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 축구 선수 정지우의 이야기
프롤로그
[<속보>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원정에서 3-0 충격 패! 크리스티안 호날두, WORST 선수로 꼽혀]
레알 마드리드가 세비야에게 역사에 남을만한 대패를 당했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90분 내내 한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세비야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반면 세비야는 날카로운 역습과 패스 플레이로 레알 마드리드를 몰락시켰으며 간수 선수는 발군의 활약으로 2골을 기록, MOM에 선정되었다.
반면 이번 경기에서 가장 최악의 선수는 바로 평점 5.5점을 받으며 스페인 언론들에게 쓰디 쓴 혹평을 받은 크리스티안 호날두였다.
호날두에게는 세 번의 완벽한 찬스가 찾아왔지만 이를 골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했고 부정확한 슛으로 공격 기회를 낭비했으며 끝내 팀에 어떠한 도움조차 주지 못했다.
이로써 호날두는 리그 3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레알 마드리드는(승점 75점) 이번 경기의 패배로 1경기 덜 치른 1위 바르셀로나(83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언론들은 우승 경쟁은 사실상 끝났으며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처해졌다고 설명했다.
- 젖두새끼 이번에도 난사만하고 경기 던졌넼ㅋㅋㅋ 씹퇴물 몰락의 전형적인 유형ㅋㅋㅋ
- 제발 젖닌들은 자기 주인을 메갓에게 비비지 좀 마라~ 골 넣는 것 밖에 못하던 젖두가 이제는 골도 못 넣는데 메날두는 무슨~ 젖두가 100번은 죽었다 깨어나도 메갓 다리 한 짝에도 못 미친다.
- 뭐 그래도 시대를 풍미한 대단한 선수인건 맞는데... 말년이 너무 안 좋네... 힘 내서 부활했으면...
ㄴ 호퀴새끼의 과거 감성~ 음~ 스멜~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5슈팅 0유효슛 이거 실화인가요? ㅋㅋㅋ
ㄴ 난 호날두니까~
ㄴ 심지어 완득 찬스 잡았는데도 유효슛으로 연결조차 못함ㅋㅋㅋ
- 레알 팬인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추해지기 전에 은퇴나 할 것이지 뭐 저리 미련이 남아서 껌딱지 마냥 붙어있는지. 주급은 또 졸라게 세요. 이 정도 폼 떨어졌으면 알아서 삭감할 것이지.
ㄴ 개못해도 알아서 10억씩 주급 꽂아주는데 뭐하러 은퇴나 자진 삭감을 해ㅋㅋㅋ
ㄴ 주급 때문에 사려는 팀도 없어ㅋㅋㅋ
부들부들...
맨유 시절부터 지금까지 쭈욱 호날두를 우상으로 삼아 온 성남FC의 축구 선수 정지우.
그는 레이버 해외축구 댓글들을 보면서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다.
안 그래도 '친 메시 여론' 이었던 레이버 해축 댓글창.
여기에 호날두의 탈세 혐의가 터지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경기력까지 저하되자 급격하게 호날두를 까는 '호까'들이 설쳤다.
국내나 해외축구 댓글란은 보는 게 아니라고 선배들이 누누이 말했는데 왜 그런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노를 참지 못한 '우리 동생' 정지우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 호날두가 아무리 최근에 부진하다 한들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잘할 거다, 이 방구석 폐인들아. 그리고 메시는 뭐 매 경기 다 잘하는 줄 아냐? 메시 팬 정모 열린 줄.
댓글을 올리자마자 자신이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득달같이 답글들이 달렸다.
ㄴ 호퀴새끼 젖김 식식 거리면서 까부는 거 보소ㅋㅋㅋ
ㄴ 방구석 폐인? 자기소개? 깔깔깔~
ㄴ 아무리 젖닌들이 발악을 해도, 젖두는 메갓 발가락에도 비비지 못 한다~
ㄴ 응 호탈세 호복서 호퇴물~
ㄴ 경기로는 메시 깔 수 없으니까 탈세로 준내 깠는데 이제는 호날두도 탈세ㅋㅋ 거기다 금액은 호날두가 더 크다지?
ㄴ 저 시키 아이디 닉네임이 정지우인데 성남의 정지우 아니냐? 걔도 인터뷰하는 거 어지간한 우리 동생이던데ㅋㅋㅋ
한 평생 키보드 배틀에 면역이 없었던 정지우는 악의적인 모욕 글들을 보면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결국 키보드 배틀의 마지막 한 수, ‘정신승리’를 집어 들고 거칠게 노트북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 그래도 다시 태어나면 메시보다는 호날두다! 이 멍청이들아!
...그런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던 정지우는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지우의 가슴을 불사지르는 특별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티안 호날두.
대한민국 축덕들의 영웅인 박치성이 뛰던 세계 최고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번 유니폼을 입고 대활약하던 호날두.
호날두 특유의 멀리서 때리는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는 장면은 정말 속을 뻥 뚫어버리는 통쾌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축구 유망주 정지우의 목표가 되었다.
축구를 업으로 삼게 된 정지우는 중학교 축구부 시절부터 미래의 국가대표가 될 재능이라며 극찬을 받아왔다.
뭐 촉망받는 유망주 시절에 저런 소리 안 들어본 사람 없었다지만 그럼에도 정지우는 언제나 성실하고 근면한 훈련태도를 보이며 자만하는 법이 없었다.
열 아홉 살의 나이에 성남 FC의 1군 선수로서 데뷔하게 된 정지우.
그 데뷔 경기에서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나올 때마다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벤치 선수에서 로테이션 선수로, 그리고 주전 선수로 점점 입지를 굳혀나갔다.
그럼에도 자만하는 법 없이 정지우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의 목표는 우상인 크리스티안 호날두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K리그 축구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제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해외의 여러 구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이었다.
어느 한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은 항상 그에게 천재라며 또는 괴물이라며 띄워주고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정지우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꼭두새벽부터 가장 먼저 나와 훈련을 받고, 밤늦게까지 훈련을 하며 가장 늦게 일과를 끝마칠 뿐이었다.
전술에 대한 강의에서 배운 내용은 노트에 적어 두었다가 몸이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일 때까지 수십, 수백 번을 연습하며 플레이와 동선을 익혔다.
코치들에게 지적당한 부분도 마찬가지, 끝끝내 고쳐내고 진일보했다.
그렇다.
정지우는 한번 보고 깨닫는 천재가 아니라 단지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정지우는 이 때의 일을 잊지 못했다.
아니, 이 충격적이고 황당한 경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정지우의 내일 일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성남 FC 트레이닝 센터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낯선 천장에서 눈을 뜬 그는 앞으로 영원히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주변 풍경과 마주하고 있는 낯선 얼굴들.
정지우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이렇게 물었다.
"다, 당신들은 누구세요!?"
=
"그 때는 크리스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 했었지."
호날두의 아버지인 주제 디니스는 막내아들이 싹 바뀌어버렸던 1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그렇게 회고했다.
횡설수설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눈을 뒤집어 까는 아들.
부모로써 그런 자식의 모습을 보고 어찌 기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의 아내 돌로르스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었다.
지금에 와서는 간단한 해프닝으로 남겠지만 그 때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개구쟁이 장난꾸러기였던 막내아들은 갑자기 나이를 한 번에 10살 정도 먹은 것처럼 철이 들어버렸고, 안 그래도 좋아하던 축구에 이제는 미친 듯이 몰두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혹독하게 공을 차는지, 한참 축구에 집중하는 막내아들의 등 뒤에서 파랗게 타오르는 오오라가 보일 정도.
축구 실력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는걸 보니 재능도 굉장한 듯.
독실한 가톨릭의 신자인 주제 디니스는 이 모든 변화가 하느님의 안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아들에게 조금 더 큰 무대를 선물해줄 생각이었다.
=
초자연적 현상에 의한 초자연적 변화.
정지우는 그것을 겪었다.
자신이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몸, 그것도 유년 시절 호날두의 몸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지우에게 호날두는 우상 그 자체였다.
우상의 어려진 모습을 구별하지 못할 만큼 정지우의 ‘덕력’은 낮지 않았다.
그리고 한 순간, 호날두로 살아왔던 어린 날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어닥쳐왔다.
어린 호날두의 기억과 정지우의 기억이 뒤범벅이 되어 섞였고 이제는 자신이 누군지조차 헷갈리게 되었다.
만약 그를 부른다면 ‘정 크리스티안’ 또는 ‘호날두 지우’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재미없는 농담은 치워버리고, 한동안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정지우.
그러던 그는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바로 축구.
정지우는 원래 축구에 미친놈이다.
어린 호날두 역시 축구에 푹 빠져있었다.
그런 호날두의 몸에 정지우가 들어갔으니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축구인 것은 당연했다.
정지우는 축구를 위해 당분과 탄산음료도 끊고 수도승보다 지독한 생활패턴을 일궈나갈 정도의 정신력을 가진 선수였다.
노력과 정신력, 이 둘 만으로 수많은 재능들을 뚫고 어린 나이에 K리그 1군 주전 선수가, 그리고 국가대표가 된 정지우다.
호날두는 훗날 월드 클래스, 아니 메시와 함께 세계를 양분하게 되고 호날두의 어린 몸은 그 잠재력을 품고 있는 원석 그 자체.
최고의 프로의식을 갖춘 정지우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거듭날 재능을 가진 호날두의 몸이 만났다.
그것은 ‘진화’의 시작이었다.
"크리스!"
공이 정지우에게 왔다.
골문을 노려보는 정지우.
그대로 감아서 중거리 슛을 찼다
뻥-!
11살 소년이 찬 공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유소년 선수들의 축구장은 당연히 성인 선수들보다 작았고 골대도 그만큼 작았는데 정지우가 찬 축구공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골 그물의 좌측 상단에 틀어박혔다.
오오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그런 지우의 플레이에 감탄을 드러냈다.
어린 소년들의 경기임에도 군더더기 없는 볼 트래핑과 슛, 골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높은 수준의 경기에 익숙해진 어른들에게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30분 동안 이어진 짧은 경기.
정지우는 두 개의 골을 놓고 한 개의 골을 도우면서 단연 발군의 활약을 선보였다.
뒤에 있을 ‘특제 훈련’을 위한 체력 안배 때문에 설렁설렁 뛰는 중이었음에도 정지우를 막을 선수들이 없었다.
=
'호날두의 몸은 정말 대단하구나.'
흔히들 메시는 세기의 천재, 호날두는 노력의 천재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말이다.
평범한 재능, 또는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그런 재능으로 어떻게 세계를 양분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겠는가?
메시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면 호날두 역시 그에 비견될만한 재능을 갖춘 선수인 것이다.
키와 덩치는 또래에 비해 조금 왜소했다.
하지만 11살의 소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신체는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래 소년들을 압도하는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은 기본, 매우 탄력적이면서 운동의 효과가 바로바로 드러나는 최상의 몸에, 남들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는 반응속도와 반사 신경까지.
프로선수로서 적지 않은 시간 뛰었던 정지우가 이러한 특성들을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다.
이건 정말 운동선수, 그 중에서도 축구선수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최고의 신체였다.
지우 자신의 예전 몸뚱아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호날두와 메시, 그리고 다른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까지. 모두 이런 몸을 타고났었던 거구나.'
순간 자괴감이 밀려들 정도였다.
정지우는 언제나 재능의 차이를 노력의 차이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남들이 쉴 때도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고, 남들이 즐길 때도 머릿속으로 공간을 떠올리며 시뮬레이션을 멈추지 않았다.
우상인 호날두처럼 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정도 재능이라면...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한들 극복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재능. 재능, 재능...!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호날두나 메시 같은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노력을 멈추지 않았을 텐데.
어린 선수의 깨진 환상 속에는 이제 곧 다른 것이 새로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지우는 허탈함을 숨길 수 없었다.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던 선수들에 대한 질투의 감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회의감은 이제 여기까지다.
자신에게 어떤 조화가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존경하던 우상의 어린 시절에 빙의된 정지우.
축복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 현상의 결과로 어쨌든 정지우는 축구 선수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 신체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독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으리라 다짐했다.
정지우는 '호날두'로써 살아갈 것이다.
이제 정지우가 호날두다.
=
그날 밤 호날두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벤피카 리스본."
풀 네임으로는 ‘스포르트 리스보아 이 벤피카’.
포르투갈 축구리그인 프리메이라 리그 최다 우승팀이자 포르투갈 내에서 가장 많은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 축구 구단.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은, 벤피카 리스본의 시험 훈련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는 안도리냐의 추천서였다.
호날두의 아버지는 아마추어 구단 안도리냐에서 장비 관리자로 근무했었고 호날두 역시 그 구단에서 축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왔다.
그는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포르투갈 최고 구단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천서를 받아온 것이다.
"네가 제대로 된 구단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해보았으면 좋겠다.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미안하다."
‘정지우’는 고아였기 때문에 보육원에서 자랐고, 부모의 사랑을 받았던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애정을 베풀면서 더 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하는 부모의 존재.
그것만으로도 ‘정지우’는 매일이 새롭고 또 벅찼다.
‘정지우’로서는 가지지 못한 것이었던 부모, 그리고 가족.
"반드시 축구로 호강시켜 드릴게요... 아버지."
우상의 철없던 시절을 속으로 아주 조금은 질책하며 대답하는 ‘정지우’.
호날두의 말에, 그의 아버지 주제 디니스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크리스티안 호날두?"
깐깐하게 생긴 벤피카 리스본의 스카우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호날두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를 훑었다.
노골적으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눈빛.
호날두가 그 시선에 담긴 불쾌감을 느끼기도 전에 스카우트가 판단을 내렸다.
"탈락."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왜 탈락인가요?"
발끈한 호날두가 스카우트에게 따졌다.
하지만 그는 새끼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세우면서 귀찮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우리 구단의 선수가 되기에는 너의 키가 너무 작다. 그래가지고 공중볼이라도 따낼 수 있겠나?"
"저는 아직 어립니다. 그렇기에 키는 충분히 더 클 수 있습니다."
키가 작음에도 월드 클래스가 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펠레와 마라도나도 축구 선수로서는 굉장히 작은 키였지만 오직 개인의 기량만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나중에 등장할 메시 역시 그러하다.
호날두는 항변했지만 스카우트는 피식하고 비웃을 뿐이다.
"꼬마야, 그래서 네가 펠레, 마라도나 만큼이나 성장할 수 있다고?"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왜 제 잠재력을 현재의 키가 좀 작다고 함부로 재단하는 겁니까? 적어도 공을 차는 모습은 봐야죠!"
스카우트는 호날두의 프로필이 담긴 종이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그리고 쿵쿵거리며 호날두의 코앞까지 다가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번 유소년 팀 선발의 1차 권한은 내게 있다. 합류할 선수들은 모두 내 손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지. 너는 그런 내게 충분한 존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탈락의 첫 번째 이유다."
스카우트는 호날두의 눈을 향해 검지를 뻗었다.
"두 번째로 너는 제대로 된 어떠한 경기 기록도 가지고 있지 않아. 기껏해야 아마추어 구단에서 조금 뛴 게 전부지. 포르투갈 최고의 구단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겨우 그 정도 이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장의 차이다. 우리 구단은 키가 큰 윙어들이 필요하지 땅꼬마들은 필요 없어."
호날두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눈앞의 사람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빠르게 식었다.
아버지가 추천해준 벤피카 리스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웠지만 스카우트 수준이 이런데 어쩌겠는가?
미련은 곧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과거의 호날두가 키 때문에 벤피카 유스팀 선발에서 탈락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제 플레이를 보지도 않고 탈락시키겠다고요?"
"물론. 이만 나가 주겠니? 내가 좀 바빠서 말이다."
호날두는 스카우트를 노려보며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뭐죠?"
"라이카 제이오. 더 물을 것 있나?"
"라이카 제이오. 그 이름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벤피카 역사상 가장 멍청한 스카우트로 기억될 겁니다."
코웃음을 치는 라이카 제이오를 뒤로 하고 호날두는 망설임 없이 벤피카 유소년 훈련장을 떠났다.
그리고 그가 향하게 된 곳은 벤피카 리스본의 라이벌 팀, 바로 '스포르팅 클루브 드 포르투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