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35화 (53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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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8월 1일, 기어코 중공군 선봉대가 국군 제 1군단을 우회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경무대 측에서는 경악스러운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자리에 앉은 인원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지... 지금... 이게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국방부 장관 신성모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아는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대답을 하지 않자 외친다.

“이것이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이 대통령은 이내 책상 위 물건을 잡고, 벽으로 집어던진다.

-쿵.-

벽과 부딪친 물건은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이 대통령의 그런 모습을 보고, 몸을 부들부들 떤 채로 할 말이 없었다. 특히 신성모 국방부 장관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이 대통령의 시선은 이내 이 사태를 맞이하게 된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신성모를 바라보며 묻는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가? 왜?”

“저 전하... 그 것이...”

“그 것이 뭐?!”

“지금 우회하는 병력들을 맞설 수 있는 우리 전력이 부족합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책상을 탕탕 치면서 말한다.

“지금 북한을 상대하고 있는 제 4군단과 공비를 토벌하고 있다는 제 3군단을 어떻게 놔두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

이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신성모를 한심하게 여기고 외친다.

“이 서울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는 끝장이야. 알고 있냐고? 끝장이라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 외침에 일순간 불안감이 떨렸다. 서울이 함락된다는 말에 든 생각은 ‘나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빨리 피신해야 된다.’이렇게 생각했다. 서울을 수호하고, 지키겠다는 사람은 별반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상공부 장관 김추용이 국방부 장관 신성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지금이라도 제 3군단을 강원도 쪽에 북상시키는 것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김추용의 말에 이 대통령은 조금 공감하는지 신성모를 바라보며 말한다.

“가능하겠나?”

신성모는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군대를 급히 움직였다가는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사고를 걱정할 때인가!? 그럼 우회하는 중공군을 누가 막는다는 말인가?”

“그... 그것이...”

신성모는 대안 없이 주장할 뿐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한 마디 질문을 던진다.

“그럼 서울을 수호할 대책이라도 있는가?!”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전하.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좀 그렇지만. 사실 우리가 시간을 끄면 끌수록 유리한 요인들이 많습니다.”

“뭐? 유리? 적들이 우회해서 서울을 노리고 있는데? 유리라고?”

“그렇습니다. 현재 중공군들은 무리하여 우리 정부를 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면 뱀이 먹이를 위해 무리하게 허리를 비트는 상황과 같은 것입니다.”

“그 말은?”

“제 1 군단과 제 2 군단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뱀 허리를 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거기에 미군의 지원까지 온다면 중공군 따위는 그냥 바로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론을 말하는 것은 아닐 테지?”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적들을 지연시키는 것이 승리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신성모는 결심했다는 듯 자리에 앉은 사람들보고 들으라며 외친다.

“이 곳 서울을 버리고, 부산으로 임시 천도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순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아연실색한 얼굴을 짓는다. ‘서울을 버리라니? 신성모 저 작자 제정신으로 말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들이 신성모, 이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조금 흥미롭다는 얼굴로 신성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천도를 한다면 승산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한 것이 이번 전쟁입니다.”

“그래?”

이 대통령은 뭔가 생각이 있는지 눈빛 자체가 경악에서 흥미로움으로 바뀐다. 몇 몇 눈치빠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설마 진짜로 부산으로 천도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 대통령은 신성모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혹여 서울 시민들을 피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그 말에 내무부 장관 조병옥이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아니 지금 그 말은 서울을 포기하자는 말씀입니까?”

이 대통령은 조병옥의 말에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아까 국방부 장관 말을 듣지 않고, 무엇을 했는가? 시간을 끄면 끌수록 유리한 것이 이번 전쟁이라고 했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천도라는 것이 방법이라면 그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네.”

“그렇게 된다면 무너질 정통성과 위신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그깟 정통성과 위신은 차후에 시간을 들여세우면 그만이다. 지금은 우리의 생존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피난민들을 피신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는가!?”

조병옥은 그 대답을 듣고, 얼굴을 찡그리지만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방안이야 있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얼마만큼?”

“대략 보름 정도 걸립니다.”

“보름? 그 기간 내에서 중공군이 이 서울에 도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래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서울을 수비할 병력들이 필요합니다.”

“으음...”

이 대통령의 시선은 어느새 신성모에게 꽂힌다. 신성모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대답한다.

“현재 이 서울에 주둔 중인 병력들은 수도방위사단 하나와 그리고 저번에 말씀드린 훈련 중인 사단 둘이 있습니다.”

“그 말은 이 곳에 있는 사단 수가 세 개란 말인가?”

“예. 다만 훈련 중인 사단의 전력은 일반 사단의 1/4에서 반 정도 보시면 됩니다.”

“쯧. 사람이 총을 들고, 쏘면 제 역할 하는 것이 아닌가?”

신성모는 그 말에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내 대답한다.

“예. 예. 그 말은 물론 사실이지만 야포 혹은 전차 등 조종이나 전문적인 것이 필요한 것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어쩔 수 없군. 그럼 현재 수도방위를 맡고 있는 사단의 사단장은 누구인가?”

그 말에 신성모가 즉각적으로 대답한다.

“현재 수도방위사단의 사단장인 김도진 소장이라고 합니다.”

“김도진?”

“예. 원래는 일본 오장 출신이다 44년도에 광복군에 투신한 사람이지만 능력만큼은 확실한 사람입니다.”

“흐으음. 문제 될 것은 없나?”

“광복군에서 기갑 전력을 맡은 경력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을 시가전 수비에 맡긴다고?”

“시가전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니 믿을 만합니다. 이번 수도방위사단과 훈련 중인 두 개 사단을 더해서 수도방위 군단을 만들고, 그 군단장에 그를 역임하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울이 함락되기야 하겠지만 이번 전쟁의 승리를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 틀림없습니다.”

“으음...”

“적어도 서울에 있는 시민들을 피난할 시간을 벌어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상당한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하다 이내 내무부 장관 조병옥을 바라보며 말한다.

“국방부 장관이 이리 말하는데 내무부 장관 생각은?”

조병옥의 얼굴은 안 좋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단들을 가지고, 강원도를 우회하는 적들을 막으면 되지 않겠나?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임시 천도하는 방향으로 기울인 것으로 보였다. 정말이지 너무나 한심스러운 일이었다.

“휴우.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지금부터라도 피난민들을 경상남도 지역으로 피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다행이군.”

그렇게 경무대에서의 회의는 끝이 났다. 이번 이 대통령에게 있어서 상당히 굴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내무부 장관 조병옥, 그리고 상공부 장관 김추용은 이내 어느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 곳 안에는 건물에 지내는 직원들이 있었고, 그 직원들이 두 장관에게 인사하지만 두 장관은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간다.

-끼이익!-

그 방 안에서는 둥그런 안경을 쓰고, 풍채 좋게 생긴 노인 한 명과 이제 환갑이 지난 노인 하나가 앉아 있었다. 바로 한정당 당수인 백범 김구와 이번에 한정당에 가입한 몽양 여운형이었다. 백범 김구는 두 사람의 입장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이런 손님이 오셨군. 앉게나.”

내무부 장관 조병옥은 당연하다시피 자리에 앉지만 상공부 장관 김추용은 조심스레 자리에 앉는다. 김구는 조병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조병옥은 그 물음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경무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주겠소.”

“호오. 그 것 참 궁금하군.”

조병옥은 흥미로워 하는 김구의 얼굴을 보면서 아마 이 말을 들으면 김구의 얼굴을 과하게 찡그리게 만들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점차 들어맞는다. 조병옥이 회의 내용에 대해서 말하는 순간 김구와 여운형의 얼굴은 점차적으로 굳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 이 것이 경무대에서 말한 회의의 전부요.”

김구는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제정신이 아니군.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를 줄이야.”

여운형 역시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서울은 한반도 이래로 거의 500년간 가까이 수도로 지정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 곳을 쉽게 포기하고, 천도를 결정하다니. 이 여파에 대해서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까요?”

내무부 장관 조병옥은 그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나도 이 대통령에게 그렇게 건의했지만 알다시피 추락한 위신과 정통성은 시간을 들여세우면 그만이라고 답을 하더군. 신성모 국방부 장관이 시간만 끌면 이길 수 있다고 현혹하는 바람에 내 말은 듣지도 않아.”

“쯧. 저 쪽에서 저렇게 나온 이상. 우리라도 민심을 잡아야겠지.”

내무부 장관 조병옥은 김구의 말을 제지하며 말한다.

“한정당 인원들도 피신을 갔으면 하는 게 내 말이오.”

그 말에 김구와 여운형이 당황하며 조병옥에게 묻는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우리들보고 여기에 피신하라니? 제정신이오?!”

“지금 당장 피신하자는 말이 아니오. 최대한 서울 시민들이 피난하는 것을 돕다가 맨 마지막에 피신하면 좋지 않겠소?”

여운형은 그 말에 진심으로 궁금해서 질문을 던진다.

“아니 서울을 수호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까?”

조병옥은 그 말에 ‘하아.’ 비웃는 표정을 짓고 대답한다.

“수십만에 달하는 중공군이 일시에 서울을 포위한다면 어떻게 되겠소? 과연 이길 수가 있을지 걱정이군.”

수십만이라는 단어에 여운형은 이내 얼굴을 구기고 말았다. 김구 역시 얼굴을 찡그리며 한 마디 말한다.

“서울을 포기한다니. 천도를 한다니.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하아...”

결국 한정당에서도 서울 피신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 대통령 세력처럼 바로 부산으로 피난 가는 것보다는 서울에 어느 정도 남아서 서울을 수비하는 군대들과 시민들의 피난을 돕다 맨마지막에 피신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오십보 백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한편, 팽덕회 총사령관은 선봉대 참모장 왕걸연과 만나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왕걸연은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정말 이 전략 괜찮은 것입니까?”

팽덕회 총사령관은 그 말에 차를 한 잔 마시면서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이지?”

“이렇게 뱀이 구물구물 다니는 전략 말입니다. 적들이 뱀의 허리를 찌른다면 금방 붕괴하지 않겠습니까?”

팽덕회 총사령관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대답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팽덕회 총사령관은 별반 걱정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일반적인 전력으로 본다면 이 전략의 약점은 한정되어 있겠지. 하지만 그게 함정이야.”

“함정이라는 말씀은?”

“무기가 강하다 혹은 화력이 강하다. 그런 것은 별 차이가 없네.”

“하지만 화력의 차이는 아군의 손실이 더더욱 높아지지 않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무기와 중화기를 다루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야. 그래. 내가 세운 전략은 그렇게 뱀이 수물수물 다닐 정도로 우회하는 일이겠지. 자네의 말도 이해가 돼. 허리를 끊어버리는 것도 말이야.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지 않겠나? 그 허리가 현재 고립되고 있는 남한군의 목을 조른다는 사실을 말이야.”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고 언제나 계속 싸울 수 없다는 것이야.”

순간 왕걸연의 얼굴에 무슨 깨달음이 나타난다.

“서... 설마...”

“계속된 전투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효과는 서서히 나타날 거야.”

============================ 작품 후기 ============================

런승만 이야기 빼지 않으면 섭섭할 것입니다.

런승만 :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이 서울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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