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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24화 (52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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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김구는 그 말에 조금 놀란 얼굴로 여운형을 바라보며 말한다.

“진정 그렇게 생각하는가?”

“전 어느 정도 역할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여운형이 그렇게 말하자 김구는 쓰게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 것도 그렇군.”

여운형은 그들에 대해서 조금은 탐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만큼 민초에 대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을 걱정해야할 때가 아니었고, 기회는 여러 번 있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가가 우선이었다. 여운형은 김구를 쓰윽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또 다른 할 말들이 남아 있습니까?”

“이제는 없군. 자네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관계도 아니니 말이야.”

“대답은 차후 드리겠습니다.”

“그러지.”

여운형은 곧바로 김구에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간다. 김구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히 웃으며 생각한다.

‘나도 저 이도 이 각박한 세상에 적응하게 되는군.’

그렇게 생각한 김구는 방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 방 안으로 찾아온다. 바로 자신의 비서실장인 선우진이었다. 선우진은 이내 김구에게 인사를 하고, 방구석을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방구석 벽면에 붙인 함들 위에 놓인 꽃병들을 잠시 치운다. 그러자 꽃병들 사이에 무언가 숨겨져 있었고, 그는 그 것을 꺼내 잡은 뒤 다시 김구에게 다가가 말한다.

“회수했습니다. 총리 각하. 그와의 이야기는 어떻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안경을 바로 잡으며 한 마디 대답한다.

“적어도 반 정도는 얻었어.”

“반이라고 한다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해보고, 연락을 해준다더군.”

선우진은 그 말에 조금 근심어린 표정으로 김구를 바라보며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통상 거절할 때 쓰는 말이 아닙니까?”

김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대답한다.

“그 친구가 나에게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성격은 아니야. 싫다면 싫다고 이야기를 하겠지. 적어도 그런 언질을 말했으니 우린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돼.”

“흠. 각하의 뜻이 한 걸음 더 이룩하신 것에 대해 감축드립니다.”

김구는 그 말에 손사레를 치며 한 마디 말한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반만 성과를 이뤘다고.”

“아. 그 일에 대한 것은 잘 안된 모양이군요.”

김구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선우진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 몽양 그 작자 역시 감은 죽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설치한 함정을 잘도 빠져나간 것 같더군.”

“허...”

“미끼를 물어 금세 달려들 것 같더니만 역시 정치적인 감각은 감각이야. 사실 난 이것을 기대했거든.”

김구의 말에 선우진은 상당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휴우. 그 것 참...”

“하지만 그런 감각을 지녔으니 나에게 있어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안심이 되는군. 저번처럼 우남 형님에게 당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으니 말이야.”

“그... 그렇습니까? 그런데 각하께서는 정말 그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까?”

“그? 아... 그. 그에 대해선 걱정할 것 없네. 자네는 머무르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춧돌을 뽑아버리는가?”

그 말에 선우진은 고개를 돌리며 대답한다.

“그건 아닙니다. 우리들이 그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을 기억하면 조금 서운한 구석이 있어도 미워할 만한 대상은 결코 아닙니다.”

“크크 그렇기는 하지. 사실 그에게 일부로 그렇게 말한 이유에는 그의 약점을 잡아보려고 한 짓이니 말이야.”

“그렇기는 합니다만...”

선우진이 김구의 눈치를 어느 정도 살피자 김구는 흠흠 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뭐 정확히는 미워해서는 안 될 대상이지. 그들과 정말 결별하다가는 우리 세력이 붕괴될 만큼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네. 마음속으로는 싫어해도 그들과 무조건 손을 잡아야 하는 상대이지. 박쥐 짓을 하는 것은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겠지. 하여튼 이 이야기는 됐고, 내가 우남 형님 측근들을 살펴보니 그들이 우남 형님과 길씨 일가를 이간질하고 있더군. 이대로 계속가면 우남 형님이 버틴다고 하여도 그들 간의 균열은 계속해서 커지다 파국을 맞이하겠지.”

“흠. 말씀을 들으니 그들은 완벽히 간신배의 무리들이나 다를 바 없군요.”

“윤치영은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그도 권력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더군. 특히 신성모는 더 심하지. 신성모는 아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놓고, 길병주를 공격하니 말이야. 신성모에 대해 반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으음. 무언가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김구는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아마도 그렇게 하겠지. 그들 역시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는 그냥 놔두지는 않겠지. 완벽한 기회를 잡아서 본보기를 보일 거야. 그리고 우남 형님을 곤란에 처하게 만들겠지.”

선우진은 그 말에 무섭다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정말로 그렇게 되겠습니까?”

“우남 형님이 원치 않으셔도 주위가 그렇게 만들고 있어. 결국 그들을 선정한 것은 우남 형님이니 결국 우남 형님의 업보나 마찬가지이지.”

“......”

“나 역시 우남 형님에 대해 많이 믿으셨지만 우남 형님은 이미 변한지 오래야. 우리가 알고 있던 우남 형님이 아니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던 우남 형님의 본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일지도.”

선우진은 휴우 한숨을 내쉬며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제 두 분과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것입니까?”

“글쎄. 나나 우남 형님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왕좌를 쟁탈하면서 서로 본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말이야.”

“본 모습이라...”

“나에게 있어서 우남 형님은 나의 야망을 가로막는 호적수야. 우남 형님도 지금 그걸 알고서 나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지.”

“전 각하만을 믿을 뿐입니다.”

김구는 그 말에 기쁜 듯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한편, 김구의 방에 나가 자신의 동료들을 만난 여운형은 명월관을 나가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 여운형의 가장 절친한 동료이기도 한 조동호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묻는다.

“그 국무총리와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는가?”

여운형은 미묘한 얼굴로 한 마디 대답한다.

“나를 끌어 들이려고 하더군.”

조동호는 그 말에 놀란 얼굴을 지으며 되묻는다.

“자네를?”

“그래. 나를 말이야. 저 쪽에서도 나보다는 적수를 그 쪽으로 맞췄나봐. 정치라는 것이 상당히 묘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오늘의 동지는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네. 결코 방심하지 말게나.”

여운형은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나 역시 그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말게나.”

“그렇게 말한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

“그래. 그 국무총리의 제안에 대해서 말이야.”

그 말에 여운형은 잠시 생각하다 한 마디 대답한다.

“아무래도 그의 제안에는 동의하는 편이 좋겠지.”

“허... 그 말 정말인가?”

“내가 자체적으로 세력을 만들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하고, 상황 역시 좋지가 않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상황은 그만큼 격변하기 마련이지.”

“끄으응. 그런 셈이군.”

“백범이나 나나 이 사이를 단순히 사업, 정확히 말하면 오월동주로 인식하고 있지. 마음에 안 들면 찢어지거나 배신을 할 수 있는 그런 불안한 관계.”

“그런데 그와의 합작이 꼭 필요한가?”

여운형은 그 말에 조동호를 바라본다. 조동호는 김구와 동맹을 맺는다는 것에 조금 불편한 얼굴이었다. 여운형은 그런 조동호의 반응에 싱긋 미소를 짓는다.

“합작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적어도 뜻을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

“으음...”

“그리고 자네도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 이 길이 마치 세상과 야합하는 길로 보이니 말이야. 하지만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내가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적어도 세상에 발버둥을 치고 죽는 것이 속 시원하지 않나?”

조동호는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여운형에게 대답한다.

“자네도 상당히 독해졌군. 과거에 알던 자네가 아니야.”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조동호는 그 말에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아니지. 그런 요소가 자네에게 꼭 필요했으니 말이야.”

“그 말은 결국 내 뜻에 동의하겠다는 것이군.”

조동호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지. 이번에 그와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나?”

“그라면?”

“구미 그리고 대구에서 꽤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최주호 말이야.”

“아. 그렇군. 그를 잊고 있었군. 그런데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금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며 이번 전쟁에 대해 태도를 결정했네.”

“태도라면? 설마?”

“아무래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나가고 싶다더군.”

“허... 그 친구들도 많이 변했군. 불과 몇 년 사이에서 사상이 변했어. 쯧. 이 것도 다 김일성 무리가 일으킨 전쟁 때문인가?”

“그 것도 있지만 주변의 영향 역시 적지 않겠지. 아무래도 경북 구미와 대구 역시 문경과 가까운 지역이니 말이야.”

“아. 그렇군. 문경이라.”

조동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여운형은 다시 걸으며 말한다.

“문경과 가까운 지역은 거의 사상이 변화되었어. 옛날 조선의 모스크바로 들리던 대구 경북이 아니야. 그들 지역은 보수화된 지 오래이지. 아마 개발에 대한 혜택을 입은 것이 크니 말이야.”

“흠... 자신들에게 이득 되는 것은 금방 받아들이니 말이야. 다만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한 편이지.”

“그런 셈이지.”

“이 이야기는 되었고,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네. 몽양.”

여운형은 그 말에 의아한 눈초리로 조동호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 무슨 말인가?”

“김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영입하고자 한 것 외에는 다른 낌새가 없었는가?”

“낌새라... 한 가지 있군.”

“한 가지?”

조동호가 묻자 여운형은 확실치 않다는 얼굴로 그 일에 대해 설명한다.

“내 앞에서 길씨 일가가 박쥐처럼 붙고 다니느라 짜증이 난다고 말하더군. 마치 대놓고 불만을 터뜨렸어.”

“박쥐 짓이라. 아. 하기야 그들은 이 대통령 세력과 백범 세력을 왔다갔다 하는 편이니 말이야.”

“가능성은 있겠지. 하지만 난 꺼림칙하게 생각했지.”

“꺼림칙?”

“일부로 이런 말을 나에게 들으라는 듯 말이야.”

조동호는 그 말에 무언가를 깨달으며 한 가지 말한다.

“아... 마치 자신의 뒷 담화에 가담하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고 간 건가?”

“그렇지. 평상시대로라면 그들에 대해서 욕을 조금 하겠지만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더군. 그래서 그들의 흐름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긴 했네. 그들도 민초에 대해서 노력은 한다고 답변했지.”

“흠...”

“적어도 우린 그들에 대해 포섭을 해야 하는 입장이야. 그들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던가?”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니 다시 말할 필요는 없네.”

“그거면 되었군.”

그렇게 여운형은 조동호를 포함한 동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명월관 밖으로 빠져나간다.

구미 어느 저택의 한 방에서 만만치 않은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너 정말로 네 아내 되는 사람에게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최주평은 분노에 치미는 자신의 셋째 형 최주호의 얼굴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답한다.

“제가 그렇게 행동하겠습니까?”

최주호는 그 말에 열이 뻗친 얼굴로 대답한다.

“내 여러 번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에게 네가 잘 찾아가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네가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최주평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대답한다.

“휴우...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어떻해 합니...”

“어떻게 라니!?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지금 홀로 독수공방하고 있는 제수씨에게 빌어도 모자를 판국에!”

“형님.”

“듣기 싫다! 당장 용서를 빌거라! 당장!”

“형님!”

“어서 하래도!”

최주평은 ‘끄응’ 침음을 흘리며 최주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밖에서 한 장교가 안으로 들어와 최주평에게 한 마디 말한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떠나야 합니다.”

============================ 작품 후기 ============================

김구 : 아 낚시 실패. 그래도 떡밥은 뿌렸으니 오겠지?

여운형 : 떡밥이라 일단 생각해보자고. 물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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