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70화 (57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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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10월 5일, 국군과 미군에 의해 함경도 전선은 점차적으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전쟁으로 파괴된 한반도 내부에서도 재건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원산의 어느 한 단상 위, 이 대통령은 지금 누군가를 임명하는 형식으로 마이크에 입을 대고 한 마디 말한다.

“지금 이 시간부로 북부군 창설을 허락하며 …… 중략 …… 현 대상자 길병주 중장은 지금껏 이룬 여러 공적을 판단해봤을 때, 국방부 내부에서나 또 정부에서 마땅히 북부군의 총사령관을 역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10월 5일, 북부군 창설과 동시에 총사령관 직에 길병주 중장을 임명한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단상에 모인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며 축하를 해준다. 지금 사람들의 환호성을 보니, 병주가 쌓은 인심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할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병주의 명성에 흠흠 기침을 하고는 한 마디 묻는다.

“길병주 중장. 이번 북부군 사령관을 맡은 소감이 어떤가?”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앞으로도 나라에 대한 충성을 다해 이번 공적들을 멸망시키고, 분단된 조국을 다시 되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에 북부군의 역할은 옛 고려시대의 북계, 조선시대의 북방군처럼 압록강, 두만강 유역을 방어하는 것이네. 이 것을 잘 해낼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압록강 유역은 이미 탈환하였고, 이제 두만강 유역을 다시 조국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있는데...”

이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고는 병주에게 귓속말로 한 마디 말한다.

“이번 북부 지방에 대한 재건 계획에 대해서 말인데, 그 역할을 북부군이 맡았으면 좋겠네. 뭐 말하자면 임시 군정인 셈이지. 우리 정부는 그쪽 지역에 대해 재건할 돈도 행정력도 별반 없다네. 자네들이 이 일을 맡아주었으면 좋겠군.”

그 말에 병주는 ‘으음’ 침음을 흘리며 이 대통령에게 한 마디 말한다.

“괜찮겠습니까? 만약 각하의 반대파가 이번 일을 안다면 또 다른 정부를 임명하는가?로 비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여건이 안 되어서 자네들에게 맡기는 것이야. 뭐 명분이야 임진강 이북 지역은 적의 수중에 떨어져서 아직까지 치안 회복 및 재건 계획을 하기에는 정부의 힘이 미약하고, 또 그들을 토벌하기에는 행정적 소요가 많다. 그러므로 정부의 행정력과 재정이 회복될 때까지 북부군이 임시적으로 통치하여 잔적 토벌 및 재건계획을 맡긴다 라고 발표할 생각일세.”

“......”

병주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을 바라본다. 이 대통령이 무슨 의도로 자신에게 이런 말을 꺼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여기에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병주는 그 것을 천천히 알아볼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정부가 그런 입장이라면 우리 북부군은 마땅히 북부 지역의 안보와 재건에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후 정부의 행정권이 회복된다면 언제든 회수가 용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진득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좋아. 자네의 답변은 그 집안의 답변이나 마찬가지겠지?”

‘아차!’

알고 보니 이 대통령은 국고로 북부 지역 재건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국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에게 이 일을 맡긴 것 같았다. 병주는 당했다는 생각으로 이 대통령을 바라본다. 아마 여기서 거절한다고 하면 별 영향력은 없었다. 그러나 병주의 속에서 꿈틀거리는 야심이 한 가닥 생긴다.

‘정치하려면 지지기반부터 잡아놔야겠지.’

결국 병주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예. 그렇습니다. 각하.”

“그 것 참 잘 되었군. 좋아.”

이 대통령은 병주에게 칼과 사령관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건네준다. 그렇게 병주는 북부군 초대 사령관으로 역임하게 되었다. 제 3군단 후임으로는 초기 광복군 참모로 활약했던 박창식 중장이 역임되었다. 북부군은 지난번에 육군 참모총장 김홍일 대장이 말한 것처럼 제 1군단, 제 2군단을 휘하에 두었다.

북부군 사령관의 임명식과 또 제 3군단 군단장 이임식을 모두 끝마치고, 이 대통령은 다시 자신의 측근들과 수행원들을 데리고 헬기에 탑승하여 돌아갔다. 그리고 병주는 창가에 기대어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철컥!-

-어... 이 번호는 작은 형 아니십니까?-

“그래. 나다. 일은 어떻게 되고 있냐?”

-별게 있겠습니까? 동협 그룹 및 타 기업에서 생산하는 군수물자, 그리고 유엔에서 보내주는 지원물자들을 정리해서 배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흠. 유엔군이?”

-국군에게 떨어지는 지원물자들이 있거든요.-

“아. 그렇군. 사실 너에게 이번 전화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병주는 병윤에게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말한 것을 전달한다.

-피폐해진 북부 지역을 우리 가문이 세우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일단 각하께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는데.”

-작은 형님. 제가 중국 전역에 재건 계획을 총괄하고 수행한 것은 잘 알고 있는데, 이런 중요한 일을 작은 형님이 결정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흠흠. 내 이야기를 들어봐. 병윤아. 이번 일은 기회야.”

-지금 우리 경제적 기반을 지닌 문경도 복구하는데 정신이 없는데, 북부지역까지 재건하라고 하다니. 형님. 우리 가문이 보유한 돈이 많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휴우. 그래서 형님이 말씀하신 북부지역은 평안도, 함경도 만을 의미합니까? 아니면 황해도, 강원도 북부까지 포함됩니까?-

“후자야.”

-......-

“너로써는 버거운 일이냐? 그 거대한 대륙인 중국 재건 계획을 성실히 수행한 너로써는 그리 버거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야?”

-그건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협조하고, 또 동협 그룹과는 규모가 다른 중경공단을 보유해서 가능한 일입니다.-

“어차피 일은 도로 무를 수는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정치계에 나설 때, 네가 확고하게 힘을 실어주면 좋지 않겠나?”

-정치라니. 형님. 설마...-

병주는 결심한 얼굴을 지으며 핸드폰에 대고 말한다.

“그래. 어차피 내 군 계급이 너무 높은 지라 아마 군에서 활동한다한들 10년만 더 활동하고, 퇴임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후에 예비역 장성처럼 있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정치라면 장 백부님(장성환 국회의원)도 있지 않으십니까? 정말 그 쪽에 나설 계획입니까?-

“그래. 앞으로 10년간은 군 생활을 하다 정치 쪽으로 나가야겠지. 아마 그 때쯤이면 장 백부님도 나이가 있어서 정치생활을 그만둘 수도 있지.”

-하기야. 그 때쯤이면 장 백부님의 나이가 고희(70세)를 넘긴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입니다. 아마 장 백부님이 계속해서 정치활동을 하실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바톤으로 넘길 대상이 필요할 텐데. 그 역할을 형님이 하실 생각입니까?-

“그렇지. 그리고 평균이에게 다시 바톤을 넘겨야겠지.”

-허참. 이를 위해 북부 지역을 재건하고, 민심을 휘어잡을 생각이시니.-

“너에게 손해는 보지 않을 생각이다.”

-됐습니다. 전 형님에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지원하겠습니다.-

“하아. 미안하구나.”

-형님이 퇴역하고 나서 뒹굴뒹굴 나서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빌어먹을 녀석. 나보고 백수가 되란 소리냐?”

-하하하. 동협 그룹에 입사시키는 제 계획은 폐기처분되었군요. 하여튼 부모님과 큰 형님에게 그렇게 말을 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이만 끊어라.”

-예.-

병윤과의 통화가 끊어지고, 병주는 고심에 잠긴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가문의 재정을 책임지는 병윤의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날개를 다는 셈이다.

그 때, 누군가 병주를 찾아온다. 바로 자신의 최측근이기도 한 제 10 강습산악사단장 고호윤 준장이었다.

“사령관직에 역임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병주는 그 말에 손사레를 치고는 한 마디 말한다.

“후후. 이 것 참 너무 빨리 진급하는 것 같군.”

“뭐 그와 동시에 사령관님께서는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질투를 한 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쯧. 어쩔 수 없지. 아무래도 이번 건은 나를 빨리 퇴역시키도록 하는 것 같다.”

고호윤 준장은 그 말에 깜짝 놀라며 한 마디 말한다.

“이제 20대 후반인 사람이 벌써 퇴역 걱정을 하십니까?”

“아무래도 내가 군에서 머무를 시간은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고 예상한다.”

“에이. 저도 있고, 사령관님을 아시는 후배들이 많을 텐데. 사령관님을 퇴역시키도록 하겠습니까? 북부군 사령관도 해보고, 육군 본부 참모장도 해보고, 참모총장, 합참의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직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10년도 더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병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아니. 난 북부군 사령관을 재임한 후 퇴역할 생각이다.”

폭탄 같은 병주의 발언에 고호윤 준장이 깜짝 놀라며 외친다.

“예에에에에에엑!?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사령관직을 수행하다 퇴역할 생각이라고.”

“그... 그게... 정말입니까? 으으음...”

“뭘 그리 충격을 받나? 내가 퇴역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로 들리는군.”

“사령관님 앞날이 엄청 창창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난 퇴역한 이후에 군에서 손을 뗄 생각이다. 덕재 형님처럼 말이지.”

병주의 또 다른 의형이라 할 수 있는 강덕재는 국군에서 퇴역한 이후 정부에 기용되어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지금은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선전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령관님을 쫓으며 지금까지 오게 된 후배들과 부하들은 어떻게 됩니까?”

“이해해달라는 말로는 납득하기 어렵겠지. 하지만 군 쪽은 네가 가주었으면 된다.”

“설마...”

“넌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지.”

병주의 말에 고호윤 준장은 병주에게 집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병주는 한숨을 내쉬며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달한 바를 말한다.

“북부군으로 하여금 북부 지역을 재건하도록 하겠다니. 그 말씀은.”

“그래. 우리 가문으로 하여금 북부 지역을 재건하라는 말이겠지.”

“그렇다면 퇴역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퇴역한 직후 정치인으로 나설 생각이다.”

“......”

“내가 퇴역한 직후 그 때쯤이면 넌 군단장에 역임하고 있을 거다.”

“으음...”

“지금 바로 행동하는 것보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

“쿠데타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 쿠데타라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쿠데타를 하게 되면 내 정치적 정당성이 흔들리게 된다.”

“으음...”

“북부지역을 재건하게 된다면 그 것으로 나에 대한 민심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꿈은 아닐테니.”

“헉! 대통령까지 달릴 생각입니까?”

“지금은 꿈이라고 할 수 있지. 지금 당장 대통령 직에 욕심내는 것은 아니야. 그건 내가 지천명(50대)의 나이가 되었을 때, 생각해봐야겠군.”

“너무 준비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난 그렇게 계획을 하도록 하지. 네 생각은 어떠냐?”

“저야 뭐. 별 말이 있겠습니까? 이미 전 사령관님을 위해 몸도 마음도 충성한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이런 말들을 남겨줄 수 있는 것이지. 이번 건은 비밀로 하도록 해라.”

병주의 당부에 고호윤 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사령관에 역임한 것 축하드립니다.”

“후후후. 됐다. 그 정도면.”

그렇게 병주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주은래 총리는 다시 한 번 크렘린궁에 방문하게 되었다. 스탈린이 있는 집무실로 향하니 그 곳에는 스탈린 뿐만 아니라 소련의 외무장관 비신스키도 앉아 있었다. 스탈린은 주은래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자리에 앉지.”

주은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탈린의 맞은편 자리에 앉고, 스탈린은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면서 주은래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저번에 내건 제안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군.”

“소련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주은래의 말에 순간 스탈린의 얼굴은 조금 굳어진다. 스탈린은 주은래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무슨 속셈이지?”

주은래는 그 물음에 대답한다.

“소련의 제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중공에서는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뭔가 있군.”

“뭔가 있으면 제가 여기에 있겠습니까?”

“쯧. 무슨 속셈인지 잘 모르겠군. 외국에 영토를 할양하는 일이 될 텐데?”

“지금이 식민지 쟁탈이 정당화되는 시대입니까?”

“흠. 하기야 그건 그렇군. 외무장관. 그에게 그걸 건네주게.”

그 말에 외무장관 비신스키는 서류 한 장을 주은래에게 건네준다. 주은래는 키릴문자로 써져 있는 서류의 내용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비신스키에게 넘겨주고는 스탈린에게 대답한다.

“이 정도라면 우리 종공 역시 만족합니다.”

“허참. 어떤 결정을 내렸기에 길림성을 내줄 생각을 하는 거지?”

주은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스탈린에게 말을 한다.

“치밀하게 이해를 따지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거 참. 싱겁군. 그러면 그 내용대로 발표를 하겠네.”

주은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스탈린은 그런 그의 모습에 더더욱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심기가 불편해진다. 뭔가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지만 주은래가 그걸 말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사실 병주는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 직후 군에서 퇴역할 방침이었습니다. 그 이후 정치인, 관료로 활동하면서 대통령 직에 딱! 이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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