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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30화 (53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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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치열한 전장임에도 불구하고, 제 15 기계화 사단 본부는 무슨 분위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단장 김종오 준장은 통신병 뒤에 서며 송수화기를 직접 귀에 가져다대며 한 마디 말한다.

“내가 국군 제 15 기계화 사단의 사단장 김종오 준장이다. 귀하는?”

-난 북한군 제 7연대 연대장 김창봉 대좌이오.-

아무래도 자신이 항복하겠다는 사람의 계급보다 위니 하오체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아군이라면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적이니 상관없었다. 김종오 준장은 송수화기에 다시 한 번 말한다.

“그래. 항복하겠다고 전령을 보내왔군.”

-그렇소. 우리 제 7 연대는 전투를 그만하고, 국군에 투항하도록 하겠소.-

“으음. 그렇다면 무장을 해제하고, 우리들의 지시에 따랐으면 한다.”

김종오 준장의 말에 김창봉 대좌는 금방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민하는 것 같았다. 김종오 준장은 거세게 한 번 밀어붙인다.

“빨리 결정해라. 안 그러면 거짓 항복으로 간주하겠다!”

-으윽. 알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일단 이야기를 나누고, 대답하겠소.-

“우리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인가?!”

-그거야 당연하지 않소? 만약 당신들이 공을 세운답시고 항복하는 우리들을 죽일 수 있지 않겠소?-

“그럴 일 없다.”

-그걸 증명할 수 있소? 다만 공격은 멈추었으니 우리 부대원들을 그 쪽으로 보내주겠소. 그럼 당신들이 무장해제를 하면 되지 않겠소?-

김종오 준장은 순간 의심이 들었다.

‘저 것들이 항복으로 우리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김종오 준장은 이내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사실 적들이 자신들에게 접근한다고 해도 별 손해는 없는 상황이었다.

‘방심하지만 않으면 된다.’

김종오 준장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시선을 참모들에게 돌려 수신호로 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송수화기에 신경을 쓴다.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하지만 거짓 항복이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럴 일 없소.-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이후 잠깐의 이야기를 나눈 뒤 김종오 준장은 김창봉 대좌와의 연락을 끊고, 송수화기를 통신병에게 돌려준 뒤 시선을 전령에게 향한다.

“자네 이름이 뭔가?”

그 말에 전령은 우물쭈물하다 이내 대답한다.

“박주귀라고 합니다.”

“주귀? 이름 한 번 특이하군. 잘못 들으면 술에 미친 귀신으로 알겠군.”

그 말에 ‘박주귀’ 라는 이름을 전령은 똥 씹은 얼굴을 짓는다. 아무래도 김종오 준장의 말이 맞은 것 같았다.

‘젠장 내가 개명을 해야지.’

물론 이름 한자는 柱(기둥 주)貴(귀할 귀)로 뜻이 다르지만 음은 酒(술 주)鬼(귀신 귀)로 똑같기에 자신의 친구들은 자신보고 ‘술 귀신’ 이라고 종종 놀려댄다. 포로로 잡히든 아니면 방면되든 저 쪽에 붙든 간에 자신은 무조건 이 이름 버리고, 개명할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함부로 버리다니.’ 라며 남들 눈초리야 받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 자신들 쪽으로 북한군 제 7 연대 장교와 병사들이 족족 투항하기 시작한다. 양 손 머리 위로 소총과 장비를 든 채로 아까 전만 하더라도 총싸움을 벌이던 국군들 영역으로 들어가니 항복하러 온 사람들의 기분은 상당히 묘했다.

그러나 항복은 진심이었는지 영역에 접근하자마자 태도를 바꾸며 싸우려들지는 않고, 국군 병사와 장교의 말에 순순히 무기를 땅바닥에 내리고, 포박된다. 그 후 대대본부가 항복하고, 이내 연대본부의 인원들까지 국군 영역에 들어가며 항복한다. 항복한 제 7연대 연대장 김창봉 대좌는 자신과 상대했던 국군 사단의 사단장 김종오 준장과 만날 수 있었다. 진심으로 항복했다는 것을 아는지 김종오 준장은 김창봉 대좌에게 하오체로 말한다.

“당신이 김창봉 대좌이오?”

김창봉 대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종오 준장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렇소.”

“잘 저항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변심하여 항복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항복한 것에 대해선 진심으로 환영하오.”

그 말에 김창봉 대좌는 크흠크흠 기침을 한 뒤 김종오 준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사실 우린 끝까지 대항할 생각이었소. 상부가 그런 지시만 내리지 않았더라면 말이오.”

“......”

“이유를 듣고 싶다고 하니 말을 들어주겠소. 당신 사단에게 포위된 후 우리 연대는 상부에게 연일 지원을 요청했소. 하지만 상부에서는 요청을 무시하고는 남아있는 연대들을 데리고 탈출하려고 했소. 우리들을 탈출 시간을 끌게 하려는 미끼로 던지고 말이오.”

그 말에 김종오 준장은 침음을 흘린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단했다. 만약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항복해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 쪽 상부가 배신했으니 자신들 역시 배신한 것은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김종오 준장은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당신 연대는 우리 사단에 투항했으니 귀하를 포로로 처우하겠소.”

김창봉 대좌는 그 말에 미리 예상했는지 얼굴색 바뀌지 않고, 대답한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김창봉 대좌의 얼굴에는 꽤 체념이 서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종오 준장은 그걸 느끼고,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질문을 던진다.

“내 개인적인 질문인데. 당신의 본가는 어디이오?”

그 말에 김창봉 대좌는 ‘흠흠’ 침음을 흘리며 김종오 준장에게 시선을 둔 채로 대답한다.

“그건 왜 묻소?”

“그냥. 묻는 것이오. 왜 대답하기 싫소?”

“반동에게 그런 것을 질문 받는 것이 의외라고 그렇소.”

‘반동’이라는 말에 순간 장교들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막상 김종오 준장의 얼굴은 아무렇지 않았다.

“뭐 알려주기 싫으면 알려주지 않아도 되오. 다만 군 고위간부이니 신상에 대해서 파악할 필요는 있소.”

“쯧. 날 심문할 생각으로 물어본 것이오?”

“아까 말했듯이 사적인 것도 있고, 공적인 것도 있소.”

“......”

“담배 좋아하시오?”

그 물음에 김창봉 대좌는 대뜸 던지는 김종오 준장의 질문에 손 사레를 치며 대답한다.

“담배는 끊었소. 담배를 피다보니 군 생활 체력이 달려서 그렇소.”

김창봉 대좌의 대답에 김종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자기가 필요해서 끊었다고 하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김종오 준장은 일단 넘어가서 다음 질문을 던진다.

“혹시 가족들은 있소?”

가족이라는 말에 김창봉 대좌는 순간 말을 잃는다. 아무래도 뒤늦게 가족 생각이라도 나는 모양이다. 김창봉 대좌는 한숨을 쉰 채로 대답한다.

“가족들이야 당연히 있소. 다만 소식은 모르오. 원래 함흥에 살았는데, 함흥 함락이후 소식이 끊어졌소.”

“이런...”

“당연히 내 가족들은 라진으로 피난 가는 정부의 뒤를 따라 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소. 아마 피난가고 있거나 아니면 당신네들에게 붙잡히던가? 아니면 어디에 피신해서 가만히 은신하던가. 여러 가지 있지만...”

김종오 준장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일단 알겠소. 한 번 우리 쪽으로 당신 가족들이 있는지 수배해보도록 하겠소.”

그 말에 김창봉 대좌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고맙소.”

그렇게 북한군 제 7 연대는 항복했고, 이후 김종오 준장이 이끄는 국군 제 15 기계화사단은 김석원 소장이 이끄는 제 17 기계화사단의 공세에 협조하여 북한군 제 3 사단을 압박한다.

그러나 이미 청진 시 동북쪽 산악지역으로 탈출하려고 계획을 세워두었던 북한군 제 3 사단은 적당히 그들의 공격을 상대한 채 점차적으로 청진 시에서 벗어나 산악지역으로 후퇴한다. 물론 여력이 있다면 중화기들을 가지고 가려고 했지만 지금 탈출하기 바쁜 이 시점에 물자들을 챙길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결국 오전 12시 20분경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국군은 청진 시를 완벽하게 점령할 수 있었다. 그 후 청진 시 북쪽에서 적군과 대치하고 있던 제 14 강습산악사단에게 점령한 청진 시를 넘기고는 제 15 기계화사단과 제 17 기계화사단은 재빨리 신의주 쪽으로 파견된다.

같은 시기, 병재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상당히 불편했다. 그건 전쟁 분위기에 맞지 않게 호사스러운 식당의 분위기도 있고, 또 이 시국에 한가로이 점심을 먹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 병재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어떤 백인 장년 남성도 이유를 들 수 있었다. 병재와 같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미 국무부 고문인 존 덜레스였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니면 이 곳의 음식이 입에 안 맞습니까?”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이 그렇게 병재에게 묻자 병재는 ‘으음’ 침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이런 시국에 태평하게 호화로운 식당에서 식사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군요.”

“아 참. 당신은 국군의무사령부 사령관이군요. 하지만 그 것이 어떻습니까? 오히려 직위와 계급에 맞게 대우받지 않습니까?”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사실 이런 것을 병사들에게 보이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전선에 나서 싸우는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적들과 싸우고 있는데. 지휘관이라는 사람이 그런 병사들을 돕지 못할망정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뭐 양심에 찔린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직접 가고 싶어서 이 쪽에 온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존 덜레스 고문이 그렇게 태평하게 말하자 병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이 자리에 당신을 모신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병재는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말씀해보십시오.”

“솔직히 말해서 당신과 그 가족들만큼 인류에 기여할 사람들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 참에 아예 미국으로 귀화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말에 병재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단호하게 대답한다.

“그럴 일 없습니다.”

그러나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끈질겼다.

“그래서 미리 사과를 드리는 바입니다. 당신에게는 마음의 짐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을 이런 전쟁터에 희생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우리 미국의 입장입니다. 아니 세계의 입장입니다.”

병재는 그 말에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표정으로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을 보며 단호하게 대답한다.

“세계의 입장이 그렇다 하여도 전 여기에 남을 생각입니다. 아니 당신의 말에 여기를 떠난다 하더라도 이 전쟁이 끝나고 떠나겠습니다.”

“고집 그만 부리십시오. 전쟁에 당신이 희생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여기 사람들이야 당신을 원망할 수 있겠지만 그들 역시 이해할 것입니다.”

그 말에 병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전 책임감 없는 남자가 싫습니다. 그리고 전 그 책임감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왜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책임감을 잃는다고 생각합니까? 난 그저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이 우리 있는 곳으로 가서 활약한 후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말씀하셔도 안 됩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북한을 압도하지 않습니까? 전쟁은 길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이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중공의 행동에 대해서.”

그 말에 병재는 입을 순간 닫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그거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이 서울이 함락되리라고 생각지 못합니다. 전 여기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

“이해해주십시오. 전 비겁자로 살아가기 싫습니다.”

‘비겁자’라는 단어에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눈썹을 꿈틀거리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제가 한 제안은 유효합니다. 그리고 당신 아내를 다시 친정으로 보낸 것으로 볼 때...”

병재는 그 말에 단호하게 대답한다.

“제 아내는 이 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까? 더군다나 장인, 장모님이 제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불러온 것뿐입니다.”

“알겠습니다. 만약 생각이 바뀐다면 우리 주한미국대사관 쪽으로 연락주십시오.”

“......”

병재가 끝까지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자 존 덜레스 미 국무부 고문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서 수행원들을 데리고, 자리에서 떠난다. 병재는 이제야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는데, 그 때 그 자리에 누군가 털썩 앉는다. 병재는 의아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본다.

“당신은...”

“요즘 나랑 너랑 모두 일에 치이느라 만나지 못하는군.”

“충호 형님이시군요.”

병재의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사람은 군복을 입은 김충호였다. 김충호는 병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국군의무사령부의 사령관 일은 잘 하고 있나?”

“하하. 잘 적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여 이 곳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습니까?”

그 말에 김충호는 손사레를 치며 대답한다.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을 뭐 하러 건드리겠나? 그냥 단순한 만남이야.”

“그렇군요. 요즘은 육군특공대에서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렇지.”

김충호는 뭔가 씁쓸하다는 얼굴로 병재에게 대답했다. 병재는 그런 표정을 짓는 김충호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묻는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무슨 일이 있겠나? 그냥 잘 돌아가고 있지. 요즘은 포로들 전향하기에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지.”

“고생하시는군요.”

“고생이라. 그래. 고생하겠지. 그런데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너랑 앉아있던 사람은 누구야?”

병재는 그 말에 순간 김충호를 바라본다. 김충호는 내 얼굴에 ‘뭐 묻었냐?’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시스템 [길씨 일가와 인재들]을 등용하겠습니까?-

미국 : 어 등용.

-등용에 실패하였습니다.-

미국 : 뭐 씨발? 다시 등용.

-등용에 실패하였습니다.-

미국 : 왓 더 퍽! 다시 등용.

-등용에 실패하였습니다.-

미국 : 이 씨발 좆망겜 보소.

한국 : (ㅅㅂ)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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