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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전 군법무관을 따라가겠다는 말을 한 병윤을 보고, 주민식은 난감한 표정으로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저 혼자서 할 수 있습니까?”
“위에서 생각이 있다면 일단 내 일을 유보해주겠지. 그래도 남는 일이 있으니까. 네가 할 수 있을만큼만 해.”
주민식은 그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 예... 알겠습니다.”
주민식이 수긍하자 전혁환 중위가 병윤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끝났습니까?”
“그래. 가도록 하지.”
“예. 잘 모셔다 드려라.”
그 말에 전혁환 중위를 호위하는 헌병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병윤의 양팔을 붙잡으며 같이 걸어서 나간다. 그런 병윤의 모습을 본 주민식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생각한다.
‘끙.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주민식은 그들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 이내 사라지자 한숨을 내뱉으며 결국 병윤의 당부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다시 하기 시작한다.
차량을 타고, 어느 한 건물 그리고 어두운 방 안에 도착한 병윤은 서류를 연신 살펴보는 전혁환 중위를 잠잠히 바라볼 뿐이다. 전혁환 중위는 그런 병윤을 보고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저...”
병윤은 이내 싱긋 웃으며 전혁환 중위에게 대답한다.
“위에도 일단 주어진 일이 있지 않은가? 그 것부터 처리하면 좋겠군.”
“예? 그 말씀은...”
“자네가 주어진 일부터 하자고.”
전혁환 중위는 그 말에 ‘끙’ 침음을 흘리며 당황스런 말투로 대답한다.
“아. 예...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전혁환 중위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눈빛을 바꾼다. 몇 번 군법무관 일을 하면서 갖추게 된 것처럼 전혁환 중위는 말투를 바꾸며 병윤에게 묻는다.
“길 중위께서는 동협 그룹 회장 직에 있는 것이 맞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전혁환 중위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혹여 국민방위군 사건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기탄없이 대답해줬다. 병윤의 대답을 들은 전혁환 중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수첩에 병윤의 대답을 일일이 적어낸다. 그리고 다시 병윤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진다.
“그 국민방위군에서 사건이 터진 것은 알고 있습니까?”
병윤은 그 말에 바로 대답했다.
“알고 있지. 내가 군에 역임했으면서도 내 회사에서의 소식은 곧바로 듣고 있으니 말이야.”
“으음. 그 소식을 알려주는 사람을 밝힐 수는 없습니까?”
“흠. 그를 용의자로 몰 생각인가?”
전혁환 중위는 그 말에 잠시 침묵을 한다. 아니 생각을 한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한창을 판단했던 전혁환 중위는 이내 병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한다.
“참고인으로 소환할 생각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협조해야지.”
“협조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 질문에 넘어가겠습니다. 아까 길 중위께서 설명했다시피 동협 그룹은 청 OOO부대만을 후원합니까?”
병윤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네도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동협 그룹은 국민방위군에서 청 OOO부대만을 후원하도록 되어 있어. 그건 국회에서 발의한 국민방위군 설치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
“으음. 그렇다면 전혀 백 OOO부대에게 후원하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후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군.”
병윤의 대답에 전혁환 중위는 ‘음’ 침음을 흘리며 묻는다.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왜? 으음. 좋아. 왜 그런지는 그 백 OOO부대를 지원하는 단체 쪽에서 간섭을 싫어해서 가로막았다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나?”
“분명 말은 되겠지만...”
“뭐 필요하면 동협 그룹 측이 보유한 기록들도 복사해서 건네주겠네.”
병윤의 자신감 있는 어조에 전혁환 중위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병윤에게 한 마디 말을 한다.
“으음. 그 백 OOO부대를 후원, 관리하는 업체가 동협 그룹으로 되어 있는데. 이 것은 어찌 설명하실 것입니까?”
그 순간 병윤의 표정은 바뀐다. 병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전혁환 중위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뭐? 백 OOO부대를 후원, 관리하는 곳이 우리 동협 그룹이라고? 허참. 재미있군. 후후후.”
병윤은 뭔가 살기 어린 미소와 분위기를 내뿜는다. 전혁환 중위는 그런 병윤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킨다. 하지만 일은 진행해야했기에 전혁환 중위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 것에 대해서는...”
병윤은 그 말에 대해 일언지하로 일축시킨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조작이야.”
“예? 조작이라고요?”
“그래. 조작이라고. 흠. 혹시 핸드폰을 쓸 수 있을까?”
전혁환 중위는 그 말에 잠시 병윤을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일단 그 잠시만요.”
전혁환 중위는 곧바로 방에서 나갔고, 방 안에 병윤 홀로 남았다. 병윤은 입꼬리를 위로 올린 채로 생각에 잠긴다.
‘후후. 그래 나를 이렇게 몰아붙이려고 했다 이 말이지? 신성모만 끝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병윤은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이 상황이 흥미로웠다. 마치 죽기 일보 직전의 상대방이 발악을 하는 꼴을 보는 것과 같았다. 신성모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병윤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성모의 이런 대응이 매우 흥미롭게 바라봤다.
‘나에게 뒤집어씌운다. 꽤 재밌는 재롱이군.’
뭐 그 대가는 참혹하기 그지없겠지만 말이다. 병윤이 눈을 감고,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이내 전혁환 중위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전혁환 중위의 얼굴은 그리 밝은 얼굴은 아니었고, 병윤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
“그래. 상부의 지시는 허락받았나?”
“저 그게...”
“우리 쪽에서 협조해줄 것은 해주겠네. 하지만 조작된 자료를 가지고, 나를 추궁하려면 나도 보장된 권리를 행사할 생각이 있어.”
“끄응. 휴우. 알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전혁환은 핸드폰을 건넸다. 바로 여기에 들어오면서 압수 조치한 병윤의 핸드폰이었다. 병윤은 이내 그 핸드폰을 담담하게 받아들고는 전화번호를 누르더니 이내 귓가에 갖다댄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누군가?-
“동협 그룹 회장 길병윤입니다. 비서실장님.”
-으음...-
“꽤 재밌는 대응을 한 것 같군요.”
-그래서?-
“그 쪽에서 진정 그리 행동할 생각이라면 저 역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협박을 하는 건가?-
“술수를 부린 것은 그 쪽이지 않습니까?”
-......-
“뭐 이런 꼴을 안 보려고 그 쪽에도 정치자금을 보냈는데, 저의 존재보다 국방부 장관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 같군요. 좋습니다. 이걸로 저에게 선전포고를 날린 것과 다름이 없겠지요?”
-...!!! 잠깐!-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뭐? 선전포고? 지금 자네가 처한 상황을 알고 이렇게 대답하는 것인가?-
“네.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 번 해봅시다. 저를 얼마나 우습게보면 이런 조잡한 술수를 부리는지 말입니다.”
-끄으응...-
“그럼 그런 것으로 알고...”
-아니 잠깐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
“또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휴우. 좋아. 장난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 인정하지. 하지만.-
“하지만 뭐입니까?”
-하아. 일단 흥분하지 말게나. 나도 경황이 없어서...-
“예. 뭐 그럴 수 있군요. 그래서 무엇을 말씀하시고 싶은 것입니까?”
-자네가 상정한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병윤은 그 말에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되묻는다.
“범위라고 한다면?”
-이 사건에 대해서 마무리할 범위 말이야.-
“그 쪽에서 생각하는 범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적어도 신성모 국방부 장관을 파면시키고, 그 밑에 있는 대한청년단이 책임지는 식으로 하면 좋겠는데.-
“호오.”
-하지만 자네가 각하를 노리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뭐 좋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원래는 신성모 국방부 장관 세력을 분쇄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지만 이런 대접을 받으니 생각을 조금 바꿀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끄응. 그래서 각하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건가?-
“하하. 그럴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장난을 부린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
“비서실장님. 어쩌려고 이런 술수를 부렸는지 솔직히 안타깝습니다만...”
-으음. 그래서 나도 찍어내겠다는 건가?-
“후후. 글쎄요. 하지만 적어도 윤 비서실장님. 직위를 사퇴하는 것으로 책임을 지셨으면 합니다. 그럼 각하는 전혀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허참. 미치겠군. 끙. 좋아. 내가 사퇴하면 각하는 전혀 건들지 않는 것이지?-
“예. 그렇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처리 순서를 맞춰보지. 신성모 세력들의 일갈 파면 및 분쇄. 그리고 나 혼자 자리 잘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자. 이거지?-
“정확하십시다.”
-그래. 그래. 알겠네. 그리고 조금 술책을 부린 것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네.-
“사과는 비서실장님께서 사퇴하면 그 때 받겠습니다.”
-알겠네. 이만 끊지.-
윤치영 비서실장과의 통화를 끊은 병윤은 이내 다시 핸드폰을 전혁환 중위에게 돌려주면서 농담조로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압수한 물품을 용의자가 맘대로 쓰게 해도 되는 거야?”
전혁환 중위는 그 물음에 쓰게 웃으며 대답한다.
“끙.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뭐 잘 넘어갔지. 일단 계속 진행하자고.”
“예.”
그 이후 전혁환 중위의 취조에 병윤은 전격적으로 협조를 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의혹들을 해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 병윤과 통화를 한 윤치영 비서실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핸드폰을 안주머니에 넣고는 중얼거린다.
“이거 미치겠군.”
그 때, 그의 부인이 궁금한 표정으로 한 마디 묻는다.
“여보. 무슨 일이라도 생겼수?”
“하아. 뭐. 일 잘리게 생겨서 그래.”
그의 부인은 그 말에 ‘헉’ 놀란 얼굴을 지으며 윤치영에게 묻는다.
“아니. 일 잘리게 생겼다니 그게 무슨 말이우?”
“이번에 비서실장직을 사퇴해야겠어.”
그 말에 그의 부인이 윤치영의 소매를 붙잡으며 외친다.
“아니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수!?”
윤치영은 부인의 반응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한다.
“뭐 당신이 알 거 없잖아.”
부인은 그 말에 가슴이 답답한지 가슴을 두드리며 외친다.
“아니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유?!”
윤치영은 그런 부인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이내 그녀를 피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꺼낸 후 어디론가 전화한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무슨 일인가?-
“각하. 접니다.”
-비서실장이 이 시간에 무슨 전화인가?-
“저 그게. 사실은...”
윤치영은 병윤과 대화를 나눴던 것을 통화 상대방에게 가감 없이 전달했다.
“그래? 그 쪽에서 그런 조건을 내걸었다 이건가?”
“예.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흠. 윤치영 비서실장. 오늘 수고가 많았네.”
그 대답을 들은 순간, 윤치영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진다.
============================ 작품 후기 ============================
윤 비서실장 : 아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해서. 으아아. 불탄 집에 그냥 빠져나와서 구경이나 할 걸.
편두통 떄문에 저녁에 잤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씁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