻도록 하십시오.”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그 말에 조금 얼굴이 불편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현재 연락을 취하며 그러고 있습니다.”

그 때, 상공부 장관인 김추용이 이 대통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것보다 이제 전시 상황이니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전시 경제로 체제를 전환했으면 합니다.”

그 말에 이 대통령의 얼굴에는 불편함이 가득해진다. 며칠 전에 국무총리 김구가 찾아와 전쟁이 터진다고 호들갑을 떨며 전시 체제의 이행을 촉구한 바가 있었다. 아직 김구에게 감정이 남아 있었던 이 대통령은 그 때, 그 제안을 거절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 제안을 거절하면 안 되었다.

“휴우. 어쩔 수 없군. 지난 번 상공부에서 짜준 계획대로 전시 경제체제를 이행하시오.”

상공부 장관 김추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창동안 회의를 진행하다가 주한 미국 대사관인 존 무초 대사가 찾아왔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이 자리에 등장한 무초 대사를 보고 꽤나 반가운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어디에 있다 이제야 오셨습니까?”

존 무초 대사는 이내 자리를 찾다가 이 대통령이 권하는 자리에 앉고, 한 마디 말한다.

“현재 이 사실을 본국에 알리고, 또 한국에 있는 우리 사람들에게 피신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 것보다 가장 궁금한 것은 현재 전선의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대답대신 국방부 장관에게 눈짓한다. 그러자 국방부 장관 신성모가 존 무초 대사를 바라보며 설명하기 시작한다.

“현재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진행된 북한군의 전면 남침은 각 전선에 주둔한 우리 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혹시 후퇴했거나 하는 것이 있습니까?”

신성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군사 작전에서 빠른 시간 내에 결판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다만 원산 남쪽에 있는 안변군에 북한 제 2사단이 기습하였지만 그 쪽에 주둔한 제 15 기계화 사단이 잘 막아낸 모양입니다. 현재 제 2 사단은 잠시 후퇴하여 재정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

“현재도 계속해서 포격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면적인 반격 작전은 시간이 조금 지나고, 행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존 무초 대사가 한 마디 말한다.

“그 반격작전 말인데. 시간을 늦출 수 있습니까?”

“그 말씀은?”

“아무래도 본국의 입장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신성모 국방부 장관, 그리고 이 대통령은 물론이고 자리에 앉은 내각의 장관들 역시 얼굴이 안 좋아진다.

============================ 작품 후기 ============================

북한 : 야. 약속했잖아. 내가 일을 벌이면 같이 하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왜 압록강에 공세 투입을 하지 않냐고?!

중공 : 아 잠시만 기다려봐. 지금 한국을 공격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어. 그거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거든? 그 때까지만 버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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