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49화 (54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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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월튼 워커 중장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문경 전투가 벌어지기 전 방어 작전에 대한 내용을 상기시킨다. 아마 군단 참모장이 발표한 것으로 기억이 났는데, 그런 작전들 모두가 병주의 작품이라는 소리에 사실 소름이 돋았다.

“흠. 그가 적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군.”

월튼 워커 중장이 핸드폰 송신부분에 한 마디 말하자 핸드폰 수신부분에서 나오는 도노반 시밀터 대령의 동의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군 자체의 화력도 화력이지만 그의 지휘 실력과 판단력이 한국군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축소시킵니다.-

“으음. 이 정도면 우리 미 사령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작자라 볼 수 있군.”

-우리말에 익숙하고, 알아들으니 적어도 합동작전을 할 때만큼 답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증정도는 못해도. 사령관님 말씀대로 믿을 만 합니다.-

“혹시 우리에게 무슨 말 같은 것이 없었나?”

-아예 다음 보고서에 우리 미군에게 협조해달라고 내용을 작성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잘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보내지 그러나?”

-그러기에는 여기서 판단할 것이 많아서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보가 밝혀졌으니 작성하고는 있습니다. 전보로 일단 보내드리겠습니다.-

“전보라? 도청될 위험은 없는가?”

-흠. 그렇다면 이 핸드폰을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해드립니까?-

“핸드폰으로? 그게 가능한가?”

-원래 이 핸드폰에는 문자를 작성하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 새로운 형식이라 핸드폰 문자를 이용해 보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으음. 미쳤군. 지금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핸드폰에 그런 기능까지 있었다니 말이야.”

-이 나라엔 솔직히 인재들을 잘 만났습니다. 우리로써 예상치 못한 기술들을 펑펑 쏟아내는 기업들과 과학자들이 즐비합니다. 이런 나라가 왜 일본제국에게 나라를 빼앗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월튼 워커 중장은 한일합방의 배후에 자신의 조국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떠올린다. 그러다 이내 얼굴을 팍 상하며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 건은 조금 말하기 그렇군. 하여튼 한국의 어느 기업에서 개발하는 물건들은 우리 미국에게 상당히 필요하기 그지없어. 우린 이 한국을 돕기 위해 파병이 되었지만 그대로 물러나기에는 수지가 조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그리 생각은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적어도 행정부 쪽에서도 보고를 올릴 수는 있겠지.”

-아. 그건 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도노반 시밀터 대령의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은 순간 눈썹을 역 팔자로 휘며 성난 어조로 한 마디 묻는다.

“그건 왜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제가 미군정 시기부터 여기에 있었습니다. 웨드마이어 사령관이 그걸 모르고, 계시리라 생각했습니까?-

그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은 순간 이해를 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군.”

-전 군정의 요인들 역시 이것을 알아차렸지만 저 쪽에서 아예 대놓고 거부하니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방식을 바꾸며 차라리 저 쪽의 협조를 얻으며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 바꾼 것으로 전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런가? 쯧. 사정을 말해줘서 고맙군. 그래.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센 것 같군.”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좋아. 한국군 3군단 쪽에서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던가?”

-충청북도 단령 쪽으로 부대를 동원하여 문경에서 그 쪽으로 빠져나가는 중공군들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흠 한 마디로 도주로를 차단시켜 달라는 소리인가?”

-예. 그 쪽 말로는 중공군 역시 미군의 위세를 잘 알고 있으니 부대 규모와 상관없이 미군이 이 쪽에 있다는 것만 확인해도 사기가 급락한다고 말하더군요.-

“호오?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인가?”

월튼 워커 중장은 병주가 한 말이 조금 기특하다고 생각했는지 입가를 조금씩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원래 고양이가 잡을  때, 도망칠 구멍을 주지 않으면 쥐가 고양이를 물지 않습니까?-

“그럼 이 요청을 거부해달라는 거야? 아니면 어쩌라는 소리인가?-

월튼 워커 중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소리치자 핸드폰 너머 도노반 시밀터가 진정하라는 어조로 대답한다.

-혹여나 중공군을 경시하여 소대 규모나 혹은 중대 규모를 보내면 안된다는 말씀을 하고 싶습니다.-

“흠... 하지만 내가 바로 운용할 수 있는 부대의 규모는...”

-그 운용할 수 있는 부대 규모의 최대로 움직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중공군 사령관이라고 한다면 포위망을 약한 쪽부터 뚫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월튼 워커 중장은 그 말에 기분이 팍 상한다는 것을 느낀다.

“아니 그 말은 우리 미군이 약하다는 소리인가?”

-그 말이 아닙니다. 규모가 작으면 그렇게 보지 않겠습니까? 사람이라는 동물은 절박하면 본능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저는 그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감을 보이되 결코 방심은 하지 말라는 소리인가?”

-예. 제가 말하고 싶은 말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쯧. 상당히 돌려서 말하는군. 알겠네. 현재 내가 급히 움직일 수 있는 부대는 한 보병 대대밖에 없어.”

-예?! 대대 규모로 어떻게 막으실 생각입니까?-

“아니 그 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소리인가? 물론 시간이 지나면 한 개 연대를 투입시킬 수 있지만 일단 지금 쓸 수 있는 부대는 그 것밖에 없다네.”

-휴우. 어쩔 수가 없군요. 알겠습니다.-

핸드폰 너머에 느껴지는 도노반 시밀터 대령의 한숨에 월튼 워커 중장은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일단 보병대대 하나를 충청북도 단령에 보낸다고 전해. 아까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단령 쪽에 미군을 배치한다면 부대 규모와 상관없이 그대로 무너진다고 말이야.”

-으음... 알겠습니다. 한국군 제 3 군단장에게는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도노반 시밀터 대령의 조금 실망스러운 어조가 월튼 워커 중장의 귀에 들리지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는 사항이었다.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도노반 시밀터 대령은 한 가지 물어본다.

-그런데 단령 쪽에 보낼 보병대대의 대대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아. 그렇군. 그걸 말하는 것을 깜빡했네. 사실 이번 보병 대대장은 원래 여기 출신이라고 들었네.”

-예? 여기 출신이라고 한다면?-

“대전 중에 조금 이야기를 들었을 거야. 니세이 부대라고 말이야.”

-아. 니세이 부대.-

니세이 부대는 하와이에 살고 있던 일본계 미국인들이 입대하여 만들어진 보병 대대였다. 미군 쪽에서는 이 보병 대대를 보고 ‘퍼플하트 부대’라고 말을 많이 했는데, 전투를 격렬히 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대대에 있던 일본계 미국인 병사들은 스스로를 ‘니세이 부대’라고 불렀다. 뜻은 2세 부대라는 의미였다.

그 니세이 부대는 유럽 이탈리아 쪽에 투입하여 맹활약을 했고, 5년 전에 대전이 끝나면서 니세이 부대는 정식적으로 해체되었다. 그런데 월튼 워커 중장이 이 니세이 부대를 꺼낸 이유가 한 가지 있었다.

-그 니세이 부대 휘하에서 소대장으로 지휘하던 동양인을 말씀하시는 것 말입니까?-

“그래. 마크 클라크 중장이 직접 계급장을 달아준 사람이니 능력이야 확실하지. 사실 정식적인 보병대대는 경험 없는 애송이 녀석이 담당하게 하고, 실권은 그가 잡도록 하려고 했는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쩔 수가 없군.”

-흠. 미 보병대대에서 동양인 대대장은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쯧. 상황이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어쩔 수가 없지. 적어도 단양 쪽에 보내는 미군 보병 대대의 대대장이 동양인, 거기에 한국계라면 저 쪽에서도 그 부대를 호감으로 표시하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일단 내일부터 작전이 시작되니 내일 단양쪽에 그 부대를 배치시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재촉하지 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 말이야.”

-예. 죄송합니다.-

그 것으로 도노반 시밀터 대령과의 연락은 끊어졌다. 월튼 워커 중장은 얼굴을 이내 찌푸리다 다시 피다 창문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 이내 부관이 작전 참모를 데리고 온다. 작전 참모는 월튼 워커 중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왔는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어서 불렀네.”

작전 참모는 월튼 워커 중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월튼 워커 중장의 말을 기다린다. 하지만 월튼 워커 중장은 그에게 말을 하는 대신 도노반 시밀터 대령이 자신에게 올린 보고서를 그에게 건네준다. 작전 참모는 갑작스런 보고서에 잠시 내용을 읽다 눈이 커진다. 그리고 보고서의 내용과 월튼 워커 중장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놀란 감정을 드러낸 뒤 한 마디 묻는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입니까?!”

작전 참모가 마치 따지듯 어조를 높이며 묻자 월튼 워커 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이미 이 보고서를 올린 이와 아까 통화했네.”

-으음...-

“현재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부대는 한 개 대대밖에 없지 않나?”

-예. 그렇기는 합니다만. 설마...?-

“그래. 그 쪽에서 그 부대라도 단령 쪽에 배치시키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

-하지만 아무리 중공군들이 철수한다 하더라도 그 쪽의 규모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쯧. 한국군 제 3 군단은 세 개 사단을 교체하면서 중공군 스물 사단의 공격을 방어해내고, 공세에 돌입하려고 하는데. 우리 미군이 못할 이유가 있나?”

월튼 워커 중장이 작전 참모에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지만 작전 참모는 뭔가 미심쩍은지 한 마디 말한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공을 부풀리고자 거짓으로 전공을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본다면 도노반 시밀터 대령이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 쪽은 한국군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도 있지만 그들의 동태를 감시하여 이 쪽으로 정보를 올리는 일까지 하는데 말이야. 설마 그를 의심하는 것인가?”

“으음...”

작전 참모는 침음을 흘리며 아직까지 믿기 힘든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들의 내용과 아까 이 곳에 오기 전부터 파악한 정보들을 조합해보니 이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미 머리로 판단하고 있지만 가슴은 판단하지 못했다. 한국군들이 이런 전과를 세운다는 것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튼 워커 중장은 그런 작전 참모의 모습에 이해가 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지금 자네의 심정은 이해하네. 하지만 지금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우리로썬 놓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작전 참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그렇기야 하겠지만 한 개 보병대대로 그들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퇴각하는 중공군들의 섬멸은 한국군이 담당하니 우린 그 쪽으로 간간이 오는 적들을 막으라고 하면 되지 않나?”

작전 참모는 월튼 워커 말에 과연 상황이 그 말대로 이루어질지 조금 걱정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 쓸 수 있는 부대는 그 보병대대밖에 없었기 때문에 작전 참모는 월튼 워커 중장의 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일단 쓸 수 있는 부대라도 단령 쪽으로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군요. 그 보병대대의 대대장이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 친구야 어느 정도 유능하니 말일세. 한국군 3군단을 지휘하는 젊은 군단장 역시 상당히 유능한 친구이니 어느 정도 합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네.”

작전 참모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를 여기에 불러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월튼 워커 역시 동조하며 대답한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월튼 워커는 이내 부관에게 예의 그 보병대대 대대장을 부르도록 지시를 내리고, 자신은 작전 참모와 차후 단령 쪽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실 때쯤 부관이 한 동양인 남성을 방 안으로 데려온다. 안경을 쓴 동양인 남성은 갑작스레 불려나간 이 상황에 조금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월튼 워커 중장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연에 미소를 띄고는 이내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혹시 자네가 왜 이 쪽에 왔는지 알고 있는가?”

그 말에 동양인 보병대대장은 눈치를 살피다 한 마디 대답한다.

“임무가 생겼습니까?”

“그래. 맞아. 임무가 생겼네. 지금 자네의 부대에게 상당히 중요한 임무가 말이야.”

그 말에 동양인 보병대대장은 이내 흥미가 도는 눈빛을 하고는 월튼 워커 중장을 바라보며 반문한다.

“그렇습니까? 그럼 저에게 떨어진 명령이 무엇입니까?”

무슨 임무이든지 확실히 수행하겠다는 자세가 그에게서 흘러나오자 월튼 워커 중장은 속으로 ‘클라크 중장이 좋아했다는 것이 사실이군.’ 이렇게 말하며 그를 평가한다. 이내 월튼 워커 중장은 그에게 지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이내 단령을 검지로 가리키며 설명한다.

“자네 부대는 내일까지 이 곳에 배치하여 문경에 올라오는 중공군 부대들을 막아내는 일을 할 걸세.”

그 말에 동양인 보병대대장은 눈이 바짝 커지며 월튼 워커 중장을 바라보고는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예?! 그 문경 쪽에 갔다는 중공군 부대들은 20만에 다 달은 대규모 부대들이 아닙니까?!”

“나도 알고 있네.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게나. 들어보고, 자네가 판단하면 되지 않나?”

그 말에 동양인 보병대대장은 조금 미심쩍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판단했고, 이내 월튼 워커 중장의 설명을 듣기 시작한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한 번 읽어보게. 그럼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수 있네.”

동양인 보병대대장은 그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이 건네준 보고서의 내용을 한 번 살펴보고는 이번에 입을 벌리며 그에게 반문한다.

“이게 사실입니까!?”

“사실이니. 이러는 것이 아닌가?”

“으음...”

“사실 자네의 대대는 급히 배치되는 병력이야. 조금 시일이 지나면 이 쪽에 연대 규모의 부대를 배치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나.”

그 말에 동양인 보병대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사령관님의 말씀 잘 이해했습니다. 단령 쪽에 자리를 잡아 즉시 그 쪽으로 올라오는 중공군들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씩씩한 그의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은 이내 한 마디 미소를 짓고는 동양인 보병대대장의 계급장을 보곤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자네의 이름은 뭔가?”

“제 이름은 이름표에 써진 대로 ‘영옥 킴’이라고 합니다. 이 쪽 현지어로는 저를 ‘김영옥’이라고 부릅니다.”

============================ 작품 후기 ============================

한국전쟁에서도 김영옥 장군 이 분의 이름은 절대 빠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아실 분은 아실만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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