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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미 국무부 고문 존 덜레스는 미 8군 사령관인 월튼 워커 중장의 말에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라도 곡창지대라고 한다면?”
“아시다시피 한반도의 주요 곡창지대는 경기도, 황해도, 그리고 전라도로 나눠지고 있습니다. 물론 경상도나 강원도, 평안도 역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그 세 지역보다는 아무래도 생산량이 작은 지역입니다.”
“흠...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시오?”
월튼 워커 중장은 존 덜레스의 말에 조금 황당하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전쟁에서 지속적인 식량 생산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아니 그거야 그렇다 치지만 우리 미국이 그 식량 보급을 대줄 수 있지 않소? 또 한국에는 산악지역과 상관없이 아예 건물을 만들어 적층농업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지속적인 식량 증산이 가능하다고 들었소.”
존 덜레스의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게 정말입니까?”
“뭐. 작년에 나온 신 농법이니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았지만 식량 소비 율이 높은 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그 적층농장 그러니까 우리말로 말하면 그레인 빌딩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도시가 포위될 시 버틸 수 있다고 알고 있소.”
“흐음... 식량 보급도 있지만 제가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더 중요한 이유? 그게 무엇이오?”
월튼 워커 중장은 이내 책상 위에 펼친 한반도 지형의 지도에서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에 있는 산맥을 가리키며 말한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 정부와 남한군은 이 경상도 지역을 두고, 싸움을 벌여야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선이 길어질수록 유리한 쪽이 바로 중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으음. 확실히 전라도 지역을 우선 확보해야 전선의 길이가 짧아지는 형국이겠군. 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충청도 지역은 물론 경기도 지역까지 북상하여 전선을 형성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군.”
월튼 워커 중장은 존 덜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실 전라도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 다음 장악해야 하는 지역은 바로 여기입니다.”
월튼 워커 중장은 영주 시에서 시작한 전선이 이내 충청북도-강원도 경계선을 지나 서울까지 이어지게끔 그려낸다. 그러자 전선의 길이는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 비슷한 길이가 되어 버렸다. 존 덜레스는 그가 그려낸 전선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예 차라리 이 것을 처음으로 하면 되지 않소?”
월튼 워커 중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그러기에는 지금 이미 중공군이 강원도에 진출했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존 덜레스는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니? 왜? 그들을 저지할 수 있는 병력이 없소? 내가 듣기로는 한국군에게 후방지역에 3개 사단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 물론. 그 점에 대해서 저도 잘 알고 있지만 한국군 상층부에서 후방지역을 투입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왜지?”
“단순한 추측이지만 그들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임시수도 부산을 지키기 위한 병력으로 말입니다.”
존 덜레스는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한 마디 말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군. 멀쩡한 병력들을 가지고, 도망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애초에 수도 쪽 병력들과 그 최후의 병력들을 동원하여 강원도 쪽을 통해 우회하는 중공군들을 막아버리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전투가 벌어질 동안 새로운 사단들을 훈련시켜 병력 차를 줄이면 되는 일을 가지고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일인지 모르겠어.”
월튼 워커 중장은 그 말에 과하게 동의한다. 하기야 전략에 대해선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 역시 한국정부와 한국군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1950년 8월 2일, 강원도 출신 북한군의 안내를 받아 강원도 지역에 우회 중이던 선봉대는 조금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바로 자신들이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큰일인걸...”
선봉대의 사령관 송시륜은 한 가지 보고를 보고, 골치를 썩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군수 참모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이게 정말인가?”
그 말에 군수 참모는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예. 정말입니다. 현재 우리 군이 가질 수 있는 식량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보급로는?”
“현재 함경도 지역을 통해 보급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그 쪽 지역은 완전한 산악 지역이라 보급을 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이런...”
“거기다 북한과 대치 중이던 남한군들이 이 보급로를 곳곳에서 습격해오면서 난감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력이 급감할 것입니다.”
“휴우. 더더욱 시간제한이 걸리는군. 빨리 남한 정부를 붕괴시켜 멸망시키고, 이 지역에서 손을 떼야겠어.”
그 말에 군수 참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사령관님 말씀대로 하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아마 우리 선봉대의 보급이 떨어지는 시기는 늦춰봤자 한 달입니다.”
“한 달이라고?”
“예. 단기전이니만큼 속전속결에 치중한 보급입니다. 물론 지금 다시 재편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걸립니다.”
“고민이군.”
송시륜은 군수 참모가 올린 자료를 보면서 두통이 저절로 생기는 것 같았다. 그 때, 참모장인 왕걸연이 송시륜에게 다가오자 송시륜이 그를 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총사령관과 만나는 봤나?”
“예. 만나봤습니다.”
“그래. 뭐라고 하시던가?”
“선봉대는 먼저 서울로 진격하여 그 곳을 공략하다 본대가 오면 다시 군대를 뒤로 물러 경상도쪽으로 가라고 하십니다.”
“경상도? 그 말은 한 마디로...”
“예. 총사령관께서는 한국 정부의 피신도 고려하고 계십니다. 그들이 부산 쪽으로 내려가는 일까지 생각해서 경상도에 진출하여 요지를 함락시키고, 부산을 함락시켜 한국 정부를 파멸시키는 일에 주력하라고 하십니다.”
“그게 이 작전의 최종목적인가? 흠. 그렇군.”
“그런데 서울로 진격하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왕걸연의 물음에 송시륜은 이내 달력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아마 우리 군의 기동력으로 봤을 때, 대략 12일쯤 이면 서울에 도착하겠군.”
“흠... 서울이라 이 전쟁이 서울을 함락시키고, 끝나면 좋겠습니다.”
“끝나는 것은 한반도의 전쟁이야. 지금 우리 본국에서도 전쟁이 다시 터졌다고 하더군.”
“아... 중화민국의 공격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그 쪽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임표 사령관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더군.”
송시륜이 그렇게 말하자 왕걸연은 초조한 얼굴을 짓는다. 자신이 예상했을 때,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화민국과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임표 사령관의 군대가 버티지 못한다면 중공의 영토는 쪼그라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임표 쪽에 병력과 자원이 투입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의 역할은 점령한 지역을 지키거나 아니면 북한군을 보조하는 임무로 될 것이다.
송시륜은 하아 한숨을 내쉬며 왕걸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또 안 좋은 소식이 있네.”
여기서 안 좋은 소식이란 말에 왕걸연은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미 안 좋은 상황을 각오하고, 이 전쟁에 끼어들었기에 왕걸연은 각오하며 송시륜을 바라본다.
“우리가 군대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은 한 달 내로 축소되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급을 받지 않는 이상 대략 보름 정도 전투를 진행할 수밖에 없네.”
“그 말씀은...”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닥쳐온 것 같아.”
왕걸연은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 그 때, 군수참모가 송시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본대에 연락하여 보급을 받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쪽도 상황이 마찬가지일 거야. 쯧. 병력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급이 더더욱 복잡해지니 하아...”
그 때, 군수참모가 악독한 얼굴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그렇다면 이판사판입니다.”
“이판사판이라면?”
“약탈입니다.”
“뭐?!”
송시륜은 책상을 탕치고 용수철처럼 일어선다. 송시륜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군수참모의 얼굴은 그대로였다.
“우리 홍군보고 지금 약탈을 저지르자는 것이냐!?”
“작전은 완수해야하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서울 공격하다 후퇴해야할 판입니다. 판단과 결정, 그리고 책임은 사령관님이 하셔야 됩니다.”
송시륜은 그 말에 이빨을 갈고, 군수참모에게 한 마디 말한다.
“너 삼대기율 팔항주의에 대해서 말해봐! 어서!”
그 말에 군수참모는 삼대기율 팔항주의에 대해서 줄줄이 말한다. 여기서 ‘삼대기율 팔항주의’란 모택동이 홍군에게 강조한 군기로 삼대는 다음과 같았다.
1. 모든 행동은 지휘에 따른다. (一切行動聽指揮)
2. 군중의 바늘 하나, 실오라기 하나도 취하지 않는다. (不拿群眾一針一線)
3. 얻어낸 모든 것은 공동 분배한다. (一切繳獲要歸公)
그리고 팔항주의란 다음과 같았다.
1. 말할 때는 온화하게 한다. (說話和氣)
2. 매매는 공평하게 한다. (買賣公平)
3. 빌려온 것은 반드시 되돌려준다. (借東西要還)
4. 손해를 입혔을 경우 반드시 배상한다. (損壞東西要賠)
5. 구타나 욕설을 하지 않는다. (不打人罵人)
6. 농산물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 (不損壞庄稼)
7. 부녀자를 희롱하지 않는다. (不調戲婦女)
8. 포로를 학대하지 않는다. (不虐待俘虜)
모택동은 이 삼대기율 팔항주의에 대해 홍군의 세력을 키운 결정적인 이유라고 말했고, 그에 대해 홍군 즉 인민해방군을 지휘하는 지휘관들 역시 타당하다고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여느 상황에 대해서 못 지킬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 것이 승리를 가져다주는 열쇠로 보았기 때문이다.
“자네가 말한 것들 중 삼대기율 팔항주의 중 어느 것을 어기는 것인가? 말해봐라!”
군수참모는 그 말에 억울하다는 듯 외친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상황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붕괴요. 또 보급하지 않는 이상 전력의 손실은 급증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이족(오랑캐족)의 땅이지 않습니까? 이족들의 재산을 취해 우리들의 작전을 지속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미치겠군. 참모장 이 자식에게 설명해봐. 자기가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말이야.”
참모장 왕걸연은 그 말에 할 수 없다는 듯 군수참모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봐. 지금 상황은 잘 알겠지만 그 방법은 상당히 무리가 있네.”
“아니 무리라니요!? 보급로는 끊겼고, 본대에서 보급을 얻을 수 없다. 절약해도 1달이 최대. 이런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악명을 얻을 수 있지만 여기는 원래 북한에게 넘기고, 철수해야할 땅. 그 과정에서 적들의 시민들을 소탕해 보급을 하고, 작전을 지속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까?”
군수 참모의 항변에 왕걸연의 마음은 잠시 동했지만 이내 왕걸연은 논리정연하게 반박하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이 곳 사람들에게 외국의 군대라서 경원시한 시선을 받고 있네. 그들이 우리들을 개소닭 보듯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만약 자네 말대로 약탈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지금껏 취해왔던 모든 장점들이 그대로 단점으로 변할 거야. 이족이라 한들 민심은 천심이야. 약탈에 분노한 그들이 한국정부의 열렬한 지원 아래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면 과연 어떻게 될까? 지금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린 지옥을 맛 볼 거야.”
“이대로 죽나 아니면 그 때 가서 죽나 오십보백보 아닙니까?”
“또 이 일이 국제사회로 알려 져봐. 그리고 우리가 이 땅에 온 명분이 뭐지? 한국을 징치하겠다는 명분도 있지만 아시아를 위해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취지가 있다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면 명분은 완전히 저 쪽에 넘어가지. 그리고 우리 군사들의 사기 역시 급감할 거야.”
“그러나 이대로 가다면 필히 전력이 급감할 것입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그건...”
“저도 그 말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죽하면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까? 여기서 작전을 지속해야하고, 전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 보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재편하다가 시간만 소모하고,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작전이 차질을 빚게 됩니다. 하아... 사령관님.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송시륜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보급문제가 이리도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다. 송시륜은 이내 결심했다는 듯 한 마디 말한다.
“어쩔 수가 없겠군.”
군수참모의 얼굴은 그 말에도 불구하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군수참모. 자네의 말이 어느 정도 맞아.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군. 우리가 직접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존재들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이야.”
“어느 존재들이라고 한다면?”
“북한 말이지.”
“아... 설마 악역을 그들에게 맡길 생각입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 우리가 악역을 맡을 수 없으니 그들에게 맡겨야지. 우선 장악한 지역만이라도 수탈해서 보급을 해결해야지.”
군수참모는 그 말에 결연한 표정을 짓고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내 막사 밖으로 나간다. 송시륜은 한숨을 내쉬며 눈앞에 서 있는 왕걸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번 전쟁은 역시 참전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어.”
왕걸연은 그 말에 깊이 동감했다. 팽덕회 총사령관의 생각은 조금 다르겠지만 왕걸연은 이번 전쟁의 승산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역시 이 전쟁은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어. 제길...’
어째 이 전쟁에 참여하면서부터 일이 점점 꼬이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이번 전쟁에 참여한 중공군의 손실은 대략 20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 내정된 중공군들의 병력 중 10분의 1을 날려먹은 셈이었다.
그 때문에 팽덕회 총사령관은 포위한 남한군들에게 적극적인 공세보다는 그들이 탈출할 수 없도록 포위망을 유지하고, 견제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었다. 그 때, 왕걸연은 한 가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런데 이 지역을 우회하면서 적들의 습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래.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적의 병력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가보군. 우리의 우회를 기어코 통과시키니 말이야.”
송시륜은 그렇게 말해도 방심하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 적들이 들이닥쳐 공격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봉대 20여개 사단은 착실하게 서울로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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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이 전쟁의 분수령으로써 서울 함락전보다 문경 시가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병주가 계획한 지옥 중의 지옥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