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17화 (517/633)

0517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결국 조금씩 시간이 흘러간 뒤 주은래 총리는 모택동 주석에게 설명을 해야하는 순간이 왔다. 모택동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은래 총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 북한에서 온 손님은 잘 타일렀나?”

주은래 총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정을 이해할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유가 없다라...”

모택동은 잠시 생각한 뒤 주은래를 바라보며 묻는다.

“왜 여유가 없다고 말을 하는 거지?”

“현재 북한과 남한 간의 전력 차는 상당히 극심한 편입니다. 기습적으로 북한이 먼저 선공을 가했지만 남한 쪽에서 잘 대처를 하는 바람에 이제는 반격을 고려해야할 정도입니다.”

“북한의 전력을 우리가 너무 과대평가한 셈인가?”

“그 것보다는 남한 쪽 전력을 과소평가했던 것이 정확합니다.”

주은래 총리의 말에 모택동은 한껏 얼굴을 찌푸린다.

“남한 쪽의 전력이 강하다면 남한 쪽에 더 전력을 투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가뜩이나 임표 사령관이 전선을 축소시키겠다고 난리인데.”

임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주은래 총리는 왜 안 나오나 했다. 사실 남한 침공에 대해서 관료들 사이에 설왕설래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남한 침공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의문점이 바로 이 것이었다.

‘현재 남쪽에 있는 적을 경시하고, 꼭 배후를 안정시켜야할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문이 더해진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 간의 전쟁에 우리 중국 인민공화국이 끼어들 확실한 명분이 있는가?’

그냥 별 이유 없이 침략자인 북한을 옹호하다가는 중국 인민공화국의 위신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주은래 총리로써는 그런 일은 필히 막아야 했다. 현재 국부군과 전선을 형성하여 그들의 공격에 수비해야하는 임표 사령관은 자신의 전력들이 한국 전쟁에 투입시키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는 실정이었다.

만약 그래도 전력을 빼겠다면 복건성과 강서성에 주둔한 병력을 빼서 전선을 축소시키겠다고 말을 하는 바람에 한국 전쟁에 투입시킬 전력들의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모택동은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 한국 전쟁 북한 원군 사령관에 내정된 팽덕회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금 이 가용하는 병력으로 남한 전력을 1달 내로 박살낼 수 있소?”

팽덕회 장군은 한참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젓는다.

“어렵습니다. 현재 남북한 전쟁에 관련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현재 가용할 수 있는 병력으로 남한을 일방적으로 밀기가 불가능한 처지입니다.”

“......”

“거기다 가장 문제점은 남한을 밀어붙였다고 가정한다면 필시 다른 나라가 한국전쟁에 끼어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것을 고려하면 일은 더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끄응’ 침음성을 흘렸다. 그는 마뜩치 않는 표정으로 팽덕회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번에 한국 전쟁에 대해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은 팽덕회 장군이지 않소?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해도 되겠소?”

팽덕회 장군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냥 보기에는 한 순간에 밀어버릴 수 있는 세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보를 규합하여 판단해보니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저 남한 쪽에서 방심하면 가능성은 크겠지만 진격하다 우리 쪽 병력 손실이 꽤 클 것으로 보입니다.”

“병력 손실이 크다니?”

“이제 와서 하는 소리이지만 지금 압록강 쪽에 경계를 하고 있는 남한 5개 사단에서는 이미 전차와 자주포를 비롯한 중화기들의 배치를 이미 완료했다고 들었습니다. 잘 만든 진지에 병력의 우세로 그대로 밀어붙이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예병력들을 동원한다고 하여도 말이오?”

“거기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예병들이 무장한 장비들 대다수가 적들에게 노획하거나 혹은 소련에서 지원을 받은 물건이라 우리 쪽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장비들이라는 것입니다.”

“......”

모택동은 얼굴을 찌푸리며 주은래 총리를 바라보자 주은래 총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현재도 정예병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을 복제하거나 생산하는 일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한 마디 외친다.

“아니 우리 쪽에 투항한 기술자들을 활용하게 하여도 이런 문제이오?!”

그 말에 주은래 총리가 대답한다.

“알다시피 기술도 기술이지만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이 확실히 갖춰져야 합니다. 우리 쪽에서는 그런 기반들이 부족할 실정입니다.”

“으으음...”

“물론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썬 요원한 일입니다.”

“제길.”

모택동은 순간 욕이 나온다. 한국 전쟁을 결심한 순간부터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드는 상황들이 들린다. 하지만 북한과 애초에 약속했던 지원을 무단으로 거절해버리기에는 자신의 자존심이 걸렸다. 모택동은 다시 한 번 팽덕회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럼 만약 지금 가용할 수 있는 병력으로 남한 쪽을 친다면 장군께서는 어느 지역까지 진출할 수 있소?”

팽덕회 장군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대답한다.

“아무래도 대동강 유역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압록강을 돌파하는 것은 적들의 방심을 이용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대동강을 돌파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시간 동안 아마 남한 측에서도 충분히 대비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으음. 대동강 유역이라. 그럼 그 대동강 유역까지 진출하고는 다시 한강 유역까지 진출하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오?”

“그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쪽이 일방적으로 돌파하기에는 보급, 그리고 적들의 전력까지 계산해야 정확히 추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세 달 안으로 남한 정부를 밀어 보낼 수 있소?”

“세 달이라면 아주 희박하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그러기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전력들을 배는 확충시켜야 합니다.”

“그건 힘드오. 지금도 병력들을 모으고 있고, 임표 쪽에서 워낙 반발에 나서는 바람에.”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모택동이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어렵다 어렵다 라고 말을 하면 진짜로 어려운 법이오. 그냥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소? 왜 상황을 그리 비관적으로 보시는 것이오?”

그 말에 팽덕회가 한 마디 대답한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확실한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워낙 변수가 많고, 잘못하면 남북한 대결에 끼어든 우리 병력들이 몰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번 전쟁에 끼어드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습니다. 도박은 알다시피 전 재산을 날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끄응. 에잇 상관없소. 주은래 총리.”

“예.”

주은래는 모택동을 바라보며 그가 꺼낼 말을 기다린다.

“출정 시기는 7월 22일, 그 때까지 한반도 전쟁에 끼어들만한 좋은 명분을 만들어 내시오.”

주은래 총리는 그 말에 속으로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대답은 달랐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팽덕회 장군. 장군은 그 때까지 최대한 전력을 확충한 뒤 편성을 마치고, 바로 출정을 할 수 있도록 하시오.”

팽덕회 장군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어렵지만 하겠습니다.”

모택동은 두 사람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 마디 말한다.

“그리고 너무 어렵다 생각하지 마시오. 어떤 일이든 가능성은 있으니 말이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도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우습고, 비겁한 겁쟁이나 다름없는 일이오. 내가 할 말은 이 것이오.”

그렇게 말한 모택동은 화난 얼굴로 부관을 데리고, 회의장 밖으로 나간다. 모택동의 감정이 이 회의장 안을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서 팽덕회, 주은래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주은래가 팽덕회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주석께 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팽덕회는 그 물음에 씁쓸한 얼굴을 하고선 대답한다.

“처음에 생각했을 때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정보를 모으고 보니 남한 쪽의 전력은 그리 만만치 않소.”

“그 쪽에는 그들이 있으니 말이오.”

주은래 총리의 말에 팽덕회는 실감이 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휴우. 그냥 비리나 저지르는 사업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중국 대륙은 아직까지도 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소.”

주은래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팽덕회에게 말한다.

“과거에 장개석이 나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한 적이 있었소.”

“그거야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지 않소?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이오?”

“그 때는 장개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절하고, 지금의 주석에게 갔지만 그 중일전쟁에서 그가 장개석에게 포섭되면서 갑자기 생각났소.”

“으음...”

“장개석의 제안을 거절당할 심정이 그를 포섭하는 데 실패했던 감정과 똑같소. 휴우...”

“......”

“결국 일은 이 지경으로 돌아간 것 같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주은래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팽덕회에게 말한다.

“지금은 우리 적이나 마찬가지인 그. 암살이라도 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겠소?”

팽덕회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말한다.

“암살이라... 그 쪽도 암살에 대비하지 않겠소? 부패한 국민당 정부에서 그에게 암살 행위를 한 적이 없겠소?”

“그럴 수도 있겠소. 하지만 그를 건드리는 것이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고 여기겠지만 그 벌집이 말벌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

“어차피 이 일은 나 혼자 할 생각이오. 그냥 장군은 내 말을 들었다 했으면 좋겠소.”

팽덕회 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부디 이 일을 잘 해결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났다.

한편, 손님방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속을 썩이던 박헌영은 이내 이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주석 동지께서 어찌하여 이런 곳에...”

주은래 총리가 이 곳에 찾아와 계속 이야기를 돌리는 것으로 예상했던 박헌영은 지금 이 자리에 모택동이 찾아오자 어벙한 얼굴을 짓는다. 모택동은 박헌영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내 긴히 묻는 말이 있어서 여기에 찾아왔소.”

박헌영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한다.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답변할 수 있는 대답이라면 뭐든지 하겠소.”

“현재 그 쪽 전황에 대해서 알고 싶소.”

박헌영은 그 말에 의아하게 생각하다 이내 대답한다.

“현재 지난 달 25일에 시작한 작전이 현재 남한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무위로 돌아가 현재는 진격을 무르고, 그 쪽의 반격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흐음. 남한군이 바로 반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알 수 없소?”

그 말에 박헌영은 즉각적으로 대답한다.

“반격하고 싶은데. 못 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못 하고 있다라? 무슨 이유 때문이오?”

“아무래도 이번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될까 우려하고 있던 미국이 필사적으로 반격을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흐음. 역시 미국이 문제이겠군. 만약 우리가 한국 전쟁에 끼어든다면 미국의 태도는 어떨 것 같소?”

박헌영은 한숨을 내쉬며 모택동에게 대답한다.

“우리 민족 간의 전쟁이라 내전의 형태를 띄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쪽도 이 전쟁에 참여하기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공군이 이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한다면 미국 역시 참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역시 그렇겠군.”

“하지만 동시에 소련 역시 자극을 받아서 지원해주지 않을까? 라는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지금 우리끼리 있어서 하는 말인데 소련의 서기장 스탈린은 무기 지원만 해주고 손을 털고 있소. 만약 남한 군이 만주로 진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북한 쪽을 가볍게 포기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오.”

“으으음...”

박헌영은 모택동에게 이런 말을 듣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언제 우리 북한을 지원해줄 생각입니까?”

“7월 22일. 그 때까지는 북한이 필사적으로 버텨줘야겠소.”

“22일 까지는 꽤나 기간이 깁니다.”

“그 정도로 북한 전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오?”

박헌영은 그 말에 식은 땀을 흘리며 대답한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지만 20일을 버티는 것은 조금 한계가 있습니다.”

“무조건 22일까지 버티시오. 나 역시 약속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물리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니 말이오.”

박헌영은 모택동의 말에 고마웠지만 동시에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모택동에게 한 마디 더 묻는다.

“혹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출정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최소 100여개 사단이오. 이 정도면 대답이 되겠소?”

“최소 100여개 사단이라... 알겠습니다.”

박헌영은 이 정도 규모를 동원할 수 있는 중국 인민공화국의 위엄에 속으로 놀라웠다. 현재 북한군의 전력은 대략 10개 규모의 사단이고, 남한군은 대략 20개 규모의 사단이다. 중공군에서 투입하는 사단 수는 최소 남한 군 사단 수보다 5배 이상은 되는 셈이다. 하지만 박헌영은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과연 중공군 사단 전력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인 박헌영은 자신의 입장도 모르고 뻔뻔하게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휴우. 겨우 생각을 쥐어짜서 올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