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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7월 2일, 어느새 한반도에서 터진 전쟁은 7월 달로 접어들었다. 약 5일 간의 격전이 이어졌고, 거기서 세는 판가름이 난 지 오래였다. 역시 북한 쪽에서 예상한 대로 국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결론이 났다. 문제는 미국을 포함한 유엔 측에서 일정시기까지 국군의 반격을 막는 바람에 적절한 반격 전략을 활용하지 못하고, 이대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바로 이번 미군 쪽에서 파견한 조사단 때문이다.
원래는 군인들만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미국 국무부 쪽에서 자기 차관을 보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딘 러스크 차관보는 현장을 살펴보고, 자료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단 만족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흠. 상당히 잘 막아내고 있는 것 같군요.”
그 말에 이번에 조사단장으로 파견된 주일미군극동사령관인 맥아더 원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저 대한민국 정부 쪽에서 북한 쪽의 반격을 언제까지 막아내는지 궁금하더라구요.”
러스크 차관보는 그 말에 맥아더 원수를 바라보다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아마 조사가 끝난 직후에 허용시킬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저 쪽이 가장 강력한 명분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미군의 파병은?”
딘 러스크 차관보는 한 마디 대답한다.
“글쎄요. 이런 곳에서 병사들을 보내 전사시키면 꽤 원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맥아더 원수는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또 염전사상입니까?”
“병사들의 부모가 하도 원성이 높아서 말입니다. 5년 전 세계대전만 하더라도 그 여론에 꽤나 고생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으음. 병력을 안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부 쪽에서도 우리 미 본국에 대해 눈초리가 달라질 지도 모릅니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먼저 침략한 것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우리 조사단이 파악 끝날 때까지 반격도 못 하는 상황이라 불만이 쌓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꾸 아픈 곳을 찌르는 맥아더 원수의 말에 러스크 차관보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맥아더 원수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도 사실 상부의 일부 의견에 대해 동감하지는 못하지만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을 듣고, 국무부 자체적으로 뭔가 사정이 있다는 정보를 알아차린다. 그래서 한 마디 미끼를 던져본다.
“아무래도 확전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군요.”
“......”
“사실 이렇게 캐묻는 것은 실례이기는 하지만 우리들 역시 사정을 알아야 해서 그렇습니다.”
“으음...”
러스크 차관보는 맥아더 원수를 떨떠름한 시선으로 보다가 이내 한국에서 보내준 자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낭림산맥, 그리고 법동군, 안변군을 경계선으로 확보하여 방어를 굳세게 하고 있었다. 러스크 차관보는 이내 어느 한 자료의 내용을 바라보며 말한다.
“흠. 저 쪽에서 내거는 반격 작전으로는 원산 시를 함락시키고 싶다고 말을 많이 하는군요.”
“아무래도 원산 쪽이 한국 동해안 최대 항구도시이니 당연한 요소가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원산 북쪽에는 북한 정부가 있는 함흥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이기도 합니다.”
맥아더 원수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집히며 러스크 차관보에게 설명을 해준다. 러스크 차관보는 왜 한국 쪽에서 이런 반격작전을 구상했는지 알만 했다. 동해안은 해안지대이기 때문에 전차를 포함한 기갑 여단, 기계화 사단이 진출하기가 용이했다. 더군다나 해군 쪽 함포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반격 작전을 이 쪽을 염두 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흠...”
“만약 우리가 지원한다면 우리 미 해군이 지원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격과 진격, 점령은 그 쪽에서 알아서 해주니 우리 쪽은 그냥 통신을 받은 대로 포만 펑펑 쏴주는 간단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러스크 차관보는 그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자신도 모르게 끄덕인다. 그러다 이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 맥아더 원수에게 묻는다.
“혹여 한국 쪽에서 해군들이 있기는 합니까?”
“그 쪽 정보는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얼핏 듣기로는 최고 기함은 중순양함을 중점적으로 두고는 대다수는 경순양함, 구축함, 그리고 잠수함으로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 세 종류의 함이 함대를 이루는데 대략 함대 당 배의 수는 대략 20척 수라고 합니다.”
“20척이라. 그 정도면 포격 지원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러스크 차관보의 물음에 맥아더 원수는 한 마디 말한다.
“일반적으로 해안 포격 지원 같은 경우는 순양함부터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함 보다 나을 것이 없을 것입니다.”
“흠... 전함이라. 요즘 의회에서도 전함이 하는 일은 없고, 비용만 많이 잡아먹는다고 난리를 치던데.”
러스크 차관보의 말에 맥아더 원수는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한다.
“전 육군에서 근무하는 지라 해군 쪽은 잘 모릅니다. 그 쪽은 해군에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요.”
“하기야...”
미 해군과 미 육군의 조금 알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 러스크 차관보는 해군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그나저나 이렇게 보니 우리 국무부에서 한국 쪽을 의심할 만 하군요.”
러스크 차관보가 한 손에 든 자료에는 현재 한국 쪽이 운용하는 장비들의 현황들이 적혀 있었다. 맥아더 원수는 그 자료의 내용을 보고 한숨을 내쉰다.
“쯧. 돌격소총이 저 쪽에서 개발되고 양산되어 사용될지 몰랐습니다.”
“거기다 자체적인 지상병기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라. 이번에는 제트기까지 개발하여 수주하고 있군요.”
맥아더 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설명을 해준다.
“그 한국에 군수 물품들을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서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차관보께서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블랙 호크를 말입니다.”
“블랙 호크? 아 그거 만드는 업체가 바로 이 업체입니까?”
“제가 미국에서 행정을 보다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일본에서 해체 된 재벌의 형태가 한국 쪽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경영방식이라던가 그런 것에서 상당히 차이점이 많이 나고 있지만 한국 중공업은 그 군수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허...”
“저 역시 그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잘 알고는 있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서 말입니다.”
“동아시아에는 한국, 중국, 일본 이렇게 세 국가 밖에 없지 않습니까? 일본을 제외한다면 한국, 중국 일텐데.”
“러스크 차관보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중경공단을 말입니다.”
“중경공단? 아... 우리 미국과 거의 적수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괴물같은 공장구역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 동협 그룹의 전신이 이 중경공단입니다. 현재도 중화민국과 한국을 번갈아가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러스크 차관보는 그 말을 듣고,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 한 마디 말한다.
“설마... 그렇다면 이 전쟁의 배후에는 그들이 있다는 것입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글쎄요. 과연 그런 인간들일까요?”
마치 그 말이 틀렸다는 듯 아리송하게 반문하는 맥아더 원수의 말에 러스크 차관보는 ‘끄응’ 침음을 흘린다.
“확실한 것은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저 공산주의 세력권입니다. 그리고 저 쪽에서 전쟁을 사주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또 의혹도 없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그 정도입니다.”
“흠... 마치 그 쪽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이걸로 하나 거래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거래라면?”
“사실 이 정보는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서 말입니다.”
맥아더 원수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러스크 차관보는 ‘끄응’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휴우. 그래서 원수께서 무슨 정보를 원하십니까?”
그 말에 맥아더 원수는 기다렸다는 듯 묻기 시작한다.
“아까 이야기하는 뉘앙스를 살펴볼 때, 국무부에서 조금 숨기는 것이 있더군요.”
“흠...”
“굳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럴만한 급이 아니라면 거래를 하자는 것입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결정은 그 쪽에서 하는 것입니다.”
러스크 차관보는 이내 맥아더 원수를 응시하다 이내 한 마디 말한다.
“남들에게 굳이 알릴만한 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필사적으로 숨겨야 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조금 문제가 될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만약 이 정보를 남들에게 발설하여 국무부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까?”
“맹세를 원하는 것입니까?”
그 말에 러스크 차관보는 속에서 하나를 꺼내 들어 맥아더 원수에게 보여준다.
“당신이 잘 아는 그 동협 그룹에서 꽤 신기한 것을 팔더군요. 이 작은 녹음기처럼 말입니다.”
손에 쥘 만한 크기의 녹음기 등장에 맥아더 원수는 긴장한 얼굴로 러스크 차관보를 바라보다 대답한다.
“뭐 좋습니다. 저야 국무부 사정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어떻게 조사 방침을 꾸려야 할지 도와주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좋겠지만.”
러스크 차관보는 그렇게 말하고는 결국 녹음기 버튼을 누른 후 말한다.
“사람 무의식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거든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거래를 시작할까요?”
꽤나 진중한 분위기로 흘러가자 맥아더 원수는 속으로 ‘이게 아닌데.’라는 말이 흘러나오지만 얼굴로는 다행히 그런 감정이 튀어 나오지 않는다. 맥아더 원수는 러스크 차관보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 쪽에서 원하는 정보는 그 친구들이 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확실한 근거입니까?”
러스크 차관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사실 변수들을 지워가며 일을 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가급적이면 일 처리는 확실히 하는 것이 좋지요.”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전 그 가문의 사람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호오. 거기서 뭐라고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저 역시 군인이다 보니까 그 쪽에서 나오는 무기들을 살펴보고자 하는 입장으로 나와서 그 쪽에서 운영하는 업계 쪽을 물어보기는 했습니다.”
“흠. 계속 말해보십시오.”
맥아더 원수는 흠흠 거리면서 러스크 차관보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실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왜 이런 군수업계를 시작 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들은 대답이 ‘우리 밖에 할 업체가 없어서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까?”
“알다시피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는 기술수준이나 제도, 국민들 교육 상태가 엉망진창이지 않습니까? 우리 조국의 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들을 보유한 업체가 그 쪽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기술력이 많이 필요한 업종은 자기들이 도맡아서 한다더군요. 무기들을 설계하는 것은 그 업체에 다니던 사람이 만들고, 양산은 그 쪽에서 한다고 합니다. 무기 설계자야 차관보께서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름을 들어봤다니 그게 무슨...”
“다른 쪽 분야에서도 이름이 있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미스터 송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 미스터 송.”
러스크 차관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미스터 송이 팀원들을 조직하여 이번에 한국군이 운용하는 무기들을 다 설계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양산은 그 쪽에서 하는 모양입니다. 발주 형식이라서 그런지 돈은 안 된다고 말을 하더군요.”
“돈이 안 된다 라. 그 것만큼 가장 강력한 동기는 없겠군요.”
“저 역시 군인이라서 군수 업체의 사정에 대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뭐 떠도는 음모론으로 군수업체들이 돈 벌려고 전쟁을 조장한다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허. 그 음모론 꽤나 사람들 은연중에 믿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하하.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그 쪽 업체가 돈을 버는 상황이니 그게 당연한 인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편견일 뿐입니다.”
“편견이라는 소리는?”
“뭐 아실지 모르겠지만 무기의 비싼 값에는 어느 정도 개발비용이 많이 있습니다. 양산을 하면 무기 가격이 상당히 내려가겠지만 알다시피 군인들 소비 규모가 일반 민간인들의 소비 규모에 비해 상당히 작지 않습니까? 시장이 작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흠...”
“거기다 군수업체들의 시장 규모가 작으니 무기들을 팔아봤자 개발비용만 간신히 건지고, 순이익은 별로 안 남는 장사입니다.”
“그건 더 평화적일 때 그렇지 않습니까?”
“전쟁 중일 때는 더 장사가 안 된다고 합니다. 도입하는 것들이 줄줄이 취소된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럼 자기들이 가장 장사하기 편한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니 그 때는 바로 전쟁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기야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신무기들을 속속 도입시키겠군요.”
“주제가 너무 다른 곳으로 흘러갔군요. 하여튼 군수업체는 돈이 안 되니 그 쪽에서 전쟁을 일으키네. 마네 할 것이 없습니다. 또 그들에게는 확실한 수입원이 있으니 전쟁은 더더욱 선택지가 아닐 것입니다.”
“수입원?”
“뭐 다양합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한창 대중화되고 있는 헬기들도 그렇고, 전자제품, 여기서만 취급되는 조선유와 제철업, 식물 공장등.”
“사업하는 게 많군요.”
“전쟁 터지면 이 것들이 전부 손해입니다. 그러니 전쟁은 그들에게 원치 않는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자 제가 드리고 싶은 정보는 이 것입니다. 이제 차관보께서 줄 정보는 어떤 것입니까?”
러스크 차관보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사실 우리 국무부에서는 이번 한반도의 사태는 독이나 다름없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던 애치슨 국무장관께서 1월에 선언한 것이 있지 않습니까?”
“아. 애치슨라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건 우리 육해군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범위 내가 아닙니까?”
“뭐 오해가 있기는 한데. 뉘앙스가 마치 한반도를 포기하는 식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보수주의자들이 이를 근거로 국무부를 많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흠. 하기야 그런 사정이라면 이 한반도에서의 사태가 곤란하기는 하겠군요.”
“뭐 자세히는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국무부에서는 대도록 이 한국으로의 파견이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전쟁은 두 나라 간의 내전으로 여기고, 대응할 방침입니다. 즉 우리 미국이 간섭하지 않고, 나가는 것이 우리 국무부의 의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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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니 이야기가 안 이어집니다. 하아. 요즘 확실히 슬럼프이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