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1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결국 임표는 모택동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택동의 의사대로 회의가 진행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회의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점차적으로 굳어진다. 주은래 총리는 속으로 생각한다.
‘과연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일까?’
주은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회의를 지켜본다. 회의가 끝나고, 주은래는 등소평과 같이 걸어나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도 주석께서 한반도를 포기할 의사를 밝혀서 다행이군.”
등소평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무리라고 생각한 일이 아니었습니까? 다만 남한군과 유엔군이 만주로 들어오는 것이 조금 걱정됩니다만...”
“그렇기는 하겠지. 하지만 소련에서도 동아시아의 입지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선언한 말을 따를 수밖에 없어.”
“그렇기야 하겠지요.”
“그런데 지금 한반도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국지전 규모로 전투를 치르며 서로 간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흠 그 것 참 다행이군. 그런데 내가 한국군을 지휘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총병력을 몰아서 함경도에 있는 우리 부대들을 밀어 붙일 것 같은데.”
“저도 그 이유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그 쪽에 파견된 간첩의 말을 들어보면 겨울나기를 대비하고자 합니다.”
“겨울?”
“예. 아무래도 남한군 야전 지휘부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 속에 무리하게 전투를 하는 것을 지양한다는 소문입니다.”
“한반도 북부의 추위는 어느 정도이기에 그런 소문이 돌까?”
“뭐 만주의 겨울과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그거 끔찍하군. 우리도 만주의 겨울을 보낼 때 아주 힘겨웠는데 말이야.”
“아마 본격적인 전투는 한 4월에서 5월 달에 벌어질 것 같습니다.”
“흠...”
주은래는 그렇게 소리를 내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이내 등소평에게 이내 이렇게 말한다.
“이런 때를 노려 공세를 취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군.”
등소평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전선에 투입된 한국군이 바보이겠습니까? 아마 겨울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방어 태세를 갖춘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렇군. 내 잘못 생각했네.”
그 때, 발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는 군요. 저도 끼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주은래는 그 말에 흠칫하고 고개를 등 뒤로 돌리자 그 곳에는 부관과 같이 있는 임표가 서 있었다. 주은래는 한숨을 내쉬며 이내 임표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하기야 사령관의 일이니 마땅히 끼어들어야 되지 않겠소?”
임표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것 참 감사하군요.”
“일단 제 방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군요.”
“그럽시다.”
결국 주은래와 등소평, 임표 세 사람은 함께 어딘가를 향해 걸어간다.
어느 방 안, 고위층이 여기에 재직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벽 가까이에 가구들이 놓였고, 그 가구 위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장식품들이 보기 좋게 방을 장식한다. 그런 가운데 꽤 호사스러운 탁자를 중심으로 세 사람이 의자에 앉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흠. 이거 참 빌어먹을 일이군요. 이야기는 들었지만...”
주은래는 한숨을 쉬며 임표에게 한 마디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령관에게는 꽤 죄송한 마음이요. 한국군, 거기다 미군을 포함한 유엔군의 총공세를 감당하니 말이요.”
“그런데 팽덕회가 그리 무능한 사람이 아닌데도 이렇게 당하다니...”
주은래의 얼굴은 그 말에 점점 굳어진다.
“이번에 팽덕회 사령관이 보내준 자료를 살펴보니 문경에서의 대패, 그리고 또 춘천에서의 패전, 지금의 사태를 이르기까지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이 들리더군요.”
임표는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주은래에게 묻는다.
“그게 누구요?”
“한국군 제 3군단의 군단장 길병주.”
“길병주? 설마... 또 길씨요!?”
임표는 지겹다는 듯 얼굴을 구긴다. 주은래는 한숨을 내뱉으며 이렇게 말한다.
“길병주, 길병윤. 그리고 길병재. 이 세 사람이 한반도에 있는 한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없지. 중일전쟁에서도 길병윤이 아군이 되면 얼마만큼 든든한 존재인지 깨달았으니 그가 적의 입장에 서면 얼마만큼이나 무서운 사람인지도 알 수 있지요.”
“끄으으응... 그 놈의 길씨. 하아...”
임표는 한숨을 내쉰다. 주은래는 임표의 이런 반응에 오히려 의아해하며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임표 사령관께서는 길씨 가족의 이야기에 꽤 많이 흥분하는 것 같소? 국부군과의 전선에서 무언가 있소?”
“국부군의 보급에 그 동협 그룹이 있소.”
순간 주은래와 등소평의 얼굴이 굳어진다. 주은래는 한숨을 쉬며 결국 이렇게 말한다.
“왜 국부군이 다시 강력해졌는지 이제야 알겠군.”
“이미 알고 있었던 사항이 아니었소?”
“신유철 총통의 능력이라고 여겼건만. 그건 아니라는 것인가?”
그 중얼거림에 임표는 조금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허참. 신유철 총통 그 작자는 군사적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여도 정무적, 그리고 경제적 능력까지는 못 갖춘 사람이오. 결국 그 중화민국을 제대로 운영하게끔 만들어준 배후가 따로 있다는 것이지.”
“쯧...”
주은래는 혀를 차며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때, 등소평이 임표를 바라보며 묻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령관께서는 만약 제 4야전군의 사령관에 취임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등소평의 물음에 임표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제 4야전군의 병력을 천천히 물릴 생각을 해야 마땅하지 않겠소?”
“그렇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북한입니다.”
그 말에 임표는 불만을 터뜨리며 외친다.
“북한이고 나발이고. 지금 제 4야전군이 위험한데.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그리고 솔직히 이번 한반도 전쟁에 참여하고 희생을 낸 것으로 지난번 의리를 충족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은래는 그 말에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않소. 솔직히 한반도의 전쟁은 북한 측이 일으킨 것. 임표 사령관의 말이 지당하다고 생각하오.”
주은래의 지지에 임표는 아까의 불만을 버리고, 흠흠 기침을 하며 표정을 바꾼 뒤에 대답한다.
“뭐 그런 것이오. 천천히 한반도에서 발을 빼는 것이 급우선이지. 모택동 주석께서도 공개적으로 북한에서 발을 빼도록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겠소?”
“그거야 그렇습니다.”
등소평도 별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결국 세 사람의 이야기는 다른 화제를 돌려가며 계속 진행되다 이내 한반도에 발을 빼고, 만주의 수비에 치중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1950년 11월 1일, 한반도에 있는 중공군의 사령관이 팽덕회에서 임표로 교체되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한반도에서 발을 빼기로 한 것이다. 임표의 그 선언에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의 정부 인사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임표에게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탕!-
“이런 빌어먹을 되놈 자식들!”
김일성은 책상을 치며 임표를 비롯한 중공군 지휘관들에게 욕을 내뱉었다. 가장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할 정도로 김일성은 한층 격앙되어 있었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왔는데. 감히... 감히...”
김일성은 씩씩 거리면서 자신의 흥분을 달랜다. 그 때, 누군가 김일성의 막사 안으로 찾아온다. 바로 냉철한 표정을 짓는 부주석 박헌영이었다. 김일성은 박헌영을 보자마자 대뜸 외친다.
“부주석이 여기에 왜 왔소?! 지금 나를 비웃으러 여기에 온 것이오!?”
박헌영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가타부타 그냥 김일성의 맞은 편 자리에 앉고, 김일성을 퉁명스럽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오?”
“우리?”
김일성의 입가는 이죽거린다. 그리고 하하 웃으면서 박헌영에게 외친다.
“지금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소? 하아... 빌어먹을...”
“......”
“똑똑한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방법을 짜든 방법이 없다고 말이야.”
박헌영은 그 말에 눈을 감으며 생각하다 이내 김일성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자병법의 36계중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떤 상황이요?”
김일성은 그 말에 퉁명스럽게 박헌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우리의 존재의 존속 자체가 위기이니 마땅히 패전계이겠지. 그런데 그런 것을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박헌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는 소리이오. 패전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계책은 총 여섯 가지. 미인계, 공성계, 반간계, 고육계, 연환계, 마지막으로 주위상계.”
김일성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이내 박헌영에게 이렇게 한 마디 말한다.
“가장 답이 없는 상황이니 마땅히 취할 계책은 주위상계 하나뿐이겠군.”
주위상계는 답이 없을 때, 패전을 인정하고, 온전히 철수하여 다음을 기약할 때 쓰는 계책이었다. 박헌영은 그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일성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것이 주 계책이기는 하오. 그런데 적들이 그 계책에 순순히 따라주리 라고는 당신 역시 생각을 하지 않겠소?”
“......”
“한 가지 계책으로도 답이 없을 때, 여러 가지 계책을 섞어낼 수밖에 없소.”
김일성은 그 말에 흥미를 가지며 이렇게 말한다.
“그 말은 도대체 무슨 소리이오?”
“내가 아까 말했던 패전계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더해서 네 가지.”
“네 가지?”
“적을 서로 반목시키는 반간계. 그리고 적 수장의 판단을 방해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하게 만드는 미인계. 세 번째는 우리 사람 하나를 희생시켜서라도 적을 속이는 고육계. 마지막으로 그 것들을 섞이도록 하는 연환계까지.”
“......”
“우리 주 목적이 우리 정부를 온전히 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주위상계 이 것 하나만으로 우리가 탄생시킨 공산정권을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없소. 적어도 네 가지 계책은 더해야 우리가 살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처지이오. 이에 대해서 위원장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으음... 가장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반간계를 어찌 할 생각이오?”
“간첩을 통해 살펴보니. 한국 정부는 야당과 여당으로 갈라져서 당파 싸움을 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소.”
“그걸 이용해 반전시킬 수는 없소?”
“그러기에는 그 두 당 사이의 균열은 크지 않소. 최소한 전쟁의 유리함까지 내팽개칠 정도로 그 두 당은 척을 치지 않았소.”
“그럼. 반간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 쪽 비리 사실을 확대시켜 대중들에게 진실을 깨우쳐 자연히 정부의 동력을 소진시키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요.”
“흠. 그럴 듯 하군. 하지만 성공할 자신은?”
“자신을 따질 것이 무엇이 있겠소? 실패하면 우리 모두 죽을 목숨이오.”
“그렇기야 하겠군. 그럼 반간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인계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부산 쪽에 파견된 첩보원이 한국 국방부 장관에 접촉하는 데 성공했소. 그를 이용하여 정보를 조금씩 빼내오고 있지만 이 전쟁을 역전시킬만한 정보는 얻을 수 없소.”
“그렇다면 미인계는 볼 장 다 본 것 아니오?”
박헌영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김일성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 리가 없지 않소? 아까의 반간계와 미인계를 접목시킨다면 어떻소?”
“흠. 국방부 장관을 통해 남한 정부의 비리를 확대시킨다거나 그런 것이오?”
“맞소. 이 것이 내가 말한 미인계이오.”
“그럼 세 번째 고육계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우리 정부에서 언제라도 발을 빼기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 있소.”
김일성은 그 말에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박헌영을 바라보며 외친다.
“내 이 반동노무 새끼들을!”
“진정하고 들어보시오. 난 그들을 고육계로 쓸 예정이오.”
“그 말은?”
“저 쪽도 머리가 있다면 우리 정부에 불만 있는 인사들을 파악해놓았을 것이오. 그리고 회유작업에 들어가겠지. 난 이것을 고육계로 쓸 예정이오. 그 당사자야 설득시킬 수 없지만 그 당사자의 부하들은 다르지.”
그 말에 김일성은 그럴 듯 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결론은 그들을 희생시켜 반전을 꾀한다?”
“그렇소. 마지막으로 연환계는...”
“아까 세 가지 계책을 말하지 않았소? 이 연환계를 가지고, 우리가 주상위계를 행할 가장 귀중한 기회를 만드는 것.”
박헌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소이다.”
“그럼. 한 가지만 묻겠소. 다른 계책들을 이용하여 이번 전쟁에서 가장 괘씸한 작자들을 징치할 수 없소?”
“가장 괘씸한 작자? 흠. 길씨 가족들 말이오?”
“그렇소. 그 놈들만 없었다면 이길 전쟁을! 개자식들!”
김일성이 길씨 가족에게 원한을 불태우자 박헌영은 오히려 미소를 짓는다.
============================ 작품 후기 ============================
원역사의 신성모는 북한과 관련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북한 간첩과 엮어서 진행해보도록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