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77화 (57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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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병주와 조혜수 두 사람은 서로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아는 이야기를 하니까 꽤 많이 걸어서 그런지 조혜수가 한 마디 말한다.

“하늘이 참 맑네요. 푸르고, 정말 깨끗한 날씨에요.”

병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잠시 벤치에 앉으며 하늘 구경이라도 할까요?”

병주가 먼저 눈치를 채고, 벤치에 앉기를 제안하자 조혜수는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좋아요.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좀 보내요.”

“예.”

병주와 조혜수 두 사람은 곧 몇 걸음 정도 떨어진 벤치에 다가가서 이내 자리에 살포시 앉는다. 조혜수가 말했던 것처럼 하늘은 푸르고, 푸르다. 그런데 상공 위에 무언가 지나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조혜수는 그 것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헬기네요. 그런데 신기해요. 어릴 때만 하더라도 비행기 같은 것을 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가끔 하늘을 보면 헬기들이 돌아 다녀요.”

“예. 그렇군요. 헬기라. 혜수씨 그거 아세요?”

“예? 뭐가요?”

“저 헬기 한 대가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아... 그거... 저도 TV에서 봤어요. 미국의 어떤 비행사가 헬기를 가지고, 태평양을 횡단했어요. 정말 대단했어요. 그 때, 방송에서 밑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바다 밖에 없다는 것이 실감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걸 하루 만에 뛰어넘다니. 그 멀고도 먼 나라를 단 하루 만에 간 것 자체가 너무나 신기했어요.”

병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조혜수에게 한 마디 묻는다.

“어때요? 미국 가고 싶어요?”

조혜수는 ‘미국’이라는 단어에 눈빛을 반짝이며 묻는다.

“그 말씀은 미국에 갔다 왔다는 말인가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것인데, 대구 번화가에서 보이는 고층 건물이 미국 도시에서는 마치 숲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이 사실이에요?”

병주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이렇게 대답한다.

“뭐라 말을 해야 할까? 미국은 엄청 넓어요. 아마 중국만큼이나 거대한 나라가 미국이에요. 하지만 그 거대한 나라라고 하여도 고층 건물들이 숲처럼 이룬 것은 어느 대도시에서 볼 수 있어요. 미국에서의 중소도시나 여느 시골은 아마 우리나라와는 양식이 달라도 모습은 비슷비슷할 걸요.”

“헤에. 진짜요?”

병주는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한다.

“저도 자세히 들은 것이 아니라 제 친형으로부터 들었어요. 다만 미국에 찾아온 적은 여러 번 있어요.”

“호호. 그 친형이라는 분은 미국에 대해서 잘 아시나 봐요?”

“제 친형께서는 원래 징용에 끌려가다 미군에 구출되어서 거기서 군의관 직을 수행했어요. 혜수씨도 잘 아는 사람일걸요?”

조혜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길 병자 재자 로 불리는 사람 맞아요?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제 아버지에게 들었는데, 사람 몸을 자라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 일이에요?”

병주는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가능한 일이에요. 옛날이면 팔 다리 잘려도 장애인으로 살아야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휴우. 좋은 세상이네요.”

“뭐 그렇죠. 후후. 이런 조금 재미없게 설명을 했군요.”

조혜수는 그 말에 호호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니에요. 저... 그저...”

병주는 싱긋 웃으면서 이내 조혜수에게 한 마디 묻는다.

“아까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혹시 헬기를 타본 경험이 있으세요?”

“헬기요? 저번에 아버지 따라서 한 번 탑승해본 적이 있어요. 헬기 창밖을 바라보니, 그런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어요.”

“이런 타본 적이 없다면 언제든 경험해보게 해줄 참이었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헤헤. 그런가요?”

두 사람은 하하호호 웃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이내 조혜수가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 잠시 화장실에 갔다 와도 되겠어요?”

“예? 화장실이요? 여기에는 화장실이... 아... 갔다 오십시오.”

병주는 의아해하다가 이내 눈치를 챈 듯 얼른 조혜수에게 갔다 오라고 말을 한다. 조혜수는 호호 웃으면서 이내 벤치에서 일어서서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병주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이게 여자 사귀는 기분인가? 좋군.’

병주는 왜 남자들이 ‘여자. 여자.’ 이러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 어느 곳을 향해 걸어가던 조혜수는 이내 바위에 앉아있는 중절모를 쓴 남성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리고 째려보는 눈빛으로 그 남성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묻는다.

“그래서. 제가 만난 사람은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그 분이에요?”

그 물음에 그 조혜수의 오라버니 조인안은 아까 머리에 쓰고 있던 중절모를  내려놓고는 얼빠진 얼굴로 조혜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래... 진짜로... 그 사람이 맞구나.”

그 대답에 조혜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조인안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한눈에 보자마자 확신할 정도의 사람이에요?”

조인안은 그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확신해야지. 사실 그 사람의 얼굴이야 닮는 사람 정도는 있겠지만 그 사람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가 있거든. 뭐라 말을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을 압도한다는 그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는 그 사람을 사칭하고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무슨 소설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흥. 하여튼 내 눈으로 이미 확인은 끝냈다. 의심할 여지가 없어. 그 분은 진짜로 전설적인 업적을 남기신 그 분이야. 그런데 그런 분이 왜 너 같은 여자랑 사귀고 있는지 참으로...”

조인안은 조혜수의 위아래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조혜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외친다.

“아니. 확인이 끝났으면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빌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되는데. 걱정스럽다.”

“누가 걱정이 되는데요?”

“그 분이.”

“이익!”

조혜수는 쌍심지를 키며 조인안을 쳐다보자 조인안은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한다.

“가봐. 확인 끝났어. 난 아버지에게 한 마디 말씀드려야겠다.”

조혜수는 그 말에 ‘끙’ 침음을 흘리며 자신의 오빠 조인안을 바라본다. 자신을 열불 날 정도로 심기를 건드린 자신의 오빠이지만 적어도 오빠의 걱정대로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그 사람을 사칭한 기둥서방이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조인안은 일어서서 조혜수에게 진지하게 한 마디 말한다.

“잘해. 그 사람은 진짜 대단하신 사람이야.”

“알겠으니! 어서 아버지에게 가욧!”

조혜수는 조인안을 쫓아 보내고, 이내 투덜거리며 병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조인안은 조혜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생각한다.

‘그 분의 여자취향이 특별한 거야? 아니면 혜수가 정말로 예쁜 거야 뭐야? 아니면 선배가 억지로 소개 시켜줘서 만나는 것은 아니겠지?’

조인안은 여러 가지 걱정이 들면서 그 사람을 혜수에게 소개시켜준 자신의 선배 최주평에게 언젠가 대접 한 번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각, 어느 한 건물의 한 방 안에서 양복 및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원탁 탁자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앉고는 서로를 향해서 이야기를 한다. 바로 야당 한정당의 주최 회의였다. 당수 김구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내 한 마디 말한다.

“흠흠. 이번에 정부 쪽에서 국민방위군에 대해 협조해달라고 요청을 해왔소.”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아니 국민방위군이라니...”

“굳이 예비군을 창설해서 만들 필요가...”

“예산은 있기나 한가?”

“그 것보다 대패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만드는 것은...”

김구는 그런 웅성거림으로 당내의 여론을 알아차린다. 그 때, 여운형이 김구에게 한 마디 묻는다.

“정부 쪽에서 왜 군사 조직을 창설한다고 합니까?”

“알고는 있겠지만 전쟁에서 병력이 부족하여 전선이 숭숭 뚫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라고 정부가 설명을 했소.”

“흠. 그런데 우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면 그만큼 건수가 크다는 것입니까?”

김구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총 합해서 수십 만 명을 징집할 용의가 있다고 했소.”

“예에?! 수 십 만이라니...”

여운형이 대놓고 놀라자 곧장 자리에 앉은 당원들의 수군거림이 커지기 시작한다.

“아니 이런 시국에 무슨 수십만의 병력 모집이야...”

“지금도 미군이 투입되고, 전선이 안정화되는 시국인데...”

“그럴만한 돈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김구는 그런 소리들을 들으면서 이내 작게나마 입 꼬리를 슬쩍 올린다.

“일단 우리부터 이 안건에 대해 토의해봅시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당원들은 수군거림을 멈추고 이내 김구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곧 국민방위군에 대한 토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과연 필요성이었다. 당내에서 ‘친몽양계’를 맡고 있는 몽양 여운형부터 발언을 시작한다.

“사실 제 생각으로는 굳이 국민방위군이 꼭 설립되어야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국내 간첩들에 의한 분란 및 전쟁을 통해 악화되는 치안을 가지고 정부 쪽에서 설득을 하겠지만 그건 경찰력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밟으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정부 쪽에서는 경찰들에게 일반군인처럼 장비를 챙기지 않습니까?”

그 말에 ‘친몽양계’의 당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운형의 말에 옹호한다.

“의당한 말이오.”

“맞는 말이오. 나 역시 경찰들의 인력을 새로 모집하여 우범지대의 치안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오.”

그들의 지지 발언에 여운형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당수 김구를 향해 한 마디 말한다.

“또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국방과 전쟁으로 무너진 국민들의 가정을 재건하기 위해 모든 예산을 쏟아 붓기도 모자를 시점에 별반 효과 없는 예비군 조직을 수 십 만씩이나 모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오.”

당수인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하오. 하지만 무턱대고 이 안건에 반대하다가는 국정을 망치는 무리라고 여겨질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보안점도 같이 회의하는 것이 좋겠소.”

그 말에 여운형을 포함한 당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내 서서히 토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운형이 제기한 경찰력 강화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하준석을 포함한 당수 김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사실 한 가지 조금 걱정스러운 것이 경찰력을 강화한다 한들 그 것이 우리에게 득 볼 것은 없습니다. 경찰조직은 철저히 이 대통령의 친위세력에 불과합니다. 물론 거창한 규모로 꾸미는 국민방위군의 창설은 사실상 어불성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경찰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부드럽게 하준석에게 묻는다.

“그럼 하 당원께서는 의견이 있는 것이오?”

“적어도 정부의 의중을 살피는 것이 좋지 않겠소? 진실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오. 내 생각에는 지금의 경찰 조직도 제대로 가동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오. 그 것보다 차라리 민생에 관련한 주장을 하면서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부터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오.”

그 말에 당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한민당으로썬 이 법안에 대해 찬동하든 반발하든 별반 이익이 될 만한 길이 없었다. 찬동한다고 하면 저들의 공적이 될 것이고, 반발한다면 지금 전쟁 중인데 적들에게 유리한 일을 하냐고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운형은 하준석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지 이내 김구에게 시선을 돌리며 한 가지 물어본다.

“그런데 그 국민방위군 설립이 어느 곳에서 주도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김구는 자신 앞에 놓인 자료들을 읽으면서 그 물음에 대답해준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국민방위군 설립에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쪽은 국방부로 알고 있소. 정확히 말하면 신성모 쪽이라고 볼 수 있소.”

“군부 내 인사들이 그 쪽을 요구하는 것은 없습니까?”

“흠. 육군 참모총장인 김홍일 대장이 귀띔을 해주기로는 굳이 새로운 사단을 만들 예산도 없고, 오히려 병력들을 보충할 부대들이 필요하다고 답변을 해왔소. 굳이 그 쪽에서도 그리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소.”

여운형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신성모 쪽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분명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아마 군부내 자신의 세력 확대나 혹은...”

“혹은?”

“아마 국민방위군에 쓰일 예산을 횡령한다던가...”

그 말에 당원들의 얼굴은 차츰 굳어졌다. 사실 정치에서 정치자금을 구하는 길이 매우 더럽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성모가 새로운 군사 조직을 설립한다고 해놓고선 그 것에 쓰일 예산을 횡령할까? 라는 생각이 당원들에게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건 절대 아니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김구를 포함한 당원들은 얼굴을 굳힌 채 조용히 하고 있었다. 김구는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흠. 지금 군 쪽에 보급들을 대주고 있는 곳이 유엔군과 또 동협그룹을 포함한 군수업체라고 생각되는데.”

“아마 정상적이라면 예산은 그들에게 맡겨서 새로 창설할 국민방위군의 장비를 만드는데 쓰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오히려 정치자금 확보라는 냄새가 납니다.”

“크흠... 아무래도 저들에게는 지금 자신들에게 얻는 자금이 부족한가 보군.”

“물론 제 추측이지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운형이 그렇게 묻자 김구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을 지그시 감고는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적어도 저들의 의도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오. 하지만. 저들이 예산을 주물러 정치자금 획득에 이용된다고 여겨진다면 그 것을 견제 감시해야하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일 것이오.”

그 말에 여운형을 포함한 당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의견에 동의하되 적어도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권한을 얻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낫겠소. 이 생각에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김구의 제안에 당원들은 수군거리다가 이내 한 소리로 대답한다.

-우리 당원들 모두는 당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제 1 공화국의 죄악들 중 하나인 국민방위군 사건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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