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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86화 (58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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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1950년 11월 20일, 부산 서구의 어느 한 곳에 자리 잡은 건물 앞에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서  대략 10층짜리 건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바로 피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 시공 식을 위해 참석한 이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수행원들이었다. 그 옆에는 이 공공기관을 만드는데 자산을 투자한 애산재단의 회장 길남효가 서 있었다.

“흠. 이게 일반 국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공주택인가?”

이 대통령은 공공주택의 모습을 훑어보며 말하자 길남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현대적인 집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든 집들입니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피난민들이 살아가기에 상당히 적당한 곳입니다.”

“흠. 운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여기에 입주한 사람들이 자체 투표하여 장을 정한 뒤에 그 장으로 하여금 주택을 책임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각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대통령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부산의 시장 김주학을 쳐다보면서 한 마디 묻는다.

“현재 부산으로 피난 온 국민들의 숫자는 얼마정도 되는가?”

“정확한 것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지금 100만 명은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 그렇게나 많이?”

현재 한반도에 살고 있는 인구는 대략 3000만 명이었다. 그 중 100만 명은 30분의 1수준으로 어마어마한 인구 규모였다. 이 대통령은 부산에 내려온 피난민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많이 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김주학 부산시장은 이내 희망적인 관측도 내놓는다.

“지금 현재 전장이 한반도 북부로 다시 올라가면서 고향으로 가기 위한 행렬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곳에 피신해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아직도 수십 만명의 규모입니다.”

“그들을 먹여 살리려면 꽤 끔찍한 일이 되겠군. 현재 그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단 피난민들을 구호하는 외국 봉사단체와 UN의 구호단체, 그리고 자생적으로 발족한 구호단체들을 끌어 모아 피난민들을 구호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구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김주학 부산시장에게 눈빛을 찌릿 쏘아 보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시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김주학은 그 말에 땀을 흘리면서 이내 시선을 두리번거리다 길남효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길남효는 그 눈빛을 받고, 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으로 행정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밀려오는 피난민들을 제대로 구호할 시간도 여력도 없는 사정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그 말에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한다.

“흥. 원래 그런 일 하라고 관료 직에 오른 것이 아닌가? 일을 못하면서 보고는 잘 했다고 쓰고 올리며 실질적으로 무능을 보이는 관료는 하모 쓸모없지 않은가?”

김주학 부산시장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자신 역시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관료이기는 하지만 이런 언행은 자신이 생각했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대통령 당신이 시장을 해보던가? 씨발. 누구는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 일을 하냐? 지는 수도 버리고, 여기에 튄 주제에 말이 많네.’

길남효는 이 대통령의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부산시장 역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현실에 묻혀 안 보일 때가 많지 않겠습니까? 일단 부산시장의 성과의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는 일단 실질적으로 피난민들을 따로 구호하는 방법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그 말에 타당함을 느끼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 것도 그렇군. 그럼 일단 피난민들이 머무를 공공주택을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적당하겠군.”

“예. 각하.”

김주학 부산시장은 길남효가 이 대통령의 질책을 다른 화제로 넘기자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자신을 옹호해준 길남효에 대해서 호의를 느낀다. 그 후 이 대통령 일행은 걸어가면서 공공주택의 외관을 살펴보고 있었다. 공공주택에는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부지에 따로 공원을 조성시켰다. 그러다 공원에서 여러 쓰레기통을 발견하는데, 이 대통령은 이 쓰레기통에 각각 ‘철’, ‘합성수지’를 포함해 여러 종류로 단어들이 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 뭔가?”

“아. 그건. 아들 녀석이 말한 것인데, 쓰레기 종류에는 재활용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는 물자가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다시 물자를 재활용하여 쓴다면 많은 물자들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것입니다.”

“흠. 생각이 좋군. 하기야 우리 국민들이 워낙 가난해서 말이지. 암! 이런 시기일수록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하하.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대통령은 김주학 부산시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이 생각은 좋은 것 같으니 한번 부산 시 쪽에서 검토를 하여 부산 시 전체에 확대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저 역시 좋은 생각입니다. 부산 시 자체적으로 관료를 모아 회의를 거치고, 체계적인 제도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좋아. 좋아. 다음으로 가지.”

이 대통령 일행은 다시 걸으면서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방향을 남향으로 맞춰 햇빛이 집 안으로 잘 들어오게끔 만들었다. 이 대통령 일행은 그 건물의 모델로 만든 집 안을 들어간다.

“흠...”

집 안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이 거실과 또 바깥이 보이는 창문이었다. 거실 옆에는 부엌이 마련되어 있었고, 또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 한다는 실내 화장실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한 번 쭉 살펴보고는 이내 길남효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난번 문경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고층 아파트와는 별반 차이는 보이지 않는군.”

“그나마 현대적인 삶을 살면서 비용까지 감안한 것이 이 정도입니다.”

“그래? 흠. 이 건물 한 채가 얼마정도 들어가는가?”

“대략 10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외친다.

“뭐 그리 싸게 들어가는가?!”

“동협 그룹에서 비용을 절감시키는 기술을 개발해서 이번 공공주택에 적용했다고 들었습니다.”

“허참.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싸다니. 이 한 채에 몇 가구인가?”

“한 층당 10가구니 대략 100가구 정도 됩니다.”

“10만 원에 100가구면... 한 가구당 가격은 대략 천 원 정도 되는군.”

“예. 그렇습니다.”

“그 정도면... 부산시장. 현재 부산 시의 예산으로 이 건물을 몇 채 정도 지을 수 있는가?”

김주학 부산시장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전체적인 예산의 규모는 1년에 대략 10억 정도 됩니다. 다만 이 것 저 것 들어가는 비용들을 다 빼면 남는 예산은 대략 1000만 원 가량 밖에 안 남습니다.”

“쯧. 그 것으로 이 건물 100채도 못 짓겠군. 한 가구당 5명이 산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5만 명은 여기서 지낼 수 있겠군.”

“예산을 어느 정도 조절을 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김주학 부산시장은 이내 이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 이 대통령은 그런 부산시장의 태도에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참고, 길남효에게 묻는다.

“그래. 현재 이 건물 말고도 피난촌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네.”

“예. 부끄럽게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며 촌 건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김주학 부산시장에게 한 마디 묻는다.

“혹여 이 친구의 사업에 행정적인 지원이나 규제는 없는가?”

“좋은 일로 피난민들을 구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는데, 규제를 할 수 있겠습니까? 현재 행정적 도움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좋아. 좋아. 적당하군.”

이 대통령은 가구의 전기와 물이 제대로 나오는지 점검을 해보고는 이내 만족스럽다는 얼굴을 지으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이 정도면 사람이 살고 싶어서 안달 난 환경인 것 같군. 다음에 전쟁으로 인한 복구를 할 때, 이 건물을 참고하여 도시의 주택난을 극복하는 것이 낫겠군.”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자네도 나라 일 정도는 맡아야 되지 않겠나? 아직까지 야인으로 활동하기에는 그런 것 같은데...”

길남효는 그 말에 손 사레를 하며 대답한다.

“제 아들들이 나라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랏일을 맡기기에는 실력도 그리고, 출신도 되지 않습니다.”

“흠. 그 것 참 안타깝군. 하기야 자네 아들들이 나라에 봉사하고 있으니 그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군. 그나마 재단을 이끌고, 나라의 어려움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은 나 역시 감탄을 불러 모은다네. 그 것에 대해선 보답을 해줘야겠지. 부산시장.”

“예. 부르셨습니까?”

“지금도 경찰을 포함한 치안 병력들이 저 단체에 지원을 하고 있는가?”

“일단 악화되는 치안에 인원들을 투입시키고 있습니다만. 각하께서 원하신다면 애산재단에 경찰 인원들을 투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적당하겠군. 이런 시기일수록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들에게 당하는 일이 없어야 되겠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시찰은 그 대답을 들으면서 끝나고 말았다. 후에 김주학 부산시장은 일부 남는 경찰 인원들을 피난민 구호에 동원시켰고, 길남효는 그 인원들을 경비인원으로 써먹었다. 사실 경찰들 역시 일반적인 업무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애산재단의 봉사현장에 가는 것을 선호했는데, 그 것은 자신들의 월급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찰들이 애산재단에 가서 일을 하면 애산재단 측에서 표를 몇 장 주는데, 그 것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되었고, 그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의 할 일보다는 애산재단에 가는 것을 더 꼽았다.

그 때문에 부산 경찰 쪽에서는 아예 경찰들이 돌아가면서 애산재단에 파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배경이 있는 사람은 매번 그 쪽에 파견되었다.

같은 시간, 병주는 병윤이 꺼낸 관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이게 동파를 막을 수 있는 관이란 거냐?”

“예. 그렇습니다. 작은 형님.”

병주는 일반 플라스틱 호스에 단열재를 감싼 것을 보고는 하 수상한 표정으로 병윤을 바라보며 이내 한 마디 묻는다.

“이런 걸로 동파를 막을 수 있어?”

“일단 삽으로 땅을 파놓고, 단열재로 감싼 관을 묻는다면 바깥 추위에 의한 동파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능은?”

“단열재를 감싼 관을 영하 20도나 되는 야외에서 며칠간 내버려두는 실험을 했는데, 동파가 발생되지 않았습니다.”

“흠... 적당하군. 비용은?”

“그냥 단열재를 감쌌기 때문에 비용은 단열재 값 밖에 들지 않습니다.”

병주는 단열재 가격을 생각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적어도 겨울을 버틸 수 있겠군.”

“하기야 군대에서 겨울철만 되면 매번 동파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나도 동감이다.”

겨울철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동파 현상을 어느 정도 해결하자 병주의 마음은 어느 정도 놓인다. 이제 다음은 방어 태세를 충분히 갖춘 뒤에 겨울을 버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도 간간이 함경도에 대한 진격을 하고 있으며 대략 마을과 고지 단위로 야금야금 영역을 점령하고 있었다.

다만 중공군과 북한군이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아서 그런지 반격에 대한 위험성은 차츰 줄어들어간다. 원래 기회를 노린다면 이 때가 기회이겠지만 병주는 이 때를 기회로 보지 않고, 오히려 다음을 위한 휴식기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폭격과 포격으로 연신 중공군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팽덕회 다음으로 한반도 지원군 사령관에 임명된 임표는 적극적으로 반격을 하는 것은 금하고, 천천히 만주로 후퇴하여 병력들을 보존하는 것에 치중했다. 그래서 두 군 모두 전투보다는 방어에 더더욱 비중을 두었다.

그 때, 병윤이 병주에게 조심스럽게 한 마디 묻는다.

“작은 형님. 요즘 형수님과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병주는 그 말에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냐? 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알 거 없다. 그리고 형수는 무슨. 사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관계는 혼인까지는 아니야.”

“가까운 시일 내에 형수님으로 될지 모르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데 네가 거기에 신경을 둘 때냐?”

“동생이 형님에게 그런 것도 물어보면 안 됩니까?”

“물어봐도 되지. 하지만 답은 안 해줄 거야.”

“쳇. 알겠습니다.”

그 때, 병주의 군복 안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병주는 이런 시국에 웬 전화인지 생각하다 이내 핸드폰을 꺼낸 뒤 뚜껑을 열고, 귀에 가까이 댄다.

“북부군 사령관 길병주 중장이다. 귀하는 누구인가?”

-충성! 제 10 보병사단장 고호윤 준장입니다.-

자신의 최심복인 고호윤 준장의 전화에 병주는 평상시의 말투로 대답한다.

“어. 고 준장이야? 무슨 일로 전화인가?”

-저 그게... 사단의 한 수색대의 보고가 있는데... 휴우... 말 못할 정도로 끔찍합니다.-

“끔찍?”

-수색대의 보고로는 한 마을을 발견했는데, 완전 초토화되었습니다. 그 곳에 살았던 생존자의 말을 들어보면 범인들은 북한군 특수부대들로 원래 마을을 털어 보급하다 이내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했습니다.“

“...... 자세히 이야기해봐. 그래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생존자의 보고에 따르면 특수부대의 지휘관이 특수부대원들을 이끌고, 집들을 불태우면서 이내 마을사람들을 모아서 아예 집단적으로 학살했다고 합니다. 특히 아기들, 어린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불을 피우고는 이내 그들을 불로 태워 죽였다고 합니다.-

병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그래서 현장 수습은?”

-사실 제가 사령관님께 보고 드린 것은 단순한 학살 현장 때문에 보고 드린 것이 아닙니다. 생존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 특수부대의 지휘관이 그... 사령관님이 이빨을 갈고 계시는... 박출환이 아닌가? 라는 추측이 듭니다.-

순간 병주는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이내 조용한 말투로 대답한다.

“그 말 정말이지? 자네가 대답하는 것에 거짓말은 없지?”

-전 사령관님께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군. 좋아. 내 동생을 데리고 그 쪽으로 직접 가지.”

============================ 작품 후기 ============================

여기서도 등장하는 박출환 무쌍. 하지만 전 독자들에게 고구마를 먹이는 고구마 전문가. 아직까지 박출환을 퇴장시킬 계획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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