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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21화 (52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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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연대 지휘차량에 탑승하여 각 휘하 부대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던 조방현 대좌는 왠지 상당히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뭔가 수상한데.”

그 말에 그의 부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수상하다는 말씀은?”

조방현 대좌는 이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이건 단순한 내 감이기는 한데. 너무 조용하군.”

그 말에 부관은 영 의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지을 뿐이다. 조방현 대좌는 그런 부관의 반응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지금 직감하고 있었다. 큰 재해가 닥친다면 느끼는 그 동물의 감각이 그에게서 발현되고 있었다.

그는 두리번거렸다. 자신에게 엄습하는 이 불안감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한창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한 가지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조용해.”

조용하다는 그의 말에 부관은 잠시 주변을 살피다 한 마디 말한다.

“제 귀에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거나 새가 지저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요즘 너무 예민해지신 것 아닙니까?”

“전쟁터에 긴장하고, 예민해야 돼. 그래야 살 수 있어. 하지만 자네 말대로 내가 너무 예민해진 것 같군.”

부관은 그 말에 ‘으음’하고는 침음을 흘리며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어느새 조방현 대좌로부터 시작된 불안감은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것 같았다. 결국 이상현상을 발견한 것은 휘하 대대의 보고가 들리면서였다.

-아무래도 법동군 쪽에는 부대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 진짜인가?”

-예. 다만 더 조사해볼 구석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조사해볼 구석이라면...”

-조금 내륙 지역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거기서 정찰은 안 되나?”

-숲으로 가려져 있어서 안 됩니다.-

“쯧. 어쩐지 불길하군.”

-예에?-

“아니야. 법동군 쪽에 적들이 없다면 이제 슬슬 여기서 철수하는 것이 낫겠군. 일단 수고했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휘하 부대의 통신이 끊기자 조방현 대좌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괜히 으스스하군.”

그 말에 연대 작전참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방현 대좌를 쳐다보며 말한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어차피 우리는 정찰 임무를 받았지. 적을 섬멸하라는 임무는 안 받았나?”

“그래도 조금 정찰한 뒤 철수한다면 사단장님이 이만저만 뭐라고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 말에 조방현 대좌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지었지만 이미 결정한 일 무를 수 없었다.

“내가 알아서 책임지겠네. 이 곳은 너무 수상해.”

연대 내 참모들은 그 말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조방현 대좌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를 때였다.

-쓔우우우우웅...-

순간 조방현 대좌의 귀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여 옆에 있는 부관에게 한 마디 묻는다.

“응? 무슨 소리 안 들리는가?”

부관은 의아한 얼굴로 조방현 대좌에게 대답한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 말에 조방현 대좌는 자신이 너무 예민한가 생각할 때였다.

-쿠콰아아아앙!-

큰 굉음과 함께 조방현 대좌 주위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조방현 대좌의 눈에서 이런 모습들이 느리게느리게 흘러가다 이내 자신도 순간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이었다.

“어......”

소리는 느리게 들려오고, 눈앞의 모든 것이 느려진다. 그러나 자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소리 지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온 몸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며 이내 순간 정신은 아득해진다. 그 후 그의 정신은 마치 전기가 나간 것 같은 전자제품처럼 꺼진다. 그렇게 조방현 대좌는 직감대로 철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운명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쿠콰아앙! 콰앙!-

거대한 폭음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북한군 제 2 연대 본부를 포함해 각 휘하 대대에서도 적의 포탄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한 순간에 함정에 빠진 북한군들의 상황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지휘관들의 빠른 대처와 함성 소리도 거대한 폭음 소리에 묻히고, 그런 와중에 병사들은 살기 위해서 모든 일도 마다 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한편, 산 중턱 포진지에 설치된 야포가 포신에 불을 내뿜고, 반동으로 뒤로 물린다. 그러자 병사 한 명이 이내 야포의 뒤 포탄투입구의 뚜껑을 열고, 탄피를 빼낸 뒤 다시 한 번 포탄을 집어넣었다. 이때 포진지에 있던 포반장이 계산병 역할을 하는 병사에게 말한다.

“좌표 가 778 다 453”

그 말에 계산병은 빠르게 계산을 한 뒤에 이내 장전수에게 말한다.

“거리 1277, 방위 18도 22분”

그 말에 야포를 운영하는 병사들이 빠르게 조정 장치를 움직이며 가까스로 계산병이 말한 대로 거리와 각도를 맞춘다. 흔히 국군에서 쓰이고 있는 야포는 포신의 각도를 움직이는 것보다 거리를 불러주면 그 거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한다.

흔히 사 눈금방식이라고 말하는데, 그 것을 설명해주면 첫 번째 눈금은 천의 단위, 두 번째 눈금은 백의 단위, 세 번째 눈금은 십의 단위, 그리고 네 번째 눈금은 일의 단위였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그야말로 거리였다. 그 눈금마다 손잡이가 돌아가는 위치가 달라 만약 거리가 1255m라고 말하면 포수들이 각 눈금에 해당되는 손잡이들을 돌려 눈금을 1255 이런 식으로 맞추는 방식이었다. 그에 따라 포신의 상하 각도가 움직이고, 그에 따라 포를 쏘면 그 거리에 정확히 도달하게 만들도록 자동적으로 조절해주는 방식이었다.

각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도와 분이 있는데, 그 것 역시 손잡이로 돌려 눈금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포수와 부포수들이 거리와 각도를 맞춘 후 수신호로 포반장에게 신호를 보내자 포반장이 쏘라고 수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포수가 이내 작동시킨다.

-퍼어엉!-

또 다시 포신이 반동으로 뒤로 밀리고, 이내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이 한 곳의 포진지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위치에 설치된 포진지 역시 마찬가지나 다름없었다. 법동군에 흘러 들어간 북한군 제 2연대는 화력 투사로 인해 지옥을 맞보고 있었다.

이런 지옥을 만들게 한 장본인인 박영천 대령은 지금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는 보고들을 받으며 빠르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래. 228고지 쪽에 있는 포들은 모두 후퇴시켜. 그리고 230고지 쪽은 아직 놔둬. 그 쪽에는 적들이 오지 않으니 말이야.”

-예!-

통신장비로 각 휘하 부대들의 보고를 듣고, 그에 따라 판단한 뒤 명령을 내리느라 박영천 대령은 정신이 하나 없었다.

“미치겠군.”

박영천 대령이 마치 정신이 여럿으로 분리되는 그런 신기한 기분을 느낄 때, 연대 작전참모가 한 마디 말한다.

“이제 포들 모두 철수시키고, 대대 쪽을 진격시켜서 수확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말에 박영천 대령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수확하는 것은 대략 5분 뒤에 할 예정이다.”

“......”

박영천 대령은 계속해서 휘하 연대 포병부대에게 명령을 내리며 북한 제 2연대를 포격해 나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박영천 대령은 다시 휘하 부대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각 대대들은 준비가 되는 대로 얼른 장갑차들을 이끌고, 수확해.”

-예! 알겠습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지 보고가 임무 완료 혹은 별 문제가 없다가 대다수였다. 박영천 대령은 이 보고들을 들으며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한숨을 내쉰다.

“휴우...”

박영천 대령의 반응에 연대 작전참모가 한 마디 말한다.

“그나저나 저 쪽에서 상당히 억울할 것 같습니다.”

“왜 우리 쪽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려서 말인가?”

“예. 저 쪽은 그냥 진입하다가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렇게 준비한 줄은 모르고,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닙니까?”

박영천 대령이 그 말에 비릿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누가 이 쪽을 침공하래?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저 쪽이야.”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박영천 대령이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자네도 꽤 감상적이군.”

“......”

“조금 쉬게. 정신이 어지러우면 휴식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죄송합니다.”

연대 작전참모는 그대로 막사 밖으로 나간다. 박영천 대령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한 마디 중얼거린다.

“쯧. 전쟁은 멀쩡한 사람을 병신으로 만드는군. 나도 병신이 되는 것일까?”

적들을 완벽히 박살냈음에도 불구하고, 박영천 대령은 연대 작전참모가 느끼는 감정에 조금은 공감되는 입장이었다. 이 후 시간이 지나 모든 적들을 소탕했다는 보고를 끝으로 박영천 대령은 이제야 상부에 보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내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김종오 준장에게 보고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사교!-

“필조. 50연대 연대장 박영천 대령입니다.”

-그래. 그 쪽은 어떻게 되었어?-

“현 시각부로 북한군 제 2연대의 섬멸을 끝마쳤습니다. 적 포로 수는 대략 1200명 정도이고, 또 아직까지 항복해 오는 인원들이 있어서 정확한 집계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아군의 피해는?-

“경상 122명, 중상 7명, 전사 2명입니다.”

-대승이군.-

“함정을 파서 가능한 일입니다.”

-아니야. 잘 되었어. 이 것으로 원산에 있는 적 전력은 약화될 거야.-

“포로들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우선 사단 쪽으로 보내. 그럼 사단에서 본부 쪽으로 따로 처리를 하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연대는 이대로 여기에 있습니까?”

-내가 명령을 내릴 때까지 전장 정리 및 정비를 하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 것으로 김종오 준장과의 연락이 끊어지자 박영천 대령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 걸로 집에 연락하는 것은 사치겠지?”

박영천 대령의 집에는 아직 전화가 설치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들 중에는 핸드폰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가족과 이야기하는 방법은 편지밖에 답이 없었다. 그는 이내 핸드폰을 품속에 집어넣고, 지갑을 꺼내 열어 한 구석에 품은 사진을 본다.

그 사진 속에는 자신의 부모님은 물론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 휴우. 힘내자. 이런 짓거리를 계속하는 것도 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아닌가?”

박영천 대령은 결국 가족의 사진을 보면서 힘을 내고는 이내 김종오 사단장이 명령한대로 연대 휘하 부대들에게 전장의 정리 및 포로들의 관리를 명령한다. 그렇게 법동군 쪽은 바쁘게 돌아간다.

한편, 김종오 준장은 핸드폰 뚜껑을 닫고, 그 것을 품에 넣은 뒤 사단의 참모들에게 말한다.

“우리들 역시 원산 쪽을 포위하는 것이 좋겠군.”

사단 참모장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한 마디 말한다.

“이대로 이 쪽을 계속 수비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아니 우리가 이렇게 있으면 저 쪽에서 게릴라로 우릴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게릴라라... 하기야 그렇겠군요.”

“어차피 탈출구야 김석원 선배가 이끄는 제 17 기계화사단이 맡기로 하였으니 우리 쪽은 원산 쪽을 반 포위하는 형식으로 나가면 될 것 같군.”

“그러면 시가전은 벌이지 않을 생각입니까?”

“윗선에서 시가전을 억지로 명령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꼭 굳이 시가전을 치러야 하겠나?”

김종오 준장의 말에 참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원산이 중요하다고 하여도 굳이 시가전을 벌일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그 말에 참모장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

참모장의 반응을 잠시 뒤로 하고, 김종오 준장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참모들에게 설명한다.

“일단 포위하는 데에 치중을 둬 저 쪽을 초조하게 만드는 거지. 어차피 낭림산맥 쪽 강습화 사단들이 반격에 나선다고 하니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만 유리해지는 판국이야. 그러니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참모장이 더 이상 이견을 내놓지 않자 김종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 참모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오후 8시까지 안변군에 있는 두 연대는 원산시를 반 포위하도록 하고, 현재 법동군 쪽에 있는 연대는 전장을 정리하고, 안변군을 수비토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제 15 기계화사단은 원산시를 반포위하기로 결정했고, 김종오 준장은 핸드폰으로 이 사실을 재빨리 제 17 기계화사단을 지휘하는 김석원 소장에게 알려준다. 김석원 소장은 핸드폰을 통해 김종오 준장의 생각에 동의하며 우회를 그만하고, 탈출구에 오는 북한군들을 잡도록 2차 포위망을 구상하며 유지하도록 한다.

결국 원산 시는 두 기계화사단에 완벽히 포위되는 형국을 맞이했다. 그리고 김종오 준장의 말대로 낭림산맥에 있던 국군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세에 나선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제가 구상하는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기존 원역사와 거의 비슷하게 피해를 볼 것입니다. 다만 그와 더불어 한국과 맞서는 나라는 그 피해에 비례해서 엄청나게 볼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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