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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8월 24일 아침 8시, 경상북도 예천 인근 대승사를 중심으로 산세에 미리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국군 특유의 전투조끼와 그리고 방탄장비를 갖춘 이들, 바로 제 12 강습산악사단이었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각 연대와 대대들을 산세에 매복시켰다. 그리고 적절한 지형마다 중화기들을 설치하여 미리 예열을 시켜놓았다.
그들을 지휘하는 사단장 박현호 준장은 사단 본부를 대승사에 두고는 대승사손님 방에서 각 부대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을 취합시켜 지도 위에 말들을 배치시켜 놓고, 적이 어디로 올지 예상을 하고 있었다.
“흐음...”
원래 사단 참모장 출신이었기 때문에 대충 머리를 굴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만약 중공군을 지휘하는 것이 자신이라면 어떻게 우회시킬까?
‘그런데 꼭 지형을 따지며 우회할 필요가 있을까?’
원래 산악 기동은 능선(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를 잇는 산의 줄기), 아니면 계곡을 중점으로 이동한다. 왜냐하면 산악기동이라고 해도 오르막내리막 하는 지형을 장기간 하다보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짧은 거리를 기동할 때는 상관없지만 꽤 장거리를 빠르게 기동할 때는 산의 고저차가 현저히 적은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렇다한다면 이 곳 대승사 쪽을 관통하거나 혹은 대승사 북쪽에 있는 산의 능선을 따라간 뒤 계곡을 통해 예천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농후하지만 박현호 준장은 그 두 가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 때, 한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와 박현호 준장에게 보고한다.
“정찰병에게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 말에 박현호 준장은 곧 그가 가지고 온 보고서를 빼앗다시피 챙기고는 내용을 읽는다.
“흠... 오전 8시 21분, 적은 대승사 북쪽 능선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라... 이거 참 잘 되었군.”
“그나저나 어떻게 합니까? 저들을 공격하려면 군을 다시 배치해야하지 않습니까?”
“잠시만 기다리게.”
박현호 준장은 보고서를 가져다 준 장교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지도 위에 배치된 아군의 말들을 살펴보더니 이내 적들로 해당되는 붉은 말들을 지도 위로 놓는다.
“현재 대승사 북쪽 산 능선을 탄 후, 예천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계곡을 통해 이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후방 부대를 대승사 동쪽 지역으로 빼도록.”
박현호 준장은 그렇게 말하며 아군 말들 일부를 대승사 동쪽 계곡 지역으로 놓고, 그 장교에게 쳐다본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그 장교는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방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그 때, 박현호 준장 군복 속에 무언가 울리기 시작한다. 바로 영관급 이상만 지급된다는 통신장비 핸드폰이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여기는 12 사단장이다. 무슨 일인가?”
-현재 시각부로 대승사 서쪽으로 기동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래? 규모는?”
-대략 1개 사단 규모입니다.-
“사단 별로 따로 가는 식으로 예천 쪽을 가려고 한다면 흐음...”
-어떻게 합니까? 우리 31 연대는 계속 이대로 있습니까?-
“아직까지 그 쪽을 행군하는 적들은 자네 연대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지?”
-그랬다면 저 쪽에서 당장 포를 쐈을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그럼 자네의 판단대로 타이밍을 재다 화력을 한꺼번에 투사시켜. 그러면 되지 않나?”
-아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그래. 한 번에 알아들었다니 다행이군. 전투 후 보고를 잊지 말게.”
-예!-
그렇게 제 31 연대의 연대장과의 통신을 마무리한 박현호 준장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도를 살펴보며 이내 적군에 해당되는 붉은 말들을 대승사 서쪽 산악에 배치시켜둔다.
오전 8시 25분, 순조롭게 대승사를 관통하려던 중공군 한 개 사단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콰콰쾅! 콰쾅!-
포탄들이 하늘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대승사 쪽을 향하는 중공군 병사들에게 떨어지고, 큰 폭음과 함께 포탄의 범위 내에 있던 병사들은 죽거나 크게 다친다. 하지만 더더욱 악랄한 것은 그 것뿐만이 아니었다. 산기슭에 미리 참호를 파놓고, 기다리던 국군 병사들이 유탄과 유탄기관총을 쏘아대며 화력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와 동시에 보병들이 가지고 있는 바주카들과 기관총, 소총들의 총알세례들이 중공군 병사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두두두두! 쿠콰콰쾅! 콰콰쾅!-
갑작스러운 습격, 그리고 선수를 먼저 빼앗긴 대가는 꽤 참혹했다. 거의 수백 명에 해당되는 병력들이 일시에 사라졌다. 규모로 따지면 거의 1~2개 대대였다. 공격을 받고, 기동을 방해받은 중공군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지시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 반격하는가? 아니면 후퇴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가? 두 가지 선택 중에서 그는 반격하는 것으로 고른다.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다 저들이 추격하면 꽤 뼈아픈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제 31연대와 중공군 한 개 사단이 계곡을 두고, 교전을 시작한다.
한편, 대승사 북쪽 산 능선을 통해 이동하던 중공군 두 개 사단은 한 개 사단이 이미 교전을 개시하였는지 몰랐는지 계속해서 능선을 통과해 이제 막 대승사 동쪽 계곡으로 내려가 예천 쪽으로 종대 형태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때, 그 계곡 양단에 미리 매복해 있던 제 32연대와 제 33연대는 타이밍을 잰 뒤 곧바로 공세에 들어간다. 계곡을 중심으로 이동하던 중공군 병사들에게 총탄, 포탄, 유탄 등 가지각색의 화력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쿠콰콰쾅!-
대승사 서쪽에 있는 중공군 한 개 사단은 그래도 교전을 벌였지만 현재 계곡을 통해 예천 쪽으로 내려가던 두 개 사단은 갑작스러운 양 쪽의 공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계곡에서 멀어져 어서!”
계곡이 화력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중공군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빨리 계곡에서 산기슭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그런 이들에게 국군 병사들은 총탄 세례라는 화끈한 선물로 보답하기 시작한다.
-두두두두두!-
기관총 총구, 그리고 소총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탄 세례들은 산기슭으로 올라가는 중공군 병사들에게 악몽이 되기 시작했다. 중공군 병사들은 마치 우수수 쓰러지는 허수아비처럼 죽어나가거나 부상당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 겨우 교전할 거리가 되자 중공군들 역시 엎드리며 응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작은 포물선을 그리고 그들 위로 떨어지는 유탄들은 대처 방법이 없었다.
-쿠콰콰쾅!-
수류탄보다 범위와 위력이 작기 하지만 유탄 앞쪽에 무언가 충격이 생기면 곧바로 터져나갔다. 수류탄은 폭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그 것을 처리하거나 아니면 적에게 다시 던질 수 있지만 유탄은 답이 없었다.
그렇게 교전을 하자마자 유탄 세례에 죽어나가는 중공군 병사들을 보니 그들을 지휘하는 중공군 지휘관은 저 유탄들을 쏘아대는 국군 유탄수 병사들이 마치 자신들을 죽이려 드는 악마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들에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병사들을 이끌고, 그저 엄폐할 수 있는 지형에 들어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소총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교전은 한동안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되었을 무렵에서야 교전은 끝이 났다. 승전보를 울린 것은 병력 규모가 큰 중공군들이 아니라 미리 자리를 파놓고, 기다리며 화력들을 퍼부었던 국군 제 12 강습산악사단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박현호 준장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각 연대에서 올라오는 보고들 때문이었다. 그는 그 보고서들을 읽고,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이거 수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는걸.”
당연히 전장을 정리하는 것과 또 적 포로들을 수습하고,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지시란 지시를 내린 박현호 준장은 곧바로 핸드폰 뚜껑을 열며 어딘가로 전화 통화를 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멸공.-
“승리. 제 12 강습산악사단장 박현호 준장입니다.”
-박 준장. 그 쪽은 어떻게 되었나?-
“현재 대승사를 중심으로 적 보병사단 셋과 교전을 벌인 결과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정확한 피해를 추산하기는 어렵나?-
“아군 피해는 대략 20여 명이 사상되었을 뿐입니다.”
-알겠다. 현장을 수습하고, 그 쪽 지역을 수비하도록.-
“예?! 그렇게 되면 문경은 어찌하려고 하십니까?”
-그건 걱정 말게. 적절한 때가 되면 그 쪽을 부를 생각이니 말이야.-
박현호 준장은 병주의 대답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이해하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박현호 준장은 병주와의 통신을 끝내고,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흠... 아무래도 적들이 이 쪽 지역을 우회할까? 라는 생각 때문에 여기에 배치를 시켜둔 것이겠지?”
우선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제 11 강습산악사단과 제 12 강습산악사단의 역할은 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문경을 벗어나 우회하는 적들을 쳐서 다시 문경으로 쫓아내는 것. 그리고 또 문경을 수비하는 제 10 강습산악사단과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대의 역할을 하는 것 그 것뿐이었다.
“일단 수습하기나 하자. 급하면 저 쪽에서 나를 부르겠지.”
박현호 준장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내 각 휘하 부대들이 올라오는 보고마다 일일이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부산에 다시 설치한 합참에서는 문경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주목하고 있었다. 합참의장 지청천은 제 3 군단에서 작성한 작전과 또 교전 보고서를 읽으며 한창 생각한다.
‘으음... 이 정도까지 준비하다니.’
하지만 적들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병력 규모를 생각할 때는 문경이 그대로 함락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국군 제 3 군단은 생각이상으로 잘 버티고 있었다.
‘하기야 병주 녀석이 지키고 있는 지역이니.’
지청천이 알고 있는 길병주는 꽤 능력이 뛰어난 인간이었다. 이미 중장까지 진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가 진급한 데에는 배경이 뛰어나다는 것도 있지만 그에 걸 맞는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있었다.
그 때, 그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 하나가 있었다.
“합참의장 뭐 이리 생각을 하시고 그러시오?”
자신의 귀에 영어로 말하는 사람, 바로 이 쪽으로 시찰을 하러 온 주일미군연합사령관 맥아더 더글라스 대장이었다. 지청천은 자신을 바라보며 옥수수대 파이프를 물고 있는 거만한 그의 모습에 흠흠 헛기침을 한 후 대답한다.
“아 잠시 3군단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맥아더는 제 3 군단이라는 말에 흥미를 느끼며 반문한다.
“그랬소?”
맥아더의 반응에 지청천은 맥아더의 귀에 이미 제 3 군단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마 월튼 워커 중장을 통해 들은 내용일 것이라고 지청천은 생각한다. 그 때, 맥아더는 지청천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현재 인천 지역은 어떻게 되었소?”
“인천은 현재 국군 수도방위군단 휘하에 있습니다. 굳이 상륙작전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말입니다.”
“흐음...”
맥아더는 지청천의 말에 아쉬운 감이 있었다. 적어도 내가 이 전쟁의 주인공이라는 멋진 임펙트 씬 정도는 남겨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인천 지역, 그리고 전라도를 장악한 이상 굳이 상륙작전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말에 맥아더는 상당히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이내 지청천에게 한 가지 묻는다.
“현재 한국 해군은 어떻게 하고 있소?”
지청천은 해군에 대해 묻는 맥아더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니 그 것을 왜 묻고 난리야?’
하지만 속내를 터놓고 말할 수는 없기에 지청천은 간단하게 대답한다.
“서해 지역을 중심으로 초계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초계활동?”
“예. 북한군 해군은 이미 박멸시킨 지 오래 이고, 또 서해를 통해 이동하려는 중공군들을 견제하려고 그런 명령을 내렸습니다.”
맥아더는 그 말에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할 일이 없다는 뜻이 되겠소?”
지청천의 얼굴은 삽시간에 굳어지다 이내 다시 표정을 고치고는 대답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되겠습니다.”
“좋군. 그럼 원산 지역은 어떻게 생각하오?”
지청천은 그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맥아더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원산? 아니 원산이라니? 그냥 인천 지역에 병력들을 수송시키고,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군단을 도우면 되지 않나? 왜 갑자기 원산 쪽을 말하는 거지?’
현재 원산은 다시 북한군 수중에 수복되었다. 그러나 지키는 병력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미 중공군이 참전하기 전에 국군들에게 박살이 된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지청천은 맥아더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원산 지역에는 적 한 개 사단이 있다고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흠. 한 개 사단이라...”
“그런데 원산 지역에 상륙작전을 개시할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그 것이 좋지 않겠소? 원산 지역을 점령하면 곧바로 만주 지역에 진격할 수 있지 않겠소?”
지청천은 그 말에 ‘끄응’ 침음을 내뱉는다.
‘아니 누구는 만주로 군을 투입시키는 생각을 안 해봤냐고?’
합참 쪽에서도 중공군 참전이 확인되자마자 만주로 군을 투입시켜 전장을 한반도가 아닌 만주로 바꿀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계획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미국 국무부 쪽에서 그 계획에 대해 재고를 하라고 전달했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만약 만주까지 전장이 확대된다면 가만히 있던 소련이 위협을 느끼고, 참전할 수 있소. 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니 침입하는 중공군들을 상대하시오.’
물론 합참과 외무부 쪽에서 국무부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었고, 어쩔 수 없이 한반도에 전투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맥아더 사령관은 만주에 전투를 벌이겠다는 말을 하니 지청천으로썬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지청천은 맥아더를 바라보며 한 가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미 국무부에서 만주까지의 전장 확대를 찬성했습니까?”
그 말에 순간 맥아더의 미소는 사라진다. 그리고 맥아더는 지청천을 쓰윽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한다.
“미 국무부 이야기를 왜 꺼내고 그러시오?”
“그 쪽에서 전장을 만주로 바꾸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맥아더는 그 말에 옥수수대 파이프를 내려놓고는 굳은 표정을 짓는다.
“그랬소? 빌어먹을 자식들.”
맥아더의 반응에 지청천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는 얼굴을 짓는다.
============================ 작품 후기 ============================
맥아더는 만주 지역에 융단폭격, 핵공격을 주장했기에 아무래도 만주로 군을 진출시키는 생각 정도는 했다고 봅니다. 맥아더 특유의 쇼맨십을 바라는 성격을 살펴보자면 원산에 상륙시키는 것으로 쇼맨십을 충족시키고자 했지만 미 국무부에서 가로막히는 군요.
사실 트루먼 행정부와 맥아더의 사이는 나빴습니다. 트루먼 행정부가 맥아더를 바라봤을 때는 정세를 모르고, 날뛰는 망아지처럼 보였고, 반면 맥아더 역시 트루먼 행정부를 본전만을 생각하는 도박꾼처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