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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16화 (51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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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맥아더 원수는 러스크 차관보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 한 마디 말한다.

“흠. 대통령 각하께서 취임식을 할 때, 그 독트린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독트린을 발표하기는 했습니다. 공산주의에 대해 실질적인 위협을 당하고 있는 나라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해준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지금 전쟁을 겪고 있는 이 나라 역시 독트린에 적용 될 생각입니다. 하지만 되도록 병력 파견보다는 물자로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병력 보내기에는 미 본국에서 부담스럽다는 말씀입니까?”

러스크 차관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지요. 원수께서는 군인인 만큼 그런 점에 대해 마음에 안 드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전쟁만큼 독이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전쟁은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군인들이라고 무조건 전쟁을 좋아한다는 편견을 가지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맥아더 원수의 정색에 러스크 차관보는 흠흠 거리며 말한다.

“아 죄송합니다.”

“그 것보다... 어. 이건 손으로 그렸다 기에는 너무 정교해 보이는 것 같군.”

무슨 기기를 이용하여 정확한 줄이 새겨진 도표를 본 맥아더 원수는 도표의 질과 내용을 보고 감탄한 표정을 짓는다. 특히 명확한 문구와 내용에 맥아더 원수는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이내 이 자료를 만든 사람의 이름을 본다.

“허어...”

맥아더 원수가 자료를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자 러스크 차관보가 그에게 물어본다.

“왜 그런 표정을 짓습니까? 뭔가 있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이 친구만큼은 군에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허참.”

“아는 사이입니까?”

“잘 알다 말다. 아까 이야기했던 사람 있지 않습니까? 그 동협 그룹 관련해서 말입니다.”

“동협 그룹?”

“그 동협 그룹의 회장이 만든 자료인 것 같습니다.”

“으응? 그 사람이 군 관련 자료를 작성하는 것입니까?”

맥아더 원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 쪽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차관보 혹시 미국의 부유한 부잣집 아들이 군에 입대하여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러스크 차관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런 경우는 많이 봤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나서야한다고 직접 전장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은 많이 봤습니다만 뭔가 걸리는 것이 있습니까?”

“그럼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직접 병사로 입대해 전장에 뛰어드는 것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말에 러스크 차관보는 딱 부러지게 한 마디 대답한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군대에 도움이 되게끔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정상이겠지요?”

“아마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이 자료를 보건데 아까 내가 말했던 가정이 들어맞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들어맞다니? 설마...”

“쯧. 자리를 지키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한 인재를 군 쪽으로 투입시키다니 한국군의 생각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러스크 차관보는 그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 이내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보니까 그 이에 대해서 잘 아는 사이입니까?”

“극동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금 전선에 투입될 정도로 젊기는 합니다만.”

“젊다니? 그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쯤 24살 정도 되겠군요. (당연히 만 나이로 이야기하는 것.)”

“흠. 그런 나이의 젊은이가 기업을 운영합니까?”

“뭐 그런 셈입니다. 실질적으로 그 중경공단이나 동협 그룹을 만든 이가 그 이기도 합니다만.”

러스크 차관보는 그 말에 농담처럼 들리는 지 하하 웃어댄다.

“중경 공단이 만들어진 지는 대략 1930년대 후반이라고 알고 있는데, 무슨 동화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입니까?”

맥아더 원수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 마디 대답한다.

“저야 그 것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인재가 군 쪽에 투입시키는 의중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호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꽤나 귀중한 인재겠군요.”

“미스터 길에 대해서 못 들어보셨습니까?”

러스크 차관보는 그 미스터 길에 대해서 아! 하고는 떠오르며 말한다.

“아참 그러고 보니 한창 우리 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 미스터 길과는 성씨가 같군요.”

“그 사람들 다 형제지간입니다.”

맥아더 원수의 말에 러스크 차관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 사람 팔 만드는 의사 미스터 길과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이 사람과는 친형제지간입니다. 저도 처음 그 사실을 알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주목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허어... 그게 사실이라면 왜 원수께서 이 젊은이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지 알 수가 있겠군요.”

“더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은 이 한반도에 군정 사령관을 지낸 웨드마이어 중장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 그 사람 이미 퇴역한 지 몇 년 지났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쯧. 능력이나 극동 정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친구이기는 합니다.”

맥아더 원수는 웨드마이어 사령관이 군에서 나온 것에 대해서 상당히 안타까운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러스크 차관보가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이 표를 보니 이게 사람 손으로 그린 것이 맞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을 더듬다가 말한다.

“아무래도 그 컴퓨터인가 뭔가 하는 물건을 통해 이 자료들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허어? 그런 것이 있습니까?”

“나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일단 이 정도 자료면 조사 성과는 거둔 셈입니다.”

러스크 차관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원수께서는 이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단 한국에 큰 소리를 치려면 확실히 도우는 것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 본국에서는 확전을 경계하는 눈치인 것 같더군요.”

“예. 그렇습니다. 사실 이 전쟁이 냉전을 깨고, 공산주의 세력권과 자유주의 세력권과의 직접적인 대결이 될까봐 걱정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대전이 될까봐 그렇습니까?”

“이제 대전이 끝난 지도 5년이 다 되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5년 만에 이런 대규모 전쟁이 난다면 세상이 어찌 돌아가겠습니까? 전 세계가 엄청난 피해를 볼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위협을 겪고 있는 한국 정부 쪽을 그런 논리로 설득하기란 상당히 힘들어 보입니다만...”

“사실 우리 미 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영향권을 철회할까? 로 많은 논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취임식 때 말한 독트린의 원칙에 상당히 위배되니 걱정입니다.”

“즉 지원은 해야 되지만 실질적으로 지원해주기에는 뭐 그렇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정확합니다. 휴우. 이런 말을 여기서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어떻습니까?”

맥아더 원수가 뭔가 협상하는 분위기로 몰고 가자 러스크 차관보는 눈빛을 바로 하며 맥아더 원수에게 말한다.

“일단 들어는 보겠습니다.”

“여기에 돌아가는 뉘앙스를 보니 남한이 북한보다 압도적인 우세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예. 그렇지요. 그래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없지 않습니까?”

“대신 전쟁에는 변수가 확실히 많습니다. 그래서 미 본국에 이렇게 전달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두 나라 간에 벌어진 내전인 만큼 두 나라가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낫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뻔히 세계에 공표하면 독트린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습니까?”

“아 대신 다른 국가가 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를 주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맥아더 원수의 말에 러스크 차관보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명목상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한국에 즉각 투입시킬 수 있는 주일 미군들을 보강하자는 결론입니까?”

맥아더 원수는 그 말에 대답 대신 싱긋 웃을 뿐이다. 러스크 차관보는 맥아더 원수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원수께서도 꽤나 고단수적인 정치를 하시는 것 같군요.”

“동의하지 않으면 저야 상관없습니다. 그나마 제 제안이 가장 합당하지 않습니까?”

“하기야. 그런 결정이라면 우리 국무부에서 대환영하겠지요. 다만 한국 대사를 맡고 있는 미스터 무초에게는 상당히 미안한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 친구가 뭐라고 했기에 그렇습니까?”

“전쟁이 터진 직후 이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 국무회의 도중에 참석하여 반격에 대해 잠시 멈춰달라고 요청한 후에는 명분 쌓기로 이야기를 돌렸습니다만 우리 조사단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동안 한국군 자체적으로 반격작전을 입안했다고 합니다. 조사단의 이유로 반격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니 그에 대한 욕은 존 무초 한국 대사가 듣고 있습니다.”

“으음. 하기야 우리들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친 격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 것이 세계를 위한 좋은 일이 아닙니까?”

러스크 차관보의 말에 맥아더 원수는 그 말을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해보라고 권유를 하고 싶었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고, 넘긴다. 러스크 차관보는 그런 맥아더 원수의 감정을 느꼈는지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 것보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명분을 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빨리 한국 정부에게 반격 허가를 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맥아더 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게 나을 듯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료를 정리하면서 조사단의 업무를 마치기로 한다.

한편 같은 시각, 중국 북경 접견실에서는 꽤 화난 표정을 지은 상대를 두고, 중국 인민공화국 총리인 주은래가 식은땀을 흘리며 상대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일단 진정하십시오.”

그 말에 상대방은 화난 말투를 유지하며 따져간다.

“전 진정보다 이유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주은래는 하아 한숨을 내쉬고 대답한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정이라는 것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상대의 원성 어린 질문에 주은래는 짜증이 솟구쳤지만 잘못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원래라면 저 쪽에서 전쟁을 일으키면 바로 중공군이 내려오거나 최소한 압록강 국경에 있는 한국군 병력들을 묶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방어에 치중을 둔 터라 한국군이 공세에 들어가지 않지만 시간을 두면 둘수록 위험해지는 것은 북한 쪽이었다.

당연히 북한의 외무부 장관이자 부수상인 박헌영으로썬 중공 측의 사정이 궁금했다. 왜 약속을 어겼는지. 그 약속을 어김으로 인해서 지금 북한 측이 얼마만큼이나 피해를 입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긴 말 할 것 없이 당장이라도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그 말에 주은래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한다.

“지금은 안 됩니다.”

“왜?!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또 그놈의 사정은 아니겠지요?”

“으으음...”

박헌영은 짐짓 화난 어조로 계속해서 말한다.

“지금 이런 시간에도 우리 북한군은 상당히 밀리고 있습니다. 중국 쪽에서도 배후를 안정시키기 위해 우리 북한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무슨 사정이기에 약속을 어기고, 또 이리 행동하는 것입니까?”

주은래는 그 말에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일단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잠시 평안하게 휴식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은래의 이 말에 박헌영은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주은래의 얼굴에는 단호함이 깃들며 말한다.

“일단 휴식이라도 하며 생각을 정리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우리들 자체적으로 준비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은래가 이렇게 말하자 박헌영은 분노로 인해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결국 체념했는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어쩔 수 없군요. 대신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 두 국가 전부 손해라는 점 명심하십시오.”

박헌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수행원을 대동한 채로 방 밖으로 나간다. 주은래는 박헌영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 이내 옆에서 조용히 있던 등소평에게 한 마디 말한다.

“참으로 곤란한 손님들이군. 그렇지 않나?”

등소평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우리 쪽 잘못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쯧. 완벽한 작전을 위해 출정을 미뤄두는 팽덕회도 그렇지만 수비 때문에 전선을 축소시키겠다는 임표를 말리느라 얼마나 힘이 드는지 저 쪽이 알고 있을라나 모르겠군.”

“휴우. 다시 생각해도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나저나 한국군에서 바로 반격을 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의아한 일입니다.”

주은래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 것도 고단수적인 일이야. 이미 명분은 저 쪽이 쥐고 있어. 지금 세계에서는 남한 쪽이 일방적으로 침략을 당했다는 그런 평가야. 그리고 그런 명분에 공산주의 세력들도 동의하고 있지. 그런 전쟁에 우리 역시 발을 담그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보았는가?”

등소평은 그 말에 조금 충격을 먹었는지 한 마디 말한다.

“하기야 그렇겠군요.”

“또 걱정인 것은 미군 쪽이 즉각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야. 아무래도 자유주의 진영 쪽에서 한반도의 전쟁을 내전으로 몰고 가고 있네. 만약 우리가 참여한다면 미군이 참가할 가능성이 농후해.”

“결국 명분의 주도권은 저 쪽이 잡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 명분을 잡기위해 이렇게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 작품 후기 ============================

아무래도 전쟁은 명분 싸움이나 다름 없습니다. 명분 하나 가지고, 사기가 달라지고, 또 전쟁 의지가 달라지니 말입니다. 원역사에 중공이 내건 명분에는 한국 간의 내전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미군이 만약 38도선을 넘으면 우리 역사 참전하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지금 이야기에서는 그 반대에 가까운 분위기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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