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14화 (514/633)

0514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존 무초 대사의 말을 들은 이 대통령은 결국 역정을 내며 한 목소리한다.

“아니.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존 무초 대사는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무엇을 말입니까?”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일방적으로 침략을 당한 상태입니다.”

존 무초 대사는 그 말을 듣고, 이 대통령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바로 이해를 한다.

“아아. 그런 의도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 미국에서는 이 대통령 각하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이 일방적으로 침략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늦추라는 말씀은 무슨 의도입니까?”

존 무초 대사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한 뒤 대답한다.

“오늘 바로 전쟁이 터졌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미국은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명백하게 모르는 상황입니다. 최소한 얼마만큼의 지원이 필요한지 그리고 한국으로의 파견이 적절한지에 따라 파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군이 이 쪽으로 파견갈 수 없다는 것입니까?”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대한민국군이 상당히 유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 미군이 애초에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각하께서도 잘 알다시피 우리 미군이 파견가게 된다면 그만큼의 권한이 우리 쪽에 주어지는데 각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 무초 대사의 말은 미군이 파견하면 파견하는 대신 우리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인식시키는 말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다 대답한다.

“흠. 하지만 반격작전까지 가로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아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상황을 바로 알려지도록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또 그 것이 대한민국에게 명분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존 무초 대사의 말에서 ‘얻어맞고 있다는 것을 하소연하라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었다. 존 무초 대사의 말에 이 대통령은 외무부 장관 임병직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병직은 이 대통령과 같은 시기를 전전한 독립운동가로 이 대통령과 상당히 친분이 있었다. 그 역시 미국에 살았던지라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창 생각을 하더니 한 마디 말한다.

“지금도 명분이 확고하지만 만약 전 세계에서 그런 명분을 지지받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존 무초 대사에게 말한다.

“유엔 차원에서 지지를 얻을 생각입니까?”

존 무초 대사는 생각을 조금 하다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실태 파악에 유엔 조사관이 같이 올 생각입니다. 일단 북한의 침략이 일방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으니 유엔 측에서는 즉각 북한의 침략을 중단하라고 촉구할 생각입니다. 북한 측이 이를 거절할 시에는 대한민국의 반격은 상당한 정당성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유엔 측에서는 이를 내전으로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당분간 두 나라 간의 대결이 이어질 생각입니다.”

“그럼 언제 미군이 파견되는 것입니까?”

존 무초 대사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한다.

“미군이 만약 한반도로 파견된다면 그 것은 다시 말해서 다른 국가가 북한을 돕는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 내의 전쟁은 거의 세계대전이나 다름없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세계대전까지 언급하는 존 무초 대사의 말에 이 대통령은 순간 불쾌했지만 참고,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럼 병력 지원은 못해도 물자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물자 지원이야 피난민들이 쓰일 물자들이라고 해명한다면 저 쪽에서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직접적인 총기류나 화포류 같은 경우는 지원해주지 못합니다.”

이 대통령은 그 것에 대해 한 마디 대답한다.

“그 일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히 우리 쪽에서 병기를 직접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니 말입니다.”

존 무초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병기들을 직접 지원해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그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원재료들을 제공해드리도록 본국에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말에 이 대통령은 신성모 국방부 장관을 바라보며 말한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이렇게 대답한다.

“현재 합참에서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전선의 현황은 지금 잘 방어하고 있습니다. 몇 몇 부분에서는 즉각적인 반격작전을 수립하였으며 이에 대한 명령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국군이 북한군과 비교했을 때, 우세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흠...”

이 대통령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존 무초 대사를 바라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대신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빨리 열어주어서 북한의 침략을 규탄토록 하고, 또 한국조사 파견단은 최대 3일 내로 이 쪽으로 와주십시오.”

존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이 말한 부탁에 대해 권한이 없었지만 그가 한 대답은 달랐다.

“알겠습니다. 지금쯤이면 본국에서도 소식이 들어왔을 것이니 이번 전쟁에 대한 회의를 열고 있을 것입니다.”

존 무초 대사는 그렇게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 후에도 회의는 계속 지속된다.

같은 시기, 미주리 주 개인저택에서 평안한 휴일을 즐기던 트루먼 대통령에게 긴급하게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평상복으로 잠시 쉬고 있던 트루먼 대통령은 자신에게 오는 사람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국무장관이 왜 이리 급한 얼굴로 나에게 오는 건가?”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그 말에 사색이 된 얼굴로 트루먼 대통령에게 대답한다.

“각하. 큰 일 났습니다.”

“큰 일?”

“현재 전쟁이 터졌다고 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전쟁이야 늘상 터지는 일이 아닌가? 우리와 관련이 있는 곳인가?”

“예.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트루먼 대통령은 조금 긴장된 표정을 짓는다. 트루먼 대통령은 딘 애치슨 국무장관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 곳이 어디인가?”

“바로 코리아입니다.”

“코리아? 으음... 영문을 모르겠군. 그 곳에 전쟁이 터졌다는 것인가?”

“예. 그 곳의 현지시각 새벽 4시에 북한군이 일방적으로 기습 침략을 했다고 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충격을 먹은 얼굴로 소리친다.

“뭐?! 그게 사실인가?!”

“예. 그 쪽의 대한민국군이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만.”

트루먼 대통령은 마치 뒷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허참... 제길.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 뒤통수를 얻어맞았군. 소련이 유럽에 무력시위를 벌여 우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에 대해선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일단 백악관으로 돌아와서 회의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아까 전만 하여도 보고있던 신문을 꽉 쥐어 접어버리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백악관으로 바로 가는 헬기는 준비되었나?”

“예.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휴우. 빌어먹을 일이군. 잠시 기다리게. 복장을 갈아입을 테니.”

딘 애치슨 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트루먼 대통령이 복장을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몇 분이 지나 트루먼 대통령이 평상복 차림이 아닌 양복 차림으로 나타나자 딘 애치슨 장관은 트루먼 대통령을 모시고, 헬기로 가는 길목에서 한 마디 말한다.

“현재 존 무초 대사가 대한민국군의 반격을 막았다고 합니다.”

걷고 있던 트루먼 대통령은 의아함을 비치고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인가?”

“현재 존 무초 대사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빨리 열어달라고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쪽의 실태파악을 위한 조사단을 보내달라고 합니다.”

“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쪽에서 우리 미군의 즉각적인 파병 의사를 말했는가?”

“아닙니다. 반대입니다. 우리 쪽의 결정 없이는 미군 파병이 불가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병기 류를 제외한 생필품을 포함한 물자 지원은 약속했습니다만.”

“그에 대해서 국무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딘 애치슨 장관은 생각하다 대답한다.

“아무래도 존 무초 대사는 소련과 중공이 북한 쪽을 돕지 못하도록 명분을 생각하고 한 말입니다. 즉 우리 쪽에서는 걸릴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군. 그런데 아까 대한민국군의 반격을 막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현재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쪽 말을 들어본 결과 현재 대한민국군이 북한군의 침략을 잘 막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흠. 그 말은?”

“잘하면 그 쪽에 미군 파병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른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그 말에 다행이라는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그 것 참 잘했군. 멋대로 남의 전쟁에 끼어들다가 사태가 더더욱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하는 일이야.”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궁금하신 것이 각하께서 불을 재빨리 끄는 것이 낫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 쪽이 불리하면 그런 것이지. 우리가 끼어들면 소련 쪽도 북한을 대놓고 도와줄 가능성이 충분해. 그렇게 되면 바로 세계대전이야.”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다른 나라가 북한 쪽을 도와준다면 우리 역시 미군 파병을 결정하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한반도 내부는 그냥 내전으로 취부 하는 것이 좋겠어.”

“휴우.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 것보다 언론이 걱정되는군. 저번에 자네가 코리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코리아에 전쟁이 터지는 것은 수영장에 불이 나는 것과 같다.’고 말이지.”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그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이렇게 대답한다.

“수영장에 기름이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북한 쪽이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할지 생각도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야 하겠군.”

그렇게 한국에 대해서 말하며 걷는 동안 어느새 헬기장에 도착한다. 착륙장에 서 있는 헬기는 동협 그룹에서 생산한 ‘블랙 팔콘’이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생산되는 헬기로는 미국 내 지역을 왕복할 수 있는 항속거리가 되지 못하니 그럴만한 속력과 항속거리를 가진 블랙 팔콘을 쓸 수밖에 없었다.

트루먼 대통령은 ‘블랙 팔콘’을 바라보며 한 마디 중얼거린다.

“이런 물건을 만드는 나라에 전쟁이 터지다니. 꽤 아이러니하군.”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덕티드 팬을 맹렬히 회전시키며 수직 상승한 뒤 바로 백악관을 향해 날아간다.

1950년 6월 26일, 교전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방어기지와 지형적 이점을 미리 잡아놓고, 화력 역시 북한군보다 우세한 국군의 방어에 북한군의 진격은 이내 돈좌되기 시작한다.

어제 저녁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회의를 열어 북한에 대한 남한에 대한 침략 행위 중단을 촉구했고, 밤에는 유엔에서 따로 대사가 찾아와 이런 공식 결정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김일성은 상당히 초조해진 얼굴이었다. 옆에 있던 김성주가 한 마디 말한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김일성은 그 물음에 꽤나 고심하고 있었다.

“제길. 약속대로 중공 쪽에서 행동을 개시했다면 이런 굴욕은 없을 것인데.”

“......”

“그나저나 중공 쪽에서 무슨 이유 때문에 약속을 어긴 것인지 이해를 알 수가 없어.”

김일성의 초조함 속에는 중공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미리 약속을 해놓고도 행동하지 않는 중공의 결정에 배신감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김성주는 그런 김일성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중공 쪽은 신경 쓰지 맙시다. 어차피 그 되놈들의 약속을 믿은 우리가 잘못이지 않습니까?”

“제길...”

“그 것보다 형님. 가장 급우선적인 것은 저 쪽의 반격을 어떻게 막는가?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우리 쪽이 방어라니. 하아... 일단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

“어느 쪽도 뚫리지 않습니다. 낭림산맥 쪽이야 지형적 이점이 강한 지라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평야지대인 원산 이서 이남을 전혀 뚫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제 2군단에서 어떻게 일을 하기에 이런 모양이야?!”

“그 쪽 보고로는 화력 차이가 극심하다고 합니다. 특히 T-34/85 중전차는 저 쪽에 배치된 신형전차 KT-48에 상대도 안 된다고 합니다. 대략 100m 정도 가까이 가서 포를 싸야 어느정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합니다.”

“끄으으...”

“거기다 남한군 병사들의 기본 장비부터가 돌격소총을 지니고 있으니 보병 화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공군은?”

“활약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강건 총참모장이 현재 공세에는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공세를 지속하면 지속할수록 우리쪽의 피해가 커진다는 말만 전할 뿐입니다.”

김일성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서 그 쪽에서 하는 말은 무슨 말이야?”

“지금 바로 군을 물리고, 저 쪽 공세에 대해 방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공세를 물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아...”

“그런데 어제 들어온 유엔 대사에게 뭐라고 합니까?”

“무시해. 어차피 우리는 일을 치른 셈이야. 그냥 말을 빙빙 돌리며 제풀에 지쳐 그냥 나가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유엔군 쪽에서 자체적으로 한국을 대놓고 도울 수 있습니다.”

“이미 그런 것을 각오하고 벌인 일이 아닌가?”

김일성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역시 답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 작품 후기 ============================

사실 원역사에서는 바로 미국을 포함한 유엔군이 남한 쪽으로 파병하기로 했습니다. 트루먼에서는 북한의 침략을 옛 나치독일이 일을 벌인 것과 똑같다고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렇게 인식해도 소련이나 중공이 참전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자제하는 편입니다. 물론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역시 '우리가 참여 안 해도 알아서 잘 싸우고 있잖아?' 이런 생각 때문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