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94화 (5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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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한참 식사를 하다 이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정치 쪽으로 오고간다.

“사실 올해 예산 책정 관련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전쟁 복구 비용 대다수가 서울 쪽으로 흐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김치 한 점을 집어 씹어 먹던 장성환은 이내 꿀꺽 삼키더니 한 마디 일축시킨다.

“어차피 수도에 돈들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니오?”

“그래도 우리 시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자금이 정 부족하면 아예 민간에게 출자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으음... 그건...”

“어차피 박 시장도 잘 알다시피 이 문경이라는 곳은 하나의 기업도시로 설계되어 있소. 그 사실에 대해선 뼈저리게 잘 느끼고 있지 않소?”

박권오 시장은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이내 한 마디 대답한다.

“예. 그게 현실이겠지요.”

“어차피 집행과 시행 관련된 것은 어차피 시에서 직접 하는 것이니 간섭의 여지가 없지 않겠소?”

“......”

“그런데 예산 부족과 관련해서는 총 얼마나 필요하오?”

박권오 시장은 그 말에 생각을 하더니 이내 박원오 시장에게 대답한다.

“현재 시내외 복구 작업에 들어가는 예산만 하더라도 대략 5천만 원에 가깝습니다. 거기다 평소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산한다면 1억은 가뿐히 넘지 않습니까?”

“1억이라...”

장성환은 박권오 시장이 말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액수에 눈을 지그시 감는다.(소설 상 이야기지만 지금 시대상에서 1원을 현재 1만 원으로 여기겠음. 여기서의 1억 원은 다시 말해 여기서의 1조원과 비슷한 액수임.)

“문경 시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야 한데. 흠...”

“현재 돈이 가장 많다는 사람인 길병윤 씨를 거의 아들로 보고 있지 않습니까? 의원님이 힘 좀 써주시면 이 은혜 진짜 잊지 않겠습니다.”

“쯧. 잠시만 기다려보게.”

장성환은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딘 가로 연락을 취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예. 군수과 보급 장교 길병윤 중위입니다.-

“아 병윤이니? 나다. 장 백부다.”

-백부님. 이 시간에 무슨 전화이십니까?-

“흠. 사실은...”

장성환은 간단하게 자신의 사정을 병윤에게 전달했고, 병윤의 응답을 기다린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병윤의 답변은 이러했다.

-1억 이라. 백부님. 그 돈 액수. 장난 아니신 것 아시지 않습니까?-

“아 물론 나 역시 잘 알고 있지. 그런데 사실 네 주요 사업들이 문경에 몰리지 않았더냐? 하루빨리 문경을 전쟁 전으로 돌려야 네가 전역한 뒤 경영이 한껏 편해지리라 생각되는데.”

-흠. 백부님의 말씀이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다만 공짜는 없습니다.-

“나도 공짜는 안 바래. 그 돈을 시에 융자할 수 있는가? 그게 문제이지.”

-휴우. 좋습니다. 어차피 제 전역 후에 문경에 다시 복귀할 사업들의 기반도 복구시켜야 하니.-

“하하. 내 말에 따라줘서 고맙다. 병윤아.”

-일단 비서실장에게 연락하겠습니다. 논의되고 난 뒤에 아마 백부님께 비서실장의 연락이 올 것입니다. 그 때까지만 기다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안 될게 뭐가 있겠는가? 오히려 이런 부탁을 한 내가 미안할 따름인데. 바쁜 네 일에 이렇게 전화하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만 전화를 끊으마.”

-예. 고생하십시오. 백부님.-

병윤과의 통화를 끝낸 장성환은 이내 핸드폰을 자신 앞에 있는 탁자에 내려놓고는 이내 박권오 시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일단 병윤이의 동의를 얻었으니 적어도 자네가 원하는 예산을 융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꺼야.”

박권오 시장은 그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장성환에게 대답한다.

“고... 고맙습니다. 의원님.”

“하지만 공짜는 아닐세. 어차피 융자라고 했으니 그 돈 시에서 알아서 갚아야 될 거야. 그래도 상관없나?”

“하하. 문경 시가 제대로 복구하면 빚도 빨리 갚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이 한국의 주요 산업들이 이 문경에 집중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그 때, 탁자 위에 둔 장성환 의원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장성환은 그 핸드폰을 잽싸게 받고는 전화를 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다.

-장성환 의원님. 핸드폰 맞으십니까?-

“진 비서실장인가? 그래. 병윤이에게 이야기는 들었지.”

-예. 들었습니다. 회장님이 시에 1억 가량 융자해달라는 지시를 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1억 융자에 대한 것은 어떻게 할 거야?”

-우선적으로 환전소에 있는 자금으로 시에 보낼 계획입니다.-

“흠. 환전소라. 하기야 그 곳은 일반 시민들이 예금을 하지 않고, 대출만 전문적으로 해주니 별반 문제될 것도 없겠군. 담보는 어느 것으로 할 예정인가?”

-담보에 관련해서는 시장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융자할 금액은 5천만 원 가량 됩니다.-

“뭐? 5천만 원? 아까 이야기했던 반절을 깎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머지 5천만 원에 대해선 시의 복구 사업 기부 명목으로 돈을 보낼 생각입니다.-

“흠... 알겠네. 그럼 언제 돈을 보낼 생각인가?”

-그건 아무래도 시와 협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여기에 시장이 있고, 나 역시 여기 의원이니 시원시원하게 결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나?”

-그러면 비밀 거래라는 의혹이 생깁니다.-

“쯧. 어쩔 수 없군. 일단 시장에게 전화를 바꿔도 되겠는가?”

-의원님. 마음대로 하셔도 우리 동협 그룹은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알겠네.”

장성환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내 핸드폰을 박권오 시장에게 넘긴다. 박권오 시장은 얼렁뚱땅 핸드폰을 받고는 입을 뗀다.

“예. 제가 문경 시장 박권오입니다. 혹시 동협 그룹 진세연 비서실장 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런 일로 전화를 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의 지시이니. 굳이 죄송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사실 문경 복구에 관련된 예산 때문에 골치가 많아서 어쩔 수없이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까 이야기를 들었는데, 1억 원 중 5할은 환전소의 대출로 나머지 5할은 복구 기부 명목으로 보내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다만 언론과 사람들에게 문제가 없도록 일을 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이걸 가지고, 욕을 해대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어도 이권 관련한 의혹이 생기면 우리 동협 그룹 측에서도 꽤 곤란이 생깁니다.-

“알고 있습니다.”

-현재 회사 일정을 살펴볼 때, 모레에 시간이 있는데, 모레에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박권오 시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저야 언제든 환영입니다.”

-알겠습니다. 혹여 필요한 일은 없으십니까?-

“지금 바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모레에 직접 만나서 총체적으로 의논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모레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것으로 진세연 비서실장과의 연락이 끊어졌고, 박권오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이내 핸드폰을 원래 주인인 장성환에게 넘겨주며 고마워한다.

“이 은혜.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 할 것 까지는 없네. 어차피 이 문경이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아야 자네도 좋고, 나도 좋지 않은가?”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음식들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의를 다진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1950년 11월 29일, 진세연 비서실장은 자신이 약속한 대로 비서실 및 그룹 중진임원들을 이끌고, 시청을 방문했다. 시청청사는 복구 사업 때, 가장 맨 먼저 진행했는지 건물 모습이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진세연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내 사람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시청 공무원들은 박권오 시장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진세연 비서시장의 일행들을 시장의 집무실 안으로 안내한다.

진세연 비서실장이 시장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발견한 사람은 책상 위에 자신에게 떨어진 일거리를 처리하고자 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었던 박권오 시장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박권오 시장은 진세연 비서실장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이 하는 일을 옆 보좌관에게 떠맡기고는 이내 웃는 낯으로 진세연에게 굽실거리며 인사한다.

“박권오 문경 시장입니다.”

그 말에 진세연 비서실장은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고 자신을 소개한다.

“동협그룹 총비서실장 진세연이라고 합니다.”

진세연이 내민 손을 박권오 시장은 즉시 잡으며 악수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인사가 끝이 나고, 자리에 앉은 동협 그룹 관계자와 시청 관계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화제는 시 예산 관련한 문제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박원오 시장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우선적으로 먼저 대출하실 자금에 대해선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진세연 비서실장은 그 물음에 자료를 쓱 보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5일 뒤에 시에서 추진하는 계획들에 대해 투자 명목으로 5천만 원이 들어올 생각입니다.”

“흠흠. 이율이나 담보와 관련된 사항으로는...”

“일단 문경 시의 재정 신뢰도를 살펴볼 때, 담보를 매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율에 관해서는 연 5푼으로 메길 생각입니다.”

“5푼이라...”

5천만 원의 5푼은 250만원이었다. 박권오 시장은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재차 묻는다.

“이율을 3푼으로 낮추고, 차라리 문경 북부 산악지대의 개발 규제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진세연 비서실장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이내 자신이 데려온 임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현재 동협 그룹에 속한 공장들이 몰려있는 곳은 바로 농암 면과 가은 읍 방면이었다. 현재 문경의 다른 면에도 공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문경과 충북 단양에서 산출되는 석회석을 가공하는 시멘트 산업들과 그 외 소수의 중공업 분야에 치중되고 있었다.

동협 그룹 임원진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 정도 의견 정리가 끝난 듯 진세연 비서실장이 박권오 시장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당분간 사업 확장 계획은 없기에. 제가 제시한 5푼으로 5천만 원 투자에 합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미 돈은 동협 그룹이 쥐고 있기에 시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담보가 없다는 것이 상당한 특혜였기에 박권오 시장으로썬 별 불만 사항은 없었다.

환전소에서 나오는 자금 융자에 관해서는 실무 협상을 통해 진행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문경 시는 이율 5푼 무담보 그리고 원금 5천만 원의 대출금을 받게 되었다.

그 다음 진행된 것은 문경시 복구 관련한 이야기였다. 진세연 비서실장은 진지한 얼굴을 짓고는 박권오 시장에게 묻기 시작한다.

“현재 문경시가 전쟁 전 상태로 복구하려면 얼마 만큼의 시간과 예산이 듭니까?”

“그거에 관련해서는 이 자료에 다 있습니다.”

박권오 시장은 책으로 엮을 분량의 보고서를 진세연에게 건넨다. 진세연은 그런 보고서 책자 내용을 읽더니 이내 한 마디 말한다.

“흠. 복구 순서가 공공시설-위생보건시설-교육시설-교통기반-그 외 필요한 사항에 따른 복구로 되어 있군요. 지금 하는 단계가 교육시설 및 교통기반의 복구입니까?”

“보고서에 써진 내용 그대로입니다. 현재 급한 불은 껐고, 교육시설 관련한 것은 일단 교통 기반을 확충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 동협 그룹은 이 보고서에 나온 방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하겠습니다.”

박권오 시장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진세연 비서실장에게 감사를 표한다.

“정말이지. 여러분들은 우리 문경시의 은공자이십니다.”

“우리 동협 그룹의 기반이 이 문경에 정착된 이상 문경시와 동협 그룹은 같은 공동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하. 그 사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전쟁 전 상황으로 복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비서실장께서 말씀하신 사항은 이번 건으로 이미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후로도 진세연 비서실장을 포함한 동협 그룹 임원진들과 문경 시장 박권오와 문경 시청 직원들은 큰 문제 두 건이 해결되자 그 두 건의 구체적인 세부상항을 정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회의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문경 시가 대폭 받아들인 이상 이야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회의 시간이 길어진 곳은 이 일이 잘못되면 동협 그룹의 이미지 악화가 되는지에 대한 진세연 비서실장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회의는 결국 끝이 났다. 둘 다 만족할만한 거래였고, 또 바깥사람들이 이 회의를 보기에 의구심과 의혹심을 갖기는 힘들 정도였다.

진세연 비서실장은 일을 끝마치고 나자 먼저 핸드폰으로 병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회장님. 접니다.”

-비서실장이십니까? 시와의 이야기는 잘 되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현재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것 참 다행이군요.-

“저 회장님. 할 말이 있습니다.”

진세연 비서실장의 진지한 말투에 핸드폰 너머 병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아 졸려 미치겠습니다. 휴우. 일단 신작에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황입니다. 만약 신작 편수가 어느정도 모이면 신작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신작이 발표되고 난 뒤 이 작품은 어찌되는가? 에 대해서 답변을 드리자면 아무래도 며칠씩 끊어서 1편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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