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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한동안 이어지던 총격전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박용갑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갔다. 총에 장전된 총탄의 숫자는 이미 비워진 지 오래. 그는 다시 한 번 총탄 다섯 발을 재장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였다.
-위이이이이잉~!!!-
어디선가 들리는 기계음, 박용갑은 그 기계음에 얼굴이 구겨진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시간 초과이군.”
그 말에 두 사람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박용갑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차피 위원장 동무께서는 실패라는 단어를 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실패하면 죽으라는 소리와 같지.”
그렇게 의연한 표정을 잡은 박용갑은 다시 한 번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하고, 조준경에 시선을 집중한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기회를 소모하느라 성과는 별반 없었다. 오히려 병사들이 이 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박용갑은 조준경으로 병사들 머리를 조준하려 하지만 병사들의 움직임이 너무 심해서 그런지 정조준하고 사격하기 곤란했다.
‘젠장 어쩔 수 없군.’
박용갑은 이런 상황이 되자 정조준 사격을 포기하고는 이내 보이는 대로 방아쇠를 당길 수밖에 없었다. 병사의 몸통이라도 보이면 박용갑은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명중은 별개의 문제였고, 족족 빗나가거나 스쳤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명중률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도 박용갑의 귀에 들리는 기계음은 점점 더 커져간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은 엄청 초조해진다.
한편, 박용갑의 저격총탄에 흐르는 피를 잠시 지혈한 병주는 박용갑이 있는 곳을 한창 노려보더니 이내 피식 웃고는 자신의 전속부관 정철회 대위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럴 때 권총 밖에 없다니 상당히 아쉽군. 이 거리라면 소총 최대 사거리에도 맞지 않을 것이고.”
정철회 대위는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그냥 여기서 헬기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러나 지금쯤이면 적들이 바로 철수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것 같군.”
“놓치게 된다는 말씀입니까?”
“철수하는가 안 하는가는 그들 마음이지만 아마 철수하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이겠지.”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박용갑이 있는 숲 속을 노려본다.
다시, 박용갑이 있는 숲속으로 넘어가서 병주의 예상대로 박용갑의 호위로 내정된 두 사람이 박용갑을 향해 철수를 종용하고 있었다.
“지금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장소를 바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완전 철수는 아니더라도 한보 전진을 위해 한보 후퇴를 하는 것이 합당한 판단입니다.”
박용갑은 그 말에 혀를 차며 한 마디 말한다.
“쯧. 우리가 장소를 바꾼다한들 저들이 우리들을 순순히 놔줄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그래도. 헬기 시야를 피할 좋은 장소는 많습니다. 어느 정도 몸을 숨기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박용갑은 한숨을 쉬며 이내 견착하던 ‘PTRS-41’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쉽다는 표정으로 병주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며 두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총탄도 반 정도는 있으니 기회는 다시 찾아오겠지. 그럼 이만 철수하자고.”
“예!”
그렇게 박용갑과 두 사람은 자신의 무기를 든 채로 자신의 지게들을 포기하면서 산기슭 안으로 몸을 내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병주와 그의 일행들이 이 곳을 덮친다. 하지만 병주가 발견한 것은 그들이 메고 있던 지게들 뿐이었다.
정철회 대위는 화난 표정으로 주위 나무를 걷어차며 병주에게 말한다.
“아주 교활한 녀석들이군요! 이렇게 된 이상 산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그들을 찾아 죽여 버려야 되겠습니다.”
그 말에 병주는 정철회 대위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냉철해져야지. 몸을 내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야.”
“으음... 죄송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헬기와 연락하는 것이 급우선이겠지. 지금 자네가 가지고 있는 무전기 있지?”
“예? 예.”
“지금쯤이면 이 곳에 온 헬기와 교신이 되겠군.”
정철회 대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내 허리춤에 찬 무전기를 꺼내든다. 그리고 무전기 옆면에 있는 회전버튼으로 주파수를 돌려가다 이내 치지직 소리가 나며 주파수가 맞춰지자 정철회 대위는 무전기를 향해 말한다.
“아아 지금 헬기. 헬기 들리는가?”
-헬기 카피.-
“현재 지금 위치는 어디쯤인가?”
-정확한 위치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현재 무전기와 교신이 되는 것을 보면 거리가 가깝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
그 말에 정철회 대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무전기를 쳐다볼 뿐이다.
“아니 독도법도 안 배웠나. 지금 군단장님이 적의 습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해해 달라. 현재 비행기의 속력이 빠른 상황이라서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지금 독도법을 실시하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그래도 좋은가?-
정철회 대위는 그걸 말이냐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소리치려고 하던 찰나 병주는 정철회 대위의 무전기를 뺏으며 한 마디 말한다.
“현재 위치는 가OOO 다OOO이다. 무전기와 헬기 교신 거리가 500m 내외로 알고 있으니 이 위치 반경으로 500m 내에 있겠군.”
-지금 말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가?-
“아까 지원을 요청한 이다.”
-헉. 흠흠. 지금 상황이 어떠한가?-
병주는 그 말에 간략히 무전기에 대고 상황을 설명했고, 또 지시를 내렸다. 이에 무전기에서 이런 응답이 들려왔다.
-카피 댓.-
그 응답을 듣자마자 병주는 무전기를 다시 정철회 대위에게 넘긴다. 정철회 대위는 병주를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묻는다.
“아까 말씀을 들었는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쯧. 독도법 안 배웠나?”
“배웠기는 하지만 군단장님처럼 이렇게 바로 좌표를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흠... 이거 날 잡아서 분대장이상 병사나 지휘관들에게 독도법을 철저하게 숙달시켜야 겠군.”
그 말에 정철회 대위는 하얗게 얼굴이 질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이 사실이 나로 비롯된다고 알려진다면 아마 선배들에게 뼈도 못 추리게 될 거다.’
‘너 왜 우리들에게 이런 피곤한 짓거리를 만들어 내냐?’라는 원성이 그의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병주를 말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병주는 교육에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병주는 정철회 대위와 병사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전속부관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지금 샅샅이 그들을 찾아서 찢어 죽이겠다고 뭐라 말을 하지 않았는가?”
“끄응. 지금 바로 갈 생각입니까? 지금 시각이라면 이제 해가 떨어질 시간입니다. 산 속 밤도 밤이지만 시야가 가장 큰 걱정인데 어쩌실 생각입니까?”
“흠. 이거 참 불편하게 되는군. 야간 장비를 한시라도 빨리 개발을 해야지 이거야 원.”
정철회 대위는 그 말에 병주를 바라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또 나오는군. 친동생 방망이.’
병주랑 같이 다니는 병사나 장교들은 병주의 친동생 병윤을 가리켜 ‘친동생 방망이’라고 표현을 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한 후 내려치면 그대로 금과 은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를 빗댄 용어였다.
현재 병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탄장비, 소총, 군장들이 전부 병주의 친동생 병윤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병주가 그 병윤의 자금을 이용해 군 시설을 건설할 때도 있고, 또 불편한 사항이 있다면 바로 병윤에게 요청을 내려서 장비들을 개발할 때가 있었다.
정철회 대위는 병주의 그런 모습들을 여러 번 지켜봤기에 딱히 감정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 하다는 듯 쳐다볼 뿐이다.
“일단 해가 떨어질 때까지는 추격해야겠군.”
“하지만 해가 떨어진다면...”
“그게 무슨 걱정거리라도 되는가? 헬기가 있는데.”
“아...”
“지금 대화하고 있는 시각에도 적들은 거리를 벌리고 있을 걸세. 일단 가지.”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박용갑의 암살조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갔고, 정철회 대위와 병사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병주를 뒤따라간다.
한편, 어느 산 중턱에서 박용갑과 그 암살조들이 숨을 조금 돌리고 있었다. 박용갑은 그 두 사람을 보라보다 이내 하늘을 바라본 채로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시간이 조금 흐르면 해가 떨어질 모양이군.”
“그럼...”
“여기서의 일은 어쩔 수 없이 접어들 수밖에 없겠군. 산 속의 밤은 춥다. 그리고 상당히 어둡지. 이런 상황 속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
그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한다.
“지금이라도 은신처를 만들어두고, 이번 밤을 피해야겠군. 마을에서의 기회를 놓쳤으니 다음은 군단 본부를 찾아가 죽여야 되겠군.”
그러나 바로 그 때였다.
“호오? 지금이라도 당장 나를 죽이겠다는 패기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순간 박용갑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지만 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이내 사방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급히 자신의 소총을 잡는다.
그 때, 그 주위에서 다시 한 번 그 목소리가 들린다.
“사냥감을 포착하고, 기회를 노리는 것은 좋은데. 추적을 피하는 것은 상당히 어설프군.”
“젠장. 어디에 숨은 거야!? 나와!”
박용갑이 ‘PTRS-41’을 견착한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외치자 그에 대한 조롱조는 더 강해진다.
“똑똑한 사냥꾼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낌새라도 끼친 것처럼 보이는데. 쯧.”
그 때, 병주가 권총을 든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용갑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퍽!-
반동을 억지로 이겨내면서까지 병주를 향해 쐈지만 총알은 아쉽게도 나무에 박히며 끝났다. 병주는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말한다.
“쏘는 게 상당히 어설프군.”
“닥쳐!”
박용갑은 다시 한 번 병주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이내 주변 숲속에 매복했던 병사들의 행동이 더 빨랐다.
-타타타탕! 탕탕!-
박용갑은 갑작스런 총탄에 몸을 낮추지만 총탄 한 발이 그의 종아리를 관통했다.
“크악!”
종아리의 고통 때문에 이만 자신의 소총을 놓치고 말았다. 박용갑의 호위조 두 사람은 이미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탄에 관통되어 피를 쏟아낸 후 쓰러진 모습만이 보였다. 이윽고 숲 속에서 그 세 사람을 조준하며 다가오는 병사들이 눈에 보였다. 정철회 대위는 박용갑의 모습을 보자마자 순간 그의 머리를 군홧발로 걷어찬다.
-퍽!-
박용갑은 신음소리를 낸 채 저항하지 못했고, 그대로 정철회 대위의 발길질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개새끼. 빨갱이 새끼!”
거친 구타에 박용갑은 차츰차츰 정신을 잃어간다. 하지만 바로 그 때, 자신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또 들린다.
“흥. 겨우 이런 놈들이었군. 이런 담으로 날 암살하려고 하다니.”
박용갑은 그 말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내다보는 병주를 노려본다. 그러나 병주는 예의 그 분위기를 내며 박용갑을 노려보며 조롱한다.
“어이. 실패자 빨갱이씨. 소감이 어때?”
“이 반동노무 새끼. 주... 죽인다...”
“아직. 그런 말을 할 정신이 남아 있나 보군.”
병주는 자신의 권총의 총구로 박용갑의 어깨에 가져다대며 이내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컥!”
박용갑이 어깨에 관통되는 총알에 고통을 느끼며 표정을 일그러뜨리자 병주는 쯧쯧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이거 포로들을 가학하게 다뤘다고 뭐라 듣겠군.”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박용갑을 향해 씩씩거리는 정철회 대위를 바라보고는 그를 진정시킨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 놈들을 데리고 철수해야겠군.”
“그냥 이 자식들 전부 쏴 죽이면 안 됩니까?!”
“그래도 이 놈들에게서 알아낼 정보가 있지 않은가?”
“젠장.”
정철회 대위는 그 말에 분을 참기 어려운 듯 박용갑 대신 그 주위에 있던 돌멩이를 찬다. 병주는 이내 자신을 호위임무를 맡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린다.
“너희들은 이 세 사람을 응급치료해주고, 헬기에 태워.”
병사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붕대와 의료약품으로 그 세 사람을 응급치료하고는 이내 그들을 업으며 조심스럽게 헬기가 있는 방향으로 간다.
병주 역시 아직도 열 받아 하고 있는 정철회 대위를 진정시키며 자신들 역시 헬기가 있는 방향으로 사라진다. 총격전이 벌어진 장소는 인간들이 떠나자 다시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는다.
그 이후, 병주는 다시 군단 본부로 되돌아온 뒤 중공군 본대를 재차 공격하기로 했고, 그 때문에 괜한 심기를 건드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중공군 본대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1950년 9월 22일, 더 이상 답 없는 상황 속에 헤쳐 나가다 중공군 본대는 다시 20여개 사단의 전멸이라는 피해를 맞이한 채로 함경도로 물러났고, 그 결과 중공군 부대들에게 고립된 채로 결사적으로 버티고 있던 제 1군단과 제 2군단은 포위망이 풀렸다.
중공군 본대가 함경도로 후퇴한 이상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부대들이 이중 포위의 형태를 맞아 각개격파 될까 우려한 팽덕회 총사령관이 그들에게 귀환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황은 다시 전쟁이 터진 직후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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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몇 문단으로 전황이 변하는 이 소설은 바로 제가 쓴 소설입니다. 이히히히 댓글 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