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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다시 터진 국공내전을 생각하자 트루먼 대통령은 순간 두통이 도지기 시작한다. 이미 중국 내에서 돌아가는 분위기쯤이야 짐작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미국이 그 전쟁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 전쟁에 집중하기에도 모자를 시점이라 말할 수 있다.
“국공내전에 신경을 쓰는 것은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 되는데. 국무부 장관의 생각은 어떤가?”
트루먼 대통령이 묻는 형식으로 말을 하지만 속뜻은 ‘난 국공내전에 더 이상 끼어들 자신이 없다.’였다. 물론 그 속뜻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던 국무부 장관 딘 애치슨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아. 물론 소련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병력을 그 전쟁에 투입시키는 일은 저 역시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국제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유엔 차원에서 지지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국 차원에서 지지하는 것인가?”
“물론 미국 차원에서 중화민국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소련의 입장을 생각할 때, 실질적인 군사력을 투입시키는 것보다 발언으로 지지하는 것이 그나마 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중화민국에서는 영양가 없는 발언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야 물론입니다. 제가 말하는 요지는 일단 포석을 두는 것입니다.”
“포석?”
“예. 중화민국을 지지하는 것이 곧 국공내전에 소련이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군. 그럼 그렇게 하게나. 소련의 반응이야 예상되겠지만 그깟 발언 한 번 했다고 소련이 동아시아에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겠지...”
트루먼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지만 조금 염려스럽다는 얼굴을 짓는다. 사실 미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초강대국이지만 극이 있다면 극이 있고, 상대방인 소련 역시 미국과 맞먹을 정도의 초강대국이라 그들의 눈치를 헤아려야 했다. 정치, 외교를 한낱 개인감정으로 맡길 수는 없는 법. 그렇게 미국은 한국 전쟁에 대한 지원을 박차고, 동아시아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 시각, 중공 북경 관저의 어느 한 회의실에서는 침묵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했다. 그건 상석에 앉은 모택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택동은 자신 앞에 있는 종이의 내용을 가볍게 읊는다.
“9월 2일 자로 중공군 선봉대는 전멸. 선봉대 사령관 송시륜은 자결, 그 외 간부들은 생사불명. 이 결과 어떻게 보는가?”
모택동이 가볍게 질문을 던졌지만 누구 하나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모택동은 뭐라 말을 하는 것보다 시선으로 그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다 이내 자신 옆에 앉아있는 총리 주은래에게 고정된다.
“총리.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 무엇이오?”
주은래는 그 물음에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모택동에게 대답한다.
“주석 각하. 한반도에 있는 전쟁에서 어서 손을 떼야 마땅합니다.”
“손을 떼? 왜지? 왜 손을 떼야하지?”
“현재 중공군 본대의 보급은 이미 끊긴 지 오래 현재 가용할 수 있는 병력과 자원들은 중화민국의 침공에 쏟아 붇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에 있는 병력들을 빨리 철군시켜 중화민국과의 전쟁에 투입시키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고 봅니다.”
모택동은 주은래의 대답에 순간 얼굴을 구긴다. 요즘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가 심해졌는데, 그 탈모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한반도에 병력을 투입하면서 뭐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작년에 보여준 중공군의 위세는 이미 허명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모택동은 이빨을 뿌드득 갈고는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제기랄...”
“감정으로 이 위기를 넘어설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한반도의 전쟁 역시 북한이 먼저 명분을 주었던 일.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 아까운 병력들만 희생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은래의 강한 주장에 모택동은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마에 손을 얹고 남은 손의 검지로 책상 위를 톡톡 치며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다. 잠깐 동안의 생각, 주은래는 이내 표정을 바로 잡고는 정면을 바라보며 외친다.
“한반도의 전쟁 계속 진행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는가?”
그 말에 사람들 누구 하나라도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다들 한반도의 전쟁을 늪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빨리 그 늪에서 빠져나와 된다고 생각했다. 모택동은 이대로 고집을 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에 병력을 투입시킨 것은 자신의 고집이었고, 그 때문에 자존심이 걸렸다. 한반도의 철군은 즉 자신의 권위를 잃는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휴우. 아무도 없군. 총리.”
주은래는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속으로 조금 밝아지지만 겉으로는 상당히 침통한 표정으로 모택동을 바라보며 반문한다.
“말씀하십시오. 주석.”
“아무래도 한반도의 전쟁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좋겠군.”
순간 주은래의 얼굴은 경악 그 자체가 되었다.
“처... 철군이 아니라... 중단입니까?”
“그래. 중단. 다시 말하면 휴전 말이야.”
“으으음... 저들이 휴전 의사를 받아들일까요?”
“적어도 한반도 북부를 우리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철군할 생각이야.”
주은래는 그 말에 속으로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한반도에서 병력을 빼야하는데. 왜 한반도에 욕심을 내고 지랄인 거야!? 저들이 휴전 의사를 받아들일 것 같나?!’
주은래는 모택동에 대해 욕이란 욕을 다 퍼붓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침통함 그 자체로 유지했기에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휴전 의사를 그 쪽에 받아들일까요?”
“남한군은 몰라도 유엔군은 입장이 다르지 않나?”
“으으음...”
유엔군의 입장이라는 말에 순간 주은래는 아주 얇은 가능성이 생각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확률은 아무래도 유엔군은 승기를 거두고 있는 와중에 과연 휴전의사를 받아들일까? 라는 의문이었다.
“휴전 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 중공군이 만만치 않다는 대상. 다시 말하면 유엔군에 거대한 피해를 입혀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래야 유엔군 측에서도 피해를 생각하고, 휴전 제의를 생각할 것입니다.”
“끄응...”
“유엔군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적극적인 의사는 없다고 하여도 적어도 참전한 이상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 최소한이라고 해봤자 전쟁 전 일어났던 상황을 원상복구 시키는 것일 것입니다.”
모택동의 얼굴은 그 말에 조금씩 굳어져 간다. 모택동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일단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주은래는 그런 쓸데없는 짓보다는 얼른 한반도에 있는 병력들을 철수시키는 것이 옳다고 강변하고 싶지만 지금 모택동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주은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모택동에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소련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놈의 소련. 쯧... 할 수 없군.”
결국 한반도의 전쟁은 휴전 쪽으로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택동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속내는 하나로 통일되었다.
-아니 쓸데없는 곳에서 제발 발을 빼라고!-
1950년 9월 6일, 병주는 선봉대를 조직하여 전에 한미 연합 브리핑에서 언급했던 공세시작점에 미리 진영을 짜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일 공세시작점인 경기도 여주시, 강원도 횡성군, 원주시에 각 사단들을 어떻게 배치할 지에 대해 사단장과 사단 참모들을 불러모아 일대의 회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제 10 강습산악사단은 경기도 여주시, 제 11 강습산악사단은 강원도 횡성군, 제 12 강습산악사단은 강원도 원주시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일단 원주시가 횡성군, 여주시 사이에 있는 만큼 군단 본부를 원주시에 두기로 했고, 제 3군단에 배속된 군단 포병 여단 둘은 원주시에 전부 두기로 했다. 포병인 만큼 사정거리가 길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다만 사정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다연장로켓 신 화차의 경우는 아무래도 중공군의 공세를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제 10 강습산악사단과 제 11 강습산악사단에 배치하기로 했다.
그렇게 전반적인 회의가 종료되고, 병주는 핸드폰으로 상부에 보고를 하기 시작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이 전화번호는 국군 제 3군단장인가?-
“충성! 국군 제 3 군단장 길병주 중장입니다.”
-그래. 길 병장. 무슨 일인가?-
“현재 선봉대로 하여금 3개 지역에 진영을 미리 짜두고, 내일 바로 전선으로 올라갈 계획이라 간략히 보고 드립니다.”
-한 번 읊어보게.-
병주는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들 전부 상부인 육군 참모총장 김홍일 대장에게 보고했고, 보고를 받은 김홍일 대장은 대답이 없다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보고는 그 것으로 끝인가?-
“예. 그렇습니다. 만약 우리 군단이 공세시작점에 도착한다면 중국군 남부 열 개 사단 중 대략 네 사단들이 반응할 것 같습니다.”
-흠. 공세시작점 지역 주위에 그 네 사단이 있나 보군.-
“일단 추측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중공군 본대 쪽에서도 우리 한국군의 전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쉽사리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기야 전력이 약한 병력들을 축차 투입시켜봤자 피해만 커지니 당연한 반응이겠지. 내가 중공군 본대 사령관이라면 자네들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할 것 같네. 그리고 서울 공방전에 투입한 병력들을 빼다 포위전에 대비하겠지.-
“제 생각도 그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공세를 펼쳐야하는 시점인데 말이야. 으음. 그래서 지진폭탄을 요구했지. 미군 측에서도 지진폭탄을 요구한 지라 솔직히 의문이었는데. 일단 공군참모총장 최용덕 대장 역시 지금쯤 지진폭탄을 준비하고 있을 거야. 내일 공세가 시작되면 연락하게나. 그럼 아마 원하는 지점에 시원하게 지진폭탄을 투하시킬 것이니 말일세.-
“하하. 그 것 참 감격할 일입니다. 내일 공세 시작하면 보고 드리고, 전투 경과와 결과에 대해선 따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러게. 아 참... 이 것 하나 말하지 않았군.-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이번에 북부군을 창설할 예정이야.-
“북부 군이라면...”
-그래. 전쟁 전에 야전군을 만들다 만 적이 있지 않은가? 이번에 야전군을 창설할 이유가 생겼네. 만약 북부 군이 만들어지면 그 사령관에 자네가 내정할 것 같네.-
“으음. 제 경력이 상당히 일천한데 순순히 자리에 앉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말게. 어차피 자네 군맥이라면 순순히 북부군 총사령관에 앉히고도 남을 일이니 말이야. 물론 신성모 국방부 장관의 반응이야 있기는 하겠지만 그 양반은 어쩔 수 없이 북부 군 창설을 허락할 수밖에 없어.-
그 말에 병주는 조금 아리송한 반응을 보인다.
“허락할 수밖에 없다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 눈치는 조금 빠르군. 다만 중장 계급으로 사령관 직을 영임하게 될 거야. 자네 진급은 그만큼 빨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계급이야 나이가 차면 진급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어린 나이에 벌써 중장이라고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북부 군이 창설되고, 자네가 그 사령관에 내정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없지?-
“예. 그렇습니다.”
-좋아. 그러면 되겠군. 북부군은 제 1군단, 제 2군단을 주축으로 창설될 것 같네.-
순간 병주의 얼굴은 조금씩 굳어진다. 사실 자신의 군맥은 제 3군단 쪽에 집중되었는데, 북부군에 역임한 순간 그 군맥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내 병주는 얼굴을 핀다.
‘어차피 제 1군단과 제 2군단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많지. 걱정거리는 없다.’
병주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내 핸드폰에 대답한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북부군의 창설에는 이번 전투의 결과가 중요하네. 그럼 자네 능력껏 발휘하게나.-
그 것으로 김홍일 대장과의 연락이 끊어졌다. 병주는 한숨을 내쉬며 이내 핸드폰을 군복 안으로 집어넣는다. 북부군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이 나지만 이내 병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일단 중요한 것은 북부군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중공군 본대를 어떻게 공략하는 가였다. 병주는 내일 있을 공세에 집중했다.
1950년 9월 7일, 서울을 한창 방어하고 나서던 수도방위군단의 군단장 김도진 소장은 제 3군단의 북상에 너무나 고마웠다. 김도진 소장은 핸드폰으로 제 3군단 쪽에 교신을 넣는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제 3군단의 군단장 길병주 중장입니다.-
“어이 형씨. 나 김 소장이야.”
-김 소장? 아. 미리 전화를 주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하하. 아닐세. 그 것보다 횡성, 여주, 원주에 군을 배치했다고 들었네. 언제부터 공세에 돌입할 예정인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잘 버티셨습니다.-
김도진 소장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정말이지. 중공군 놈들의 대가리 수는 지긋지긋해 죽겠어. 사단들을 교체해가며 겨우겨우 버텼는데, 이제야 희망이 보이니 다행이야.”
-곧 서울 남부를 공략 중인 중공군 열 개 사단을 정리할 것입니다. 미군이랑 합세하여 정리할 것이니 그 쪽의 수도방위군단은 서울 북부를 공격하는 중공군 본대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말씀이지 않나? 며칠 뒤엔 인천 쪽에서 미군들이 투입될 예정이니 중공군 본대들도 슬슬 철수할 타이밍을 재고 있을 거야.”
-그 전에 그 쪽을 포위시켜 각개격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말씀. 혹여나 그 쪽 군단에 보유한 화력으로 요청이 있을 때마다 화력 투사가 가능한가?”
-여유가 있으면 가능할 것입니다.-
“쩝. 당분간은 불가능하다는 소리이군. 알겠네. 그럼 일단 끊고, 이 희망찬 소식을 군단 내부에 발송해야지.”
-이미 문경 전투 결과가 전해지지 않았습니까?-
“아 전투 결과를 보자마자 우리 군단 내부에서도 희망이 찼지. 하지만 이번 소식으로 더더욱 희망이 찰 예정이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차후에 다시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형씨. 되놈 빨갱이 새끼들을 전멸시키고 보자고.”
그 것으로 병주와의 연락이 끊어졌고, 김도진 소장은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몸짓으로 그 기분을 표현한다. 덕분에 수도방위군단 참모장 박한철 대령은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김도진 소장을 쳐다본다. 김도진 소장은 그런 박한철 대령의 얼굴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지금 제 3군단이 원주, 횡성, 여주에 주둔하고 있다고 하더군.”
“예?! 그 말이 정말입니까?!”
“그래. 이제 되놈 빨갱이 새끼들의 공세에 쩔쩔매는 것은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그렇다면 우리 역시 공세에 들어가는 것입니까?”
“지금은 아니야. 타이밍을 재서 포위한 후 공세에 들어가야지. 휴우. 지금껏 버틴 것도 상당히 용한데. 이번에야 기분 좀 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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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화입니다. 555555 오오오오오오 555555 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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