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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조금 있다 선글라스의 남성은 다시 한 번 생활관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홀로 오지는 않았다. 그 옆에는 ‘감사(監査)’라고 완장을 차고 둥그런 안경을 쓴 남성이 서 있었다. 선글라스의 남성은 그 안경 쓴 남성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때, 주종식은 벌떡 일어서서 선글라스의 남성에게 경례를 한다.
“쉬어! 충성! 제 11생활관 책임자 주종식. 현재 인원보고 총원 41명 열외 무 현재인원 41명. 번호! 하나!”
선글라스의 남성은 주종식에게 손 사레를 치며 말한다.
“지금은 번호 하지 마.”
“예? 예. 예.”
주종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선글라스의 남성과 안경 쓴 남성을 바라본다. 그 때, 안경 쓴 남성은 손에 든 수첩을 펼치며 볼펜으로 무언가 적기를 시작하다 주종식에게 시선을 주고는 한 마디 묻는다.
“혹시 청 OOO부대 일원입니까?”
“예? 그... 예. 그렇습니다.”
“흠. 지금 생활관 및 현재 지급받은 물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물음에 주종식은 당황했고, 선글라스의 남성은 땀을 흘리며 주종식에게 말한다.
“솔직히 대답하는 것이 좋아.”
“예. 예. 저 생활관은 처음 보지만 우리 집보다 좋다고 생각하고, 또 지급받은 물품들을 보니 상태가 확연히 좋았습니다.”
그 말에 안경을 쓴 남성이 눈빛을 빛내며 물어본다.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저... 그게... 떼깔이 확실히 좋고, 또 상태가 좋았습니다.”
“혹여 지급받은 물품 중에 확연히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까?”
그 말에 주종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장정들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상태가 좋은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일이 확인을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교관님?”
선글라스의 남성은 그 물음에 ‘예. 예.’ 거리며 대답한다. 선글라스의 남성의 태도에 주종식은 속으로 놀라웠다.
‘저 무서운 사람이 안경을 쓴 샌님에게 저자세로 나오는구나.’
안경을 쓴 남성은 장정 한 명씩 한 명씩에게 물어보며 물품 상태를 점검한 뒤 이윽고 이상이 없자 선글라스의 남성에게 말한다.
“여기는 이상이 없군요. 일단 전파사항이 있습니다. 여기에 계시는 장정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여 생활 도중 불편하신 사항이 있다면 사무실에 찾아와 이 완장을 찬 사람에게 말씀드리십시오. 이상입니다.”
장정들은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할 말을 끝낸 안경 쓴 남성은 생활관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선글라스의 남성이 생활관 안으로 남았다. 그는 아까 전의 분위기를 뿜어내며 장정들에게 말한다.
“혹여 물건 이상이 있는데, 지금 보고하지 않으면 다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 책임자.”
주종식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후다닥 그의 앞으로 달려나와 외친다.
“예. 10 생활관 책임자!”
선글라스의 남성은 시선을 주종식에게 고정시키며 으르렁거리는 말투로 말한다.
“넌 장정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이다. 감사관께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네가 다시 한 번 장정들의 물품을 일일이 점검해봐.”
주종식은 그 말에 속으로 ‘끙’ 침음을 흘리지만 대답은 바로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상이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아요?”
“정상적인 물품을 기준으로 점검하면 되지 않나? 그리고 여기서는 요자 쓰지 마라. 전부 다, 나, 까로 말을 끝낸다. 알겠나?”
선글라스의 남성이 신경질을 부리자 주종식은 속으로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똑바로 해라.”
선글라스의 남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다시 생활관 밖으로 나간다. 주종식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주홍식이 주종식 옆으로 다가오며 한 마디 말한다.
“뭘하라고 합니까? 형님.”
“여기 사람들 물품 이상 없는지 확인해보래.”
“으음. 제가 보기엔 전부 정상인 것처럼 보이는데.”
“모르지.”
주종식은 그렇게 말하며 곧장 생활관 내부 장정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며 다시 한 번 장정들에게 지급받은 물품들에 대해 점검했다. 전부 다 이상은 없었다. 불량이 없다는 것이 판정되자 주종식은 속으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중얼거렸다.
시간이 지나며 다시 선글라스의 남성이 찾아와 여기서의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줬다. 여기서 쓰이는 말투와 또 여기서의 행동, 보고요령, 내일 계획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 후 불침번 순번을 정한 뒤에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1950년 12월 16일, 아침이 되었고, 기상 음이 울려 퍼졌다. 어제부터 피곤을 이기지 못한 장정들은 몸을 뒤척이며 간신히 일으킨다. 주종식은 선글라스의 남성, 즉 교관이 일러준 대로 생활관 인원들을 파악하고는 이내 침구를 정리한 뒤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장정들을 통솔하여 선글라스의 교관이 올 때까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끼익 쾅!-
예의 그 흉흉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선글라스의 교관이 손에 든 곤봉으로 반대쪽 손을 툭툭 치며 생활관 안으로 등장한다. 주종식은 그 사람을 보자마자 달려와 보고를 한다.
“쉬어! 충성! 제 11생활관 책임자 주종식. 현재 인원보고 총원 41명 열외 무 현재인원 41명 번호! 하나!”
-둘! 셋! 넷! ...... 사십! 사십 일! 번호 끝!-
정상적인 인원 보고를 끝낸 주종식은 선글라스의 교관을 바라보았고, 선글라스의 교관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주종식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나마 제대로 기억하고 있군. 여기 있는 인간들 중에 그나마 문제 있는 사람은 있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너희들도 밖으로 나간다.”
“예!”
결국 주종식을 포함한 장정들은 선글라스의 교관을 따라 생활관 밖으로 나간 뒤 건물 밖으로 나가 연병장에 줄을 서며 서 있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장정들의 뺨을 때리고, 입 밖으로 허연 입김이 세어 나온다. 그렇게 청 OOO부대 인원들이 연병장에 모였다. 그리고 백 OOO부대 인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응?’
주종식을 포함한 장정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백 OOO부대 인원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물품을 아예 받지 못한 듯 이 쪽에 들어갈 때의 차림 그대로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들을 이끈 것은 군복으로 갈아입은 교관들이 아니라 처음 소집장을 받아낸 빵모자와 완장을 찬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후줄근한 모습에 주종식은 속으로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건 주종식뿐만이 아니라 청 OOO부대에 속한 장정들 모두가 가진 의문이었다. 백 OOO부대로 끌려간 장정들 역시 청 OOO부대의 장정들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놀란 얼굴을 지었다.
그 때, 빵모자를 쓴 사람이 백 OOO부대 장정들에게 외친다.
“저 놈들은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훈련받을 때, 다 똑같이 받는다.”
그 말에 백 OOO부대 인원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 사람을 따라 차례차례 집합한다. 인원들 전부 연병장에 집합한 뒤 이어진 것은 간단한 체조와 체력단련이었다. 그 후로 다시 생활관 안으로 들어갔고, 준비된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주종식은 식당 안 인원들이 전부 청 OOO부대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 OOO부대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백 OOO부대에 배치 받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듯 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뭐가 이뤄지는 거야?’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자리를 찾아 밥을 먹을 때도 그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정식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훈련은 청 OOO부대 사람이든 백 OOO부대 사람이든 다 같이 받았다. 훈련강도에서는 그리 차이는 없었다. 다만 백 OOO부대 사람을 이끄는 교관들이 다 하나같이 속칭 왈패처럼 행동했다. 아예 백 OOO부대 사람들에게 욕을 해대는 것은 물론이고 기분에 따라 발로 차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주종식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현재 자신들을 통솔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서워도 저렇게 기분 따라 함부로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쉴 때도 솔직히 가관이었다. 백 OOO부대 사람들은 여전히 왈패 같은 사람에게 맞고, 얼차려를 받았다. 그런 모습을 보자 주종식은 속으로 씁쓸했고, 주홍식은 두려운 표정으로 주종식에게 한 마디 말한다.
“왜 백 OOO부대에 배치 받는 것이 죽을 길이라는 것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
청 OOO부대 사람들도 백 OOO부대 사람들이 처한 환경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그 때, 선글라스의 교관이 외친다.
“저 쪽은 보지 말고, 우리 쪽이나 신경 써라.”
그 말에 다들 할 말이 없어진다. 그 때, 한 사람이 선글라스의 교관에게 손을 들고, 묻는다.
“저 쪽은 왜 그런 것입니까?”
선글라스의 교관은 그 물음에 한 마디로 대답한다.
“몰라도 돼.”
“......”
그렇게 훈련도중에도 보기 불편한 광경들이 이어졌다. 사건은 훈련이 끝난 뒤에 터졌다. 백 OOO부대의 한 사람이 청 OOO부대의 사람에게 여러 번 대화를 하다 이내 감정이라도 상했는지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여러 번 때리고, 맞으면서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왜 너희들은 이런 물건을 가진 거냐!? 왜 너희들은 이런 대우를 받는 거야!?”
두 사람의 싸움은 곧 각 부대의 교관들에게 발견되어 진정되었다. 싸움을 벌인 두 사람 전부 처벌을 받았지만 청 OOO부대의 사람은 처벌을 받았어도 별반 아무렇지 않았지만 백 OOO부대 사람은 마치 사람을 죽이다시피 구타를 당하고, 처절하게 응징을 당했다.
그러면서 청 OOO부대와 백 OOO부대 사이 간에 악감정이 쌓이기 시작한다.
1951년 1월 22일, 훈련은 몇 주 정도 이뤄졌다. 그리고 사건은 다시 한 번 터졌다. 행군 도중의 일이었다. 정상적으로 물품을 받은 청 OOO부대에게는 아무런 문제는 없었지만 백 OOO부대의 사람들에게서 행군 도중 추위와 배고픔으로 객사한 인원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곧장 폭풍이 되기 시작한다.
“뭐?! 지금 국민방위군의 인원들에게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신성모는 깜짝 놀란 얼굴로 핸드폰에 대고 외친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에 불안한 목소리가 나온다.
-저... 장인어른.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일은 그 쪽에만 터진 거야? 아니면 어떻게 된 거야?”
-저 그게...-
신성모의 사위 김윤근은 자초지종을 신성모에게 말했고, 신성모는 열불이 뻗친 얼굴로 외친다.
“아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자네는 뭐 했어?!”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젠장. 그 동협 그룹 쪽에서 지원받는 곳에는 아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어?”
-그 쪽은 잘 모르지만 제가 알기론 없는 것으로 압니다.-
신성모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한 마디 말한다.
“미치겠군.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뒤집어 씌우는 수밖에 없겠군.”
-예? 그 말씀은?-
“이 일의 책임을 그 쪽으로 뒤집어씌운다고. 어서 빨리 그 쪽의 기록들을 동협 그룹이 한 일이라고 조작해. 어서!”
-예?? 예.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네 생명이 걸려 있어. 단단히 해라.”
-예. 알겠습니다. 장인 어른.-
신성모는 김윤근과의 통신을 끊어버리고, ‘끙’ 침음을 흘린다.
“하아. 왜 이런 게 나에게 닥쳐오는 거야?”
사실 국민방위군을 창설할 때부터 예산을 빼먹는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억지로 동협 그룹에 그 쪽에 참여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 것은 그 쪽이 아니라 대한청년단 쪽이었다. 신성모는 속으로 자신의 사위 김윤근을 욕한다.
‘젠장 빌어먹을 녀석. 적어도 사람을 살릴 정도로 빼먹을 것이지.’
물론 예산을 횡령한 신성모가 할 말은 아니지만 신성모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은 터졌고, 신성모는 이 사건에서 재빨리 벗어날 궁리부터 해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신성모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신성모는 얼른 핸드폰 뚜껑을 열고 외친다.
“또 누구야?!”
-나다.-
핸드폰 너머의 대답에 신성모는 ‘헉’ 놀라며 말한다.
“가... 각하이십니까?!”
-그래. 국민방위군 쪽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연락을 했다.-
“저 그게...”
-그래. 어떻게 넘길 건가?-
“현재 우리 쪽 기록을 동협 그룹에 뒤집어씌우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허. 그래? 하여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이제 슬슬 연결고리를 끊었으면 하는데?-
그 말에 신성모의 얼굴은 하얗게 탈색된다.
“예? 예? 그게 무슨...”
-다시 한 번 말하지. 연결고리를 끊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저... 각하...”
-혹시 이 사건을 파헤칠 때, 내 이름이 들리면 자네 운명은 어떻게 되는지 자네가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겠네.-
“끄으으응...”
-하여튼 이만 전화를 끊지. 부디 잘 은폐하기를 바라지.-
-뚜 뚜 뚜-
이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신성모의 얼굴은 엄청 구겨진다. 그리고 속으로 이 대통령에게 배신감과 또 두려움을 느꼈다.
‘절대로 이 사건에서 각하의 이름이 언급되어서는 안 된다!’
신성모는 이 대통령을 거스르면 어떤 최후를 맞을 지에 대해 상상하자 자동적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서 신성모는 필사적인 얼굴을 짓는다.
‘무조건 이 사건을 덮거나 아니면 다른 쪽에 뒤집어 씌워야 돼. 그래야 내가 산다. 이건 목숨 걸고 할 일이야.’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신성모는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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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방위군 사건은 소드마스터 야마토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