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5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최주평은 그 장교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장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주평에게 말한다.
“전쟁 통이지 않습니까?”
최주평은 쓰게 웃으며 장교에게 말한다.
“그렇기는 하지. 알겠네. 형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최주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최주평을 쳐다보며 외친다.
“아직! 이야기 끝나지 않았다!”
최주평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면서 한 마디 말한다.
“다음에 이야기합시다. 지금은 제 일이 급우선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군인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최주호는 그 말에 뿌드득 이빨을 갈고, 한 마디 말한다.
“이대로 도망치는 건가!?”
그 말에 최주평 역시 참지는 않았는지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 도망이라고 말하셨습니까? 지금 이런 시국에 겨우 이런 이야기할 틈도 없을 만큼 급박합니다. 형님의 요청에 겨우겨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지금 이 시국에도 이제야 꽃을 피우는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자리에 평온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말입니다.”
“으음... 알겠다. 나가봐라. 이야기는 다시 만나면 하지.”
최주호가 그렇게 말하자 최주평은 이내 작게나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셋째 형에게 인사를 하고, 이내 장교를 따라 간다. 그렇게 저택 밖으로 나가 장교는 이내 최주평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나저나 저 사람도 박력이 넘치시는군요.”
“내 셋째 형 말인가? 그냥 죽을상은 아니지.”
“저 분도 이 지역에서 거의 유지나 다름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주평은 그 말에 씁쓸히 웃으며 이내 그 장교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네 가족들처럼 말인가? 김장표?”
“......”
김장표 중위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가족들의 암울한 최후가 기억나는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북청년단에게 가족들이 누명을 씌워 죽어나가던 꼴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 후 군에 입대한 것은 자신과 그 가족들이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입대한 것일 뿐이다. 김장표 중위는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시간에 맞춰야 합니다.”
“알고 있네. 나도 못 쓸 말을 했군.”
김장표와 최주평은 이내 차량에 탑승했다. 최주호는 저택 창문 멀리서 두 사람이 탄 차량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괘씸한 놈.’
최주호는 지금 최주평에 대해 상당히 괘씸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이야기할 틈이 있다면 단단히 혼쭐을 내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지금 위기의 상황을 겪고 있었다. 초대 국방부 장관이자 이제는 군 원로위원회의 수장인 이범석의 눈길을 피할 길이 없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이범석 옆에는 이 대통령이 자리에 앉고 있었다. 이 대통령 역시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부로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범석은 신성모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미국 국무부 고문이 전한 정보니 꽤나 가능성이 높은 정보인데. 왜 후방에 있는 사단들을 압록강 쪽에 배치하지 않았소?”
그 말에 신성모는 기다렸다는 듯 답변한다.
“군 원로위원회 수장께서 아시다시피 후방 지역에는 공산 게릴라들이 준동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을 포함해 전라도 쪽에 많습니다. 현재 규모가 소수라고 하지만 감시하지 않고, 무작정 전방으로 그 쪽에 사단들을 투입한다면 그 게릴라 세력들이 독버섯처럼 순식간에 불어날 것입니다.”
“흠.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새로운 사단을 창설하거나 아니면 전방에 있는 여유사단을 빼내어 그 쪽에 투입시켜야 하는데 그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오?”
신성모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지만 이내 답변할 것은 다 답변한다.
“그 것들 전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전방에 있는 여유사단을 빼내다 북한 탈환이 한창 늦춰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재빨리 북한 탈환을 마치고, 압록강에 여유 사단을 투입할 계획을 짜놓았습니다.”
신성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합참에서 만든 계획을 이범석에게 건네준다. 이범석은 그 계획을 살펴보며 ‘으음’ 소리를 내며 신성모를 바라본다. 신성모는 지금 상당히 긴장한 얼굴인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을 향한 청문회 자리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범석은 그럴 듯 하다고 여겼는지 이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아까 말했지만 왜 새로운 사단을 창설하지 않았소?”
“그건...”
신성모는 한창 눈알을 굴리며 이내 이 대통령을 바라보자 이 대통령은 오히려 ‘뭐? 왜 나를 바라보는데? 이 자식아.’ 이런 말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얼굴을 짓는다. 신성모는 한창 생각하다 이내 이범석에게 이렇게 답변한다.
“사실 새로운 사단들을 창설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단 신병들의 훈련기간도 있고, 또 병사들에게 지급해야할 물자들, 마지막으로 미국의 감시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은 그 미국의 감시가 풀리지 않았소?”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이유입니다.”
“두번째? 물자들 말이오?”
신성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경제상 새로운 사단을 창설하기에는 돈이 부족합니다. 사실 합참에서도 이런 것 때문에 새로운 사단을 창설하기에 망설이는 편입니다.”
“......”
“아 물론 지금은 새로운 사단을 창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세우고 있다? 그 말은 지금 즉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끄응. 한창 전쟁터에 투입시켜야할 청년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도 돈도 많이 부족합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말한다.
“아니 그럼 전쟁이 터지기 전에 그런 계획을 미리 세우지도 않았소?”
“그건...”
“그건 뭐요? 내가 국방부 장관 시절만 하여도 20개 사단으로 증강시켰는데. 당신이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바뀐 것은 하나도 없소.”
“그건 미국의 감시 때문입니다. 사실 아시지 않습니까? 20개 사단을 증강시킬 때, 미국의 감시가 얼마나 엄중했는지 그리고 그 때문에 이 대통령이 많이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허참...”
신성모가 이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자 이범석은 할 말이 없었다. 대신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럼 미리 사단을 즉시 창설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옳은 일이 아니오? 그런데 그런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함은...”
“내각의 다른 부서에서 국방부 예산 증액을 원치 않고, 다들 각 부서에 빼돌리기에 바빠서...”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것이오?! 내 말은 계획을 세우는 것 아니오!? 계획을! 계획을 말이오!”
이 때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범석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여기서 목소리를 드높이지 말게나. 두 사람이 여기서 이야기할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 인가야. 책임 공방을 펼치는 자리가 아니라고.”
이범석은 그 말에 이내 이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전하.”
전하라는 말에 이 대통령의 기분은 금세 좋아진다. 이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며 이내 신성모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일단 계획은 잡아놨소?”
신성모는 그 말에 속으로 살았다라는 감정을 가지며 일단 그 물음에 대답한다.
“예. 계획은 잡아 놓았습니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징집하는 것은 역시 시간적으로 예산적으로 어려운 일이라서 우선 특정대상을 중심으로 징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론이라 하면?”
“아무래도 동북청년단의 청년들을 우선적으로 징집할 생각입니다.”
이범석은 그 말에 떫은 감을 씹은 얼굴로 신성모를 바라본다. 그러나 신성모는 그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할 이야기를 한다.
“동북청년단이 이 나라를 위해 투신하는 애국청년들이 아닙니까? 그들을 중심으로 최소 2개 사단을 만들 생각입니다.”
“호오. 그렇군. 언제 그 2개 사단이 완성되지?”
“아무래도 완편시간에는 한 1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군. 그럼 그 계획을 즉시 수행하게나. 그리고 또 전국에 있는 예비군들은 어떻게 동원시킬 계획인가?”
그 말에 뜬금없이 일격을 당한 신성모였다. 사실 예비군을 멋대로 해체시키고, 새로운 예비군을 만들었는데 그 의도가 예비군에 자신의 세력을 심기 위해서였다. 신성모는 이내 당황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에게 말한다.
“그건... 예비군들을 동원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점을 고려해주십시오.”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군.”
이 대통령의 말에 이범석은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일단 참았다. 자신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예비군 동원 체계는 언제 완성되는가?”
“그건 아무래도...”
이범석이 답답한 표정으로 결국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예비군 동원 체계는 내가 다 만들지 않았소? 그 것들 다 어떻게 했소?”
신성모는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야 만다.
‘아니 씨발. 이런 때 전쟁이 터지는데 나보고 어떻하라고?’
사실 예비군 동원체계를 건드린 것은 자신이 생각했을 때,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는 20개 사단에서 10개 사단으로 축소시킬 생각이었다. 그 것이 그 때 당시 미국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축소 계획을 실시하기 전에 전쟁이 터진 터라 다행스러운 일면도 있었지만 이 예비군 동원체계가 마음이 걸렸다.
신성모는 원래 ‘에이 정규군이 잘 하고 있는데. 예비군을 걸고 넘어 지겠어.’ 라고 생각하고는 관심을 끊었는데, 이런 사태가 오자 지금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범석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하겠어?”
이범석은 그 말에 상당히 서운했지만 참았다. 이 대통령은 이범석의 심기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니 눈치를 챘는데도 일부로 무시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자네가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으니 어느 정도 순수하게 조언을 해주게. 일단 책임 공방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고, 지금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하는가가 문제이지 않나?”
“그렇기는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우리에게 이런 정보를 괜히 알려주겠어? 다 가능성이 있고, 확률이 높으니 이런 말을 우리에게 해준 것이겠지.”
이범석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린다. 하기야 미국은 자신들에게 이런 정보를 준 것을 보면 그건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 가능성이 낮다면 미국이 이런 정보를 자신이 알아서 분석한 뒤 은폐할 가능성이 컸다.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막상 아니라면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만큼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이건 확실히 일어날 것 같으니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겠는가? 이범석은 그래서 우선 미국에 대한 의심을 지워버린다. 왜냐하면 미국이 속일 의도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면한 과제인 압록강 수비를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에 대한 측면이다. 그래서 이범석은 신성모 국방부 장관을 바라보며 한 가지 묻는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압록강 쪽 군단장인 이우 중장에게 이야기했습니까?”
신성모는 그 말에 ‘아차’했지만 일단 엎질러진 물, 사실을 이야기해야 했다.
“현재 이우 중장에게 중공 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흠...”
“아마 이우 중장은 유능한 편이니 이미 대처를 강구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이범석은 신성모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이우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이범석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언제 중공이 이 쪽으로 침공해올 것인가? 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를 예측해야하지 않소?”
“그런 정보가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이러고 있겠습니까?”
“하기야 그 것도 그렇지. 그럼 만약 중공 쪽이 이 쪽으로 침공해 들어간다고 예상했을 때, 여유 군사력을 이 쪽으로 투입시킨다고 가정을 하겠소.”
신성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범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중공은 중화민국과 대치 중이오. 그들을 경시할 수 없는 노릇이니 아마 우리 쪽에 투입시킬 전력은 별로 안 될 것이 분명하오.”
“아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중화민국에서 보내준 중공군 전력을 살펴보면 정예사단이라고 해봤자 대다수 중화민국군에서 노획한 장비들이오. 그 장비들은 지금 우리가 생산하는 군수 물자의 거의 전 단계나 마찬가지이오.”
“그렇다는 이야기는?”
“실질적인 전술이나 전략은 모르겠지만 그런 장비를 보유한 채로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겠소. 중공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리 한반도는 북경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이자 최악의 지리적 위치를 지니고 있소.”
“예. 그건 그렇습니다. 외교부에서 입수한 정보이기는 한데 거기서 중화민국에서 파악하기로는 자신의 국경선에 있는 중공군의 전력이 하나 둘 철수하고, 수비에 굳건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 그건... 이미 우리 쪽을 침공해올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정보가 아니오?”
“그게 확실치 않습니다. 이 정보가 단순히 손해를 입은 사단을 한꺼번에 재정비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도 하는군. 일단 정보들이 모인 것에 따라 중공 쪽은 확실히 침공해올 것이고, 그 규모와 전력이 문제인데. 전하 괜찮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이범석을 바라보며 묻는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이야기가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으음... 짧게 끝내면 안 되겠는가?”
“아예 합참 규모로 다시 계획을 재정립하는 것이 나아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다. 이제 자신의 나이도 76세였다. 이런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정계에서든 어느 계에서든 이미 은퇴하고 남을 나이였다. 그만큼의 체력과 그리고 정신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권력욕 때문에 지금 이 자리를 버티고 있지만 회의가 길어지면 통상 지겹고, 힘들기 마련이었다. 이범석은 자신에게 그걸 물어본 거다. 이 대통령은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신성모를 바라보며 말한다.
“최종적으로 회의가 끝내면 따로 보고하게나.”
“예. 전하!”
============================ 작품 후기 ============================
제 1공 시절 회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저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상상력으로 구상해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성모와 이범석의 사이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 내용처럼 그나마 갈구고 다닐 정도인가? 아니면 친밀해서 호형호제 하는 사이인가? 아니면 마치 길씨 형제들과 박출환 같이 하늘에 두고 같이 살 수 없는 원수인가? 그 걸 잘 모르겠습니다. 알고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십시오.
아 혹여 대통령 호칭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을텐데 그 때 당시에도 각하로 불리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각하보다는 전하로 부르는 것이 좋아서 측근들이 아부하려고 전하라는 호칭을 자주 했다고 하니 그런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