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32화 (53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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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7월 21일 저녁, 북경 중국인민공화국 관저의 한 회의장 안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상석에 앉은 모택동부터 끝자락에 앉은 사람들까지 모두 다 이 긴장어린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모택동은 이내 한 사람에게 시선을 두며 묻는다.

“북한을 도울 명확한 명분거리는 만들어냈소?”

그 말에 시선을 둔 사람, 즉 중화인민공화국의 총리인 주은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만들어냈습니다. 다만 이 명분거리를 내선다고 하여도 세계의 간섭을 막아내기는...”

모택동은 주은래의 말을 끊고 말한다.

“아 됐어. 그 정도면 됐소. 확실한 것은 우리 중화인민공화국군에게 설명할 수 있는 명분이니 말이오. 그래. 어떤 명분이오?”

주은래는 ‘으음’ 침음을 흘리다 이내 자리에 앉은 모두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알다시피 우리는 중화민국과 전쟁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국지전에 가깝다고 하지만 저들에 대해서 결코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한반도에 끼어들 좋은 명분거리는 역시 그 중화민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화민국이라...”

모택동은 참으로 고민된다는 얼굴로 중국 서남부에 웅크리고 있는 중화민국을 생각한다.

“골치긴 골치이지.”

“예. 사실 제 생각에는 북한을 돕기 이전에 이 중화민국부터 정리한 뒤에 북한을 돕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상으로 북한의 전력이 약한 바람에 어쩔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은래의 표정 속에선 북한을 돕는다는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건 자리에 앉은 주요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만약 북한을 돕다가 중화민국이 자신의 배후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들의 전력에 밀려 중국 서남부에 웅크리고 있다고 하지만 만만치 않은 세력이었다. 모택동은 그런 것에 대해선 빠르게 남한을 넘어뜨린 후에 상대하면 된다고 말을 했지만 말이다. 주은래의 말은 계속되었다.

“북한을 도울 수 있는 확고한 명분은 역시 남한과 중화민국의 관계입니다.”

“관계?”

모택동이 재차 묻자 주은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관계입니다. 알다시피 남한과 중화민국 간의 관계는 끈끈한 편입니다. 단순한 교역 문제에서부터 직접적인 외교 간섭까지 말입니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 남한은 중화민국에 군수물자들을 수출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친밀한 관계가 이번 전쟁을 위한 명분이 될 것입니다.”

그 말에 5대비서 중 하나인 유소기가 의아한 얼굴로 주은래를 바라보며 묻는다.

“예를 들자면 어떻게 말이오?”

“간단한 음모론입니다. 현재 둘 사이에 그런 관계가 있지는 모르겠지만 일련의 증거들로 추측할 때, 중화민국과 남한 사이에 공수동맹이 맺어졌다고 말을 하면 어떻습니까?”

유소기가 그 말에 헉하며 놀란다. 두 국가 사이에 공수동맹이라니 그렇게 되면 중국인민공화국은 그야말로 양면전쟁을 맞닥뜨리지 않는가?!

“간단한 예시입니다. 하지만 이 것으로 강력한 명분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주은래가 했던 말을 복기시키며 맹렬하게 머리를 돌리고 있는 모양이다. 모택동은 주은래를 바라보며 말한다.

“명분은 그 정도면 되었고, 중화민국의 시선을 돌릴만한 계책은 있소?”

그 말에 주은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한다.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효과 역시 별 볼 일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방법이 있다는 소리이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놓았습니다.”

모택동은 눈빛을 반짝인 채로 주은래를 바라보며 재촉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주은래는 한숨을 쉬며 자신이 강구한 대책에 대해 설명한다.

“그건 바로 신강과 서장(티베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놀라워하며 주은래에게 묻는다.

“호오. 두 세력을 말이오? 어떻게 움직일 셈이오?”

“신강 같은 경우는 우리와 같은 이념이니 움직이기 편할 것입니다. 그러나 서장 같은 경우는 우리의 뜻대로 과연 움직일지 미지수입니다.”

“허...”

“만약 두 세력을 움직일 수 있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기간은 아무리 빨라봤자 3주, 효과가 크면 대략 몇 달은 벌 수 있습니다.”

“신강이야 그렇다치고, 서장을 움직일 계책은 있소?”

주은래는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아무래도 서장 같은 경우는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 것입니다. 과연 중화민국을 견제할 군사력이 존재하는지 모르구요. 하지만 우리 쪽에서 독립을 보장한다면 서장 쪽에선 아무래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화민국이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독립을 보장한다라... 하지만 서장은 우리 영토이지 않소?”

“그래서 주석각하께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내가?”

“그렇습니다.”

“으음... 서장이라. 뭐 당분간은 포기하지.”

‘당분간’ 이라는 단어를 내걸은 모택동의 말에서 주은래는 뭔가 눈치 챈다.

‘아무래도 독립 보장에 대해선 말만 그럴듯하게 할 것 같군. 조금 곤란한데.’

주은래가 그렇게 생각만 하고, 일단 이야기는 계속한다.

“뭐 좋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서장에 대해 독립 보장을 약속만 한다고 청원해보겠습니다. 만약 서장이 이 부탁을 들어준다면 중화민국은 우리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주은래는 그렇게 말을 하고도 조금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일이란 것이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택동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은래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신강과 서장에 사람은 파견 되었소?”

주은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일을 진행하게나.”

“예!”

주은래는 곧바로 옆에 있는 관료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 관료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은래가 지시한 것을 수행하기 위해 회의장 밖으로 나간다. 이번엔 모택동의 시선이 팽덕회에게 향한다. 팽덕회는 모택동의 주목을 받게 되자 얼굴에 긴장감을 드러낸다.

“남한을 공격할 준비는 다 해놓았소?”

팽덕회는 그 물음에 모택동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선봉대 30여개 사단, 본대 70여개 사단, 그리고 예비대 100여개 사단 모든 준비 끝났습니다.”

“예비대? 아아. 이번에 징집한 장정들로 모인 부대이군. 대다수 신병으로 되어있다던...”

“아무래도 전쟁이 진행되면 인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예비대를 구성했습니다.”

“흐음... 우리 군이 대략 430만 명 정도는 되었나?”

“정확히는 500여개 사단이 존재합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린 뒤 팽덕회를 바라보며 말한다.

“알다시피 우리 여유 전력, 그리고 중화민국과 대치 중인 정예 병력들 일부를 빼놓아서까지 박박 긁어 이번 작전에 투입시키는 것이니 총사령관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오.”

“잘 알고 있습니다.”

“휴우. 좋아. 전체적인 공세 작전에 대해서 듣고 싶소.”

팽덕회는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서 지휘봉을 잡고, 한반도 압록강 부근을 가리키며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곳을 보시면 알겠지만 현재 삭주군부터 중강군까지는 대략 5개 사단이 존재합니다. 이 부대들이 압록강 경계부대가 되는 셈입니다.”

팽덕회는 첩자들을 보내어 파악한 압록강을 경계로 배치된 국군 제 2군단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사단 및 연대 배치는 수비하기 편한 지역적 거점을 중심으로 배치가 되었다. 그 때, 주은래가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배치 상황이 왜 이렇게 띄엄띄엄 되어 있소? 이런 배치 상황이라면 그냥 한 사단 한 사단씩 포위시키면 끝이지 않소?”

팽덕회는 주은래의 제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병력이 적다보니 아무래도 남한군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동력으로 그 범위를 감싸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단에 배치된 화력들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즉 자신들이 보기에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모양입니다.”

“으음...”

주은래는 국군의 화력에 대해서 조금 생각한다. 얼마만큼 강하기에 이렇게 오만하게 배치를 했단 말인가? 그러나 팽덕회는 걱정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설명한다.

“하지만 그런 배치 상황이 저들에게 독이 될 셈입니다. 알다시피 우리들의 주 특기는 산악에서의 기동, 그리고 우회하여 적들을 포위시킨 후 섬멸하는 것입니다. 사단 사이에 비집어갈 틈이 많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회할 경로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주은래는 조금 불안했는지 팽덕회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저들 역시 생각이 있다면 우리들의 전략 전술에 대해서 파악하지 않겠소?”

“그런 것을 감안하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포위가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보급로가 끊기니 말입니다.”

순간 ‘보급’이라는 단어에서 주은래는 상당히 강한 불길함을 느낀다.

‘보급하니 그가 생각나는군.’

중일 전쟁에서 중국군의 보급을 담당했던 길병윤, 그가 만약 국군의 보급을 담당했다면 과연 이런 상황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을까? 그 때문인지 주은래는 이내 팽덕회를 향해 의문을 제기한다.

“포위된다고 하여도 보급로가 끊길 수 있겠소?”

팽덕회는 그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한 마디 대답한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잊으셨습니까? 중일 전쟁의 보급 담당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말에 순간 팽덕회를 포함해서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택동 역시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한다. 팽덕회는 ‘으음’ 침음을 흘리며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킨다. 만약 남한군의 보급 담당이 ‘그’라고 한다면 자신들의 작전에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급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지속적인 적절한 물자 투입이 병사들의 사기를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 아니 수천만에 달하는 병사들의 보급은 물론이고, 수억에 달하는 민간인들의 지원까지 해내는 그의 능력을 생각할 때, 팽덕회는 속으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쯧. 그가 보급 담당이면 생각이상으로 큰 일이 되겠군.’

그 때, 모택동이 주은래에게 과묵하게 한 마디 말한다.

“이제 되돌릴 수 없네. 이미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어. 그가 보급 담당이라고 가정하고, 한 번 작전을 말해보게나.”

팽덕회는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다시 설명하기 시작한다.

“우선 우리들의 작전대로 압록강에 배치된 국군을 포위하는데 성공했다면 피해를 감수하고, 섬멸전에 나서던지 아니면 그 국군을 포위한 채로 시간을 끄며 계속해서 남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흠. 예전 청이 조선을 정벌할 때의 그 작전인가?”

팽덕회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 때의 청은 팔기군으로 국경에 있는 성을 우회하며 한성(중국 측이 서울을 부르는 단어)을 향해 급속도로 남진했습니다. 그리고 왕이 있는 남한산성을 포위한 채로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방식도 좋기는 좋겠군.”

“다만 걸리는 것이 과연 적이 그런 작전에 순순히 넘어갈 지가 문제입니다. 우리 중공군은 아무래도 대다수 보병들이라 기동력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군은 대다수 헬기를 이용하여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동력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예. 그렇게 되면 우리 측의 작전은 틀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으음...”

“그래서 시간을 들여 적들의 전력을 깎아내고, 분쇄시킴으로써 남진하는지 아니면 도박으로 왕을 잡던지 해야 합니다.”

모택동은 순간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들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불리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초과하면 자신들은 최악의 사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중화민국의 배후 습격, 그리고 남한군의 반격, 미군의 파견까지 말이다. 모택동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때일수록 도박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

모택동의 말에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회의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중화민국 중경 총통관저의 총통실에선 신유철이 휴대폰을 붙잡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작전은 8월 초에 행할 예정입니까?-

“그래. 동생아. 전장에 있는 사령관들이 빨리 작전을 시작하자고 재촉하고 있다. 이미 전력은 상당히 충분해.”

-하. 우리 쪽 역시 북한을 거의 멸망시키고 있습니다.-

“그 말이면 다행이군. 조금 말이 그렇지만 중공군의 전력이 한반도로 투사된다면 우리 쪽 역시 발을 맞추어 중공의 뒤를 찌르마.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 쪽도 꽤 상황이 나아지겠지.”

-그렇게라도 말씀해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과 중화민국 사이의 공수동맹에 관해선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대부분 다 찬성이야. 우리로썬 확실한 명분도 있고, 또 이득도 있으니 말이야. 나 역시 대찬성이고 말이야. 그 쪽은 어때?”

-여당 쪽에서는 미지근한데, 야당 쪽에서는 적극적입니다. 만약 중공이 이 쪽을 침공해온다면 여당 쪽 태도도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렇군. 그 쪽도 그런 상황이군.”

-예. 현재 이 쪽이 전쟁통 이다보니 군수물자에 관해선...-

“그건 걱정할 것 없다. 이미 여기서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지 않냐? 만약 공수동맹이 맺어진다면 적극적으로 두 나라에서 생산된 군수물자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으으. 여기서의 일도 벅찬데. 중국까지 연계된다면 제 몸이 파김치가 된다 하여도 모자를 판입니다.-

“그런 역할을 맡을 사람이 너밖에 없는 것을 어떻게 하냐?”

-너무 잘나도 문제입니다.-

“은근슬쩍 잘난 척을 하는구나. 재수 없는 녀석.”

-형님도 중화민국 총통직을 맡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것입니까?-

그 말에 신유철은 키득키득 웃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중공군의 참전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신작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는데. 지금 심심할 때마다 작성하고 있습니다. 만약 신작을 연재하게 된다면 매일 이 작품 한 편, 신작 한 편 이렇게 나갈 것 같습니다.

신작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조아라에서 연재되고 있는 어느 양판소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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