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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28화 (52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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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7월 19일 새벽 3시, 청진 시를 수비하고 있었던 북한군 제 3사단의 사단장 이영호 소장은 잠을 설쳤다. 뭔가 모를 불안감이 들어서 그렇다. 군복을 입고, 얕은 잠을 잔 그는 다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회의실 안에는 피곤한 표정들의 병사들과 장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자야할 시간이지만 전투라는 것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에 깨어나야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자 이영호 소장은 자동적으로 한숨이 나온다. 6월 25일 당시 기세 좋게 진격하기는커녕 지금은 제 4선까지 몰렸다. 청진시를 둘러싸며 포위전을 펼치는 적 두 개 사단의 철저함에 이영호 소장은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이제 3일만 버티면 저 북쪽에서 자신들의 원군이 온다는 말을 들었기에 이 피곤한 상황에서 겨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이영호 소장의 눈에서 회의장에 어슬렁거리는 사단 참모장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사단 참모장에게 시선을 두며 부른다.

“참모장.”

사단 참모장은 피곤한 기색이 만연했지만 이영호 소장의 말에 곧바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말한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수비 상태는 어떤가?”

“그대로입니다.”

“그대로?”

“예. 현재 병사들과 시에 남아 있는 주민들을 동원하여 시 내부에 철저한 방어시설을 구축했습니다.”

이영호 소장은 그 말에 비웃는 얼굴로 한 마디 말한다.

“조잡한 엄폐물들이겠지.”

그 말에 사단 참모장은 빈정이 상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 수준이었기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뭐. 지금 상황에서 그런 엄폐물들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시설이겠지.”

이영호 소장은 참담하다는 얼굴로 자조하자 사단 참모장은 속으로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라는 감정이 가득했다. 이영호 소장은 사단 참모장의 얼굴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현재 우리 사단이 탈출할 수 있는 탈출로는 마련했나?”

사단 참모장은 그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 이영호 소장에게 한 마디 묻는다.

“상부에서 탈출을 허락했습니까?”

이영호 소장은 그 말에 비상시 탈출하라는 명령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여기서 뼈를 묻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죽을 둥 살 둥 버티면 사단 전력이 박살난다. 적어도 시간을 끌 수 있는 역할을 하겠지만 전력이 사라지면 다음 적 공세에 대비를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영호 소장은 잠시 생각하다 한 마디 말한다.

“아직까지 상부에서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군.”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서 죽을 때까지 수비할 수 없잖아?”

그 말에 사단 참모장은 설마 하는 눈빛으로 이영호 소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임의대로 사단 전력을 탈출시키려고 합니까?”

“현재 시에 남아있는 폭약들은 있나?”

사단 참모장은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이영호 소장에게 답한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군수 참모가 잘 알지 않겠습니까?”

이영호 소장은 눈빛으로 참모장을 째려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원래 그런 것을 아는 것이 참모장의 역할이 아닌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사단 참모장의 말에 이영호 소장은 짜증이 났지만 참고, 한 마디 말한다.

“그건 따로 군수 참모에게 물어봐야겠군. 그럼 우리 사단 전력이 탈출할 수 있는 경로는 있는가?”

그 말에 이영호 소장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이영호 소장의 시선을 지도에 유도시키며 설명한다.

“이 지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청진 시 동북쪽에는 산악들이 있습니다.”

“흠...”

“아마 중장비들을 가지고 이 쪽에 가기는 힘들겠지만 몸이 가벼운 보병들은 이 쪽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이 청진 시를 포위하고 있는 적 두 개 사단은 기계화 사단이라고 하니 산악 쪽으로 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현재로써 가장 가능성이 높은 탈출로는 이 쪽 지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까 폭약들의 수량을 물어보신 것 같은데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이영호 소장은 그 말에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아니 적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말이지.”

그 말에 사단 참모장은 눈치를 채며 한 마디 말한다.

“아아. 이 곳을 적들의 무덤으로 삼을 생각입니까?”

“호오. 자네는 눈치가 좋아. 이대로 탈출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사단 참모장은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대답한다.

“그거야 그렇습니다. 시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걸 신경 쓸 때가 있는가? 자칫 삐끗하면 우리 사단이 전멸할 판인데?”

사단 참모장은 이영호 소장의 말에 일부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우리 부대였다. 민간인들이야 저들이 알아서 잘 수습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사단 참모장은 별 생각이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청진 시를 점령해도 별 쓸모가 없는 것처럼 해야 한다는 사실이지.”

“별 쓸모가 없다는 말씀은?”

“뭐긴 뭐야? 청진 시 주요 기관들을 모조리 파괴시켜. 적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이영호 소장의 말에 사단 참모장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공공기관, 산업시설, 그리고 공장들 모두 파괴시키겠습니다.”

“그래. 그래.”

사단 참모장의 대답을 들은 이영호 소장은 만족스러운 눈빛과 표정으로 사단 참모장을 바라본다.

청진 시를 수비하고 있던 북한군 제 3 사단이 자신의 작전을 결정짓고, 행동에 나서고 있을 때, 현재 청진 서쪽에서 남쪽으로 반 포위하고 있었던 제 15 기계화보병 사단의 사단장 김종오 준장은 통신장비를 조작하고 있던 통신병을 통해 각 연대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현재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어?”

-제 50연대 모든 준비 끝났습니다.-

-제 52연대 출동 준비 끝났습니다.-

-제 53연대 준비 끝났습니다.-

다들 준비가 끝났다고 보고를 하자 김종오 준장은 생각을 하다 이내 통신장비를 향해 대답한다.

“현재 시각 오전 3시 52분. 8분 뒤인 오전 4시에 작전을 개시한다. 현재 청진 시 남쪽에 자리 잡은 52연대는 공장지역을 습격하고, 52연대 왼쪽에 배치된 53연대는 바로 옆에 있는 52연대의 작전을 보조한다. 그리고 청진 시 서쪽에 있는 50연대는 곧바로 적 수비망을 돌파하여 최종적으로 부두를 점령한다.”

김종오 준장의 설명에 52연대의 통신장비 쪽에서 연락이 들려온다.

-화력 지원과 기갑 여단은 투입시키지 않습니까?-

“전차들은 시가전에 별 효용이 없다. 그러니 화력 지원만 가능하다. 지난번 원산 시가전 때도 전차들의 기동성이 떨어진 것 다 경험했잖아.”

-으음. 그럼 사단 기동중대는 어디로 지원합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을 듣고 생각을 한 뒤 대답한다.

“기동 중대는 50연대를 보조할 생각이다. 50연대의 공격 순서에 맞춰 기동중대를 청진 시 부두 해안 근처에 대기시키다 부두에 강하시킬 것이다.”

-알겠습니다. 상황 인지.-

그러자 50연대, 53연대에서도 대답이 들려온다.

-50연대 상황인지.-

-53연대 상황인지.-

명령하달까지 끝나자 김종오 준장은 자신이 찬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다. 손목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정확히 3시 5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자 조금 있다 분침이 한 차례 움직였고, 결국 정확히 4시가 되었다. 김종오 준장은 곧바로 통신장비를 통해 외친다.

“모두 작전 개시!”

-알겠습니다.-

그 것으로 김종오 준장은 말을 끝내고, 통신장비에서 시선을 뗀 뒤 자리에 앉는다. 김종오 준장은 전투가 시작하기 전에 항상 걱정부터 앞섰다. 전투는 항상 변수가 많아서 무슨 일이 들이닥칠지 몰랐다. 그 변수들 때문에 자신의 사단내 병사들이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근심이 생긴다. 물론 속으로 이런 생각으로 자신을 달래지만 말이다.

‘뭐 괜찮겠지. 지금까지 잘 하고 있잖아. 보고에 따라서 상황을 파악한 후 바로 명령을 내리면 돼.’

그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연대에서 올 보고들을 기다린다.

한편, 지휘차량에 탑승하여 사단장의 명령을 들은 50연대의 연대장 박영천 대령은 미소를 짓고는 이내 통신병이 조작하고 있는 통신장비를 운영해 곧바로 연대 내 휘하 각 대대들에게 임무를 하달한 후 생각에 빠진다.

“휴우 무턱대고, 장갑차를 앞장선 채 돌진한 것이 실착이야.”

사실 기계화사단은 시가전에 어울리지 못했다. 평야라면 기동성을 살려 지형적 이점을 가질 수 있지만 시가전에서는 그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기동성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뭐만 남느냐? 바로 장갑차와 전차들이 가지고 있는 장갑들이었다. 장갑들은 적 보병 화기들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아군 병력들에게 있어서 움직이는 엄폐물이나 다름없었다. 거기다 장갑차와 전차들에게 달려 있는 각 기관총들이 아군 병력들에게 화력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건 적 보병들이 소총만 가지고 있을 때의 상황이다. 적들은 바보가 아니다. 만약 장갑차들이 나타난다면 그 것들을 파괴할 보병 대전차무기들을 운영하여 발사하기 시작한다. 대전차 무기는 보통 엄폐하는 적 보병들을 깨부술 때 사용하거나 지금 명칭처럼 장갑차나 전차들을 타격 입힐 때도 사용한다. 잘 숨어서 대전차 무기를 활용한다면 그 것만큼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시가전은 건물을 아예 요새처럼 활용하는 예가 많기에 적들이 건물 속에 숨어 대항한다면 그 것만큼 골치 아픈 일들이 없었다. 그래서 시가전은 항상 건물 속에서 대항하는 적들과 그들을 소탕하는 아군들의 싸움이었다. 그 때문에 시가전에서 보병 전력을 얼마만큼 투자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장갑차나 전차들은 그저 그 보병 전력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가전은 항상 수비 측에 유리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내 지리들을 수비 측이 잘 알고 다녀서 그 이점을 살려 공격 측을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공격 측은 그런 것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따르는 부비 트랩들까지 생각하면 공격 측도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시가전은 항상 시가전을 위한 전문 병력들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시내에 돌입하는 것보다 말이다. 박영천 대령은 원산 시가전을 떠올리며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시가전에서 저격만큼 무서운 것들은 없지.’

시가전에서 엄폐물은 많고, 숨을 곳은 많다. 그러면 거기에 가장 적합한 병과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저격병이었다. 건물 속에 숨어 자리를 잡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적들은 저격병들의 먹이나 다름없었다. 비유하자면 아무 것도 모르는 정글 속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는 고양잇과 맹수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결과야 상상이 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격이라고 해도 방탄장비를 노릴 수 없었다. 아쉽게도 북한군이 지니고 있는 저격총의 위력은 국군 병사가 입는 방탄장비를 꿰뚫기엔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실 원산 시가전을 치르면서 국군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은 위력이 우수한 무기들, 아니면 전무후무한 장갑차들과 전차들이 아니었다. 바로 병사들이 입고 있는 방탄장비들.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막 시가전을 시작했다면 국군 측에서 많은 손실을 입을 것이다.

처음 병사들은 방탄장비에 대해서 귀찮아했지만 지금은 이 것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는 신기라는 것을 깨닫자 애지중지하고 있었다. 적들의 총에서 내뿜는 총알이 적어도 방탄장비에 막히자 사망해야할 피해에서 중상으로 그치고, 중상에 판명될 피해가 경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거기다 수류탄들의 파편을 막아주니 이 얼마나 좋은 장비인가?

지금 지휘차량에 탑승하고 있는 박영천 대령 역시 방탄장비를 꼭 입고 있었다. 시기는 이제 7월 중순이라 한창 더위에 지칠 때라 입고 있으면 자연히 더워지지만 이 것만큼 자신을 지켜지는 것은 없었다. 물론 여름용 방탄장비가 있다고 듣기는 들었는데 박영천 대령은 아직 그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한창 고심하고 있을 때, 곧바로 지휘차량의 통신장비에 보고가 들려온다.

-현재 여기는 1대대 시내에 숨어있는 적들과 교전 중임.-

그 말에 박영천 대령은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현재 적의 규모는?”

-정확히 추산할 수 없으나 대략 1개 중대로 파악됨.-

“뭘 망설이고 있나? 장갑차를 이용해 돌파해.”

-현재 그러고 있음.-

“알겠다. 화력 지원 필요한가?”

-연대 포병대대의 화력이 필요함.-

“허락하겠다. 좌표는 포병대대에 전해.”

-수신 양호.-

곧 이어 하늘에서 ‘씌웅~’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굉음 하나가 들린다. 아무래도 연대 포병대대에서 쏜 포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 조금 있다 아까의 1대대에서 연락이 왔다.

-현재 교전 중인 적 1개 중대는 12명의 사상자를 남긴 채 철수. 계속해서 작전 지속하겠음.-

“상황 인지.”

그렇게 박영천 대령은 계속해서 각 대대들의 보고들을 들으며 각 상황에 맞게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며 각 휘하 대대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통신장비에서 연락이 온다.

-여기는 뻐꾸기 뻐꾸기 현재 진행상황은?-

“현재 부두를 향해 진격하고 있음.”

-어느 영역까지 진출하였나?-

“지금 부두까지 가는 시내 반을 점령하였음.”

-부두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되나?-

“약 20분 정도 소요됨.”

-상황인지. 부두에 도달하면 뻐꾸기에 연락 바람.-

“양호.”

사단과의 갑작스러운 연락이 끊기자 박영천 대령은 한숨을 내쉰다. 과연 20분 뒤에 부두에 도착할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영천 대령의 이런 걱정은 기우였는지 연대 내 병력들이 부두 근처에 올 때는 약 10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각 대대에서 올라오는 보고에 따르면 적 병력들은 어느 정도 저항하다 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영천 대령은 그 보고에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 걱정이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일단 부두에 거의 도달했다고 했으니 보고를 해야 했다.

“뻐꾸기. 뻐꾸기 여기는 새끼 하나. 새끼 하나. 현재 부두 지역에 도달하였음.”

-상황인지. 곧바로 기동중대를 부두에 급파하겠음.-

기동중대를 이 쪽으로 보내준다는 사단의 말에 박영천 대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양호.-

그 후 50연대는 청진 시 부두를 반포위하며 공세에 들어갔고, 해안가에 갑작스럽게 출현한 기동중대의 습격으로 내부적으로 공격을 받고, 외부적으로 충격이 일어나자 부두에 있던 적들은 금방 와해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역시 제 필력과 좆문가 적인 밀리터리 지식으로 전투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아 그리고 작품 설정에 청진시 지도를 올렸습니다. 한 번 확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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