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78화 (57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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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10월 15일, 부산 임시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는 한 차례 대화가 오고 갔다. 바로 신성모 국방부 장관과 이 대통령이 서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신성모 국방부 장관에게 한 마디 말을 해준다.

“야당 측에서 자네의 제안에 대해 조건을 걸었군.”

“예에? 뭐라고 말입니까?”

“국민방위대에 창설하는데 동조를 하겠으니 대신 예산을 살피는 권리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더군.”

신성모는 그 말에 얼굴이 일그러진다. 마치 순항하는 배가 도중에 암초를 만난 그런 기분이었다.

“야당에서는 왜 감찰권을 달라고 한답니까?”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정 궁금하면 자네가 한 번 그 쪽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어때?”

“으음. 전하. 이 일을 계기로 야당들을 빨갱이 적국의 간첩으로 몰 수는 없습니까?”

그 말에 이 대통령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신성모에게 말한다.

“자네 미쳤나? 겨우 감찰권 때문에 빨갱이로 몰고 가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데?”

“끙...”

“만약 야당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 안건은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폐기하거나 아니면 날치기(어떤 논의를 통하지 않고, 바로 안건을 국회 법안에 통과시키는 방법.)를 하는 수밖에 없겠군.”

“날치기라... 그 것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야당에서 그 날치기 건안에 대해 두고 볼 수는 없겠지. 그래. 국민방위군을 창설한 뒤에 자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예산을 책정해서...”

“책정한 다음. 그 예산을 어찌 분배하려고 그러나?”

“그 것에 대해선 거의 8할을 동협 그룹을 포함한 군수업체에 배분하고는 2할은 제가 밀고 있는 인사들에게 줘서 성과를 달성하게끔 할 것입니다.”

“흠?”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싱긋 웃으면서 신성모에게 말한다.

“그 것 참 좋은 방법이군. 좋아. 날치기 건은 내가 알아서 하지. 자네는 국민방위군에 대한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궁리해보게.”

“예. 알겠습니다. 전하.”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문으로 걸어가다 이내 미소를 절로 피운다.

‘되었다. 이 것으로 우리는 적어도 2할은 먹을 수 있다. 아마 편성되는 것은 거의 1억에 가까우니 그 중 2할이면 2천 만 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이 생길 것이고, 만약 그 중 반을 위에 상납한다면 나머지 반은 우리가 먹는 거지. 좋아. 좋아.’

일단 하는 시늉을 내세우고, 예산을 자기 돈주머니에 넣는다면 간단한 일이었기에 신성모는 곧 쏟아질 재산에 미소를 짓는다. 다만 조금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면 지금 여야 간 합의될 안건이 12월 달로 미룬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물밑으로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지. 겨우 1개월이니 말이야.’

신성모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내 집무실 밖으로 나간다. 한편, 자리에 앉은 이 대통령은 신성모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이내 뒤에 서 있는 경호원에게 한 마디 말한다.

“비서실장 좀 불러주게나.”

“예. 각하!”

경호원은 성큼성큼 걸어가며 비서실장을 데리러 갔고, 이 대통령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신성모 그 작자는 국민방위군에서 빼낸 돈만 흡수하고는 그 것을 터뜨려 잘라버려야겠군.’

이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곧 윤치영 비서실장을 기다리기로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윤치영 비서실장이 급히 이 대통령에게 다가온다. 윤치영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한 마디 말한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이 대통령은 윤치영 비서실장에게 미소를 보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자리에 앉게나.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이야.”

윤치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는다. 곧 이 대통령은 신성모가 전한 말과 날치기 건안에 대해서 말한다. 윤치영 비서실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그 국민방위군 설치 법안에 대해 바로 통과시킬 예정입니까?”

“그건 아니야. 우리가 야당의 제안을 거부하면 야당 측에서 엄청난 경계심을 보일 텐데. 그런 상황에서 바로 날치기를 하면 되겠는가?”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데 신성모 국방부 장관의 제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받아들여야지.”

“예? 그 말씀은...”

“우리에게 정치자금이 생기는 좋은 일이지 않나? 비록 1억 중 2할이라고 하지만 말이야.”

“으음... 차라리 유령 부대(서류에 설립되었다고 작성하고, 실질적으로 없는 그런 부대)들을 만들고, 그 부대 예산을 빼먹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평상시라면 그게 좋겠지. 하지만 생각해보게. 지금 전시 상황이고, 또 유엔군이 활동하고 있는 이 시점이야. 그 쪽에서 유령 부대들의 파견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나?”

“그건. 핑계를 대서라도...”

“쯧. 미국의 눈을 속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야. 차라리 있는 부대를 만들고, 또 동협 그룹에게 관할하여 문제가 될 소지가 없도록 한 뒤에 뒤에서 빼먹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확실하지 않나?”

윤치영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이 대통령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저 역시 그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동협 그룹을 비롯한 군수업체들이 빼먹도록 유혹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예. 그들이 예산 착복이 확인되면 바로 덮쳐서 우리가 저지른 일도 뒤집어씌우도록 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그 말에 ‘흠’ 침음을 흘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 것도 나쁘지 않겠군. 적어도 약점 하나는 만들어줘야 휘둘리기 쉬우니 말이야. 젠장. 세무조사도 그렇고, 뭐 찌를 구석이 없으니 짜증이 나.”

“그들을 옭아 메어 우리들에게 확실한 자금줄로 만들면 제격이지 않습니까?”

“흐흐흐. 맞는 말이야.”

이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국고나 다름없는 자금력을 보유한 동협 그룹이 자신의 자금줄이 된다는 상상을 하고는 즐거워했다.

1950년 10월 18일, 병주는 지금 자신에게 떨어진 마지막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역시나 조혜수가 앉아 있었다. 비록 며칠간의 만남이었지만 둘 사이는 은근히 친해진 감이 있었다. 그런데 조혜수가 그런 병주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저 병주씨. 한 번 우리 집에 와서 제 가족과 만나는 것은 안 될까요?”

“예? 혜수씨는...”

“헤헤. 제 아버지가 병주씨에 대해서 호기심을 많이 느꼈나 봐요. 병주 씨도 오늘로써 마지막 휴가이니 어떻게 안 될까요?”

조혜수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병주를 바라보자 병주는 한숨을 쉬며 한 마디 대답한다.

“과연 혜수 씨의 아버지가 저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긴 하지만 좋습니다. 적어도 혜수 씨와 만나는 사실을 혜수씨의 부모님에게 몰래 할 수는 없는 법이라 생각해요.”

조혜수는 그 말에 미소를 절로 띠며 호들갑을 떤다.

“정말요? 정말요?”

“예. 원래는 제 부모님을 만날 생각이었지만 그건 다음 휴가 때로 미루기로 하죠.”

“헤헤.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병주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 부모님도 제가 혜수 씨를 만나는 바람에 못 왔다고 말을 하면 오히려 응원을 해줄 것 같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병주와 조혜수 두 사람은 걸어가면서 거리의 상점에 있는 물건을 사면서 시간을 보내다 이 후 조혜수의 집 대문에 도착했다. 조혜수의 집안이 상류층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저택은 꽤 으리으리했다. 조혜수는 이내 대문 옆에 있는 초인종을 누른다.

-띠익!-

-예? 누구세요?-

“저에요. 어머니. 오늘 제가 만나고 있는 사람을 데리러 왔어요.”

-아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곧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누군가 대문을 열었다. 어머니의 나이와 비슷하게 연륜을 먹은 장년 아주머니의 등장에 병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조심스럽게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어머니? 이 사람과 사귀게 된 길병주라고 합니다.”

조혜수의 어머니는 길병주의 외모에 입을 벌리다 이내 길병주의 위아래에 시선을 번갈아 바라보며 관찰하다 이내 자신의 딸에게 시선을 두고는 소곤거린다.

“아니. 저 사람이 네가 만나는 사람이야? 진짜로?”

“예. 어머니. 제가 거짓말 치는 것 같아요?”

“뭐 이런 훤칠한 사내가 다 있지? 정말로 만나는 것 맞아?”

“어머니가 제 말을 못 믿으시면 어떡해요?!”

“믿는데, 너무 훤칠하고 또 저 사람이 소문의 그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구나.”

“끄응. 어서 집 안에 들여다 줘요. 오늘 저 이가 휴가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제가 특별히 데려온 것이라 말이에요.”

“알겠다. 내 딸. 호호. 역시 넌 내 딸이야. 어디서 저런 훤칠한 사람을 데려놓고...”

조혜수의 어머니는 기분이 좋은지 호호 웃으면서 이내 병주에게 다가가고는 한 마디 묻는다.

“저 한 마디 묻겠는데. 혹시 정말로 제 딸과 같이 만나는 사이 맞나요?”

병주는 그 말에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호호 아니에요. 일단 들어오세요. 제 집안 양반도 안에 있고, 당신이라면 환영해줄 것 같네요.”

병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조혜수의 어머니에게 대답한다.

“감사합니다.”

조혜수와 병주는 조혜수의 어머니를 따라가며 저택 안을 들어간다. 저택 안에 꽤 잘 정돈된 정원이 눈에 띤다. 그리고 이내 저택 안을 들어서게 되자 현재 병주의 형제들이랑 머무르고 있는 ‘우리 집’의 거실과 같이 넓은 거실이 눈에 보였다. 조혜수의 어머니는 곧 거실 쇼파에 앉아서 신문을 쳐다보고 있는 조학준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한다.

“저 여보. 지금 그 소문의 사람이 왔어요.”

조학준은 신문을 살펴보다 이내 조혜수의 어머니에게 눈길을 주며 말한다.

“그게 사실이야? 일단 대접할 준비를 해놓고 있어.”

“예. 그럼...”

조혜수의 어머니는 곧 부엌으로 걸어가고, 조학준은 보던 신문을 이내 접어버리고는 일어서서 근엄한 표정으로 병주와 자신의 딸 조혜수의 모습을 살펴본다. 집중적으로 병주의 모습을 살펴봤는데, 자신의 아들 조인안이 며칠 전에 조혜수가 사귀고 있는 사람이 TV에서나 신문에서나 나오는 그 사람이 확실히 맞다고 인증을 하는 바람에 병주에게 은근한 기대감을 품었다.

역시 조인안이 왜 보자마자 병주가 그 소문의 병주가 맞는지 알 수 있었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겨우 사기꾼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것을 불러 일으켰다. 조학준은 병주를 딱 보자마자 생각한다.

‘역시 왜 보자마자 인안이가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알겠군. 평범한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특별한 기운이 느껴져.’

조학준은 흠흠 기침을 하고선 이내 병주와 조혜수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일단 두 사람이 서로 사귀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네. 한 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겠군.”

병주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을 하지만 이내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예. 좋습니다.”

병주와 조혜수는 빈 쇼파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조학준 역시 자신이 앉던 자리에 앉아서 병주를 바라보다 이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다.

“내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이 장교이거든. 자네도 군 쪽 인물이라서 내 질문을 던져보지.”

병주는 좋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전쟁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 것 같나?”

“흠...”

병주는 한창 생각하다 이내 서서히 분위기를 내고는 조학준을 바라보며 자신이 아는 바를 답하기 시작한다.

“먼저 중공군 선봉대가 전멸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요.”

병주는 슬슬 자신이 지휘한 3군단이 어떻게 해서 중공군 선봉대를 격파하는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 정보를 획득하면서 그 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작전을 어떻게 세워서 그걸 이용하는 방식,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지혜를 설파하기 시작한다. 조학준과 조혜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서서히 얼굴이 굳어져간다. 조혜수는 자신이 알고 있던 병주가 그 병주가 맞는지 의아해하는 눈치였지만 조학준은 병주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놀라는 분위기였다.

병주의 이야기는 곧 마지막을 향한다. 현재 전선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고, 또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그 것들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말했고, 병주는 조학준에게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제가 아는 바를 설명해드렸습니다.”

“으으음. 그렇군. 정말이지. 대단해...”

조학준은 병주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듣고 보니 정말로 병주는 엄청 대단했다. 마치 혀를 내두르는 수준에 이렀다. 왜 자신의 아들 조인안이 병주에 대해서 존경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저 청년. 아니 저 사람 상당히 무섭군. 괴물이라고 칭할 정도야. 그런 사람이 내 딸을 만나다니. 이거 참...’

한편 조혜수 역시 병주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아니. 병주 씨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정도였어?’

두 사람 모두 생각에 잠긴 채 병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병주는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흠흠 기침을 하며 두 사람의 생각을 끝낼 때까지 기다린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조혜수의 어머니가 껍질을 깎은 사과가 있는 접시를 들고 거실로 다가오며 이내 조학준과 조혜수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두 사람 뭐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조용해요?”

조학준은 그 말에 퍼뜩 생각에 깨며 조혜수의 어머니에게 말한다.

“조금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래. 그 접시 탁자 위에 내려놓고, 당신도 앉아봐.”

조혜수의 어머니는 그 말에 의아해하며 탁자에 접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빈 쇼파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이내 병주를 바라보며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분위기를 느끼며 그녀 역시 한껏 긴장한다.

============================ 작품 후기 ============================

병주 :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만?

조학준 : 오오 제발 내 딸과 결혼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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