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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이런 어려운 시국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잭 피슨 역시 자동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전쟁 통에 가족들의 재산을 소모하면서까지 사람들을 돕는 것을 보면 잭 피슨은 존경스럽기 그지없었다.
‘역시 우리 조국이 직접 나서서 귀화 프로젝트를 작성할 만한 사람들이구나. 저런 마음가짐이 있으니 더더욱 가치 있는 것이겠지.’
지금 그들이 보여준 성과는 세계를 놀랍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금 이런 시국에 부를 벌어놓고, 떵떵 거리며 사치를 부리는 삶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을 발견하고, 현장에 직접 나가 도우는 모습에 취재를 시작하기 전 김방상의 말처럼 저런 사람들이 ‘진짜 상류층’이었다. 그에 대해 좋게 생각하니 자동적으로 호의적으로 인터뷰 내용을 기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사는 객관적으로 작성해야했기 때문에 의도는 좋다고 기술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회장님이 직접 몸소 나서서 현장 일을 하시는 것 같은데. 보통 사람들을 시켜 관리하지 않습니까?”
“그게 그럴 수 있겠군.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나. 어차피 이런 일에 적합한 사람이 따로 있거든. 관리에 특출 난 사람이 따로 있어. 그 사람이 관리직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거든. 물론 그런 사람의 부패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난 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직접 몸소 나가 사람들을 돕는 것이지.”
“허.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이라. 하. 난 그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원래 어려운 사람을 보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 최대한 돕는 것이 인간 아니겠어?”
잭 피슨은 그 말에 속으로 대답한다.
‘그 인간 같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니 문제입니다만...’
속의 말은 꺼내지 않고, 잭 피슨은 흠흠 거리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아까 하시던 일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아 그거? 사실 이 곳 지역이 산이라서 그런지 먹을 물이나 몸을 씻을 수 있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렇기야 하겠군요. 그럼 하시는 작업이 상하수도 건설이 되는 셈입니까?”
“그렇지. 이런 시대에 언제까지나 우물물만 마시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적어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해.”
“흠. 그런 업무는 보통 상당히 전문적인 기술과 설계가 필요한데...”
“아 그건 걱정 말게나. 내 막내아들이 하는 회사들 중에 상하수도를 전문적으로 설계 건설, 관리하는 기업이 있거든. 이름이 동협 관수회사였지. 뜻은 단순하게 물을 관리하는 기업이지.”
“아 그렇군요. 하기야 단순한 작업으로는 편히 상하수도를 이용하기는 힘드니 말입니다.”
“그렇지. 일단 상하수도로 바탕을 만들면 이제 본격적으로 피난민들이 살만한 집을 만드는 것이지. 전력이야 태양 전지로 때우면 그만이지.”
“흠. 태양 전지 가격은 우리 조국에서도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피난민들의 가구 지붕마다 달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됩니까?”
“가난하니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지.”
공동이란 말에 잭 피슨은 한 가지 방식을 떠올렸다. 한국에 처음 와서 취재할 때 놀란 것이 태양 전지 하나로 여러 집이 동시에 이용하는 형식이었다. 알다시피 이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지붕에 태양 전지 하나를 달고, 그 것을 같은 이웃집이나 돌려 사용하는 경우가 흥했다. 그건 여느 시골마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사람은 이 태양 전지를 구입해두고는 작게나마 사용료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집을 가리켜 그 쪽 사람들의 언어로 ‘전기 집’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불빛을 밝히는 것이 대다수였고, 부유한 집에서는 냉장고나 TV, 에어컨, 청소기,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용하기 위해 이용하는 편이었다.
한국의 전기 생산량은 태양광 전지의 대중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 실정이었고, 그 것으로 대다수 시설들을 가동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면 노면전차나 공장이나 기타 필요한 물건들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정보를 알고 있던 잭 피슨은 이 피난민 촌까지 전기를 이용하게끔 하는 길남효의 모습에 존경심이 생겨났다. 후진국에서 보이는 실태들이 만연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있다고 잭 피슨은 생각했다. 길남효의 말은 계속 되었다.
“아마 10 가구 당 하나에 태양광 발전소를 작게 건설해서 이용하게 할 생각이야. 어차피 막내아들이 버는 돈에 비해서 얼마 안 하거든.”
“그러면 언제까지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이십니까?”
“사실 피난민들은 전쟁 때문에 제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아닌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이 집들을 만드는 것이 내 목적이야. 나 역시 전쟁 때문에 여기에 피신해온 처지이니 말이야.”
“그렇게 볼 수 있군요. 그럼 전쟁이 끝나고, 피난민들이 다 떠나 건설될 피난촌의 수요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뭐. 가난한 사람들이 찾아와 여기서 살겠지. 정부에 미리 말해서 이 집에 살겠다고 신청하는 사람들에 한해 배분하는 것도 좋겠지. 다만 자격요건으로는 정상적인 집이 없을 때만 가능하겠지.”
“으음. 정상적인 집? 그게 무슨 뜻입니까?”
“부동산 매매가 가능할 정도로 기능을 하는 집을 의미하지.”
“아... 혹여 어느 힘 있는 사람이 신청해서 그 집들을 받아 사유화시킬까봐 걱정되어서 하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피난민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어느 한 사람의 돈벌이로 이용되면 안 되니 말이야.”
잭 피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이 꽤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의도와 의도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꼼꼼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 때, 질 알모레이가 길남효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그 애산재단이라는 곳 말인데. 원래는 대학교 법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역할을 보니 완전 뒤바뀐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전쟁을 피해 여기로 피난 온 상황이지. 그런데 평상시대로 원래 있는 학교의 운영이 가능할까? 물론 문경에서의 전투는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 모르는 일이지. 그래서 여기에 피난 온 김에 이렇게 할 일들을 벌이는 거야. 왜 그 일들이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나?”
질 알모레이는 그 말에 흠흠 기침을 하고는 대답한다.
“전 잘못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시던 일에서 갑자기 선회하게 된 계기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지. 어차피 이 피난촌에 아이들을 위한 작은 학교를 건설할 예정이야. 그 학교에 대한 운영은 애산재단이 맡을 생각이네. 원래 이 재단 자체가 교육을 위한 재단이니 말이야.”
“흠.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서 소모되는 자금들은 어떻게 융통하십니까?”
“그건 당연히 내 가족이 모은 자금을 통해 벌이고 있지. 내 막내아들이 이 사업을 위해 직접 준 자금이 있어. 사실 회사에서 융통한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도 이 일에 동의했네. 이런 시국 일수록 회사가 돈만 버는 행동을 취해선 되지 않겠지. 미국에서도 사업가들이 자신이 번 돈으로 사회를 기부하는 일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일세.”
질 알모레이는 길남효의 대답에 만족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린다. 질 알모레이가 자신이 얻은 정보를 수첩에 기입하고 있을 때, 잭 피슨이 다시 길남효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다.
“사실 우리 조국에서도 당신의 가족들에 대해 일거수일투족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것인데, 현재 아들들은 뭐하고 지내십니까?”
“쯧. 이 사업에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내 가족들을 취재하러 왔나?”
“하하하. 그게 죄송합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니 대답할 수 없다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길남효는 그 말에 잭 피슨을 쳐다보다 이내 입을 뗀다.
“뭐 좋겠지. 어차피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니 말이야. 내 장남은 현재 국군의무사령부 안에서 일하고 있네. 그리고 차남은 이 국군의 장교인 만큼 직접 전쟁터에 뛰어들고 있고, 내 막내아들은 군에 들어가 군수 물자 관리를 하니 말이야.”
“흠... 그렇군요. 응? 막내아들이 동협 그룹 회장이 아닙니까? 그가 군에 들어갔다는 말입니까?”
“그래. 그게 잘못 되었나?”
“그렇다면 동협 그룹의 관리는 누가 하는 것입니까?”
“아. 그거 말이지. 그건 기밀이야. 이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잭 피슨은 그 말에 상당히 궁금했지만 참았다. 자신이 먼저 대답할 수 없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휴우. 그렇군요. 사실 이번에 이 곳을 취재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곳에 투입되는 구호물자들이 어떻게 쓰여 지는지 또한 전쟁을 피해 피난온 민간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서 알려고 찾아왔습니다.”
“그 점을 알기에 취재에 응한 것이야.”
“하하. 그렇군요. 전 이 취재 결과를 기사로 실을 예정인데. 이 기사를 보실 독자 여러분께 하시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흠. 그건 말이지. 난 이렇게 답하고 싶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하지만 전쟁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이야. 그들을 위한 기부 행사는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관심을 표했으면 한다고 적었으면 좋겠네.”
“하하. 알겠습니다. 회장님의 요청에 대해 잘 알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야. 덕분에 잠시나마 휴식을 하지 않았던가? 이제 슬슬 나도 일하러 가야겠지.”
잭 피슨은 그런 말을 하는 길남효에 대해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길남효는 무장경비원을 대동하고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잭 피슨은 조금 전 벌인 취재 과정을 수첩에 적고는 질 알모레이를 향해 한 마디 말한다.
“어때? 이번 취재는?”
질 알모레이는 묘한 얼굴을 하고선 한 마디 대답한다.
“적어도 우리 조국에서도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의인인 것 같네요. 전통적인 귀족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를 매력이 그에게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사람들이 그래서 그들을 따르는 것 같아요.”
잭 피슨은 김방상을 잠시 쳐다보고는 이내 질 알모레이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저 김이라는 청년의 말처럼 진짜 상류층다운 사람이었지.”
“진짜 상류층이라. 확실히 그런 사람이었죠.”
그 때, 김방상이 그 두 사람에게 다가와 한 마디 말한다.
“취재는 전부 끝났습니까?”
그 말에 잭 피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적어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것 같군. 자네 말대로 진짜 상류층인 사람인 것 같아.”
김방상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상류층이라고 으스대는 인간들은 모리배나 다름없는 족속들입니다. 상류층이라고 한다면 저런 사람들이 상류층이겠지요.”
“그래.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이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UP통신 부산지부로 가서 취재결과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야겠지.”
김방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 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김방상은 두 사람을 데리고, UP통신 부산지부를 향했다. 후에 그 두 사람은 이번 취재 결과에 대해 이렇게 기사를 작성했다.
-본 기자는 전쟁 통 발생하는 피난민들의 생활상과 또 구호물자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끼는 바, 그에 대해 취재를 했다. 본 기자를 호위할 경비원 두 명과 통역관으로 나선 김이라는 청년으로 구성된 가이드를 통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그 김이라는 청년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소문으로는 구호물자들이 한국 공무원을 통해 착복되어 사재로 활용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소문이기에 직접적인 확인은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그 일에 대해선 차후에 조사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본 취재는 ‘이 곳에 몰려오는 피난민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피난민들을 직접적으로 구호하는 단체를 하나 만날 수 있었다. 애산재단이라는 단체였는데, 원래 그 단체는 동현 대학교를 포함한 교육 기관에 대한 법인 재단일 뿐이었다. 그런데 직접 피난민 구호에 나선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김이라는 청년은 이 단체를 이끄는 단체장에 대해 진정한 상류층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본 기자는 직접 그 단체를 향해 찾아갔다. 그 단체는 피난민들을 위한 피난촌 건설에 매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모집하여 직접적으로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형식 역시 특별했다. 피난민들을 위한답시고, 직접적으로 부려먹는 형식이 아니라 일정 성과에 따라서 그 재단이 가지고 있는 구호물자들을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그 구호물자들은 대개 간단한 쌀이나 부식들, 위생용품, 옷 등 간단한 필수품부터 담배, 커피 같은 기호품, 또 TV나 냉장고 등 전자제품까지 있었다. 그런 물품들은 우리 본국에서 생산되는 물자나 어느 유럽과 타국에서 생산된 물품들이 아니라 그 재단과 관련된 기업들 안에서 생산된 물품들이었다. 즉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들이 보내는 구호물자들과는 다른 물자들. 즉 그 쪽 나라에서 생산된 물자들을 가지고 일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과에 따라 분배하기에 혹여나 이 단체가 우리들이 보낸 구호물자들을 착복한다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하여튼 그들은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그런 물품들을 노리며 범죄행각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존재하였는지 그 물품들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처럼 무장하고 나섰다. 그 경비원들 중에서 장으로 보이는 자가 이렇게 말했다. ‘간혹 각목이나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무기들을 가지고 습격하는 범죄자들이 출현할 때가 간혹 가다 있다. 또한 물자들을 배분하기 위한 표를 표적으로 위조하는 일당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 이들을 위해 이렇게 보안 절차를 거치고, 무장한다. 이 물자들이 범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기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다만 그들 역시 인간인지라 일하기 힘든 사람들의 경우는 따로 판별해서 간혹 가다 쌀이나 부식 등을 줄 때도 있다고 한다.
그 후 이 곳에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오누이로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있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들을 향해 취재했다. 그들은 전쟁 때문인지 나와 내 후배기자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물자들을 교환할 수 있는 표 한 장을 주겠다는 말에 선선히 취재에 응해줬다.
그 아이들 중 남자아이의 이름은 황영식, 여자아이의 이름은 황영혜라고 했다. 아마 조국이었다면 초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을 나이의 아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왜 이 곳에 와서 일을 하려고 물어보니 그 곳밖에 먹고 살 길이 없다고 했다. 그 곳 외에는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붙잡아 구걸할 수밖에 없는데, 그 구걸도 시원치 않은 때가 있다면 하루 종일 굶을 날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신과 자신의 여동생이 먹고 살려면 그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을 했다.
혹여 아동권리가 어쩌고저쩌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아이들은 그런 권리를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이 곳은 상당히 가난하고 냉혹한 세상이라는 것을 인지하면 좋겠다.
다시 본 이야기로 넘어가서, 그들에게 그 곳에서 일한다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황영식이라 불리는 남자아이는 일하는 사람들의 심부름, 보조, 또 작업 후 환경미화에 동원된다고 했다. 그리고 받는 성과는 하루 일할 때마다 한 장의 표를 받는다고 했다. 그 정도 표가 있다면 적어도 거리에서 노숙하지 않고, 식지 않은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어디서 지내느냐 라고 물어보니. 이 단체에서 보유한 건물에서 지낸다고 대답했다. 한 마디로 고아원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험악한 세상에 부모님들이 없냐고 물어보니. 그 남자아이는 대답을 회피했다. 아마 안 좋은 일이 그들에게 닥친 것 같아서 물어보기 민망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끝마치고, 표 한 장을 건네자 그 황영식이라는 남자아이는 그 표에 대해 마치 생명줄처럼 대했다.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게끔 해주는 돈과 같은 것이니 이런 상황에서의 소중함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자신의 여동생만큼은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본 기자는 그 아이들이 스스로 생활하는 모습에 기특하게 생각했다.
그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이 일을 직접 벌인 당사자와 만나 취재를 할 수 있었다. 본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날 때만 하여도 그는 다른 노무자들처럼 같이 일을 했다. 그래서 본 기자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이 주 업무이지 않은가? 라고 물어보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보다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일을 시키고, 난 나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할 뿐이다.’라고 말이다.
…… 중략 ……
그는 피난민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까지 소모하면서 이 일을 벌였다. 전쟁의 참화가 여기에 닿지는 않았지만 그 참화로 비롯된 간접적인 것은 직접적인 것과 버금간다고 본 기자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보게될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단체를 향한 기부 행렬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면 좋을 뿐이다.’라고 말이다.
본 기자는 그의 뜻을 존중하고 싶다. 그래서 원래라면 그 단체에 기부할 10달러를 기부하지 않고, 그냥 본 기자가 알아서 쓸 예정이다.-
이 기사는 UP통신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잠시나마 작게 적혔지만 파장은 꽤 있었다. 길남효의 말을 듣는 것인지 기부행렬은 생기지 않았지만 적어도 길남효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동시에 이런 일을 직접 벌이는 단체가 동협 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자 동협 그룹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아진 결과를 얻게 되었다.
그 때문에 동협 그룹의 수출 업적은 늘어났다. 병윤으로썬 이 기사를 쓴 잭 피슨과 질 알모레이에게 직접 상을 주고도 모자를 결과를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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