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38화 (538/633)

0538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같은 시각, 중공군 선봉대의 진격 목표가 서울로 확실해지면서 서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가지고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부 쪽은 이미 부산으로 내려갔다고 하던데?”

“나도 모르지. 짱개 녀석들이 이 쪽으로 쳐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군에서는 이 쪽을 수비하기 위해 엄폐물들을 설치한다고 하던데.”

“갑갑하다. 이 곳을 떠나기에는 그렇고, 하지만 이대로 있기에는 이 곳이 전쟁터로 변하니 말이야.”

“아니. 가족들이 있는데. 얼른 피난 가야지.”

모여드는 사람들마다 피난 이야기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역시 불안감을 가진 얼굴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고민이 넘친다. 거리 차선에는 군용차량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상공에는 여러 대의 헬기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서울은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용산의 어느 건물 안, 수도방위군단의 신임 군단장에 임명된 김도진 소장은 참모들과 자신의 휘하 사단장 셋을 부르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중공군들의 진격 현황은 어떻게 되고 있어?”

그 말에 군단 참모장에 임명된 박한철 대령이 급하게 대답한다.

“현재 중공군 선봉대 20여개 사단은 강원도 회양군 쪽에 도착했다는 정보입니다.”

“그 정보 확실해?”

“사단에 있는 헬기 정찰대와 또 미군에서 공여 받은 미 정찰기들을 통해 확인했으니 정보의 확실성은 당연합니다.”

“으음... 강원도 회양군이라...”

김도진 중장은 지도를 바라보며 강원도 회양군의 위치를 점찍는다. 원산과 가까이 있는 회양군은 그대로 개성 쪽으로 가서 서울로 가거나 아니면 강원도 남부로 간 뒤 횡성 - 양평 방면으로 향해 서울로 갈 수 있었다. 아마 거리를 줄이려면 황해도 쪽에 진출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지속적으로 정찰활동을 벌여 중공군들의 경로를 추적하고, 만약 가장 가까운 거리를 통해 이 서울로 간다면 언제 전투가 벌어질 예정인가?”

“이건 추측인데. 대략 12일 때쯤 서울 외곽에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들을 요격하겠습니까?”

요격이란 야전에서 그들과 대적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 김도진 소장은 고개를 돌리며 대답한다.

“괜히 요격하다 손실만 입으면 이 서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저번 북한군이 원산시를 지키고 있을 때, 함부로 병력을 빼내다 그 병력을 깡그리 날렸다고 하잖아.”

“알겠습니다. 그럼 서울 시가전에 대한 대비를 더더욱 완벽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차라리 그게 낫겠군. 우선 미 공군들과 우리 공군들에게 연락하여 중공군들이 보이면 무조건 폭격부터 가하라고 해. 이 쪽에 도착할 때까지 지옥을 보여줘야지.”

그렇게 말하는 김도진 소장의 눈빛에서는 중공군들에 대한 살기로 가득 찼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참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보급 방면으로 화제가 나온다.

“그래. 보급 부분에서는 문제점이 없다는 건가?”

군수참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육군본부 군수과에서 일 잘하는 인간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고립된 부대들에게 중공군들의 눈을 피해 잘만 보급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급 면에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행이군. 현재 가지고 있는 총탄과 수류탄, 각종 탄약들은 대략 몇 일치인가?”

“24시간 내내 사용한다고 하면 대략 한 달 치는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비상식량 및 전투식량 역시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속적으로 보급을 해주니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군. 보급 면에서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 우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며 버티면 되는 일이야. 어차피 저들에겐 시간이 없으니까.”

김도진 소장의 말에 참모들은 다시 한 번 중공군의 약점을 생각한다. 자신들에게는 시간이 넉넉한 반면 중공군들에겐 시간이 없었다. 그 이유야 알다시피 중화민국과의 전쟁 때문이다. 그들의 공세를 막으려면 빨리 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끝내야한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할 일은 당연히 중공군들의 제한된 시간을 소모할 때까지 버티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미군의 본격적인 지원과 타국의 본격적인 지원들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들이 상당히 유리해진다. 그 때, 김도진 소장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참모장 박한철 대령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 것보다 서울 주민들의 소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현재 서울 주민들에게 피난에 대한 촉구를 다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어서...”

“전투가 한낱 놀이라고 생각하는 얼간이들이군.”

김도진 소장은 그 말을 듣고, 그들을 이렇게 일축시켜버린다. 김도진 소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최대한 서울 주민들의 소개를 끝마치고, 여기에 남아있는 시민들은 최대한 안전한 장소에 한꺼번에 놔두도록 해. 그걸 거부하는 사람들은 뭐 전쟁에서 참혹한 죽음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김도진 소장은 이렇게 소름끼치게 한 마디 말하자 참모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참모장 박한철 대령이 그런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도 억지로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흥. 말로만 해도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해봤자 그들이 우리들에게 고마워할 것 같나? 되려 원망하면 원망했지.”

“......”

“일단 최대한 주민들의 소개를 끝마쳐야 돼. 시가전에서 민간인들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있어 민폐나 다름없으니 말이야.”

주민들을 민폐라고 규정하는 김도진 소장의 말에 참모들은 별반 좋은 얼굴을 짓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매도할 수는 없었다. 실제 전투에서 민간인들의 존재는 민폐라고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덕성을 버려 민간인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운다면 어느 정도 효율이 있다고 보지만 김도진 소장과 참모들은 그런 짓거리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지속적인 통신망 구축 및 정찰, 그리고 각 부대의 배치상황, 엄폐물 구축 등 꽤 많은 작전 내용들이 오고 가며 시간을 소모한다.

1950년 8월 5일, 병주는 동협 그룹 군수공장에서 한 가지 제품을 보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바로 저번에 감연이 개발한 유탄발사기를 동협 그룹 측에서 양산한 제품이었다.

“흐음...”

병주는 유탄발사기의 모습을 보고 품평하다 이내 그 것을 K-46소총에 결합시키려고 한다. 그러자 유탄발사기와 소총은 딱 들어맞듯 결합된다. 유탄발사기와 조합된 K-46 소총의 모습은 어느 신형 소총과 못지않았다. 이내 병주는 옆에 있던 사람에게 한 마디 물어본다.

“유효 사거리가 380m라 했습니까?”

K-193 유탄발사기의 양산 책임자라 할 수 있는 공현석 과장이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흠... 역시 감연이군. 이런 무서운 물건을 개발할 줄이야.”

공현석 과장은 그 말에 동의하며 대답한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시제품을 바탕으로 양산하기에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양산이 되니 이번 전쟁에서 이 유탄발사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흐음... 실질적인 시험 동영상 같은 것은 있소?”

“영상기기에 시험 영상이 있습니다. 보겠습니까?”

병주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공현석 과장의 안내에 따라 군단 참모들과 수행원들과 같이 유탄발사기에 대한 구체적인 시험 영상을 살펴봤다. 아까 병주가 결합했던 소총-유탄발사기를 들고, 한 병사가 먼저 소총탄을 발사하기 시작했고, 이상이 없자 이번에는 유탄발사기에 유탄을 집어넣고, 조준한 뒤 그대로 유탄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겨버린다. 그러자 유탄발사기는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유탄이 날아가더니 이내 ‘콰앙’ 소리와 함께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류탄보단 위력과 살상반경이 떨어졌다. 하지만 병주는 이 영상을 보고, 꽤 흥미로운 표정으로 영상을 쳐다보았다. 그건 군단 고위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아. 이 정도면 한층 지옥의 모습을 더더욱 보여주겠군.”

물론 그 전투로 인해 지금껏 발전시켜놓았던 문경의 시가지가 파손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대로 있어도 중공군들이 문경을 점령해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그래서 병주는 물론 병윤 역시 문경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각오하고 있었다. 공현석 과장은 병주의 눈치를 살피며 이내 한 가지 묻는다.

“어떻습니까?”

“만족스럽군요. 혹시 얼마만큼 양산되었는지 확인가능 합니까?”

“예. 그야 물론입니다. 현재 양산된 유탄발사기의 숫자는 2113정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호오. 그 만큼이나.”

병주는 그렇게 말하며 이내 그 양산된 숫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이내 공현석 과장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럼 혹시 하루에 얼마만큼 생산하는지 확인할 수 있소?”

“시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대략 하루에 300정 정도 생산하고 합니다. 대리 회장께서 국군 전력이 전부 배치시킬 수 있을 만큼 생산하라고 했으니 생산숫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입니다.”

병주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군단 참모들, 그리고 사단장들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 결정해버린다. 병주는 이내 공현석 과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양산된 유탄발사기 전량을 우선 제 3군단 쪽으로 넘겨주십시오.”

“예? 그랬다가는...”

“아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동생이 누구인지 잊었습니까?”

병주가 병윤의 이름을 앞세우자 공현석 과장은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회장님의 지시대로 양산하고 있으니 그 쪽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다만 그 이후부터는 군수과로 넘길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게 말하자 공현석 과장은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양산된 유탄발사기와 그리고 유탄들을 제 3군단 쪽으로 넘기기 시작한다. 그 때, 군단 참모장 최진석 준장이 병주에게 조금 걱정된다는 말투로 말한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혹여 이 일이 상부의 귀에 들렸다가는...”

“지금 급한 것은 이 쪽으로 몰릴 중공군들을 막을 수 있는 작전이 아니겠나? 유탄발사기는 이 작전에 꼭 필요한 물건이라 할 수 있지. 건물 창문 밖에서 발사되는 유탄들이 중공군들을 물리칠 비책이 될 거야.”

“으음...”

“뭐 책임은 내가 지지 않나?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보단 우선 압록강 쪽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제 2군단에 물량을 넘기는 것이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게. 이우 중장의 실력이야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말이야. 더 버틸 수 있을 거야. 또 더 버티게 만들도록 신무기도 만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신무기라면?”

그 물음에 대해선 공현석 과장이 설명을 해준다.

“아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일전에 회장님이 유탄기관총이라는 것을 개발하라고 했습니다. 현재 개발이 완료되고, 아예 양산체계를 가동하니 하루에 50정씩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유탄기관총이라... 설마?”

“그래. 아까 봤던 유탄발사기의 기관총 형태이지. 연속적으로 유탄들을 쏟아낸다고 보면 돼.”

“으음...”

“시가전에서 유탄기관총이 필요하겠지만 야전에서만큼 효율이 높은 물건이 없으니 그 쪽에는 그 것들을 보내면 첨상금화겠지.”

그 말에 최진석 준장은 말이 없어진다.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 대비를 해놓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때, 병주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병주는 품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말한다.

“전진.”

-일출.-

“그 목소리는 이우 중장입니까?”

-그래. 오랜만에 그 목소리를 듣는군.-

“무슨 일이시기에 전화를 주십니까?”

-그 유탄기관총은 언제 도착하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네.-

“아. 그 점에 대해선 현지 책임자가 설명할 것입니다.”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핸드폰을 공현석 과장에게 넘겼고, 공현석 과장은 이내 이우 중장에게 유탄발사기의 양산 계획 및 납품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 후 설명이 끝나자 공현석 과장은 다시 병주에게 핸드폰을 건네준다.

-으음... 결국 3일 뒤에 그 물건들이 배치된다 이 말인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휴우. 말도 말게. 병사들의 전투 피로가 서서히 문제가 되기 시작했어.-

“아... 전투 피로 말입니까?”

-예전처럼 중공군들이 일시적으로 공세를 펼치기보다는 우리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간간이 견제하며 전투 피로를 누적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알고는 있지만 대책을 세우기 어렵군.-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이우 중장은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긴밀히 말하기 시작했고,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이우 중장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하기 시작한다.

-흠. 역시 자네는 머리가 좋아. 그런 방법이라면 어느 정도 전투 피로를 없앨 수 있겠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계입니다. 피로를 풀다가 일시적으로 공세에 돌입하게 된다면 극심한 손실을 입을 것입니다.”

-그렇지. 하여튼 미치겠다니까. 그나저나 제 3군단은 계속해서 후방에 있는 건가?-

병주는 그 말에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한다.

“저도 미치겠습니다. 이 놈의 국방부가 우리 부대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부산 쪽으로 천도하여 버티는 방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나도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상당히 아연실색했네. 일본군에 있었을 때, 파벌싸움이 그들의 전력을 깎아먹는 짓거리를 보았는데. 여기서도 실현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예. 이런 시국에 한낱 파벌 싸움이 웬 말입니까?”

-그런데 자네는 이대로 있을 생각인가?-

그 말에 병주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아닙니다. 저에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아마 이번 달 하순에 중공군들이 이 문경에 올 것 같습니다. 그 때가 바로 이번 전쟁의 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전쟁이 일어나기 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고 짜놓았던 그 계획 말인가?-

“예. 저들에게 시가전이란 지옥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시가전이라... 과연 그들이 순순히 그 전투에 뛰어들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이 전투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기야 똑똑한 자네가 시간을 투자해 만든 계획이니 그리 허술하게 짜놓지는 않았겠지. 알겠네. 일단 병사들에게 다음 달까지 버텨달라고 말을 해봐야겠어.-

“그 말을 들으니 그 쪽에 어려움이 많은 모양입니다.”

-지독해. 아주 지독하지. 하지만 우리가 무너지면 이번 전쟁은 저들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하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악착같이 버티고 있어. 지금 자네 말을 들으니 나에게 어느 정도 희망이 생기는군. 그럼 다음 달에 다시 전화하지.-

============================ 작품 후기 ============================

비염때문에 내용은 생각 안나고, 왼쪽 팔목은 통증으로 아픕니다. 하아... 겨우 한 편 썼네요. 죄송합니다. 몸 관리를 잘 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