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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정보가 확실치 않다는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의 말에 이 대통령은 아리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만약 그런 사태가 온다면 미국이 10개 사단을 파견해줄 것이라고 말을 하니 이 대통령으로썬 그나마 안도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물어볼 것은 물어봐야 했다.
“10개 사단이 이 쪽으로 파견되는 것은 둘째 치고,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우리 한국으로 즉각적으로 파병할 수 있는 병력이 있소?”
꽤 핵심적인 정보를 물어보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잠깐 생각하다 이내 대답한다.
“현재 일본에 주둔한 미 8군의 수효는 완전편제된 보병 사단 둘, 미완전편제된 보병 사단 셋입니다.”
“으음...”
“아마 즉각적으로 파병할 수 있는 병력은 아마 이 병력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고 말씀하셨소?”
“전 사실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이 대통령은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의 말에 어느 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미군이 이 쪽에 파병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저 중공 쪽에서도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잘 하면 중공 측에서 이런 사실을 감지해서 한반도쪽 전쟁에 얼씬도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이런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어떻소?”
“공표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이 대통령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자신만만한 얼굴을 짓는 이 대통령의 얼굴을 보니까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어느 정도 불안한 감정이 있었다. 속으로는 제발 쓰잘데기 없는 제안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미국은 물론이고, 아예 유엔차원에서 한국 전쟁에 끼어드는 것은 전 세계를 적으로 삼는 행위라고 공표하는 것이오.”
그 말에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어느 정도 생각하다 이내 대답한다.
“그거야 우리 미국에서도 계획하고 있는 일이니 조만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안심이 된다는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그거 참 다행이오. 지금 남북한 간의 전쟁은 우리가 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별반 문제가 되지 않은데. 만약 중공 측에서 이 전쟁에서 끼어든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오.”
“저 역시 이 한반도 전쟁이 지금 이어지고 있는 냉전의 기조가 세계대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외 더 할 말은 없소?”
“아직 많습니다. 미 8군에서 만약 한국에서 작전을 한다면 현지에서 보급할 수 있도록 부탁을 받았습니다.”
“현지보급? 미국의 그 우월한 물량이 있지 않소?”
이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자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하하 웃으며 대답한다.
“물론 우리의 자랑이기도 한 물량이 있기는 하지만 알다시피 미국과 한국 간의 거리는 거의 만 km는 넘는 거리이지 않습니까? 그 거대한 태평양을 넘어 보급하기에는 그만큼의 비용이 많이 들 것입니다.”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의 말에 이 대통령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그 먼 거리를 보급로로 사용하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차라리 현지 보급하는 편이 더 쌀 것이다.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의 말은 계속되었다.
“적어도 미 8군에서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품들을 우수하게 평가하는 편이니 그 곳의 물건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하는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의 말에 이 대통령은 기분이 좋았다. 물론 이 말이 자신을 띄워주는 말일 수 있지만 정말 띄워주는 말이라면 이런 요청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렇다.
“하하. 그런 것이라면 의당 우리 한국이 책임질 일이 아니오? 그 것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시오. 다만 물량 면에서는 우리 한국이 미국보다 상당히 부족한 것을 감안한다면...”
“물론 지속적인 보급도 있지만 사실 이런 요청을 한 배경에는 우리 미국이 한국으로의 직접적인 보급로가 가동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함입니다.”
“흠. 알겠소. 그런 사정이 있었군. 군수업체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놓겠소.”
이 대통령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니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으로썬 할 말이 없었다. 조금씩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친 뒤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먼저 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선다.
“이미 이야기는 끝난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 말에 이 대통령은 마저 일어서며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에게 말한다.
“이번 미국의 도움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은 상당히 고맙게 생각할 것이오.”
“하하. 그런 대답을 들으니 우리 미국으로썬 상당히 보람찬 일이군요.”
“그리고 아참. 옆에 있는 사람과 잠시 볼 일이 있소.”
“옆에 있는 사람?”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이내 옆에 서 있는 길남효를 바라보고는 이내 눈치를 채며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짧게 부탁합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그리 길지 않을 것이오.”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그 말에 됐다고 생각했는지 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나누고, 수행원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이 대통령은 이내 길남효를 쳐다보며 한 마디 짧게 말한다.
“일단 앉지. 나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그러네.”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전하.”
‘전하’라는 호칭은 자신을 아부하는 측근들이 자주 하는 편이어서 이 대통령은 이 호칭을 길남효에게 듣자 조금 기분이 미묘했다. 하지만 호칭 문제로 길게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던 이 대통령은 이내 자리에 앉자마자 본건을 거낸다.
“상당히 바쁜 것 같군.”
“요즘 전쟁 통이라서 제가 나설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쓰게 웃으며 말한다.
“그런가? 자네 아들들도 여기서 많은 활약을 하더군. 특히 자네 막내가 군 장병으로 입대한 소식에 대해서 나 역시 의아함이 들더군.”
“치기어린 녀석입니다. 자기는 앉아서 자신의 일만 하는 것이 양심에 찔린다고 해놓고, 자신 혼자 군 인맥의 도움을 받아서 본부 쪽으로 갔더군요. 말릴 틈도 없이 말입니다.”
“흠흠. 그건 둘째 치고. 아까 이야기는 들었을 거야.”
“아. 그 현지 보급 관련해서 말입니까?”
“자네가 그 업체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책임자의 아버지이니 어느 정도 말을 해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그 말에 길남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안 그래도 제 막내에게 그 말을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가? 다행이군. 그런데 내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일단 말씀해보십시오.”
이 대통령은 은근슬쩍 길남효를 바라보다 한 마디 묻는다.
“혹여 우리 쪽에 얼마정도 정치자금을 줄 수 있는가?”
길남효는 그 말에 순간 떨떠름했고, 그 문제에 관련해서는 병윤이 처리하는 편이라 잘 몰라 아리송한 얼굴로 대답한다.
“그 건에 대해선 저보다는 병윤과 상담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으음...”
“사실 이런 말을 드리기 뭐하지만 전 가주이기는 해도 제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재산은 별로 안 됩니다.”
길남효의 말에 이 대통령은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재산이 얼마 안 된다니? 그럼...?”
“하하. 솔직히 아들 재산을 빼돌리는 아버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다만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아들 녀석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그 말에 이 대통령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이었지만 일단 목적은 달성한 편이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네. 그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그 동협그룹 회장에게 한 마디 말을 해주게. 요즘 군 쪽에서 그의 그런 기행 때문에 조금 골치가 아프다고 말을 하더군. 벼락출세니 뭐니 말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최소 소위로 승진시킬 것으로 이야기하게나.”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갔습니다.”
“그나저나 자네의 장남은 지금쯤 뭘 하고 있는가?”
“이번에 국군의무사령부의 고문으로 들어가려고 한답니다.”
“국군의무사령부라. 아 한 달 전에 만들어진 군의관 양성 기관 말인가?”
길남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녀석이 미군 군의관 노릇을 해보았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군의관에 대한 지식이 많을 것입니다.”
“그거야 나 역시 잘 아는 사실이니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되네. 그에 대해선 아무래도 국군의무사령부에서 고문으로 모시기에 너무 과할 지경이니 말이야.”
“으음...”
“아마 계급은 준장 정도 달 거야. 미국에서 군의관으로 최종계급이 대령까지 진급했으니 준장으로 고문에 임관한다면 이 쪽의 병역에 별반 문제는 없겠지.”
길남효는 그 말에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많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려는 무슨. 자네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 것만 해도 어딘가? 다만 한독당과 가까운 것에 대해선 조금 불편하네.”
“......”
“이런 시간이 되었군. 가보게나. 내가 말한 것들에 대해서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길남효는 이 대통령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퇴장한다. 이 대통령은 방 안에 홀로 남게 되자 한숨을 내쉬며 생각한다.
‘쯧. 주위에서 저들을 버리라고 하는데. 버릴 수가 있나?’
이 대통령은 상당히 고심했다. 저들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반항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저들은 갈대처럼 이리저리 바람에 따라 왔다갔다 할 뿐이었고, 자잘한 비리사실은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하여도 파헤치면 자신들만 손해였기에 함부로 건드리기 힘들었다. 지금처럼 거리를 유지하며 정치자금을 받아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는 것이 그나마 최상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며 저들에 대한 것을 마무리했다.
같은 시기, 명월관의 한 방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행원도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 두 사람의 수행원들은 밖에 있는 것이 분명할 정도였다. 바로 현재 국무총리이자 한독당 당수인 김구와 그리고 재야로 지내던 여운형이었다. 김구는 여운형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전쟁이 터진 지도 이제 거의 보름이 다되는군.”
여운형은 씁쓸한 얼굴을 하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이승만이 권력욕이 치중해서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저지른 것은 저 북쪽에 있는 김일성이라니 상당히 씁쓸합니다. 특히 그 박헌영이 이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에 대해선 저에게 충격이나 다름없습니다.”
여운형이 그렇게 말하자 김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래. 현재 북한 쪽은 밀린다고 하더군. 함경도에 있는 사람들만 전쟁의 참화를 겪는 중이지.”
“......”
“이제 슬슬 자네도 마음을 정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았나 싶군.”
여운형은 그 말에 피식 웃고, 김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저를 빨갱이로 몰고 간 사람이 저를 회유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 때는 그 때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그 때는 내 적이었기에 그랬지만 지금은 내 적이 아니니까 이 자리에 오게 된 거야. 자네도 한계를 느끼고 있지 않나?”
“한계라...”
여운형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자신이 바라던 세상은 오지 않고, 지금은 아예 같은 민족들끼리 전쟁이 터졌다. 자신을 짓무르는 현실에 여운형은 차츰 지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모두들 아등바등 살고 있어. 이 땅에서 공산주의는 맞지 않아.”
“예. 공산주의는 맞지 않다. 그건 동의하겠습니다.”
“......”
“극좌는 극좌대로 문제이고, 또 극우는 극우대로 문제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색깔에 맞게끔 행동했지만 아무래도 현실은 저의 예상을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 말은?”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저 역시 한독당 당수의 말을 흘려 들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구의 얼굴은 은근히 밝아졌다.
“자네...”
“하지만 각하. 각하도 알다시피 우리는 물과 기름의 사이입니다. 저와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흠흠 거리며 한 마디 대답한다.
“그게 차라리 낫겠군. 독립을 위해서 적과 같은 이와 손을 잡았는데 말이지.”
“...... 약산을 이야기하십니까?”
“그래. 그 친구, 이 전쟁을 듣자마자 현실에 환멸하고, 아예 은거했더군.”
“휴우. 불쌍하군요.”
김구는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약산 그 친구. 내가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었던 사나이야. 그런 이가 은거를 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세.”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그도 지쳤을 것입니다.”
“......”
“며칠 간 저와 가까이 있던 이들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러게나. 하지만 전쟁 중이니 이 대통령의 권력은 차츰 성장하고도 남을 거야. 권력은 어느 정도 인정은 해주더라도 그의 횡행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저도 그 말에는 동감합니다.”
그렇게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김구의 입에서 누구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온다.
“그건 그렇고, 이런 세상에서도 잘 먹고 잘 살아남는 인간들이 있더군.”
“친일파들입니까?”
“흥. 그 인간들이야 눈치 빠른 인간들이지. 하지만 그들 중에서 세상에 의해 몰락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람들은 길씨 일가야.”
길씨 일가란 말에 여운형은 ‘흠.’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그 말을 하는 이유에는 꽤 여러 가지의 요소가 있군요.”
“이 세력 저 세력 박쥐 짓 하는 것에는 그들이 최고일 거야.”
“박쥐라고 해서 얄밉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민초들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민초들의 삶을 좋게 만든 그들의 공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합니다.”
============================ 작품 후기 ============================
김구, 이승만 : 씨발 박쥐새끼들.
주재윤(길병주, 길병재, 길병윤) : 아 또 왜? 니들에게 정치자금은 땅겨 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