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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609화 (60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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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병윤은 그 말에 미혜 눈치를 바라보다 이내 주민식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왜 갑자기 네가 뛰어들고 그러냐?”

주민식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전 언제나 장교님의 딸랑이가 아니겠습니까?”

“허. 네가 언제 그랬다고.”

주민식은 헤헤 웃으면서 이내 병윤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사실을 알려준다.

“저 사실은. 제 형님들에게 소집장이 왔습니다.”

“소집장?”

“그... 국민방위군 소집장 말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린다. 자신에게는 아무렇지 않겠지만 주민식의 가족들에게는 큰 일이 다름없었다. 그 때, 미혜가 두 사람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한 마디 말한다.

“아니. 내 눈치를 볼 것이 뭐가 있다고 그렇게 몰래 몰래 이야기해?”

갑작스러운 미혜의 얼굴에 주민식은 화들짝 놀라며 외친다.

“아 깜짝이야. 왜 갑자기 등장하고 난리야?!”

“무슨 초상 치를 일이라도 생겼어? 둘이서 속닥속닥하고. 또 나 흉 보는 것은 아니지?!”

미혜의 말에 주민식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선 대답한다.

“지금 네가 중요하냐? 네 일 아니니까 신경 꺼. 일단 장교님은 먼저 들어가십시오.”

병윤은 그 말에 ‘으음’ 소리를 내며 미혜와 주민식 둘이서 다투는 광경을 지켜보다 이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초가집 창호지문을 여니 방에는 주민식의 부모와 처음 보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주종식과 주홍식은 갑작스레 등장한 병윤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황영은 다행이라는 감정이 확 느껴지는 얼굴을 짓는다. 주황영은 병윤에게 반색하며 말한다.

“일단 이 사람이 방법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주종식과 주홍식은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병윤을 바라본다. 병윤은 자신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고는 국민방위군 소집의 당사자들이 저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병윤은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주황영에게 말한다.

“저 앉아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주종식과 주홍식은 주황영의 허락을 받아 바닥에 천천히 앉는 병윤의 모습에게서 나오는 평범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병윤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방 안에 앉은 주종식과 주홍식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이번에 이 집안의 삼남인 주민식과 같이 휴가를 나온 육군본부 군수과 소속 장교인 길병윤 중위라고 합니다.”

주종식과 주홍식은 병윤의 소개에 ‘아 예.’ 소리를 내며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인다.

“민식이에게 듣기론 두 분께서 국민방위군 소집이 발부되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그 물음에 주종식과 주홍식 두 사람은 대답대신 자신에게 떨어진 소집장을 병윤에게 건네줬다. 병윤은 그 소집장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다 이내 주홍식이 배치 받을 부대가 자신이 경영하는 동협 그룹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곳임을 알아챈다.

‘일단 수량대로 인원들을 선출해서 무작위로 비율에 맞춰 나누는 방식인가?’

병윤은 김윤근을 위시로 한 대한청년단이 후원하는 군수업체의 상황에 대해 생각을 했다. 현재 자신이 알기로는 그 쪽에 국민방위군에 소집되는 인원들의 지원 체계는 물론이고, 그 쪽에 납부할 물자들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동협 그룹 쪽에는 이미 지원 체계와 그에 따른 훈련과 물자들, 그 인원들이 머무를 숙소에 대해서 이미 준비를 끝내 놓았다. 그리고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 언론이나 민간이 바로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내역을 공개해놓았다.

‘그 쪽은 그 쪽이고. 우리 쪽은 우리 쪽이지.’

아마 이 국민방위군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쯤이면 감찰의 바람은 그 쪽으로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병윤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옷 안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바로 핸드폰이었다.

주황영을 포함한 여기에 앉은 사람들은 병윤이 꺼내든 핸드폰에 대해서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고, 주황영이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지 한 마디 묻는다.

“그건 무엇인가?”

병윤은 그 말에 간단히 대답해준다.

“언제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작은 기기로 전화를 할 수 있단 말이야?”

“예. 그렇습니다.”

그 말에 주황영을 포함한 여기에 앉은 사람들은 대뜸 놀란다. 그런 신기한 물건이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주종식과 주홍식은 놀랍고 신기하다는 눈치로 병윤이 꺼낸 핸드폰을 바라보았고, 병윤은 이내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며 어딘가로 전화를 준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누구십니까?-

“접니다. 염부장님.”

-아 그 목소리는 회장님이십니까?-

“하하. 오래 전화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지금 군대 내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저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이번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무슨 부탁입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그럼...”

병윤은 현재 주민식의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를 하고는 이내 주홍식의 소집을 동협 그룹이 지원하는 국민방위군 쪽으로 돌리라고 말한다. 염환균 부장은 병윤의 말을 듣다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그 정도 일이라면 제가 나설 것이 아니라 제 밑 사원들도 가능한 일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군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속을 바꾸는 것이라면 인맥과 뇌물을 동원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말입니다.-

“사실 그 쪽에 직접 부탁하려고 했지만 그 쪽이 저에 대해서 의심할까봐 염 부장을 통해 전달하는 것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회장님.-

“예.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 것으로 염 부장과의 통화를 끊은 병윤은 이내 핸드폰을 다시 옷 안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주황영은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 혹시... 잘 되었는감?”

병윤은 걱정이 담긴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몇 시간 혹은 내일쯤에 배치 받을 부대가 ‘백’에서 ‘청’으로 바뀔 것입니다.”

병윤의 대답에 주황영과 하숙혜는 마음이 놓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주홍식은 안도하는 부모의 반응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주홍식은 호기심을 이기기 힘들었는지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이보소. 당신이 장교인 것은 알겠는데... 그 내가 떨어진 부대 소속을 바꿀 수가 있는가?”

“인맥과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주홍식은 그 말에 공감을 하는지 아닌지 ‘끙’ 침음을 흘릴 뿐이다. 일단 병윤의 태도를 볼 때, 아마 자신은 살 길을 찾았다는 것과 동일했다. 주홍식은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 불행인지 아니면 다행인지 판단하느라 혼란스러워 했다. 그 때, 방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갔다. 바로 주민식과 미혜였다.

주민식은 곧장 병윤에게 다가가서 한 마디 말한다.

“그 장교님.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병윤이 아니라 주민식의 아버지인 주황영이 대신 대답했다.

“그거라면 걱정 말거라. 저 사람이 조치를 취했다.”

주황영의 말에 주민식은 병윤을 눈여겨 보고는 말한다.

“그게 정말입니까? 장교님?”

“그래. 걱정할 것은 없다. 국민방위군에서 빼내는 것보다 부대 소속을 바꾸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니 말이야.”

주민식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그 것 참 다행입니다. 아 참 그리고...”

주민식이 뭐라 막 이야기하려고 할 때, 병윤이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면서 주민식의 입을 가로막고, 한 마디 말한다.

“이제 슬슬 부대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 준비하자.”

“예? 아 예에...”

주민식은 시무룩한 반응을 내보였고, 주황영과 하숙혜는 아쉽다는 시선으로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아니 벌써 떠나는가?”

“여기에 밥 먹고 가면 좋지 않겠는가?”

두 사람의 말에 병윤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하하. 저도 그 대접을 받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리는 군요.”

그 대답에 주황영과 하숙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어쩔 수 없군. 영원한 휴가는 없으니 말이야.”

“하여튼 내 아들 좀 잘 챙겨줘.”

“그 점에 대해선 염려 놓으십시오.”

그렇게 대답한 병윤은 이내 주민식을 데리고, 주민식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마지막으로 미혜에게 한 마디 말한다.

“미안하네. 조금 아쉽게 되었어.”

미혜는 그 말에 ‘흥’ 소리를 내며 말한다.

“칫. 어쩔 수 없잖아. 일이 있다니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미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대답한다.

“잘 지내라. 난 가본다.”

미혜는 그 말에 ‘헤헤’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 잘 가. 형. 그리고 빌어먹을 오빠도.”

주민식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미혜에게 한 마디 말한다.

“누가 빌어먹을 오빠야?!”

그렇게 병윤은 주민식의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주민식과 함께 헬기를 타고, 이 곳에서 떠났다.

헬기를 타고, 문경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다만 병윤이 사는 저택에서 헬기가 내린 것이 아니라 어느 한 건물 옥상에서 내린 것이 주민식에게 있어서 의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헬기 옥상에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미리 병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윤의 뒤에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하는 주민식은 이 광경에 속으로 놀랍기 그지없었다.

병윤은 동협 그룹 회사 간부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모두들 먼저 기다리고 있었군요.”

그 말에 동협 건설 사장인 민상현이 대신 대답한다.

“그만큼 일의 중요성이 큰 지라 미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장으로 가죠.”

“예.”

병윤과 동협 그룹 회사 임원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주민식은 이 익숙하지 못할 분위기에 그저 병윤 뒤만 졸졸 따라다닐 뿐이다. 병윤과 임원들이 들어간 곳은 회의장이었다. 회의장에서 자신의 자리에 앉은 병윤은 이내 주민식에게 시선을 주며 한 마디 말한다.

“민식아. 넌 저 쪽에 가서 앉아 있어.”

주민식은 그 말에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동협 건설 민상현 사장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느꼈는지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군대에서 저를 따라다니며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원래 휴가를 같이 나온 사이이고, 또 복귀할 때도 같이 복귀하니 데리고 온 것이니 민 사장이 그리 관심을 둘 사람은 아닙니다. 뭐 정 불편하면 호텔에 가두게 할까요?”

그 말에 민 사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여기서 나올 회의 내용에 대해서 외부인이 알아도 별반 상관이 없겠지요.”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정면을 바라보며 마이크에 입을 대고는 말한다.

“오늘 이 시간부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회사 간부들 모두 조용해지며 자신이 준비한 자료들을 차례대로 검토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순서대로 한 사람씩 일어서서 병윤에게 보고하거나 질의문답을 하며 회의를 진행해나갔다. 그러다 병윤이 한 자료를 가지고는 이내 한 마디 말한다.

“근로 이사 둘을 임명하는 것으로 오늘 회의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 말에 법무대책위원회장 장호영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거 정말 괜찮겠습니까? 직원들이 뽑은 사람으로 하여금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병윤은 그 말에 염려 말라는 표정으로 한 마디 대답한다.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이번 근로 이사 둘은 회사 경영진과 회사 직원들 간에 소통의 다리가 될 것입니다.”

그 말에 각 사장단들 역시 염려하는 눈치였다. 사실 근로 이사 임명에 대한 문제는 작년부터 나온 안건이었다. 사실 그 안건을 꺼내든 사람은 어떤 회사 간부였는데,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한 근로 이사로 하여금 경영 일선에 참여시키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건은 처음부터 터부시되었다.

병윤을 제외한 각 회사 간부진들이 그 안건을 틀어막은 것이다. 그리고 사실 회사 노동자들과 직원들 사이에서도 그 안건에 대해서 별반 반응은 없었다. 지금도 잘 해주고 있는데, 너무 나간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건이 지금까지 온 것은 사실 병윤의 의지가 있었다. 병윤은 마이크에 입을 대고는 한 마디 말한다.

“아아. 이 회사가 창업된 지 이제 5년이 지났습니다. 원래 본류를 따지고 보면 10년은 넘은 회사이기는 합니다. 직원들의 투표로 선정된 근로 이사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 염려하시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 방향이 바람직합니다. 예로부터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합니다.”

그 때, 법무대책위원회장 장호영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하지만 그 선출된 근로 이사가 주어진 권한만큼이나 우리 경영에 대해서 방해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병윤은 그 물음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물론 그런 가능성은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에 대해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여러 번 토의하지 않았습니까?”

법무대책위원회장 장호영은 그 말에 ‘끙’ 침음을 흘리며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 안건에 대해 회의한 것을 복기했다. 근로 이사 도입은 꽤 파급력이 큰 문제라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병윤과 회사 간부들이 여러 번 토의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경우에 대한 방책들을 세워 놓았다. 그 것을 생각한 장호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의 생각에 저는 동의합니다.”

============================ 작품 후기 ============================

으아아 슬럼프입니다. 슬럼프. 미치겠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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