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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주아라는 여자아이는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들이 많이 이사 와서 조금 그렇다고 말을 해요.”
병윤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이 곳은 전형적인 산골 마을 중 하나이다. 마을에서 보이는 시설들은 사실상 병윤이 마을을 위해 투자를 했을 뿐이다. 마을에서 행해지는 산업은 농사가 대다수로 사람들이 이 곳에 온다면 차후 생길 갈등의 여지는 그 곳 밖에 없었다.
‘바로 땅이지.’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땅이었다. 비옥하기 그지없는 땅, 만약 땅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점은 땅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러면 땅의 분배가 문제점이 생길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번 방씨 아저씨를 찾아가봐야 되나?’
그렇게 생각했던 병윤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이내 주아라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래? 주아 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했단 말이지?”
병윤은 주아를 포함한 아이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고, 아이들을 떠나보낸 병윤은 자신의 조카 상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잘 정돈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고풍스러운 저택이 나온다. 주민식은 저택의 모습에 얼이 빠진 얼굴로 쳐다보다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기가 장교님이 살고 계시는 곳이에요?”
“그래. 원래 형님들의 가족들까지 같이 살고 있는 곳이지. 이 조카 역시 저기에 살고 말이야.”
주민식은 그 말을 듣고, 상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려준다. 병윤은 주민식의 등을 툭툭 치면서 한 마디 말한다.
“어여. 들어가자고. 여기서 하루 밤 머물러야지.”
“예... 예...”
주민식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병윤을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그 때, 저택 현관에 병윤을 미리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병윤은 그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반가워하며 한 마디 말한다.
“손 집사님이 미리 기다릴 줄은 몰랐군요.”
“언제든 셋째 도련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계시는 분은 누구입니까?”
손본규 집사가 주민식에 대해 묻자 병윤은 간단하게 설명한다.
“아 이 녀석은 제가 군에서 활동할 때, 같이 따라다니는 녀석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상진 도련님도 데려오셨군요.”
“마을 아이들이랑 놀다가 저랑 같이 올라왔습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을 위한 방도 하나 마련해야 하는데 빈 방은 있습니까?”
손본규 집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손님을 위한 방들은 제가 얼마든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혹여 여기에 무슨 연락 같은 것이 있습니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일단 여기에 있는 것은 그러니 안으로 드시지요.”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주민식 역시 저택 외관을 두리번거리다 병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주민식이 바라 본 저택 안은 상류층의 어느 저택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눈을 부시게 만드는 호화스러운 장식품이나 금 기둥 따위는 없었다. 그저 규모가 큰 저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때, 병윤을 반기는 한 서양여성이 다가오며 한 마디 말한다.
“어머. 셋 째 도련님이 오셨군요.”
병윤은 그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한 마디 대답한다.
“이번에 휴가를 나와서 그렇습니다. 아참 뒤에 있는 저 녀석은...”
병윤은 병재의 아내인 메리에게 주민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고, 메리는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민식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셋째 도련님 따라 여기에 오셨군요. 반가워요. 전 메리 헤임질이라고 해요.”
메리의 익숙한 한국어에 주민식은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한다.
“반갑습니다. 전 주민식이라고 합니다.”
그 때, 상진이가 메리 헤임질에 조르르 달려 나가 그녀의 품안에 안긴다. 어린 아이라서 그런지 어머니 품안이 더욱 익숙한 시기였다. 메리는 상진이를 품안에 안기며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 혹시 제 남편에게 소식은 없나요?”
병윤은 그 말에 난감하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안 그래도 큰 형님을 찾아가 집에 언제 올 수 있냐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형님에게 떨어진 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까지 귀가하기에는 시간이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에 메리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유능한 사람에게 일들이 모이는군요. 하아...”
“이런 소식을 전달해줘서 죄송합니다. 형수님.”
“아니에요. 아참 그 것보다 손님을 맞을 준비부터 해야겠네요. 도련님과 손님은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민식아. 따라와라. 네 방을 안내해줄게.”
“네... 넵.”
주민식은 이내 병윤을 따라 살금살금 걸어가며 고개를 연신 두리번두리번 저택 안을 살핀다. 호화스러운 물건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집 안에 있는 장식품 하나하나가 자신의 몸값보다 비싸 보였다. 그렇게 저택을 마치 도둑놈처럼 관찰하며 병윤을 따라 걸어갔고, 이내 어느 한 방의 문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거기에는 손본규 집사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손 집사는 주민식에게 열쇠를 건네주며 한 마디 말한다.
“이 방의 열쇠입니다. 앞으로 손님께서는 여기서 피로를 푸시면 될 것입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 때, 병윤이 주민식을 바라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나 먼저 들어가 볼게. 안에 들어가면 웬만한 것들은 다 있으니까 혹여 뭔가 없으면 이야기를 하고.”
“아 예. 그러십시오.”
병윤은 곧 자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주민식은 이내 열쇠로 방문을 열고, 안을 살핀다. 방 안을 살펴본 주민식은 입이 절로 벌어졌다. 호사스러운 침대뿐만이 아니라 탁자 위에 있는 간단한 과자들, 그리고 TV와 책들이 가득 찬 책장이 있었다. 그 외에도 아까 저택에서 보았던 장식품들이 잘 정돈된 채로 있었다. 주민식은 자신이 이런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얼이 빠진다. 그렇게 주민식은 오늘 하루 이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같은 시간, 어느 한 건물 안 양복을 입은 박헌영은 이내 한 젊은 여성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흠.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남쪽도 꽤 골치아픈 동네야.”
박헌영의 그 말에 젊은 여성은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은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박헌영은 젊은 여성이 만든 보고서를 다시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이 정도면 충분해. 수고했어. 나가보게나.”
“예. 박헌영 동무.”
젊은 여성이 방 밖으로 나가자 박헌영은 다시 한 번 보고서를 살핀다. 거기에는 국민방위군 관련된 정보들이 자세히 나타나 있었다. 박헌영은 이 보고서를 보고 생각한다.
‘흠 이게 사실이라면 남쪽에 거대한 민심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회가 그저 우리들의 수명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고 하니 아쉽군.’
일단 김일성에게 선언한 대로 박헌영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이 방법을 쭉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흠. 그런데 8할이 동협 그룹이 담당한다라? 이승만 치고는 꽤 담이 작군. 아니지. 오히려 이들을 자신들의 비리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박헌영은 그렇게 생각하자 이 일이 꽤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사실 남한군의 군수담당 기업들은 동협 그룹이 유일했다. 다른 기업들이 이런 업무들을 맡기에는 자신들의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동협 그룹만이 유일하게 기술과 자본이 되었기에 국군의 군수물자 생산을 떠맡다시피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동협 그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을까? 적어도 입힐 수 있다면 수명 연장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황이 다시 변화할 가능성이 보인다.’
박헌영은 그렇게 생각하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구멍 속에서 겨우 기어오를 수 있는 절벽을 본 것과 같이 박헌영의 머리는 맹렬히 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머리에 찬물이 확 끼얹는 듯 의문도 동시에 들었다.
‘동협 그룹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쪽이 이 국민방위대에 대해서 모를 리는 없을 거야. 이 국민방위대가 큰일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 수가 있다. 그들이 직접적으로 예산을 착복한다면 몰라도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헌영은 동협 그룹의 행보에 대해 생각하자 아까의 그 흥분이 확 달아났다. 아까의 그 가득 찬 희망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선동을 하여도 동협 그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그들을 망하게 할 수는 없다.’
박헌영은 동협 그룹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였기에 동협 그룹이 국민방위대에 엮인다 한들 타격이 있을지언정 그룹 자체가 무너질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신망을 잃어도 그들에게는 해외가 있었다. 타국에 적극적으로 수출을 하는 기업이기에 국내의 시장을 잃었다한들 해외에서 돈을 벌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동협 그룹은 제쳐두고, 이 일에서 가장 타격을 받을 만한 대상을 상정하고, 그 대상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좋겠군.’
박헌영은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이 방법이 자신들의 수명 연장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같은 시기, 소련의 크렘린 궁, 스탈린의 집무실에서 스탈린은 의자에 앉으며 자신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쳐다본다. 바로 베리야 정보국장과 비신스키 외무장관이었다.
“흠. 코리아 전쟁은 꽤 지지부진하군. 거기가 격렬히 싸워줘야 우리가 유럽에 신경을 쓸 수 있는데 말이지.”
베리야는 그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서기장 각하.”
“혹시 이 전쟁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 것이 있는가?”
스탈린의 질문에 베리야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한다.
“아무래도 기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요소로는 중공군이 코리아에 발을 빼려고 하는 징후도 보입니다.”
“중공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미국과 남한은 꽤나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군. 유리한 고지를 놓치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제가 기후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흠. 코리아쪽의 기후가 어떻기에?”
“사실 한반도 북부는 시베리아의 한대 기후처럼 춥습니다. 평균은 영하 10도를 심하면 영하 30도까지 내려갑니다.”
“흠. 그 정도면 동계 전투를 고려할만 하겠군. 미군에서도 동계 전투를 치른 적이 별로 없기에 꽤 곤란하겠군. 또 그런 기후에서 싸운다면 필시 병력들의 손실이 커질 것이고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곤란하군. 코리아에서의 일은 여기서 접어야 하는건가?”
스탈린의 말에도 불구하고, 베리야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대답보다는 스탈린이 생각하도록 기다리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면서 베리야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럼. 언제 날씨가 풀리는지 알 수가 있나?”
“대략 4월 중순에서 5월 초로 알고 있습니다. 그 때쯤 되면 다시 전쟁이 나겠지요.”
“적당하군. 외무장관.”
“예. 말씀하십시오. 서기장 각하.”
“자네는 언제 코리아 전쟁을 끝내면 좋겠나?”
그 말에 비신스키 외무장관은 긴장된 얼굴로 생각하다 스탈린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최대한 늦추면 늦출수록 우리에게 이롭지 않겠습니까?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의 시선을 코리아에 묶어 두어야 우리 소련이 유럽에 진출하기 편하지 않습니까?”
스탈린은 그 말에 싱긋 웃고는 박수를 쳐댄다.
“맞는 말이야. 그 것이 우리 소련이 가장 득을 보는 길이지. 그런데 말이야. 위신이라는 것이 상당히 요상해. 최소한 세계 평화를 위해 행동을 했다고 알리면서 동시에 코리아 전쟁을 지속되게 할 방법은 없을까?”
비신스키 외무장관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 이내 이렇게 대답한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뭔가?”
“휴전 협정을 우리가 제의하는 것입니다. 다만 거기에 한 가지 함정을 심어두는 것입니다.”
“함정이라?”
“예. 휴전이 지지부진하게끔 할 수 있는 함정을 말입니다.”
“그게 뭔가?”
“포로교환입니다.”
스탈린은 그 말에 관자놀이를 검지로 톡톡 튕기며 생각하다 이내 절묘하다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적당하겠군. 포로교환으로 코리아 전쟁의 당사자들의 심기를 건드려 휴전을 지지부진하게 한다는 말이군.”
“예. 우리는 적당히 세계 평화를 위해서 휴전을 빨리 하라고 가끔 다그치면 됩니다. 특히 중공 측이 그 포로교환을 이유로 휴전을 지지부진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흠 적당하겠군. 그런데. 중공이 길림성을 잃어야 중공 쪽이 우리에게 고분고분해질 텐데...”
“그러면 중공이 길림성을 잃고 나면 그 때 휴전협정을 던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적당하겠군.”
스탈린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리아 쪽의 계획을 마무리한다. 이제 스탈린은 다른 안건으로 넘어간다.
“요즘 중동은 어떤가?”
그 말에 비신스키 외무장관이 한 마디 말한다.
“그 쪽은 아시다시피 꽤 난장판인 곳입니다. 작년에 이스라엘이 중동의 주요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고 하지만 다시 터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중동의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밀어준 서방 국가들에 대해 이를 갈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에 대해 지지를 하겠군.”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동 국가들을 지원해줘서 중동 쪽을 우리가 접수한다면 아니 특히 이집트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수에즈 항로가 막히게 됩니다. 그리 되면 뒤는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지요.”
“수에즈 운하. 중요하기는 하지. 그런데. 이집트를 어떻게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지?”
그 때, 베리야가 한 마디 말한다.
“이스라엘을 적당히 자극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스탈린은 그 말을 한 베리야를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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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쓰는 것이 느리군요. 신작 40편 정도는 작성하고 연재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편수를 만들지 못해서 연재를 못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