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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송흥역 경비 책임자의 대답에 병주는 눈빛을 빛낸다.
‘드디어 행적이 나오는군. 일단 차분해져야겠군.’
병주는 이내 활짝 웃으며 경비 책임자를 대한 뒤 말한다.
“아 잠시 대화할 장소가 필요한데. 어디 적당한 곳 없는가?”
병주의 제안에 경비 책임자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대답한다.
“역 안에 휴게소가 있는데, 그 곳이 따로 이야기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좋아. 좋아. 그게 좋겠군.”
결국 경비 책임자는 병주의 압력에 억지로 병주를 역 안으로 들인다. 그리고 경비 책임자가 말한 휴게소 안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병주는 자리에 앉자마자 눈빛이 확 변한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경비 책임자는 병주의 바뀐 태도와 분위기를 보자 미리 짐작이라도 했는지 상당히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병주는 그런 경비 책임자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짓고는 이내 한 마디 말한다.
“아주 간단한 확인 절차이니 너무 긴장하지 말게나.”
“예... 예에...”
“아까 그 인민군 패잔병들에 대한 묘사로 아까 이야기를 끝냈어지. 그럼 다음은 그들이 어디로 갔냐는 것인데...”
경비 책임자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킨다.
“그... 그 것은... 그게...”
“뭐 찔리는 것이 있는가?”
그 물음에 경비 책임자는 화들짝 놀란다.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닌가? 뭐 이런 말을 하면 취조나 다름이 없겠지. 지금 자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언급했던 인물들이 중요하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병주의 눈빛은 꽤 위험한 기운이 담겨져 있었다. 경비 책임자는 그런 병주의 모습을 보고선 온 몸이 위험하다는 본능이 절로 나왔다. 병주는 물 한 잔 마시고는 천천히 경비 책임자를 추궁한다.
“그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자네는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예... 예에.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한 번 이야기를 꺼내봐.”
“그러니까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고는 자신들은 다시 국군의 품 안에 돌아왔으니 마땅히 그 쪽 군인들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병주는 그 말에 이죽거리며 한 마디 말한다.
“미친놈들. 사지로 절로 들어왔군.”
경비 책임자는 병주의 말을 듣고,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 이야기한다.
“전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기에 규정에 따라서 그들을 보고와 함께 상부로 올려 보냈습니다.”
“흐음... 그럼 자네 직속상관은 누구인가?”
“그 29연대의 1대대장 박철민 소령입니다.”
“흠. 29연대면 3군단 소속이군. 알겠네. 확인 좀 해보는 것이 좋겠군.”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자신의 군복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고는 이내 어딘가로 통화 연결을 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통신보안. 누구십니까?-
“아아. 박철민 소령인가?”
-당신은 누구십니까?-
“북부군 사령관 길병주 중장일세.”
-예에!? 지금... 누구라고...-
“전 군단장 길병주 중장일세.”
-흠흠. 그 것보다. 당신 누구야!? 감히 북부군 사령관을 사칭을 하다니. 간덩이가 부은 간첩이군.-
박철민 소령은 전화를 받는 대상이 병주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병주는 그 말에 간단하게 암구어로 말한다.
“전필.”
-그... 그건... 주... 주호...-
“내가 그 길병주 중장이라는 것을 못 믿는 것 같군. 자네 부하에게 전화를 넘겨주기.”
병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역 경비 책임자에게 넘긴다. 경비 책임자는 급히 핸드폰을 받고, 자신의 직속상관 박철민 소령과 이야기를 나눈다.
-누... 누구십니까?-
“저... 접니다. 대대장님.”
-뭐야? 조 중위 목소리 아니야? 송흥역에서 경비를 하던 네가 이 전화를 왜 받는 거야?-
“저 그게 사실은...”
조 중위라고 불리는 경비 책임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자초지종 박철민 소령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박철민 소령이 그 설명을 들을 때마다 핸드폰을 통해 덜덜 떨리는 소리가 조 중위의 귀에 들렸다.
-거 진짜야?-
“정말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제가 허튼 소리를 할 입장은 아니지 않습니까?”
-쯧... 이거 큰일이군. 그래. 자네가 말한 그 인원들은...-
조 중위는 급히 핸드폰을 병주에게 넘겼고, 박철민 소령은 그 인원들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 인원들의 행적을 조사해본 결과 아직 미진한 것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군을 위해서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후방에 배속시켜 훈련을 시키도록 했어. 어이 조 중위 들리는가?-
“아 그렇군. 그래서 그 인원들은 지금 후방에 있다는 건가?”
-허... 헉! 그... 그 목소리는...-
“이렇게 된 이상 사실대로 말하지. 원래 그 인원들은 그들이 주장한 대로 북한군에 징집된 인원들이 아니라 북한군 패잔병들로 서복리 마을을 찾아와 마을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약탈하고, 전부 태워버린 범죄자들에 불과하다.”
-예... 예엣?! 그... 그 말씀은...-
“어차피 자네는 그 사실에 대해서 몰랐으니 어쩔 수가 없겠지. 다만 이 건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협력을 했으면 좋겠군.”
-으... 으음... 예. 알겠습니다.-
“그래. 이만 끊도록 하지. 미안하군. 갑작스럽게 전화해서 말이지.”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전화를 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병주는 한숨을 쉬고는 이내 조 중위라 불리는 경비 책임자를 보고 한 마디 말한다.
“그래. 고생이 참 많군. 여기서의 일도 끝났으니 자네도 수고하게나.”
어느 정도 상황이 끝이 나자 조 중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번 일로 자신이 끝장났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결국 박출환을 포함한 그 인원들은 국군에 다시 징집되어 훈련하기 위해 후방으로 내려갔다는 사실만 파악될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훈련소 쪽을 터는 수밖에.’
현재 대구에 신병훈련소를 하나 만들어져서 인근 장정들을 징집하고, 군사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거기에 북한군에 복무하다 국군에 투항하여 국군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까지 다시 훈련을 받기 위해 그 쪽으로 갔다.
‘꼭 거기에 있어라. 박출환. 잡히는 순간 네 놈의 운명도 거기서 끝이다!’
병주는 증오와 분노의 눈빛을 내뿜으며 박출환이 잡히기만을 빌었다.
같은 시각, 서울로 가는 기찻길. 창가를 바라보는 한 남성은 심란한 표정으로 창가 너머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오로지 논, 마을, 그리고 산으로 이루어진 풍경. 그 풍경들을 계속 보면 상당히 지겨운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현재 그 남성의 심란함은 풍경들보다는 다른 것에 기인한 바가 컸다.
‘정말 괜찮을까? 이대로 여기에 가는 것이 정답일까?’
상당히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남성, 그는 길 씨 가족들이 그토록 쫓아다니고 있는 사람인 박출환이었다. 하루 전에 국군에 투항하여 북한 쪽과는 완전히 인연을 털었다. 자신이 판단하기에 북한은 침몰하는 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한에 투신한다고 하여도 자신이 안전한가? 에 대한 의문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젠장. 차라리 중공이나 소련으로 넘어갈 걸 그랬나?’
이미 선택을 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의 피로를 풀고자 서복리를 약탈하고, 아녀자들을 강간하고, 아이가 포함된 사람들을 불에 태워 죽이면서 자신과 부하들의 기분을 풀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자신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아 기분이 울적했다.
‘아마 여기에는 그 놈들이 나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릴 것이 틀림없다.’
박출환이 생각해도 끈질긴 인간들이었다. 그저 자신을 족치기 위해 모든 힘을 동원하는 인간들은 그 놈들이 처음이었다. 한낱 분풀이와 장난감에 불과한 쓰레기들이 힘을 가지면서 자신을 죽이고자 했다. 박출환의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출세하면 그들의 눈에 띈다. 살려면 출세할 생각을 버리던가 아니면 그들과 대항할 세력 밑에 가는 것이 좋겠지.’
박출환은 자신이 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답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가다간 십중팔구 병사로 입대할 것이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놈들의 눈에 띌 것이다.
‘젠장.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박출환은 지금 국군에 넘어간다는 선택을 후회했다. 그 때에는 그저 자신을 숨기기 위한 완벽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악수가 없었다. 그런 박출환에게 실실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대장님.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그리 심각한 얼굴을 짓습니까?”
박출환은 그 물음에 창가 너머 경치에 고정했던 시선을 자신을 부른 사람에게 돌린다. 그의 시선 끝에는 원숭이처럼 생긴 한 젊은 청년이 앉아 있었다. 박출환은 점잖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 그게 말이지. 우리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예? 우리들의 미래라면...”
“과연 나를 포함한 우리들이 국군에 활약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을까? 라는 의문이 말이야.”
그 말에 원숭이처럼 생긴 남자 유복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박출환에게 묻는다.
“괜찮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전쟁이 터진 이상 자신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야. 물론 북한에 복속하는 것보다 희망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미래가 그리 밝은 것은 아니지.”
“그 말씀은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애초에 그들의 눈에는 우리들은 북한 진영을 배신한 배반자들로 보일 것이다. 아무리 의용군이라는 핑계를 댄다고 하지만 그거야 조회해보면 끝나겠지.”
“끄응. 그 것도 그렇습니다만...”
박출환은 한숨을 내쉬며 유복훈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기야 이렇게 말해봤자 쌀이 나오나 죽이 나오나. 의미 없는 걱정인 것 같군.”
유복훈은 그런 박출환의 반응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평소에 악마 같은 인간이 지금 왜 이래? 무슨 여자라도 두고 왔나?’
유복훈은 박출환을 따라 악행을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박출환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박출환은 악행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카리스마로 대원들을 휘어잡는 사람이었다. 그 카리스마가 억압과 회유로 이뤄진 악마 같은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박출환이 지금 약한 모습을 보이니 유복훈으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뭐 생각이 있어서 저런 태도를 보인 것이겠지. 그런데 의외이긴 의외네. 저 인간이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유복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끝내며 이내 미소를 짓고는 박출환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습니까? 적어도 북한군보다는 밥은 잘 나오지 않습니까?”
박출환은 유복훈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대답한다.
“단순한 녀석. 그래. 그 것이 좋겠지.”
그렇게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기차는 서울역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송흥역에서의 일과를 끝낸 병주는 다시 서복리를 찾았다. 오늘 할 일을 끝냈으니 다음에 훈련소에서 그 인간들을 찾아내 족치면 되는 일이었다. 병윤이 병사들을 동원해 간신히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끔 복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병윤은 병주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형님. 오셨습니까?”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병사들이 작업하는 현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대답한다.
“잘 진행되고 있군. 마을 사람들 분위기는 어떠냐?”
병윤은 그 물음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겨우 이런 걸로 저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할 뿐입니다.”
“그 말은 꼭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구나. 휴우. 어쩔 수 없군.”
병주는 뭔가 고심이라도 했듯 결연한 표정을 짓고 진지하게 말한다.
“마을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좋겠군.”
“예? 하지만... 아... 설마?”
“학살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위령제를 하나 지내는 것이 좋겠지. 마을사람들의 응어리를 풀지는 못해도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다.”
병윤은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적어도 그 정도면 마을사람들을 위해 위로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지금 이런 와중에도 할 일을 해야지.”
병주는 그렇게 결심이라도 했는지 이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누구십니까?-
“정 대위인가? 나야.”
-사령관님이십니까? 그 마을에 가서...-
“아 할 일이 생겨서 전화를 주었네. 혹시 거기에 공병 부대장 있는가?”
-예에? 공병 부대장이라면... 지금 공병을 쓸 이유가... 아... 있기는 하군요.-
“이 마을에 위령제라도 해주려고 그래. 이 것으로 마을 수습은 안 될 것이 뻔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하지 않은가?”
-끙. 또 그런 쪽입니까?-
“어라? 말투 보니 불만인 것 같군.”
-저 그게 아니라...-
“시끄럽고, 당장 공병 부대장 바꿔. 쯧. 사람이 인정이 있어야지.”
-그... 그건 사령관님이 너무 그런 쪽에 매달리시니까. 과유불급이라고 정도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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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회 대위 - 사령관님 이거 민간인들에게 너무 퍼주는 것 아닙니까?
병주 - 닥쳐. 이 새끼야. 왜 또 날 보고 호구라고 말하려고?
정철회 대위 - 그 그건...(씨발 계급이 깡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