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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던 북한 제 2사단의 7연대는 법동군과 안변군 쪽으로 진출하라는 명령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사단 본부에서 알려준 작전 애용을 들으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연대장 조방현 대좌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 소식을 전해준 장교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무리하게 공격하지 말고, 정찰하는 형식으로 그 쪽을 살펴보란 말인가?”
“예. 그 쪽의 판단을 주로 하겠지만 가급적 적이 없다면 그 쪽을 점령해달라고 합니다.”
조방현 대좌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네. 사단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마땅히 명령에 따라야지. 그나저나 만약 적이 그 쪽에 존재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아 그럴 때는 적의 형세만 파악하고, 바로 퇴각하십시오.”
“흠... 하기야 이 쪽의 병력은 상당히 열세이니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겠군. 알겠네. 그럼 준비를 하고, 1시간 뒤에 바로 그 쪽으로 정찰을 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소식을 전해준 장교는 이내 조방현 대좌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간다. 조방현 대좌는 수염이 거뭇거뭇 난 자신의 턱을 만지며 한참 생각에 빠진다.
‘단순히 정찰이라... 흠...’
아무래도 자신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명령권자는 자신이니 무리하여 명령에 따를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이 곳 상황이 급박했고, 또 신중해야만 했다. 결국 그는 연대 내 참모들을 불러 모으기로 결정한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연대 참모들이 모이자 조방현 대좌는 한 마디 말한다.
“사단 쪽에서 우리 연대에게 안변군과 법동군 쪽을 살펴보라고 하시더군.”
그 말에 연대 작전참모가 잠시 생각하다 한 마디 말한다.
“공격하라는 말씀입니까?”
조방현 대좌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아니야. 그 쪽에 적이 있다면 정찰만 하고, 만약 없다면 점령하는 순으로 가라고 하더군.”
“흠... 그 정도의 명령이라면 우리 연대에게 큰 무리는 없을 듯으로 보입니다.”
참모들 역시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연대의 작전 방향은 결정되었으니 이내 세부적인 내용을 결정해야할 때가 온 것 같았다. 조방현 대좌는 참모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어느 쪽부터 정찰하는 것이 좋을까?”
그 말에 참모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한 사람이 조방현 대좌에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해안도시보다는 내륙지역인 법동군 쪽이 좋겠습니다.”
“흐음...”
“물론 두 곳을 정찰하라고 명령이 하달되었지만 법동군 쪽이 낫습니다.”
“아무래도 동해안과 가까운 안변군은 여차하면 적 포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는가?”
“예. 그게 큽니다.”
조방현 대좌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따른다. 하기야 동해안에 어슬렁거리는 적 함대를 조심해야 했다. 현재 마련된 아군 함대는 위세 등등한 적 함대들과 싸우기에는 전력이 상당히 부족했다. 1만 톤이 넘는 순양함들이 저 쪽에 있으니 말이다.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연대 작전참모가 이렇게 말을 하자 조방현 대좌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저 쪽에 병력이 있다면 필시 소규모 규모의 우리 부대를 포위해서 화력으로 부술 것입니다.”
“으음...”
지난 번 안변군 공격 때, 남한군의 화력에 큰 피해를 입은 기억이 난 조방현 대좌는 미간부터 찡그러진다.
“하기야 초장부터 저 쪽의 야포, 그리고 자주포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아 한꺼번에 화력 투사한다면 위험하겠지. 하아...”
조방현 대좌는 적들의 화력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사실 피해를 강하게 입은 것은 적들의 전투 의지와 능력보다는 화력에 의한 피해가 많았다. 특히 야포, 자주포를 비롯한 적들의 중화기, 그리고 아군의 기갑부대를 잡을 수 있는 적의 전차들, 마지막으로 막상 보병들끼리 맞붙이 치더라도 보병들 간의 화력에서 상당히 차이가 났다.
“쯧. 이런 전쟁은 애초부터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야.”
조방현 대좌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연대 참모들은 눈동자를 돌리면서 휘파람을 불 뿐이었다. 사실 그들 역시 속으로는 조방현 대좌의 말에 상당히 동의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 상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후 시간을 소모하여 작전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도 결정지었고, 그 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휘하 부대들을 동원하여 작전을 개시하는 것이다.
한편, 같은 시각 안변군 어느 고지에 위치한 사단 본부 막사에 의자에 앉아 있었던 사단장 김종오 준장은 사단 참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에게 한 사람이 급한 발걸음으로 뛰쳐나와 보고한다.
“사단장님. 보고입니다.”
“보고? 말 해봐.”
그 말에 보고를 올리는 장교가 헉헉 대며 숨을 가다듬은 뒤 김종오 준장에게 말한다.
“현재 적 한 개 연대 규모가 법동군 쪽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허. 벌써? 그나저나 원산에 있던 병력들로 우회하는 아군을 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쪽으로 오는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현재 법동군에 파견 간 연대는 어느 연대이지?”
“50연대입니다.”
“50연대라? 박영천 대령이 있는 곳?”
그 말에 보고를 올리는 장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쯧. 보고 고맙네.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하지.”
“예!”
보고를 올리는 사람이 나가자 이내 김종오 준장은 한숨을 내쉬며 참모들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이걸 좀 써보는 것이 편리하겠지?”
김종오 준장이 내보인 것은 핸드폰이었다. 영관급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신기였다. 원래 육군참모 군수부에서 위관급 장교들까지 내년까지 분배하고, 내후년에는 부사관까지 분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하필 지금 전쟁이 터진 지라 지금 핸드폰을 가진 인원들은 전부 영관급에 해당되는 중견 간부, 고위 간부들밖에 없었다. 참모장이 김종오가 핸드폰을 꺼내자 신기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런데 이런 야지에서 잘 작동되는지 의문입니다.”
“뭐 연대 단위로 통신부대를 만들어두었으니 별 걱정 거리는 없는 거 아니야?”
참모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하기야 그럴 수 있겠습니다. 원래는 대대규모로 설치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러기에는 국방부 예산이 빠득하다고 해서 말이야.”
“하지만 중계기 설치하는 것은 예산 얼마 안 들지 않습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투덜거리며 대답한다.
“젠장. 그러게 말이야. 군 내부에 있는 도둑놈들이 이리저리 횡령해서 중계기 가격을 비싸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야.”
참모장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며 한 마디 말한다.
“하여튼 도둑놈들은 해방 뒤에도 말썽이군요.”
“뭐 군수부에 그 사람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나아지겠지.”
“그 사람이라면?”
“요즘 군수부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말이야. 그 쪽에 신기한 병사가 들어왔다고 하더군. 우리 유일한 군수업체인 동협 그룹 말이야.”
“동협 그룹? 그 그룹은 왜 나옵니까?”
“그 곳 회장이 군수부 병사로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예에?”
참모들 역시 놀란 눈치였다. 김종오 준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하여튼 치기 어린 도련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참모들은 그 말에 김종오 준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직 5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도련님 취급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사람이 군수부로 들어갔으니 조금은 나아지겠지.”
참모들은 그 말에 한창 고민에 빠진다. 동협 그룹 회장 길병윤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그에게 자신과 거의 같은 나이대의 젊은 병사들처럼 전선에 나서서 싸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자리를 주어 지금 싸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옳았다. 그래서 이번에 군수부에 병사로 들어간 병윤이 특이한 것이다. 그 때, 참모장이 김종오 준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50연대 연대장에게 연락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아차하고는 곧바로 핸드폰 뚜껑을 연 뒤 버튼을 누른다. 바로 50연대의 연대장 박영천 대령을 향해 말이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통신보안. 사교-
“필조. 사단장 김종오 준장이다.”
-헉. 무슨 일로 이렇게 전화를 주었습니까?-
“그 쪽으로는 보고가 올라왔나?”
-보고라면? 아직 보고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 쪽까지는 보고가 없군. 그럼 내가 말해주지. 그 쪽에 적 연대 하나가 올 거야.”
-그렇습니까?-
“연대에는 전차들이 얼마나 배치되어 있어?”
-현재 5대 가량 있습니다.-
“장갑차들의 수는?”
-정확히는 125대 있습니다.-
“흠. 지난 번 전투에서 장갑차 손실이 아예 없군.”
-아무래도 전차와 같은 방호력을 가진 장갑차이다 보니 적 보병들의 공격에 끄덕도 없더군요. 하여튼 동협 그룹에서 만든 물건은 잘 만들기로 알고 있습니다. 군수업체가 그 곳 하나뿐인 곳에 꽤 감사해야겠지요.-
“왜 다른 군수업체가 있다면 뭐 안 좋아지나?”
-국방부 높으신 분들께서 싼 거 비용 빼돌릴 만한 거 찾으려고 쓸모없는 기종을 뽑아 운용하게 만드는 일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자네도 어느 정도 농담을 할 줄 아는군. 장갑차도 그대로 있으니 연대에 배치된 자주포, 그리고 야포, 장갑차들을 이용해 적 연대를 포위시켜 섬멸시키도록 하세나.”
-하. 이렇게 응보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 연대가 온다는 말만 듣고,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은근슬쩍 자기 잘났다고 말하는 건가?”
-하하. 그렇게 들리셨습니까? 일단 사단장님이 직접 정보를 알려주신 것에 대해선 상당히 감사합니다.-
“그냥 명령을 부려 괜히 쓸데없는 절차를 밟아 시간을 소모하는 것보다 나아서 그러는 것이니 너무 감격해하지 말게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결과는 전투를 치른 후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 이 쪽으로 연락 주게나. 혹여 무슨 일이 발생하면 연락 주고.”
-예!-
이 것으로 50연대의 연대장 박영천 대령과의 통화가 끝났고, 김종오 준장은 ‘휴우’ 한숨을 내쉬며 참모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물건이 나오니 꽤나 기분이 좋군. 그리고 간단하고.”
참모장이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전쟁이 끝나면 이건 대대적으로 유행할 것 같습니다.”
“저 쪽이 싸게 만든다면 그럴 수 있겠지.”
“과연...”
“요즘은 본부 쪽에서 사무직으로 쓰려고 컴퓨터라는 것을 도입한다고 하더라고. 내가 보기에는 별 쓸데없는 짓인 것 같지만 말이야.”
“제가 보기에도 그냥 위에 있는 사람들이 혹해서 도입하는 것 같습니다.”
“쯧. 군 쪽 최고위 간부들은 동협 그룹과 엮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참모들은 그 말에 순간 조용해진다. 해방 이후 가장 혜택을 많이 본 사람들이 누구냐고 말을 하냐면 역시 국내에 기반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보다 누구보다 더 급속하게 성장한 이들이 있으니 동협 그룹을 포함한 길씨 일가였다. 누가 말을 하지 않았던가? 3대가 친일하면 집안이 잘 살고, 3대가 독립운동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길씨 집안을 예시로 든다면 그건 틀린 말일 수도 있었다. 그 때 연대 군수참모가 김종오 준장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도 우리들에게 썩은 물건을 팔지 않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는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군정기 시절만 하여도 미군, 영국군, 중국군에게 잘도 물품들을 납품했던 곳이 동협 그룹이었다. 그리고 물론 국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광복군에도 잘만 납품했다.
이번에 선진 강대국들이 주로 도입하던 전차나 야포, 전차, 전투기, 폭격기, 헬기 등 중화기들을 순수 개발하고 싸게 도입한 배경에는 역시 동협 그룹이 있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김종오 준장은 은근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군수참모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나저나 자네는 싱글벙글이겠군. 이런 급박한 시기에 물자들이 쏟아지니 말이야.”
“요즘은 소대 단위로 보급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요청만 하면 몇 시간 내로 헬기들이 달려 나와 물자들을 주니 말입니다.”
군수참모의 말에 참모들은 순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사단장에게 안 까이고, 다른 과 참모들에 비해서 편하게 일을 하는 장교라고 하면 역시 군수 쪽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 물론 보급 받은 물자들을 다시 분류하고, 각 휘하 부대에게 보내는 일은 역시 고된 일이었다.
“쩝. 해방이 되고 나니 세상 바뀌는 일이 많군.”
그 말에 참모들은 어느 정도 동의했다. 그러다 이내 김종오 준장은 다시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연락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사교.-
“필조. 저 김종오 준장입니다. 선배님.”
-흠. 이 시간에 무슨 전화지?-
“지금 법동군 쪽으로 적 연대 하나가 온다고 합니다.”
-우리 쪽은? 온다는 소식이 없나?-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쯧. 적 사단장 쪽이 패를 엉뚱하게 냈군. 알겠네.-
“예. 혹여 방심하지는 마십시오.”
-이 사람아. 내가 전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내가 그런 것도 모르나?-
그 후 김석원 소장에게 소식을 전달한 김종오 준장은 이내 핸드폰 뚜껑을 닫고, 다시 참모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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