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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7월 18일, 어느새 국군은 북한군이 세운 여러 전선 계획 중 4선에 도달하고 말았다. 여기서 북한군이 상정한 제 4선은 무산, 부령, 청진 경계를 잇는 전선이었다. 3개 지역이라고 하지만 전선의 길이는 70km에 가까웠다. 그래서 국군 쪽에서는 5개 사단을, 북한군 쪽에서는 3개 사단을 투입했다. 다만 이번 5개 사단 중 2개의 기계화 사단은 청진을 함락시키고, 결국 압록강 쪽에 투입될 것이라는 소식이 파다했다.
그 중 한 기계화 사단을 이끌고 있는 사단장 김종오 준장은 지도를 보고 있었다. 평야지대는 아무래도 청진이 끝나는 것 같았다. 청진부터 라진까지는 거의 해안절벽이나 다름없어서 기계화 사단 및 기갑여단의 기동성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쯧. 전차나 장갑차들이 산악 지형에서 잘 쓸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고 말을 들었는데. 휴우. 어쩔 수 없나?”
합참에서는 청진 시 함락이 끝나면 두 기계화 사단을 압록강 신의주 지역에 두기로 하였다. 신의주 근방이 평야 지대라서 활용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종오 준장은 지금 바로 북한을 쳐서 통일을 이룩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역할은 이제 다른 사단들에게 넘겨줘야 했다.
그 때, 김종오 준장 군복 안에서 뭔가 울리기 시작한다. 바로 자신이 품속에 지니고 있던 휴대폰이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김종오 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품속의 휴대폰을 꺼낸 뒤 뚜껑을 열고, 귓가에 휴대폰을 갖다 대며 묻는다.
“냉면”
-평양.-
“누구십니까?”
-네 선배다.-
“선배라는 사람들은 많은 데. 정확히 어떤 선배입니까?”
-너랑 같이 기계화 사단을 운용하는 김석원 소장이다. 되었냐?-
“아. 충성.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쯧. 건성건성 하게 대답하는 곳 보소.-
“아시지 않습니까? 전쟁 통에 예의 챙길 틈이 없다는 거.”
-피차 피곤하니까 예의 따지지 말라는 거냐?-
“네. 그렇습니다.”
-쯧. 알겠다. 그나저나 청진시 남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현재 포위 준비는 완벽합니다. 그런데 조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 그 청진시를 바로 점령한 뒤 신의주 쪽에 배치되는 것을 말이냐?-
김종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실 윗분들께서 보기에 기계화사단과 기갑여단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형에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또 청진에서 나진까지 진격하기 힘들다는 것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줬다 뺏는 그런 거 말이냐?-
“정확히 말하면 과자 먹다가 빼앗아서 다시 찾으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그 말에 핸드폰 너머의 김석원 소장은 별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대답한다.
-뭘 그렇게 서운해 하고 있어? 원래 군인 인생이란 그런 거야.-
“......”
-그 심정 잘 알지. 나도 일본군에 있을 때만 해도 그런 짓거리를 많이 당해봤거든. 하지만 이 정도 일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니야. 또 북한군의 전력도 많이 죽었으니 병력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 뿐이야. 그냥 받아들여.-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쉴 뿐이다.
“예. 예. 알겠습니다. 일단 청진 시 공격은 언제 하실 생각입니까?”
-내일 새벽부터 공격하지.-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것으로 김석원 소장과의 통신이 끊어진다. 김종오 준장은 복잡한 눈길로 책상 위에 있는 지도를 바라본다. 역시 자신들이 활약할만한 지형은 나진 시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억지로 운영하면 전진이야 가능하겠지만 평지에 굴리는 것만큼은 못했다.
“에잇 됐다. 자네. 군수 참모 좀 불러봐.”
그 말에 가만히 행정 일을 하던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막사 바깥으로 나가 군수 참모를 찾아간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병사는 군수 참모를 대동하고 김종오 준장에게 소개하고는 다시 제 할 일을 다 한다. 사단 군수 참모는 눈알을 돌리며 김종오 준장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청진 시 함락 후, 우리 사단이 신의주 쪽에 배치되는 것 잘 알지?”
“예. 예. 그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열차를 알선하고, 신의주 쪽에 군수품을 미리 둬서 우리 사단이 그 쪽에 도착하면 즉시 이용가능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거 잘 됐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손사레를 치며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원래 그 일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는데. 일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다행이군. 나가보게.”
군수참모는 머쓱한 얼굴을 지으며 김종오 준장에게 인사하고, 막사 바깥으로 나간다. 김종오 준장은 한숨을 쉬며 다시 지도를 바라본다. 지도에는 현재 연대가 어디에 주둔해 있고, 연대 내 대대는 어디에 주둔해 있는지 나타내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사단에 보유하고 있는 20여대의 자주포인 천둥의 배치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쯧. 저 쪽에서도 민간인들을 미리 철수시켰으면 좋겠군.”
시가전을 벌일 때쯤 항상 발생하는 것이 시내에 미처 떠나지 못한 민간인들의 존재였다. 그러나 원산 시를 함락시킬 때나 함흥을 함락시킬 때 느끼는 것인데 대다수의 민간인들은 이미 주변에 피신하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히 전투 중에 민간인들의 존재가 민폐나 다름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쪽 군대가 악랄하다고 한다면 민간인들을 아예 고기방패로 세워두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그럴 경우 차후 민심의 향방이 이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에 그런 짓은 별로 하지도 않았다. 또 시가지를 수비하는 일선 지휘관들의 양심도 한몫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절박해지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북한군들이 그런 비인간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김종오 준장은 이 자주포들을 시가지로 쏟아 부어야 하는지 고심했다.
한창 생각하다 김종오 준장은 이 자주포들을 원격 지원용으로 쓰기로 했다. 시가지에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저 시가지에 있는 민간인들이 희생당할까봐 싶었다. 또 같은 동포이기에 더더욱 쓰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자주포는 방어시설을 짓고, 견고하게 방어를 갖추고 있는 적들에게 쏘기로 했다. 물론 보병들에게 휴대용 대전차무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말이다.
현재 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대전차무기는 미군에서 수입한 바주카들뿐이었다. 물론 국산 대전차무기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미군에서 넘치는 바주카들이 꽤 쌌기에 개발하는 것보다 쓸모 많은 바주카들을 싼 값에 수입하여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바주카 값이 비싸다면 얼른 개발하여 양산할 것이다.
김종오 준장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일 새벽에 개시될 청진 시 함락 작전을 생각하며 말이다.
한편, 같은 시각 소위 계급장을 단 병윤은 오랜만에 자기 형님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쟁 통이라 전부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병주야 항상 군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평상시의 느낌이었지만 병재가 군복을 입는 모습을 보니 병윤은 꽤 신기해했다. 병주는 두 사람 모두 군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짓는다.
“형님과 병윤이가 군복을 입는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납니다.”
병재는 마치 추억을 회상한 표정을 지으며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나야 미군에서 군의관 생활을 했으니 군복 입는 것이 당연했지. 그런데 입대하자마자 별 하나 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주는 그 말에 키득키득 웃고는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형님이야. 미군에서 대령까지 진급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시카고에 있는 재생치료센터에서도 의사 일을 했어도 신분은 군인이라고 들었습니다.”
“뭐 전쟁이 끝나고, 바로 전역하고 다시 여기로 왔지만. 지금 또 입대하니 상당히 기분이 묘하군.”
병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 앞에 있는 커피 한잔을 마신다. 병주는 병재에게 시선을 돌려 병윤에게 향한다. 병윤의 견장에는 소위 계급장이 달려있었다. 별 세 개인 자신과 이제 갓 장교가 된 병윤과의 차이점은 어마어마했다. 병주는 병윤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우리 집안에도 쏘가리(소위의 비하언어.) 하나 들어왔네.”
병윤은 그 말에 한 마디 답했다.
“그냥 병사로 전역하고 싶었는데 알아서 장교 직위를 던져주더군요.”
병윤의 그 말에 병주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 마디 대답한다.
“병사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으니까 그렇지.”
“뭐 떠도는 소리에 의하면 저 잘하면 소령으로 진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병주는 그 말에 배알이 꼴리며 한 마디 말한다.
“이 자식도 상당히 진급을 빠르게 하구나. 다른 소위들은 격전지에서 목숨을 도외시하며 전투를 하는데도 진급을 할까말까한 상황인데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들썩이며 한 마디 말한다.
“아니 저 쪽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저보고 어떻게 합니까?”
“아니 뭐 그거야 그렇다고.”
“그런데 형님네 군단은 전방 쪽에 배치되지 않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 사정 알잖아. 그 같잖은 국방부 장관이 나를 얼마만큼 견제하는지.”
“아...”
병재는 그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병주에게 대뜸 묻는다.
“그런데 그 신성모라는 사람과 원수 진 것 있어?”
“제가 알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아 한 가지 있기는 하군요. 그 사람 원래 동북청년단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병재는 ‘동북청년단’이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한 마디 말한다.
“그 쪽 계통이냐?”
“예. 그렇습니다. 제가 제주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아주 악질적인 인간들을 사형시켰습니다. 아마 그 때부터 동북청년단들과 사이가 꼬인 것 같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짜증이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건 완전히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상황이 아닙니까?”
“당연한 말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신성모는 얼마 남지 않았어.”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렇지. 내가 알아보기론 이 대통령도 그 쪽과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동북청년단이 설치는 것이 꽤 있어서 그렇지.”
이 대통령이 동북청년단을 가지고 이용한 것에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막상 동북청년단이 자신의 권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 대통령은 서서히 동북청년단과의 거리를 멀리하고 있었다. 물론 동북청년단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모는 아직 국방부 장관 직에 영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호오 그렇습니까?”
“하지만 후방에 있는 공산 게릴라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으냐?”
병재의 말에 병주는 한 마디 말한다.
“아니 그거 언제 적 이야기를 합니까? 물론 설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냥 후방 여단 하나만으로 토벌이 가능할 정도로 수준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뻘짓이라는 것입니다.”
“흠... 그렇군.”
“그런데 아직까지 공산 게릴라 핑계로 우리 군단을 전방으로 보내지 않는 것을 보면 국방부 장관이 그냥 저를 견제하고 싶어서 이렇게 두는 것 같습니다.”
병주는 신성모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병재는 그 모습을 보자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병주에게 말한다.
“내 따로 한 번 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호오...”
“이 대통령과 나와는 어느 정도 친밀함이 있으니 잘하면 들어줄 지도 모르지.”
“아 물론 그렇게 되면 다행입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돌아가자 병윤은 그저 코코아를 마시며 그 두 형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내 코코아잔을 다시 내려놓고, 병재에게 묻는다.
“큰 형님은 요새 뭐하고 지내십니까?”
“나? 나야 군의관들을 관리하고 있지. 동현대학교에서도 재생치료를 쓸 수 있는 의사들이 꽤 있어서 전반적인 치료는 그들이 다 하고 있지. 난 그들의 실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자들, 혹은 치료가 잘못되어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들만 돌보고 있다.”
병윤은 그 말에 흥미로운 듯 한 마디 말한다.
“그럼 행정직도 큰 형님이 하십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원래 병원 행정 관련해서는 사무소장 미스터 시렌이 다 해주고 있었는데. 미스터 시렌은 미국인이지 않으냐? 너 따라 군대에 입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그래서 대학교의 의학부분 행정직을 계속하고 있어.”
“아.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대학 다니면서 행정 관련한 것에 대해선 경험이 있으니 말이야. 정 모르면 너에게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으냐?”
그 말에 병윤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대답한다.
“저 아시지 않습니까? 요즘 보급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지금 이렇게 여유부리는 것도 기적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하기야... 그런데 보급 관련한 것들은 네가 다 처리 하냐?”
“기존 군수과 사람들이 다 제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느 정도 도움을 얻고 있지만 거의 혼자서 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쯧. 그럼 차라리 내 군단의 군수 참모 직으로 들어갈래?”
“군수과 사람들이 저를 놔준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국군의 보급 면에서 꽤 잘 진행되고 있었다. 미군 고문관에서도 보급만큼은 자신들이 배워야하겠다고 말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그런 성과의 대부분은 역시 병윤의 능력에 기인한 바가 컸다. 군수과 사람들의 일이 절감되는 것 역시 병윤 때문이었다.
그래서 군수과 사람들은 병윤에 대해 함부로 대하지는 못해도 의지하는 바가 많았다. 특히 군수과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채병덕 중장은 아예 병윤이 없으면 지금처럼 일이 배가 늘어날 지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병주는 이걸 미리 알아보고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에휴. 고생한다. 원래 광복군 보급 같은 거를 다 대준 것 역시 너이니 보급계로 편성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아무래도 회사 직원들을 입대시켜서 보조하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때, 병재가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것도 이 대통령에게 한 번 말해 볼게.”
“굳이 큰 형님이 수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한 번 합참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 그렇군.”
병재는 병윤이 군 상층부와 꽤 친밀하다는 것을 알자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이후 그들의 시간도 점차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병윤은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병주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또 일이냐?”
“세 사람이 모여서 만나지는 못해도 가끔씩 만날 수 있겠지요.”
“고생한다.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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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모두들 건강하십시오. 숨도 못 쉬는 지경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왜 옛날 사람들이 비염을 엄청나게 증오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