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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월튼 워커 중장은 최진석 준장이 조국에서 개발한 T-12 클라우드메이커를 언급하자 상당히 묘한 기분을 느꼈다. 사실 월튼 워커 중장이 생각하는 T-12 클라우드메이커는 일명 비운의 병기라고 말을 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메이커가 개발된 거의 같은 시기에 원자폭탄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폭발력은 당연히 원자폭탄이 클라우드메이커보다 상당히 우월했다. 그래서 미국 군부에서도 원자폭탄을 더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지. 현재 비운의 무기로 된 클라우드메이커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비운의 무기가 언급된 것이다. 사실 핵무기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였다. 처음 개발할 당시만 하더라도 마구 사용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냉전의 분위기가 달구어지고, 소련에서 핵폭탄을 개발하게 되자 핵폭탄 이용에 난감해진 이유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폭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아마 그래서 지진폭탄을 언급한 것이고 말이다.’
월튼 워커 중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재빨리 맥아더 총사령관에게 지진폭탄의 사용을 한 번 촉구해봐야겠다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아직 회의는 끝나지 않았고, 일단 물어볼 것이 있어서 월튼 워커 중장은 최진석 준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지진폭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진폭탄이 여기서 만들 수 있는가?”
최진석 준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중국군에서 개발 양산하고 있는 지진폭탄 ‘정화-0’ 자체가 우리 송감연 박사가 핵심 개발한 물건입니다. 조금만 설계를 바꾸고, 양산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 군 자체에서도 그 ‘정화-0’를 보유하고 있으니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흠. 한 마디로 설비와 기술은 마련되었으니 돈과 인력, 재료만 투자하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인가?”
최진석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정확합니다. 우리 측 군수업체인 ‘동협 그룹’의 능력에 대해선 여기 계시는 미군 장교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는 하겠군. 그럼 중공군 본대의 공략에 지진폭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소리인가?”
“예. 물론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이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지진폭탄 밖에 더 되겠습니까?”
“으음. 그걸 실은 비행체가... 있기는 하군.”
“지금 우리가 보급 및 보병지원, 그리고 폭격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검은 매가 적정 중량 30톤까지 가능하니 한 번에 하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 것 참 다행이군. 물론 우리 B-29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수량이 많은 검은 매를 활용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군.”
“예. 그렇습니다.”
월튼 워커 중장은 브리핑을 들으면서 중공군이 대처할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게 되자 조금은 안심이 된 얼굴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말해줘야 했다.
“일단 T-12 클라우드메이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선 한 번 문의를 해봐야겠군. 이 것 참 그걸 개발한 사람들이 좋아라하겠군.”
그 말에 최진석 준장은 ‘미국에 뭔가 사정이 있군.’ 이렇게 생각하고는 더 이상 그거에 대해 묻지 않는다. 지진폭탄에 대한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되다 이내 다른 화제로 넘어간다. 최진석 준장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먼저 우리 3군단은 공세시작점을 경기도 여주시, 강원도 횡성군, 원주시로 잡아 둘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 미 8군은 여주시 서쪽에 있는 지역에 전선을 두면 되겠는가?”
최진석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미군이 기계화 정도에 따라서 그게 가장 적합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군. 아무래도 산악지역에 군을 투입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자동차를 통해 이동하고, 공세를 펼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말이야. 그럼 최종적으로 9월 7일까지 공세시작점에 모일 생각인가?”
“미 8군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니, 결정하십시오.”
정부에서 전작권에 대해 유엔군에게 이미 맡긴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미 연합작전을 펼칠 때, 작전의 결정권은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최진석 준장이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일단 한국군의 체면도 있고 하니. 아마 9월 7일에 공세 시작점에 모이는 것이 좋겠군. 이의 있는 사람 있나?”
그 말에 자리에 앉은 한국과 미국 장교들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월튼 워커 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아 참. 이번에 3군단에 배치된 물건이 하나 있다고 하더군.”
최진석 준장은 그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이 무엇을 언급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내일 배치되는 것 말씀입니까?”
“그래. 소련군에서 개발한 카츄사 로켓포 계열인가? 이름이 긴가민가 한데...”
“신 화차입니다.”
“그래. 그 신 화차. 미군에도 그 무기를 배치할 수 있나?”
“그건...”
최진석 준장은 이내 자신의 군단장 병주를 쳐다본다. 그러자 병주는 그 낌새를 눈치채고, 이내 월튼 워커 중장에게 대답한다.
“일단 신 화차의 경우는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는 긴급 양산으로 만들어지는 물건인데. 괜찮겠습니까?”
월튼 워커 중장은 긴급 양산이라는 말에 순간 멈칫하고 이내 병주에게 자세하게 묻기 시작한다.
“긴급 양산이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 국군에서 다연장로켓을 워낙 급하게 원해서 군수과에서 검증 절차를 하지 않고, 긴급 양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것 때문에 한국 의회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검증되지 않는 무기로 동맹군이 이를 사용하다 기기 오작동 혹은 기기 불량으로 다치기까지 한다면 크나큰 외교적 문제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으으음...”
월튼 워커 중장은 병주의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한 마디로 한국군 역시 이 신 화차에 대해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사용한다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동시에 의혹이 들었다.
‘한국군이 워낙 그 무기를 원한다고 하여도 왜 그렇게까지 긴급 도입하는 거지? 물론 급한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만약 잘못된 일이 생기면 파급력이 클 텐데?’
그렇게 생각하다 이내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 긴급 생산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화력이 이 것밖에 없어서 이걸 사용한다던가? 아니면 이런 일이 별반 생기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거나.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한국군이 보유한 화력을 살피면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군. 굳이 다연장로켓을 중히 여길 이유는 없다. 그럼 나머지는 후자인데...’
월튼 워커 중장은 일단 그렇게 추측하고는 이내 병주에게 한 마디 묻는다.
“혹시 그 다연장로켓의 시제품의 문제점은 없는가?”
“시제품의 개발은 송감연 박사가 담당합니다. 그 점에 대해선 문제가 별반 없습니다.”
병주의 대답에 월튼 워커 중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송감연 박사는 미국이 그에 대한 특정 프로젝트를 계획할 정도로 아주 능력 있는 과학자 기술자였다. 원래 무기 개발이 주특기인 만큼 그가 다연장로켓을 개발한 사례에 대해선 별반 문제가 없었다. 그의 실력도 실력인 만큼 시제품 역시 완벽할 것이다.
‘그럼 이 시제품을 양산하는 곳은 딱 한 가지뿐이군. 알만하군. 왜 긴급 양산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야.’
한국군이 보유한 군수업체는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바로 ‘동협 그룹’이었다. 동협 그룹의 능력이야 이미 미국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업체가 양산한다면 긴급 양산한다 한들 신뢰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미군 군수물자 일부를 동협 그룹에 외주를 넣는 편이었다. 물론 품질이나 수량에 대해선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월튼 워커 중장은 그렇게 결론이 났지만 이내 한 가지 걸림돌이 생겼다.
‘쯧. 안타깝군. 내가 총사령관이었다면 물건을 내달라고 떼를 부릴 것인데 말이야. 이 것도 한 번 맥아더 총사령관에게 문의를 해봐야겠군.’
월튼 워커 중장은 그렇게 결론을 짓고는 이내 한 마디 말한다.
“흠흠. 사실 다연장로켓에 대해서 우리 미국의 군부에서도 관심이 많아. 그래서 물어보는 것인데...”
최진석 준장과 병주는 그 말에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배치해달라는 사람이 누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이런 속내를 결코 드러내지 않고, 병주는 웃으며 대답한다.
“이 보잘 것 없는 나라에서 개발한 무기에 대해 크나큰 관심을 표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병주가 이렇게 말하자 월튼 워커 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휴우. 그렇게 믿어주니 고맙군. 이 것으로 일단 브리핑은 끝마치는 것으로 하지.”
최진석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 것으로 브리핑을 끝마치겠습니다.”
결국 9월 7일까지 중공군 본대를 섬멸하기 위한 작전 브리핑이 마무리되고, 이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 떠 밖으로 나간다. 최진석 준장은 병주에게 다가와 한 마디 묻는다.
“미국에서 왜 신 화차를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 유탄발사기와 유탄기관총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우리는 철저한 을이야. 우리나라를 돕는 입장 상 무엇을 요구해도 나쁘지 않는 입장이지. 정부에서도 그걸 알고, 미국에 대하여 간 쓸개를 빼놓는 태도를 보이는 거야.”
“으음. 그 것 참 조금 서럽군요.”
“서럽기는. 뭘. 어차피 저 쪽에서도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끼어드는 입장이야. 저쪽에서는 당연한 요구이고, 또 우리에게도 그리 아쉬워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우만 그렇고, 다음 번 경우는 뭐 자네의 의견대로 돌아가겠지.”
그 말에 최진석 준장은 ‘과연 그런 날이 올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한편, 복도 창가에 선 월튼 워커 중장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고, 어딘가로 연락하기 시작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난 미 극동군연합사령부 총사령관인 맥아더 더글라스 원수이다. 이 전화를 주는 자네는 누구인가?-
“총사령관님이십니까? 전 월튼 워커 중장입니다.”
-아 워커 중장. 무슨 일이기에 이런 전화를 다 주었나?-
“현재 상황에 대한 보고 및 앞으로의 작전을 위해 도와주십사하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도움? 흠 한 번 들어봐야겠군.-
그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은 아까 브리핑 도중 있었던 대화에 대해서 전부 맥아더 총사령관에게 말해준다. 설명을 다 들은 맥아더는 흥미롭다는 어조로 말한다.
-그러니까 자네는 나보고 T-12 클라우드메이커에 대한 승인과 더불어 긴급 양산에 들어가는 다연장로켓을 우리 미군에게 도입시켰으면 하는 바인가?-
“화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은 일입니다. 어차피 우리 군은 이 나라를 돕기위해 파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요구 쯤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긴급 생산 건수는 미 의회 측에서 건수를 잡아 뭐라 할 것 같군.-
“힘들다는 것입니까?”
-아니 시간을 두고 보자는 이야기일세.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 타국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 그러니 한동안 한국군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지.-
“으음.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진폭탄의 경우는 아무래도 쉬울 것 같군. 핵폭탄이야 소련 측에서 경계를 하느라 미 행정부나 국무부 측에서 난리를 피울 것이지만 지진폭탄의 경우는 핵폭탄에 해당되지 않으니 소련 측에서 긴밀히 반응하지 않을 것 같군.-
“그 말씀을 들으니 상당히 안심이 됩니다.”
-그래. 아마 오늘 바로 미 합참 쪽에 전보를 보내면 밤에 답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 그럼 자네가 말한 9월 7일에 사용할 수 있겠지. 다만 미 본토에 있는 T-12 클라우드메이커를 꺼내고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어. 아무래도 지진폭탄은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다는 ‘정화-0’를 사용하는 것이 낫겠군.-
“알겠습니다. 그런데 미 본토군은 언제 인천으로 상륙할 예정입니까?”
-빠르면 10일, 아무리 늦어봤자 15일이면 상륙을 실시할 예정이니 큰 걱정하지 말게나. 일단 인천 쪽은 한국군이 장악한 것 맞지?-
“현재 서울을 필사적으로 수호하는 한국군이 있으니 인천 쪽을 함락시키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인천이 함락된다고 하여도 군산 쪽에 병력을 투입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야 하지. 일단 내가 인천에 도착하면 한 번 직접 대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 말에 월튼 워커 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핸드폰 정말이지 편리하군. 우리 조국에서도 이런 기술이 빨리 개발되어 이용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이래서 인재가 중요해.-
“저도 동감입니다.”
한동안 핸드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맥아더와의 통화는 끊어졌다. 월튼 워커 중장은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핸드폰을 군복 안으로 집어 넣는다.
1950년 9월 5일, 소위 계급장을 단 병윤은 병사 하나를 대동하고는 이내 국군 제 3군단을 방문한다. 군단 본부로 가는 도중 병윤은 만나는 장교마다 일일이 경례하며 작은 형 병주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고, 병주가 일하는 장소에 들어가자마자 병윤은 병주에게 경례한다.
“충성. 육군본부 군수과 소위 길병윤입니다.”
병주는 병윤의 태도에 피식 웃고는 한 마디 말한다.
“쉬어. 이제야 왔나? 그래. 군수과 일은 할 만 하냐?”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주에게 대답한다.
“해방 전에 제가 군수과 관련 업무를 보지 않았습니까? 익숙한 일입니다.”
병주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병윤에게 맞은 편 자리를 건넨다.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지.”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주 맞은 편 자리에 앉고, 병주는 그런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현재 우리 부모님들과 형수, 여동생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부산에 있는 저택에서 기거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부산에 있는 정부 관계자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냐? 피곤하게 되었군. 요즘 부산에서 상류층들의 도덕적 타락이다 뭐다 말이 많은데 말이야. 아버지가 부디 거기에 휩쓸리지 않으면 좋겠군.”
“제가 아버지에게 부산에 모인 피난민들의 지원 사업에 대해 권유해드렸으니 그리 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원 사업의 자본은 동협 그룹에서 대주는 형태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그런 것에 투자하는 것이 상당히 득이 많이 되는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일단 제 업무부터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래 그 신 화차는 얼마나 가져왔나?”
그 말에 병윤은 검지와 중지를 필뿐이었다. 병주의 얼굴은 조금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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