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605화 (60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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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주민식의 말에 주미혜는 병윤을 슬쩍 바라본다. 처음 볼 때, 뭔가 분위기가 확 느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주미혜는 얼핏 그런 병윤이 조금 궁금해졌다. 이내 주민식을 향해 한 마디 묻는다.

“그래. 이 사람 저 사람 말하지 않을 테니 저 분은 누구신데?”

주미혜의 말투 속에서 자신의 잘못 따위는 생각지 못하는 것에 주민식은 조금 짜증이 났지만 참고, 병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내가 군대에 입영한 것은 알지?”

“처음에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 나를 포함한 가족들이 울고불고 했던 것은 기억이 나. 그래서 그게 뭐?”

“군대에서 만난 사람이야. 나를 챙겨주시는 장교님이지. 이번에 같이 휴가를 나왔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주미혜는 그 말에 얼핏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게 무슨 뜻인데?”

“에휴. 이 것아. 이 무식한 것아. 그런 것도 모른단 말이냐?”

타박에 짜증이 난 주미혜가 주민식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흥. 오빠가 나에게 학교 보내라고 돈 한 푼 보낸 적이 있어?”

“씁. 나도 돈이 없어서 공부도 못했는데, 기껏 하는 소리가 그런 소리냐?”

그 이후 두 사람의 대화는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본 병윤은 ‘끙’ 침음을 흘리며 이내 주미혜에게 소리를 치는 주민식의 목을 팔로 휘어감으며 어깨 동무를 하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런이런. 가족들끼리 언성을 높여서야 되겠나?”

병윤의 말에도 주민식은 감정을 죽이지 못했는지 주미혜를 향해 씩씩 거리지만 그래도 병윤의 기세에 더 이상 주미혜에게 말을 못 높인다. 주미혜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병윤의 모습에 멀뚱멀뚱 쳐다본다. 주미혜의 시선에 병윤은 속으로 부끄럽기 그지없었지만 겉모습은 이내 겸손하게 주미혜에게 인사한다.

“아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전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병윤의 인사에 주미혜는 ‘음’ 소리를 내며 병윤의 이목을 구석구석 살펴본다.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상과 외모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서 뭔가 평범한 이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전 주미혜라고 해요. 그런데 오빠의 이야기를 듣기론 군대에서 오빠를 챙겨주는 장교라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주미혜의 물음에 병윤은 겸손하게 미사어구를 붙이며 대답할까? 생각하다 속으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는 이내 간결하게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으음. 그런데 오빠와 같이 휴가를 나온 것을 보면 오빠와 많이 친한가 봐요?”

“친하지 않으면 이 녀석이랑 같이 휴가를 가겠습니까?”

주미혜는 병윤의 말에 그럴싸하다고 여겼는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주민식이 병윤과 주미혜를 번갈아 바라본다. 왠지 모를 대화에 주민식은 아리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저렇게 평온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 도시 출신의 동료 병사에게 들은 남녀 간의 연애 이야기가 절로 떠올랐다.

그 생각에 주민식은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내 설마하는 심정으로 생각한다.

‘에이. 그런 예쁜 여성을 비서로 두는 사람이 저 녀석에게 시선이 갈 리가...’

주민식은 의례적으로 병윤과 미혜가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혜는 왈가닥에 선머슴인 여성이지 시집을 갈 팔자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생각을 가진 것 자체가 미혜에 대한 악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민식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형들, 부모님들도 미혜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기에 주민식은 미혜의 장래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미혜와 병윤의 모습을 볼 때, 아주 아니 엄청 미약한 가능성이지만 두 사람이 사귄다고 가정을 해보았다. 주민식이 알고 있는 병윤은 엄청난 사람이었다. 자신과 같은 가정형편에 태어나서 일찍이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일구어내고, 그 사업으로 돈 번으로 현 대한민국 정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군의 전신인 광복군을 자금적으로 지원했다.

그런 사실을 볼 때, 병윤은 엄연히 독립운동가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에 광복 후 돌아와서 중국의 사업체에서 나온 자본과 기반으로 이 한반도에 불지의 기업들을 건설하였다. 태양 전지, 헬리콥터, 색깔TV, 휴대폰을 포함한 각종 물건들이 그 기업들을 통해 나온 것이다.

주민식이 아무리 시골 출신이라고 하지만 읍, 면에 나가면 이런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병윤은 유명했다. 그런데 그런 병윤이 자신의 여동생 미혜와 만난다? 주민식은 그 가정을 하자마자 조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가정의 여식, 그리고 그 여식은 청순하고 가련한 것이 아니라 선머슴처럼 하고 다니는 매력 없는 여성에 불과했다. 그리고 병윤의 입장을 생각하면 미혜와 같은 여성보다는 오히려 청순하고, 매력이 넘치는 미녀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번에 병윤의 기업인 동협 그룹 본사를 방문했을 때도 첫 눈에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한 비서실장 진서연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미혜를 만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주민식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의례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주민식이 병윤과 미혜가 맺어질 가능성이 더더욱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에는 미혜의 태도에 있었다. 미혜는 병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꿩 사냥 같은 것은 좋아해요?”

주민식은 미혜가 그런 말을 던지자 속으로 욕이 나온다.

‘여성의 매력을 말을 하지 못할망정 사냥 이야기나 입에서 내뱉냐?! 에휴. 내 동생이지만 정말...’

주민식은 당장이라도 미혜를 데리고 와서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충고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병윤의 대답은 주민식의 예상을 한층 더 깨부쉈다.

“아. 꿩 사냥. 꿩 사냥 어릴 때 많이 해봤죠. 겨울 때, 먹을 것이 없으면 가족들끼리 나서서 꿩을 잡았거든요.”

“수풀 속에서 조마조마하게 꿩을 기다리며 잡는 맛이 정말이지...”

“하하 그래요? 가끔 가다 친구들이랑 같이 꿩 사냥을 하고 다니는데...”

병윤과 미혜가 대화하는 모습에 주민식은 의아함을 느낀다. 미혜가 자기 멋대로 이야기하는데도 병윤은 그런 미혜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준다. 그리고 병윤은 웃으면서 미혜를 대하자 주민식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에이. 설마. 장교님이 저 녀석에게 빠진 것은 아니겠지. 그냥 미혜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에 불과한 것일 거야.’

그래도 주민식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병윤이 미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자신의 예상으로는 그냥 미혜에 대해 점잖게 이야기하고 손을 떼리라 예상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산속 사냥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이내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그런데 산 속에서 애들이랑 놀다가 하늘에서 거대한 새를 봤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 쪽으로 몰린 것을 봤어요. 그건 왜 그런 것인데요?”

“아아. 그건 사실.”

병윤은 미혜가 언급한 새를 ‘검은 매’라고 불리는 헬리콥터로 불리며 그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고, 그 것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오빠를 데려왔다고 말을 했다. 미혜는 헬리콥터라는 말에 눈빛이 초롱초롱해진다.

“예? 그게 정말이에요?”

“하하. 여기에 차가 다니지 않고, 또 기차를 이용한다 한들 기차에서 몇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 ‘검은 매’로 저 녀석이랑 같이 이 마을에 직접 온 것이에요.”

“그럼 그 검은 매라는 것은 누구 거에요?”

병윤은 그 물음에 흠흠 거리며 이내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사실 제가 소유한 물건입니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먼 곳을 가기 위해서는 저게 필수라서 그래요.”

“흠. 저 걸로 농사를 지으면 재밌겠네요.”

“아 물론 그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 것 자체가 비싼 물건이라서...”

미혜의 뜬금 없는 질문과 대답에 주민식의 속은 타들어갔지만 병윤은 그런 말들까지 잘 대처해나가며 미끄러지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민식은 여기에 있는 것보다 왠지 자리를 비켜서 멀리서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양이처럼 집에 들어선다. 그 때, 문틈에서 ‘쉬익!’ 소리를 조용히 하라는 부모님들과 초롱초롱 눈빛을 내는 어린 여동생 둘이 보인다. 주민식은 그런 부모님의 모습에 얼떨떨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부모님 곁에 앉으며 소곤거리는 성량으로 묻는다.

“끙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예요?”

그 말에 주민식의 아버지가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하고는 작게 대답한다.

“조용히 해봐.”

주민식은 그 말에 ‘끙’ 침음을 흘리며 이내 부모님들과 같이 미혜와 병윤의 모습을 지켜본다. 아마 자신의 부모님들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겠지. 혼삿길 막힌 자신의 딸을 겨우 시집보낼 수 있는 기회였다. 주민식은 미혜의 시집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주민식의 부모는 어떤 사람도 좋으니 제발 미혜가 시집을 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몰래 지켜보는 병윤과 미혜의 대화는 순조롭게 지나갔다. 도중 이어지는 미혜의 눈치 없는 대답에 주민식을 포함한 부모들은 이마에 손을 얹기도 했지만 병윤은 그런 미혜의 대답을 잘도 넘기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혜가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당신 꽤 마음에 드네.”

미혜의 대답에 병윤은 싱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요? 하하. 마음에 들었으니 다행이네요.”

“한 번 당신이 말한 헬리콥터를 타봤으면 좋겠네.”

별안간 반말 투로 넘기는 미혜의 어조에 오히려 병윤은 미혜가 건방지다는 생각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미혜가 갑작스럽게 병윤에게 말한다.

“그런데 답답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네요.”

미혜의 선언에 병윤은 조금 당황했지만 미혜의 말이 더 빨랐다.

“그럼 당신을 병윤이 오빠라고 부를게. 어때?”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거 좋지. 그럼 널 미혜라고 부를게. 그럼 됐지?”

그 말에 미혜는 병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즐겁다는 듯 말한다.

“이럴 때, 어른들 몰래 빼돌린 술을 마시는 것이 좋은데.”

미혜가 갑작스레 병윤에게 달라붙자 병윤은 속으로 그녀의 향기와 살결에 홍조가 절로 나온다. 갑작스레 어깨동무를 하며 아저씨처럼 구는 미혜의 행동에 주민식과 그의 부모들은 속으로 ‘끝났다’라는 생각에 낙담하여 한숨을 내쉰다. 주민식의 아버지는 주민식에게 체념적인 어조로 한 마디 말한다.

“잘 되고 있는데. 저 녀석이 걷어차다니. 하... 미치겠군.”

주민식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러게 말이에요. 조신하게 행동해도 될까 말까한데. 저렇게 선머슴처럼 하고 다니니. 하아...”

주민식은 한숨이 나온다. 마을길을 걷다 병윤에게 제의받은 기억이 이번 걸로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냥 좋은 꿈 꿨다 치자고.’

주민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병윤을 억지로 어깨동무하며 남자들처럼 씩씩한 모습을 보이는 주미혜를 보고 혀를 찬다.

결국 한낱 밤, 주미혜는 부모들에게 붙들려 엄청 야단을 맞았다. 특히 주민식의 아버지가 가슴을 탕탕치며 소리를 치자 주미혜는 ‘그 것이 그리 잘못이냐’라고 뻗댄다. 그런 모습에 주민식의 부모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소리를 내뱉는다. 그렇게 주미혜가 부모들에게 야단을 맞을 시점에 주민식은 마당 평상에서 병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장교님. 정말로 죄송합니다.”

주민식이 별안간 사과하는 모습에 병윤은 의아함을 느끼며 한 마디 말한다.

“왜 그래? 별안간 왜 사과야?”

“아까 그 녀석이 하던 행동과 말 때문에 장교님이 곤란에 처하지 않으셨습니까?”

주민식은 그렇게 말을 던지면서 속으로 제발 야단이라도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병윤의 반응은 주민식의 예상을 한 차원을 넘을 정도로 빗나가게 만든다.

“곤란? 내가 왜 곤란에 처해?”

주민식은 그 대답에 얼이 빠질 정도로 놀라 이렇게 소리를 낸다.

“예? 그... 그게...”

그리고 다음에 보인 병윤의 질문이 충격적이었다. 병윤은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주민식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저 녀석이랑 같이 사귀는 사람 있어?”

“예? 그...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주민식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속으로 ‘설마...’하는 감정을 생겼다. 병윤은 이내 홍조를 띄면서 주민식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어... 음음... 그냥... 궁금해서...”

병윤이 보인 모습에 주민식은 큰 충격에 빠졌다.

‘설마... 설마...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병윤은 주민식에게 재차 질문을 던진다.

“이런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데... 그 녀석과 같이 혼인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

주민식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하아. 설마... 장교님이 그 녀석에게 빠져 들었다는 가정이... 에이... 진짜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장교님이 어떤 분이신데.’

주민식은 병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일부로 거짓으로 그 질문에 대답한다.

“저... 그게... 사실은... 이... 있습니다. 그 옆 마을에 사는...”

“저... 정말로? 진짜로? 하아...”

병윤이 보인 반응은 놀라웠다. 병윤은 명백히 아쉬워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랑 만난다는 사실을 들은 남자처럼 엄청 아쉬워하고, 체념했다. 주민식은 그런 병윤의 모습에 그 가정이 사실이었음을 깨닫는다.

‘저... 정말로 그런 녀석에게 빠져들었을 줄이야. 장교님이 미혜에게 반했다? 그런 건가? 허허... 허허...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어떻게 그런 대단하신 양반이 우리 미혜에게 빠질 줄이야. 이... 이건. 그래. 이건 명백한 기회다! 미혜에게 있어서 장교님은 충분히 넘치고도 남을 사람이지. 장교님 같은 사람이 미혜를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절대로 장교님 같은 사람과 맺어야돼. 절대로 말이야!’

주민식은 광신도의 눈빛으로 병윤과 미혜를 맺어줘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미혜의 늦은 시집이 이렇게 풀리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런 미혜에게 빠져든 사람이 병윤처럼 대단하신 양반이라는 것도 말이다.

주민식은 한숨을 내뱉으며 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는 반응을 내보이는 병윤을 향해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 장교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 으응. 말해봐.”

“그 녀석이 혹시... 조... 좋으십니까?”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 이내 이렇게 대답한다.

“임자가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어쩔 수가 없지. 으음... 그건... 처음 본 순간... 그... 뭐라 그래야 하지? 아 그...”

명백히 부끄러워하는 병윤의 모습에 주민식은 ‘끙’ 침음을 내뱉는다. 병윤은 미혜를 생각하자마자 사랑에 빠진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병윤의 모습에 주민식은 엄청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윤은 한창 뜸 들이다 홍조를 붉히며 조심스레 대답한다.

“사실은 그...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너... 너무...”

“그... 그렇습니까?”

“으응... 그런데 임자가 있다는 말에 하아... 어쩔 수가 없네.”

“만약 임자가 없다면 어쩌실 생각이었습니까?”

“으음... 조심스럽게 말을 붙이며... 으... 음...”

마치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처럼 부끄러운 반응을 보이는 병윤의 태도에 주민식은 속으로 후후 웃는다. 병윤의 약점을 발견했다는 쾌감보다는 적어도 답이 안 보이는 미혜의 혼삿길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에 쾌감을 느꼈다. 병윤은 주민식이 생각해도 엄청 좋은 사람이다. 분명히 말이다.

============================ 작품 후기 ============================

네 그렇습니다. 병윤도 이제 슬슬 혼인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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