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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육군 참모총장의 지시를 전달받은 병주는 할 수 없이 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제 1군단은 압록강 부분을 방위하고 있기 때문에 회의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제 2군단과 현재 원산 시에서 주둔하는 제 3군단의 지휘관들을 불러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각 군단의 지휘관들이 회의장에 모였다. 병주는 제 2군단장 인 이우 중장과 그를 따르는 참모들, 그리고 제 3 군단장인 박창식 중장과 그를 따르는 참모들이 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북부군에 복무하고 있는 참모들 역시 미리 자리에 앉아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우 중장과 박창식 중장은 병주에게 다가오며 반가운 표정으로 한 마디 말한다.
“갑작스럽게 부른 것은 상당히 의외군.”
이우 중장이 그렇게 한 마디 말하자 병주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가 있겠습니까?”
“아까 이야기를 들었는데, 공세 작전을 펼칠 생각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세한 것은 회의 때 말씀드리겠지만 일단 공세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창식 중장은 그 말에 ‘으음’ 침음을 흘리며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왜 이런 때에 공세를 도모할 생각인 거지? 자네는 아는 것이 있는가?”
“일단 전략적인 이유가 아니라 내부 정치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부 정치?”
박창식 중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병주가 차분히 대답한다.
“그... 있지 않습니까? 국방부장관이 엮인 그...”
그 말에 박창식 중장의 얼굴은 찡그려진다.
“쯧. 그럼 이번 공세는 그 사건을 가리기 위해 공세를 계획한 것이란 말인가? 사령관도 알다시피 동계 공세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하는데...”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원래라면 대략 3월 말에서 4월 초에 공세를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쪼니...”
“어째 변명처럼 들리는군.”
“휴우. 자세한 것은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회의가 시작되었다. 모두들 자리에 앉자 상석에 앉은 병주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한 마디 말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노고가 많으십니다. 아마 갑작스러운 부름에 의아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의문점에 대해서 여기서 다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비상 작전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병주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병주는 북부군 참모장인 전형욱 준장에게 눈짓을 줬고, 전형욱 준장은 지휘봉을 잡고, 벽면에 설치된 지도를 가리키며 말하기 시작한다.
“먼저. 현재 전선의 상황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지도를 보면 삼수에서 시작하여 단천까지 이어진 전선입니다. 현재 전선의 상황은 수색, 정찰이나 국지전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적극적인 공세는 계획되어 있지 않고, 적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져 있습니다.
현재 전선에 있는 적의 주력들은 산간지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천을 포함한 동해안지대는 보조 병력들이 주둔해 있습니다. 아마 공세를 시작한다면 단천부터 공략해나갈 것입니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각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형욱 준장의 말에 동의한다. 일단 동해 해상은 확실히 미 해군과 한국 해군이 장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군 해상세력의 포격지원을 받을 수 있고, 그와 동시에 기계화 부대를 운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현재도 전선의 해안지대 부근에는 기계화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아마 공세가 결정된다면 이 기계화 부대부터 움직일 것이다. 그 때, 이우 중장이 전형욱 준장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꼭 이런 시기에 공세를 결정하는 이유가 뭔가?”
그 말에 전형욱 준장은 잠시 당황하다 이내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한다.
“우선적으로 이런 시기에 공세를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적들 역시 우리가 이런 시기에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할 것입니다.”
“적의 방심을 찌른다는 소리인가?”
“예. 그렇습니다.”
“흠. 얼핏 보면 설득력이 있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꼭 지금 움직여야 하는지는 의문이군.”
“아 물론 이 시기에 군을 움직이기는 참 힘든 요소가 많을 것입니다. 혹한을 넘나드는 추위와 시야 저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적들은 우리가 이런 때에 공세를 취하리라고는 꿈에도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내 말은 적들의 방심만을 노리며 작전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나 이 이야기야. 한 번 던져보지. 적들이 적극적으로 수비 태세를 갖춘다면 어떻게 할 건가?”
그 말에 전형욱 준장은 ‘끙’ 침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물론 그런 가능성도 있고, 그에 대해서도 미리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방법이라?”
“예. 그렇습니다. 역시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후방급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들이 수비 태세를 잘 갖춘다한들 후방에서 찌르면 적들이 안 흔들리겠습니까?”
“그래. 후방에 침투시킨다고 하자. 그럼 어디로 침투시킬 계획인가?”
“혜산입니다.”
“혜산? 흐음... 그 쪽은 전선 바로 뒤로 알고 있는데?”
“예.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효과가 높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백두산 쪽에 침투시켜서 혼란을 유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
그 말에 전형욱 준장은 잠시 망설였고, 병주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자 자신이 직접 대답한다.
“사실 이번 공세는 짧게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이번엔 박창식 중장이 병주에게 묻는다.
“짧게? 얼마만큼 말인가?”
“현재 유지하고 있는 전선에서 대략 40km 정도 전진시킬 계획입니다.”
그 말에 박창식 중장은 ‘흠.’ 소리를 내며 한 마디 말한다.
“목표가 너무 작은 것 아닌가?”
“겨울철에는 공세종말점이 짧아집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의 전력상 혜산에서 성진까지가 한계일 것입니다.”
박창식 중장은 그 말에 ‘으음’ 소리를 내며 머리를 맹렬히 굴린다. 그 때, 이우 중장이 병주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럼 작전에 걸리는 시간은 꽤 짧겠군?”
“겨울 공세는 길어질수록 공세를 하는 쪽에서 소모가 큽니다. 짧게 목표를 잡고, 달성한 뒤 재정비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 그나마 낫지 않습니까?”
그 말에 박창식 중장과 이우 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 때, 제 3군단 참모장인 최진석 준장이 일어서서 병주에게 묻는다.
“공세는 단천부터 시작합니까?”
그 물음에 병주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동해안지대는 해상세력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그 쪽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이 맞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혜산에 강습사단 혹은 연대를 투입하여 적전선 후방을 교란시키고, 총공세로 이어갈 생각이다.”
최진석 준장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병주의 말에 동의한다. 그 후에 세부적인 작전에 대해서 검토를 한다. 그렇게 해서 2월 6일을 공세 시작일로 잡고, 공세 작전을 결행하기로 했다.
1951년 2월 4일, 박헌영은 자신들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동 일본, 정식명칭으로는 일본인민공화국으로 직접 찾아갔다. 같은 공산국가의 건국에 축하해준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 곳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맨 처음 박헌영의 일행들은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가 침투용 잠수함을 요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블다디보스토크의 해상세력이 움직인다면 그대로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헌영은 그 거절을 이렇게 생각했다.
‘흥. 돈을 주지 않으니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북한군을 창설할 때도 소련의 지원을 별 받지도 못했다. 그나마 군대 꼴을 갖출만한 장비를 얻어올 때는 북한에 존재한 금괴들을 소련에 넘긴 이후였다. 소련은 결코 돈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점 때문에 박헌영은 소련의 거절에 오히려 당연하다는 시각을 가졌다. 이제 남은 길은 일본인민공화국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
일본인민공화국으로 가는 길은 꽤 순탄했다. 다만 동해가 전쟁터라서 그런지 바닷길로 바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할린으로 사할린에서 훗카이도로 훗카이도에서 혼슈 섬으로 빙 돌아서 가야했다.
그렇게 하루를 소모해서 도착한 곳이 바로 일본인민공화국이 수도로 삼았다는 센다이였다. 일본은 아직까지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지 폐허들이 꽤 역력했다. 그나마 여기가 수도로 지정되어서 그런지 센다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힘차게 재건을 시작하고 있었다.
박헌영과 그 수행원들은 센다이의 숙소에 머무르며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행원 중 박헌영의 심복인 조헌상이 박헌영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을 꺼내든다.
“과연 그 일본인민공화국의 위원장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그건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 알 수 있는 일이겠지. 그 치가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힘들 거야.”
그 말에 조헌상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본다.
“그건 왜 그렇습니까?”
“적어도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자신들의 위치상 꽤 난감하기 그지없을 거야. 생각해보게. 남쪽에는 서 일본이 있고, 서쪽에는 우리 한반도가 있고, 동쪽에는 미국이 있어. 자신들이 의지할만한 곳은 북쪽인 소련밖에 없지. 동아시아에 남은 공산국가만 하여도 중공과 우리, 그리고 소련밖에 없을 거야. 그런데 우리가 망하면 과연 그들의 입장 상 이득이 되겠는가?”
“그거야 그렇겠지만 지금 그들의 형편상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확답을 할 수 없는 거지.”
“으음. 그런데 그 여기의 최고 권력자인 아키라 타케시에 대해서 부수상께선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그 말에 박헌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모르지. 솔직히 나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소련 모스크바에서 유학을 보낼 당시 일본인 몇 명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데. 그들에게도 그는 처음이라는 반응이더군.”
“흠...”
“소련의 지시를 받는다고 하여도 일국의 권력을 차지한 자야. 그리 만만한 인사는 아닐거라 생각하지.”
“예. 그럴 것입니다.”
“휴우. 그 것보다 여기에 온천이 있다고 하니 조금 있다 온천에 가봐야 하겠군.”
조헌상은 박헌영의 온천 언급에 할 말을 잃어버린다.
1951년 2월 5일, 일본인민공화국의 최고 권력자인 아키라 타케시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아무래도 그 쪽에서도 한반도의 가치에 대해서 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 박헌영으로썬 며칠 있다 만날 줄 알았는데. 이리 빨리 독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어느 방 안에 들어간 박헌영은 아키라 타케시를 볼 수 있었다. 평범하고도 지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지만 입가에서 얄팍한 분위기가 조금 난다. 박헌영이 바라본 아키라 타케시는 한 마디로 곡학아세를 하는 학자와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아키라 타케시는 박헌영을 보고 한 마디 말을 건넨다.
“북조선 부수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선 앉으십시오.”
그 말에 박헌영은 자리에 앉고는 정식으로 소개한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부수상이자 외무장관인 박헌영이라고 합니다.”
박헌영의 소개에 아키라 타케시는 하하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일본인민공화국의 최고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키라 타케시라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사적인 이야기를 하다 이내 본론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박 부수상께서는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한반도는 지금 전시상황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박헌영은 미소를 잃지 않고, 대답한다.
“전시상황이든 평시상황이든 필요한 업무를 할 뿐입니다. 전시상황에 매몰되어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 것이 직무유기이지 않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한반도의 전황을 들으니 그 쪽에서 불리하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입니까?”
아키라의 말에 박헌영은 속으로 열불이 났다.
‘뭐야? 저 쪽발이가 날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박헌영은 여기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미숙하지 않았다. 그는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원래 전쟁 전부터의 형국이었습니다. 잠시 유리함에 취해 있다가 원래대로 돌아간 것뿐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남쪽괴뢰국이 더더욱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하하. 피해는 그 쪽이 많이 봤습니다. 우리의 손실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박헌영의 대답에 아키라 위원장은 더더욱 미소를 진하게 띌 뿐이었다. 박헌영은 그런 아키라의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키라는 흠흠 기침을 해대고, 이내 말을 건넨다.
“우리의 일본인민공화국의 건국에 직접 참가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갑작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아키라의 말에 박헌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외교관으로써 당연한 의무입니다. 진심으로 일본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축하드립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단순히 축하 인사를 하기위해 여기에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 박 부수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말에 박헌영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도 되는 분위기이군요.”
아키라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박헌영을 바라볼 뿐이었다. 박헌영은 아키라를 바라보며 이내 이렇게 한 마디 말한다.
“혹시 일본인민공화국에 잠수함이 있습니까?”
그 말에 아키라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박헌영을 쳐다보며 묻는다.
“예? 잠수함이라면...”
“제가 알기로는 일본제국해군에 소속된 함정들이 해체되지 않고, 분단된 양국에 배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그 말에 아키라 위원장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박헌영을 쳐다본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왜 갑자기 잠수함 이야기를 꺼내드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박헌영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거야 간단합니다.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아키라 위원장은 ‘흠’ 소리를 내며 맹렬히 생각을 하다 이내 이렇게 대답한다.
“같은 이념을 공유하는 동지이기는 하지만 공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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