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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국군의 갑작스러운 포위 공격은 현재 청진 시를 수비하고 있던 북한군 제 3사단의 사단장 이영호 소장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 주고 있었다. 특히 꽤 중요한 작전이 나오고, 막 실행하려던 찰나여서 그 아쉬움과 충격은 배가 되었다. 사단 본부에서 쏟아지는 보고들에 대해 이영호 소장은 일일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여기는 부두를 수비하고 있는 제 7연대 지원을 부탁한다.-
이영호 소장은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현재 상황은?”
-현재 남괴군 한 개 사단에 포위되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이영호 소장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통신장비를 향해 외친다.
“포위? 이런 제길. 우선적으로 부두 쪽 방향을 돌파하여 사단 본부와의 합류가 가능하겠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 연대의 화력으로는 적 연대 돌파 불가능.-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듣자 이영호 소장의 얼굴은 일그러진다.
“지원은 불가하다. 현재 사단 2개 연대도 남괴군 한 개 사단의 공격에 맞서기 힘들다.”
이영호 소장의 말에 뭔가 충격을 받았는지 7연대와 연결된 통신장비는 조용해진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7연대 쪽에서 평정을 조금 되찾았는지 통신장비에서 다시 목소리가 흐른다.
-그렇다면 최대한 부두 쪽을 돌파하여 합류하겠음.-
“최대한 그렇게 하도록 해. 여유가 된다면 지원 병력을 보내주겠다.”
-......-
7연대와 연결된 통신장비에서는 알겠다는 대답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통신장비를 운용할 정도로 거리가 있지만 이영호 소장은 바로 옆에서 느끼는 것처럼 7연대 본부의 분위기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적 포위 공격에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 거기다 더해 지원 불가능, 마치 참수형을 선고받은 사형수가 자신의 목을 치기 위해 춤추고 있는 망나니를 보는 심정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영호 소장은 냉정하게도 7연대에 대해 어떠한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7연대를 구하느라 전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2개 연대를 건져서 탈출시키는 것이 낫겠군.’
물론 상황을 지켜본 후 그런 잔혹한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지만 이영호 소장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런 결정이 나올 상황이 엄청나게 높다고 생각했다. 참모장이 얼빠진 얼굴로 이영호 소장에게 묻는다.
“7연대 쪽은 어떻게 합니까?”
이영호 소장은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상황을 지켜본 후 구출가능하면 구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불가능하면 포기시키고, 2개 연대라도 건져야지.”
이영호 소장의 냉정하고 단호한 말투에 참모장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북한군 내부에서도 냉정한 상관들이 많지만 참모장이 느끼기에 이영호 소장만큼 냉정하고 단호한 성격을 지닌 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참모장은 이영호 소장이 한 번 결정하면 끝까지 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에 상당히 들지 않지만 결국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7연대의 희생으로 우리 2개 연대를 탈출시키는 것이 가장 급우선이야. 그렇게 생각해. 안 그러면 뒷맛이 무지 찝찝하니 말이야.”
참모장은 그 말에 속으로 한 마디 말한다.
‘젠장. 당신 덕분에 지금도 무지 뒷맛이 찝찝하거든?’
그러나 반박할 말은 떠올리지 않았기에 참모장은 참고,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참모장이 자신을 뭔가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든 말든 이영호 소장은 상당히 아쉽다는 감정이 많이 들었다.
“쯧. 시간만 조금 있으면 저 놈들을 묻을 수 있는 함정들을 설치하는데 말이야. 참모장. 일단 공공기관 파괴는 끝났지?”
참모장은 그 말에 얼굴을 조금 찌푸린 채로 보고한다.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의 경우는 일을 끝마쳤지만 규모가 어느 정도 큰 산업시설은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진행 중? 그냥 포탄으로 펑펑 쏘면 끝이지 않나?”
“지금 그 포들을 적들에게 쓰고 있습니다.”
“아 참. 그렇지. 제길. 하필이면 이 때 공격해가지고, 진짜 운수 한 번 더럽군. 굿판이라도 벌어야 하나?”
“일단 힘을 쓰고 있는 파괴 조를 철수시키고, 탈출준비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이영호 소장은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하고 있었다. 참모장이 보기에 이영호 소장은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지는 듯 했다. 그 때, 참모장의 머릿속에서 끔찍한 가정이 떠오른다.
‘에이 설마...’
하지만 설마 하는 것이 의외로 맞아떨어질 때도 있었다. 이영호 소장은 냉정한 눈빛으로 참모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하던 일을 중단시키고, 철수시키는 것은 우리 측에서 꽤 손해가 크지 않겠어? 그냥 하던 일 계속하라고 그래.”
참모장은 그 말을 듣고, 어벙한 얼굴을 짓는다.
‘아니.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저...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저 쪽에서 알아서 포로 취급해주겠지. 이래서 저 쪽의 포로 정책이 좋아. 우리 쪽이 과감하게 병력들을 포기할 수 있으니 말이야.”
‘이런 미친 놈.’
현재 국군의 포로 정책은 여유가 넘치니 포로가 잡히는 대로 후방의 수용소로 보내고 있었다. 물론 같은 동포이니 전향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국군 상층부에서 아무리 빨갱이를 싫어한다 하지만 일단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영호 소장과 사단 참모장은 그런 국군의 정책을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사단 참모장은 이영호 소장에게 속으로 욕이란 욕을 다 한다. 이영호 소장은 자신의 사단 병력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단 참모장은 결국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이영호 소장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제 50 연대가 부두를 점령하는 데 성공하자 김종오 준장은 재빨리 제 52연대와 53연대로 아직 자신의 포위망에 있는 북한군 제 7연대를 포위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물고기들을 그물망에 가두었으니 이제 슬슬 올릴 차례였다.
자신이 포위망에 갇혔고, 상부의 지원이 없다는 소식에 제 7연대의 사기는 급락했지만 악랄하게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역을 점령하는 식으로 포위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적들의 화력이 집중되면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결국 북한군 제 7연대를 지휘하는 김창봉 대좌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욕이란 욕은 다 한다.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들! 우리를 사석으로 밀어붙이고, 탈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좆까라 그래!”
김창봉 대좌의 욕에 연대 지휘부 안에 있던 장교들과 병사들은 그를 말릴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연대 작전참모가 다급한 표정으로 김창봉 대좌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창봉 대좌는 그 말에 얼굴을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한다.
“뭘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항복해.”
연대 작전참모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외친다.
“예? 예에?!!!”
“뭘 놀래? 항복하라니까. 아니면 씨발. 날 쏴 죽이고, 네가 지휘하던가.”
김창봉 대좌의 거침없는 대답에 연대 작전참모는 순간 권총을 들어 그를 쏠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러기에는 많이 억울했기 때문이다. 지원을 요청했는데도 지금 지원이 오지 않는 것을 볼 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상부가 자신들을 버린 상황밖에 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을 미끼로 내던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김창봉 대좌는 말이란 말은 다 한다.
“내가 씨발. 한 개 연대로 적 사단 하나 맞서라고 개소리를 지껄일 때 알아봤어. 이영호 그 자식 미친 자식이야. 난 그 녀석 의도대로 희생되기는 싫다. 아 뭐해? 저 쪽에 연락하지 않고?”
그 말에 연대 작전참모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김창봉 대좌를 쳐다보며 묻는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가족들은...”
“흥. 라진에 가족들은 없으니 상관없지.”
김창봉 대좌의 말에 연대 작전참모는 ‘끄응’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상황은 나락으로 떨어진 지 오래. 적들의 맹공에 버텨야 하지만 상부에서 자신들을 버린 상황이니 그럴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연대 작전참모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연대 작전참모는 자신들을 포위 공격하고 있던 적들에게 전령을 보내기로 한다.
한편, 제 7연대를 한 구석에 밀어 붙이고, 포위 공격하는 식으로 강공을 펼치고 있었던 국군 제 52연대의 연대장 피현유 대령은 각 휘하 대대들에게 연대 지휘차량에 설치된 통신장비로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와중에 꽤 신박한 소식을 들었다.
“뭐? 전령?”
-예. 현재 적들의 저항은 멈추고, 하얀 깃발을 단 전령 한 사람이 연대장님을 뵙자고 청합니다.-
피현유 대령은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난 것이 바로 함정이었다. 거짓정보를 하면서 혹시 자신들에게 맹공을 가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그래서 피현유 대령은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통신장비의 송수화기를 잡고, 대답한다.
“일단 저항은 하지 않는다고 했나?”
-예. 적들의 저항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제자리로 대기하고, 경계 자세 취해. 적들이 항복한다면 더 이상 싸울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거짓 항복이라면...-
“나도 그 생각했지만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겠다. 다만 아까 말한대로 거짓항복일 수도 있으니 경계 철저히 해!”
-예... 예! 알겠습니다.-
전령을 데려오도록 한 피현유 대령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생각을 하다 이내 사단본부로 연락을 한다.
“여기는 쌔끼 둘. 쌔끼 둘. 뻐꾸기 있나?”
-뻐꾸기 등장.-
“보고할 것이 있다.”
-보고 바람.-
“현 시각부로 제 7연대가 항복하겠다고 전령을 보내왔다.”
-정말인가? 거짓일 가능성은?-
“아직까지 확인 불가. 적들이 전령을 보내고, 공격하지 않아 현재 연대에 경계 명령을 내리고, 공격을 중단함.”
-사단 본부로 전령을 보내기 바람.-
“수신 양호.”
결국 전령을 사단 본부로 보내게 되자 피현유 대령은 한숨을 내쉰다.
“휴우. 그나저나 전쟁은 역시 피를 말리는군.”
옛날 일본군에 징집되어 중국 전선에서 전투를 해본 적이 있었던 피현유 대령은 아직까지 해방 전 중국에서 전쟁을 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아직까지 살이 떨리는 일이었지.’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자신은 일본군 병사였다. 운 좋게 남경에 주둔하여 지냈지만 조금 있다 중국군이 강성해지자 남경은 전쟁터가 되었고, 자신은 포로로 잡혔다. 그 후 광복군에 투신되어 병사에서 장교로 승진했고, 이내 조국이 해방되면서 자신은 군 장교로 생활하게 되었다. 기계화 사단이 만들어지고, 이내 그 사단의 연대장으로 선정되면서 할 일을 하던 와중 또 전쟁이 터졌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제길. 재미없는 옛 회상은 그만둬야겠군.’
일단 지금이 중요했기에 피현유 대령은 정신을 차리고, 대대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을 취합하여 일일이 지시를 내린다.
한편, 사단 본부에서 52연대에서 북한군 제 7연대가 항복하겠다고 소식을 보네오자 김종오 준장은 은근 기대가 된다는 얼굴로 사단 참모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저 쪽에서 항복을 해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
사단 참모장은 조금 걱정된다는 얼굴로 김종오 준장에게 말한다.
“하지만 적들의 거짓 항복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가능성도 있겠지. 또 항복한다고 해놓고, 시간을 벌려는 수작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봤자 우리에게는 상대가 안 돼. 그물 설치는 이미 끝났거든.”
김종오 준장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사단 참모장은 괜히 우려스러웠다. 그러나 김종오 준장의 말대로 일단 적들이 거짓 항복을 해도, 이미 자신들이 대비하고 있으니 별반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진짜 항복이면 다행이고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북한군 특유의 갈색 군복이 눈에 띄는 전령 한 사람이 경비병의 안내에 따라 이 쪽 안으로 들어온다. 전령은 김종오 준장에게 경례를 취하며 말한다.
“혹시 남한군 사단장이십니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전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미 알고 있어서 경례를 취한 것 아니었나?”
“......”
전령이 침묵하자 김종오 준장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지만 지금 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무슨 목적으로 이 곳에 왔나?”
전령은 그 말에 즉각적으로 대답한다.
“이미 밝힌 바 있지만 항복을 요청합니다.”
“항복?”
“예. 그렇습니다. 부디 선처해주시길 바랍니다.”
전령이 그렇게 말하자 김종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네. 혹시 통신장비 가져온 것 있나? 그 쪽과 직접 연락을 하고 싶은데?”
그 말에 전령은 통신장비 대신에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그 순간 장교들과 경계병들은 전령이 무기를 꺼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에 두 눈 부릅뜨고, 전령을 바라보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령은 무기가 아니라 종이쪽지 하나를 꺼내들더니 이내 그 것을 김종오 준장에게 넘겼고, 김종오 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전령을 바라보며 묻는다.
“이건?”
“우리 7연대의 통신 주파수와 위상입니다.”
그 말을 듣자 김종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시선을 사단 통신병에게 돌리고는 종이를 건네주며 말한다.
“이 종이쪽지대로 상대방 연결해봐.”
-예!-
통신병은 즉시 종이쪽지의 내용대로 통신장비를 조작한 후 송수화기에 말을 건넨다.
“아. 아. 마이크 하나 둘 셋. 들리십니까?”
-누구냐?!-
“국군 제 15 기계화 보병 사단입니다.”
-뭐? 국군? 아... 전령이 그 쪽으로 왔군. 그래 무슨 일인가?-
“이 쪽에서 사단장님이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합니다.”
그 말에 상대방의 응답은 들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의심하고 있나보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응답이 들려온다.
============================ 작품 후기 ============================
또 하루를 무단 결근해서 죄송합니다. 변명하자면 요즘 비염이 무척 심해져서 소설 쓸 몸 상태가 아닙니다. 코가 막혀서 아예 생각를 못하겠더군요. 진짜 몸 조심하십시오. 독자 여러분들께 제가 드리는 변명은 여기서 끝입니다. 자 댓글 받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적이 항복할 때, 전령 보내고, 또 그 전령이 통신장비 주파수를 적은 쪽지를 건넨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