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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국민방위군 관련 소식은 당연하게도 야당 쪽인 한정당에서도 흘러 들어왔다. 김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국민방위군 관련 보고서를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이 무슨... 하아... 횡령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 말에 한정당원들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특히 여운형의 얼굴은 일그러지고도 남았다. 그는 화난 음성으로 김구에게 외친다.
“이건 분명한 자국민들에 대한 학살입니다.”
여운형의 음성에 그의 주위에 있던 당원들 역시 극히 동감하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김구는 그런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툭 내던진다.
“그래. 자의적이던 타의적이던 이건 따지고 볼 일이야.”
김구의 말에 한정당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여운형이 재차 김구에게 말한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에 대해 감사를 해봐야 합니다.”
“알고 있네. 그리고 잠시만 기다려보게.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여운형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격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며 김구를 바라봤고, 그 때 아마 김구가 말했던 한 사람이 당사 안으로 들어와 김구에게 급히 다가가고는 귀띔을 해준다.
“그래. 으음...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놀라워하는 김구의 반응에 소식을 알려준 사람은 다시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상상 그 이상의 일이라도 되는 듯 아까 소식을 들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던 얼굴이 깨지고 말았다. 여운형은 그런 김구의 반응에 호기심이라도 생겼는지 한 마디 묻는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김구는 허탈하고도 분노한 표정으로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쪽에서 감사를 거절했다고 하더군.”
김구의 대답에 여운형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말한다.
“뭐... 이런... 썩을 녀석들이...”
김구는 주먹을 부르르 쥐고는 천장에 시선을 두고, 누군가에게 한 마디 말한다.
“허. 이런 것까지 덮으려고 하는 줄 몰랐소. 우남 형님.”
그렇게 말한 김구는 가슴이 답답한지 이내 두루마기의 안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서 단약 하나를 삼킨다. 하지만 그러고도 감정이 진정되지 않는지 가슴이 답답한 모양이다. 이윽고 김구는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누구 전화인가?-
고저가 느껴지지 않는 학자풍의 음성이 김구의 귓가에 들린다. 김구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이내 입을 연다.
“이 전화를 받는 이가 민세이오?”
-이 목소리는... 한정당의 당수께서 여기에 어인 전화이오?-
민세 안재홍이 전화를 받자 김구는 얼굴을 풀고, 본건을 말한다.
“그 쪽에도 소식이 들렸으리라 생각하오.”
-소식이라고 한다면 역시 국민방위군 관련 소식 말이오?-
이미 안재홍의 귓가에 국민방위군 관련 소식이 들린 것 같았다. 김구는 속이 복잡한 표정을 진 채로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그렇소.”
-으음...-
“망설일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은 민세 그대가 잘 알 것이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소. 지금 전화를 준 연유는 한 번 만나보자고 하는 것이오?-
안재홍의 말에 김구의 얼굴은 조금 밝아진다. 그리고 용건을 꺼낸다.
“그렇소. 민세가 생각하기에 이건 상당히 큰 건이라고 생각하오. 한 번 이야기를 나눠 이 사건을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하오.”
-으음. 이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 알겠소. 장소와 시간은 그 쪽이 정하시오.-
김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소. 그럼 사람을 보내 장소와 시간을 전달하겠소. 그럼 이만...”
김구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면서 핸드폰 뚜껑을 닫아 다시 두루마기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당원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이번 건수는 우리 한정당 독단적으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오. 그러므로 한 번 국민의 당 인원들과 만나서 공동으로 대응하기를 원하오. 이에 동의하지 않은 생각을 가진 당원은 있소?”
그 말에 당원들 전부 굳은 얼굴로 대답한다.
-없습니다.-
김구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외친다.
“그럼 당수로써 또 당원들의 의견을 받아서 한 번 국민의 당 인원들과 함께 회의하여 이번 사태를 해결하도록 해보겠소.”
김구는 그 말을 한 뒤 나무망치를 들고, 세 번 두들긴다. 그렇게 한정당에서의 회의는 끝이 났다.
한편, 김구의 전화를 받은 국민의 당 측에서도 난감하기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 때문에 당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주요 당원들 역시 이 건물 안에 모여 있었다. 안재홍은 한숨을 내쉬며 한 마디 말한다.
“하아. 이거 참 난감하구만.”
그러자 안재홍 옆에 있던 조연호 의원이 한 마디 묻는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을 덮기에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그렇지. 이건 덮을 수 있다고 하여도 덮어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야.”
물론 가공할만한 권력이나 아니면 이 사건에 필적한 다른 사건이 터졌다면 어찌 덮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건을 덮을 만큼 이 대통령의 권력은 강하지 않았고, 또 동시에 이만한 사건을 덮을 수 있을만큼 주목받는 사건은 별반 없었다.
안재홍은 국회에서 세력이 작은 자신의 당으로써 이 일을 해결하기에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고, 김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주호영 의원이 그에 대해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백범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괜찮겠습니까?”
“이번 사태에 대해서 힘을 합쳐야한다는 거 자네도 잘 알잖아.”
“하기야 그건 그렇습니다.”
그 때, 안재홍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는 현철환 의원이 한 마디 말을 건넨다.
“그건 그렇고, 당수님.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당의 인지도를 확 끌어올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 그래. 인지도를 올릴만한 것은 뭐가 좋겠는가?”
“직접 희생자들의 유족들을 만나보는 것이 첫 번째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그 후,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들을 따로 만나서 수사 상황에 대해서 캐물어 볼 수 있는 것은 물어봐서 이걸 언론에 터뜨리는 것입니다.”
“흠. 그런 짓을 한다면 이 대통령이 우리를 가만히 두겠나?”
“그래서 적어도 이번 사건에 한해 한정당과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안재홍은 그 말에 씁쓸한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결국 우리는 주인들 싸움에 열심히 짖는 개 신세인건가?”
“당수님. 그런 말씀은...”
“뭐 비유하자면 그렇지. 일단 자네의 의견은 상당히 좋았네. 그게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만큼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때, 열 명의 사람들이 당사 안으로 들어왔다. 안재홍은 그 열 명 중 중심에 선 사람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으음’ 침음을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반색한 얼굴을 한다. 안재홍은 직접 일어서서 그 열 명의 인원들을 반겨주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장 의원 아니신가?”
그러자 열 명 중 중심에 선 장성환 의원이 안재홍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당수님.”
“아니야. 그리 늦지는 않았네. 일단 자리에 앉게나. 이제 빈 자리도 채울 수 있겠군.”
안재홍의 그 말에 장성환 의원과 그를 따르는 의원들이 즉시 빈자리에 앉는다. 이제 국민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부분 참여한 것을 본 안재홍은 흠흠 기침을 하고선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을 설명한다.
“혹여 이번 사건에 대해서 모르는 이가 있다면 내가 다시 한 번 설명해주겠네. 우선...”
안재홍은 간략하게 국민방위군 사건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장성환 의원과 그를 따르는 9명의 의원은 점차 얼굴이 굳어진다. 안재홍의 설명이 끝나자 장성환 의원이 침음을 흘린다.
“으음...”
“내가 설명을 했지만 정말 기가 막힌 사건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장성환 의원은 그 말에 한 마디 대답한다.
“당수님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나 말인가? 나 아니 당 자체의 입장은 말이지...”
안재홍은 현철환 의원이 알려준 방법을 설명했고, 장성환 의원 역시 그 것에 대해 그리 하자가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지만 이내 한 마디 물어본다.
“그런데 이 사건에 동협 그룹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안재홍은 그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그건...”
“의조카이기는 하지만 동협 그룹을 경영하는 병윤이 녀석이 이번 사건으로 다칠까봐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에 주호영 의원이 답답하다는 얼굴로 장성환 의원에게 외친다.
“아니 그럼 이 사건을 우리 당 자체적으로 덮자는 소리이오?!”
장성환 의원은 그 말에 손 사레를 하고선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소.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적어도 동협 그룹 쪽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소?”
주호영 의원은 그 말에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장성환 의원의 말에 별반 하자는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장성환 의원은 모두의 동의 아래서 이내 핸드폰을 꺼내고, 병윤에게 전화를 건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육군본부 군수과 군수 장교 길병윤 중위입니다. 누구십니까?-
“어이쿠. 길 중위. 나야.”
-그 목소리는 백부님이시군요. 무슨 일로... 아... 이번에 전화를 줄만한 것이 하나 생겼군요.-
“그래. 눈치를 챘군. 그거에 대해서 넌 어떻게 생각하지?”
-현재 백부님께서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 당사 안에서 같이 회의를 하고 있네.”
-그 것 참 잘 되었군요. 지금 백범 선생과 방금 막 통화를 끝낸 참이었는데.-
“뭐?! 그게 사실이야? 한정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국민방위군을 지원하는 곳이 제 동협 그룹 역시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말투를 들어보니 뭔가 곤란한 상황은 없는 것 같구나.”
-후후후.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운 곳은 오히려 저희들입니다.-
“뭐? 자유롭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사현TV 부사장 방완서를 통해 국민방위군 관련 사건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치라고 말을 했거든요. 아마 몇 시간 뒤면 우리 쪽부터 파헤치고 있을 것입니다.-
“허. 그런 짓을 벌이면 너부터 피해를 받지 않겠냐?”
-우리 쪽이야 문제가 없으니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건은 우리 쪽이 후원하는 곳에서 터진 것이 아니라 그 대한청년단이 후원하는 부대 쪽에서 사건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은...”
-아마 그들이 살고 싶다면 이 사건을 전체의 책임으로 돌릴 것입니다.-
“뭐? 전체의 책임을 돌린다면 어떻게 되는 건데?”
-전체의 책임으로 돌려지면 우리가 잘못이 없다고 하여도 국민들 시선에 연대책임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건 저 역시 우려할만한 일입니다.-
“허? 그래?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달라. 그런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우리 쪽에서 나올만한 의혹들은 이미 TV를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칼날은 곧 진원지를 향해 날아갈 것입니다. 또 우리 측에서 이미 그 쪽의 증거들을 수집하였으니 그 쪽이 은폐를 한다고 하여도 별반 걱정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허참. 철저히 대비를 하는구나. 알겠다. 네가 말한 것을 당사 쪽에 흘려도 상관없지?”
-그러라고 제가 술술 말하지 않았습니까? 백부님께서 이번 일로 많은 득을 보셨으면 합니다.-
“알고 있다. 그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여기서 통화를 끊으마.”
-예. 고생하십시오. 백부님.-
장성환 의원은 병윤과의 통화를 뚝 끊고는 이내 안재홍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곧 병윤과의 통화내역을 밝혔고, 안재홍을 포함한 주위 의원들의 얼굴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철환이 장성환 의원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낱낱이 밝혀진다면 그 쪽에서도 안 좋은 것이 아니겠소?”
그 물음에 장성환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안 좋은 것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점이 동협 그룹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사건이 터진 쪽으로 돌려달라는 식으로 전했소. 그리고 동협 그룹 측에서는 이번 사건의 의혹들에 대해 낱낱이 바칠 의사가 있다고 전했소.”
안재홍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아마도 동협 그룹 측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미리 예견을 한 듯 자료를 준비한 것 같군. 그래서 동협 그룹 측이 부탁한 것은 그저 이번 사건을 두고, 전체의 책임으로 번지지 않게끔 해달라? 그런 소리인가?”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사건에 한해 그 쪽은 억울할만한 소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미리 사현 TV와 입을 맞추며 나올 의혹들부터 철저히 파헤치도록 했습니다.”
“거참 대단하군. 미리 터뜨려 의혹을 잠재운다. 이 말인가? 좋아. 그 쪽에서 그리 나와 준다면 우리도 응당 그 것에 대해 동의해줘야지. 혹여 이에 이의를 제기할만한 사람은 있는가?”
안재홍의 고저 없는 물음에 의원들 전부 가만히 있는다. 결국 안재홍의 뜻을 따른다는 표시였다. 안재홍은 그런 의원들의 태도에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당이 어떻게 처신할지 계획을 세우겠네.”
의원들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안재홍의 뜻을 따른다. 그리고 곧 국민의 당 당사 안에서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아니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의 당이 최대한의 이득을 얻기 위해 계획을 잡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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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방위군 사건에 대해서 야당 측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사실 순수하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이런 사건을 조목조목 파헤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와 당 이익을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 그런 목적과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