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25)

최고 유망주

어떤 대단한 잠재가능성을 가진 선수라도 단계적인 성장 과정은 필요하다.

그 단계를 건너뛰고 유수의 빅 클럽 주전 선수가 될 수는 없다.

호날두는 분명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 ‘정지우’의 정신력과 체계화된 훈련 방식이 더해진다면...

회귀 전 정지우가 우상으로 여겼던 그 호날두를 능가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지만 지금은 아직 새끼 사자에 불과하다.

새끼 사자는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필요했다.

'당장 빅 클럽의 유스 선수로 들어가봐야 하부리그 임대를 전전하겠지. 그것보다는 경기 출전 보장은 물론,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클럽에서 뛰는 것이 훨씬 낫다.'

지금 당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클럽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호날두 자신이 월드 클래스 선수가 된다면 자연스럽게 빅 클럽들이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난한 호날두의 가족은 막내아들을 해외로 축구 유학을 보내줄 수 있을만한 여력이 없다.

하여 그의 목표는 최대한 빨리 스포르팅 1군 선수로 데뷔하는 것.

그 다음 활약하여 특급 유망주로서 유럽 전체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가장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팀, 가장 자신의 가치를 높게 쳐줄 수 있는 팀, 가장 많은 트로피를 쓸어 담을 수 있는 팀.

그런 팀으로 갈 생각이다.

어쩌면 맨유와 레알의 유니폼을 입지 않은 호날두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르팅 유스팀의 스카우트는 벤피카 유스팀의 스카우트처럼 무능하고 권위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보는 눈이 있었던 그는 호날두의 플레이를 보자마자 단번에 합격을 선언했다.

그렇게 해서 스포르팅 유스팀에 입단하게 된 호날두.

그는 그 곳에서도 단박에 두각을 드러냈다.

얼마나 주목을 받았냐면 1군 감독이 수시로 유스 트레이닝 센터를 드나들면서 호날두의 몸 상태를 체크할 정도.

유스 감독이 아니다.

무려 1군 감독이다.

스포르팅 구단 전체를 이끌면서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그에서 박투를 벌이고 있는 감독.

일개 유스 선수에게 1군 감독이 이 정도 관심을 드러낸 예는 스포르팅 창단 이후 최초였다.

'슈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와의 만남 역시 어린 호날두에게는 빠질 수 없는 사건이었다.

'크리스티안, 오래 전부터 당신을 봐왔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의 재능을 더욱 꽃 피워줄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오직 당신을 위해서만 일하는 에이전트가 될 것입니다. 저와 계약해주시겠습니까?’

미래의 슈퍼 에이전트이자 훗날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탑 3에 올랐던 조르제 멘데스. 

그의 선수 보는 눈은 탁월하다는 수준을 넘어 가히 미래 예지 급(...)이었으며 그가 계약했거나 계약하려다 놓친 선수는 모두 성공한 선수가 되었다.

그렇게 성장한 멘데스의 에이전시가 얼마나 크고 탄탄했냐면, 그의 고객들로만 베스트 11을 꾸려도 웬만한 리그 강팀들은 씹어 먹을 수 있는 그런 스쿼드가 나올 정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도 잘 잡는다고, 그건 멘데스가 유소년 팀 또는 리저브 팀 선수들의 재능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보고 계약을 제의하기 때문이다.

그가 호날두를 찾아온 것은 호날두가 스포르팅 유스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전이었다.

멘데스는 어리고 키도 작았던 호날두의 잠재 가능성을 알아본 것이다. 

이 정도면 그에게 드래곤볼 만화의 전투력 스카우터 비스무레한 잠재력 스카우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

멘데스의 영향력은 미래 축구계를 좌지우지하는 수준이었고 그 때문에 피해를 입은 구단이나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고객들만큼은 확실하게 지키면서 대우해주었고, 커리어든 주급이든 최상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과거 호날두의 화려한 성공에는 분명 슈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의 공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던 지금의 호날두(정지우)는 어렵지 않게 멘데스에게 몸을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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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뵐뢰니 감독에게 말해 두었습니다. 크리스티안를 1군으로 승격시켜도 될 것 같다고. 뵐뢰니 감독은 그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조르제 멘데스는 한시도 쉬지 않고 해야 할 훈련을 하고 있는 호날두에게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보고를 올렸다.

"크리스티안, 당신은 스포르팅 구단의 U-16, U-17, U-18, 리저브, 그리고 1군 경기까지를 단일 시즌에 모두 치르게 된 최초의 선수가 될 겁니다. 세상에! 15살의 어린 선수가 포르투갈 리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구단인 스포르팅의 1군 경기 데뷔를 하게 되다니! 세계는 깜짝 놀랄 겁니다. ‘이것은 펠레의 재림이다!’ 라고 말이지요."

펠레는 매우 어린 나이에 1군 데뷔를 이룬 것으로도 유명했다.

어쨌든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지 조르제 멘데스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가벼운 볼 트래핑을 멈춘 호날두가 그런 멘데스를 보고 말하였다.

"당신에게는 저 말고도 담당하는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제 막 1군 데뷔를 준비하는 어린 선수를 신경 쓸 여력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크리스티안,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선수들 중에서 가장 특별한 재능을 가진 보석. 다른 유수의 에이전트들의 눈이 사시인 것을 나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당신을 놓쳐버렸을 테니까."

아마 정지우의 영혼(?)이 빙의하기 전의 호날두였다면 이런 멘데스의 입에 발린 칭찬에 만족 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우상은 팬인 ‘정지우’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오만한 성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호날두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입 바른 말 따위보다는 뛸 수 있는 경기 자체가 그에게는 더 중요했다.

"데뷔 경기는 어떤 팀과...."

"그거야 당연히 벤피카 리스본과의 경기지요."

역시 미래의 슈퍼 에이전트.

‘그 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구나.

언제나 뚱한 표정을 짓던 호날두도 이때만큼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거는 좋군요."

=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사무실로."

짧게 기사에게 답한 조르제 멘데스는 의자 시트에 몸을 뉘였다.

그의 비서가 옆자리에 앉아 물었다.

"빌코니 선수를 만나러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 녀석을 내가 왜 만나나? 아무나 맡아서 알아서 관리하도록."

호날두와 같이 있을 때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

이제 막 1군 선수로 데뷔한 호날두에게는 어린 상전 모시듯이 극진히 대하면서, 이미 1군 선수로 뛰고 있는 빌코니는 마치 귀찮은 짐덩어리 마냥 가차 없이 대하는 멘데스였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의 잠재가능성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조르제 멘데스에게 호날두는 광휘 그 자체였다.

그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보자마자 멘데스는 광속으로 계약서를 들고 왔다.

그리고 1군 데뷔도 못한 햇병아리 유소년 선수에게 파격적이라 할 만한 조건들을 내걸었다.

많은 에이전트들이 멘데스의 행동을 초짜의 실수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전세는 역전되었고, 호날두는 스포르팅 전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초특급 유망주가 되었다.

멘데스는 그의 고객들 중에서 가장 어림에도, 가장 귀하게 대접받는 어린 고객을 만날 때마다 여러 번 칭찬을 늘어놓았다.

당연히 호날두의 환심을 사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어린 고객은 언제나 묵묵히 훈련에만 열중하였고 주변 환경에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갈고 닦을 뿐이었다.

벼락 스타가 된 선수들이 자만심으로 무너지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던 멘데스는 이런 호날두의 멘탈에 적잖이 감탄했다.

'크게 될 놈. 아주아주 크게 될 놈. 그러니 반드시 잡아야 할 녀석.'

어쩌면 포르투갈 축구 역사, 아니 세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선수를 지금 자신은 품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멘데스는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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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리스본과 스포르팅 클루브간의 프리메이라 리가 33라운드 경기입니다. 이번 프리메이라 리가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경기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스포르팅 클루브가 지금 현재 승점 74점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무려 세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포르투가 한 경기 덜 치른 상태에서 4점차로 2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시즌은 막바지에 이르렀죠! 따라서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스포르팅은 근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습니다. 스포르팅은 반드시 이겨서 홈 팬들을 만족시켜줘야 합니다.]

스포르팅은 이번 시즌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리그 1위를 유지해왔고 이제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올 시즌 유일한 우승 경쟁팀은 FC 포르투로 승점 4점이 차이 나는 상황.

스포르팅이 자력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 중 최소 한 경기를 이겨야 했다.

스포르팅은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1981/82 이후로 쭉 리그에서 무관이었으니까. 

‘포르투갈 리그 3강’에 속하는 명문 팀이 거의 20년 동안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서포터들에게는 끔찍한 암흑기로 기억될 만 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만큼은 반드시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길 기대하는 중이었다.

이날 호날두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삐익-!

와아아아아!

'리스본 더비', 또는 '우 클라시쿠'라고 불리는 스포르팅과 벤피카의 라이벌 더비전.

프리메이라 리가에서 가장 치열하다고 소문난 더비 매치답게 벌써부터 맹렬한 기세로 서로의 팀을 응원하고 있는 관중들이 눈에 띠었다.

리그 우승을 자신의 홈 경기장에서, 그것도 최대 라이벌 팀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이뤄낼 수 있다면.

스포르팅 팬들에게 그보다 더 기분 째지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 한 경기에 무려 20년만의 리그 우승이 결정지어 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도진 것일까?

스포르팅 선수들의 움직임이 좀 굳어있었다.

덕분에 스포르팅 홈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리스본 더비는 오히려 벤피카의 약 우세로 진행되었다.

결국 벤피카의 에이스, 누누 고메스가 찬 공이 스포르팅의 골문을 흔들었다.

멋진 발리슛이었다.

[고오오올! 누누 고메스! 골입니다!]

[다음 시즌 벤피카를 떠나 피오렌티나로 이적하는 누누 고메스! 라이벌 팀의 자력 우승은 볼 수 없다는 듯이 강력한 발리슛으로 골문을 뒤흔듭니다!]

우우우우-!

홈 팬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잔디에 미끄러지면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드리는 세레머니를 펼치는 누누 고메스.

이번 시즌 총 19골을 넣었는데 기어이 20골을 채우는 누누 고메스였다.

그렇게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스포르팅 감독인 라실로 뵐뢰니 감독은 힘 있는 목소리로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홈 팬들의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시작된 후반전.

하지만 60분이 다 지나도록 스포르팅 선수들은 벤피카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선수들 전원 수비, 10백을 들고 나와 1점차 리드를 지키면서 승리하려는 벤피카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뵐뢰니 감독은 교체카드를 뽑아든다.

바로 28번, 크리스티안 호날두다.

"나가서 네 실력과 재능을 증명해라!"

좀처럼 뚫리지 않는 상대팀의 수비에 흥분했는지 말이 거칠다.

하지만 호날두는 단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2000년 5월 6일.

원래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1군 경기 데뷔일은 2002년 10월 7일이다.

노력과 자기 관리만으로 무려 2년이 넘는 세월을 단축시킨 것이다.

아마 포르투갈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를 따져도 최연소 1군 선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경기장에 들어가는 순간이다.

[저 왜소한 선수의 나이가 15살입니다. 15살! 이게 말이나 되는 나이입니까!? 한창 유소년 팀에서 뛰고 있어야할 선수가 무려 1군 선수로서 데뷔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음... 아무리 스포르팅 선수들이 시즌 막판에 지치고 부상도 많이 당했다지만 그래도 15살 소년을 1군 선수로 차용하는 건...]

해설진들은 뵐뢰니 감독의 호날두 기용에 의문을 표했고, 그것은 실리적인 선택이 아닌, 최연소 마크를 달아주면서 어린 선수에게 천재 이미지를 씌우려는 의도인 것으로 짐작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관중들 역시 이번 교체카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경기 포기하는 거냐!?

이러다 리그 우승 놓치기만 해봐라!

홈팀 팬들의 야유와 원정팀 팬들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호날두는 초연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

4-4-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윙으로 출전한 호날두.

어린 그가 못 믿음직스러웠는지 스포르팅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그쪽으로 보내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날두는 초조해하지 않고 기다렸다.

좋은 위치에 있으면 언젠가는 공이 올 거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후반 72분.

미드필더 주앙 퇴레즈가 공 줄 곳을 찾다가 여의치가 않아서 벤피카 선수들에게 노 마크된 상태로 있는 호날두에게 패스했다.

날아온 공을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터치로 받아내는 호날두.

그리고 곧바로 달렸다.

그의 장기인 속도가 빛을 발했다.

벤피카 선수들이 어어어? 하는 사이에 빠른 속도로 그들을 제치고 질주하는 호날두.

15살 어린 선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빨랐고 또 민첩했다.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어린 선수의 몸놀림, 발재간에 당황한 벤피카 수비진들.

대담한 페인팅과 드리블로 수비벽을 뚫고 나아가는 호날두.

예상치 못한 장면에 관중석의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페널티라인까지 다가간 호날두는 골에 대한 욕심으로 무각슛을 날리기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던 공격수, 가레스초에게 패스했다.

가레스초의 논스톱 슛이 골문을 흔들었고 관중석은 지진이 난 것처럼 울렸다.

“나이스 플레이!”

"잘했어, 꼬마!"

"휘익~! 이거 아주 화끈한 데뷔전인걸!"

보통은 골 넣는 선수가 오두방정 떨면서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데뷔 경기에서 놀라운 돌파를 보이며 거의 골을 만들다시피 했으니 오히려 이쪽으로 주목이 쏠렸다.

가레스초를 포함한 스포르팅 선수들은 어린 선수가 뛰어난 플레이를 보이자 언제 텃새 부렸냐는 듯이 다가와 포옹하며 축하해주었다.

프로의 세계는 결국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구장의 분위기와 팬들의 호의 섞인 시선을 즐기는 호날두.

그러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어야지!’

데뷔전에서 구단의 우승을 이끈다. 

그보다 더 임팩트 있는 데뷔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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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깃들어있다 한들 15살, 채 여물지 않은 소년의 몸으로 벤피카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웠다.

그래서 호날두는 전략을 수정했다.

정면승부는 피한 채 오직 민첩성과 유연성만으로 틈을 파고드는 것이다.

마치 그 '리오넬 메시'처럼.

[호날두 선수가 공을 몰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합니다! 끊어내는 조이로 선수! 확실히 어린 선수이다 보니까 몸싸움은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비록 벤피카 수비진에게 막혔지만 굉장히 날카로운 돌파였습니다. 저 장면에서 방향 전환하는 것은 분명히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를 노리는 돌파였거든요! 이 선수, 천재성이 보이는데요?]

[젊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린 선수입니다!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서 미꾸라지처럼 틈을 만들고 있어요!]

크랙 자체였던 '호날두'의 옛 모습처럼.

지금의 호날두는 벌써부터 그 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더 빨리 개화한 재능은 이제 봇물 터지듯 상승의 기류를 만들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후반 87분.

호날두는 이번에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골문을 향해 발아래에 떨어진 공을 강하게 후려 찬 호날두.

17m의 거리를 격하고 날아간 공은 상대 골키퍼의 손을 넘어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2:1

호날두의 역전 골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골을 만들어 낸 선수는 오늘의 영웅! 크리스티안 호날두!!]

[스포르팅 우승의 마침표를 찍는 선수는 바로 15살 크리스티안 호날두였습니다!!]

골을 넣은 호날두는 준비된 세레머니를 펼쳤다.

유니폼 아래에 가려져있던, 매직으로 쓴 단어들이 전파를 타고 포르투갈 전역에 송출되었다.

'라이카 제이오, 당신은 틀렸어!'

참고로 이 때는 상의 탈의 세레머니로 경고를 주지 않았다.

삑-! 삐이익-!

우승을 확정짓는 호날두의 중거리 슛이 터지고부터 이미 이곳은 축제분위기였다.

근 20년 만에 팀이 프리메이라 리가 우승을 차지하자 서포터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를 껴안고 기쁨에 울부짖었다.

감독도, 선수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다 같이 우승의 기쁨과 희열을 즐기고 또 즐겼다.

호날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우승이 커리어에 포함되기 위한 규정인 리그의 3분의 1을 뛰기는커녕, 단 한 경기만을 교체출전 했던 호날두. 

당연히 이번 리그 우승이 그의 커리어에 포함되지 않았다.

호날두는 이 장면들을 눈 여겨 보면서 다음에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리라 다짐했다.

그는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았다.

"오늘의 에이스! 혼자 여기서 뭐하고 있어!"

호날두의 패스를 골로 연결한 가레스초가 호날두를 끌고 갔다.

호날두를 센터에 몰아넣고 사방에서 샴페인을 부어버리니 금방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리그 우승에 대한 기여도를 따지면 여기서 호날두가 가장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우승을 결정짓는 골과 어시를 해낸 호날두는 충분히 이 축제에 끼어들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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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몰려드는 인터뷰 기자들을 호날두는 능숙하게 상대했다.

‘정지우’로서 한국 언론의 무지막지한 시달림을 받아본 기억이 도움이 되었다.

포르투갈과 한국의 기준은 물론 다르겠지만 어쨌든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적당히 걸러 들었다.

"오늘 당신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데뷔 경기에 이처럼 센세이션한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는 무척 드문데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무척 행복합니다. 저를 믿고 경기에 참가시켜준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골을 넣은 다음에 상의를 벗고 하고 싶은 말을 드러내는 특이한 세레머니를 보여줬습니다. 라이카 제이오가 누구인가요?"

기다렸던 질문에 호날두는 가볍게 웃은 후 이렇게 덧붙였다.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채, 키가 작다고 저를 내쫓았던 벤피카 구단의 스카우트입니다. 이 참에 그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라이카 제이오, 당신은 내 플레이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나를 모욕했지. 덕분에 벤피카의 팬이었던 나는 스포르팅 선수로서 벤피카에게 골을 넣게 되었지. 당신은 스카우트의 자격이 없어."

이 인터뷰가 대단한 가십거리가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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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호날두는 스타가 되었다.

최연소 프리메이라리가 데뷔, 최연소 프리메이라리가 어시, 최연소 프리메이라리가 득점골, 최연소 프리메이라리가 MOM까지.

모든 최연소 기록들을 단 한경기만에 다 갈아치운 호날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그야말로 폭발적.

벌써부터 제 2의 루이스 피구가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잡지들도 있었다.

그만큼 우승을 결정짓는 더비전에서 맹활약한 여파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조금의 자만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가장 일찍 훈련에 들어가고 가장 늦게 훈련장에 나오는 일상을 지켰으며, 남는 시간에도 비디오 영상을 분석하며 공간이해도와 위치선정, 판단 능력 등 축구 지능을 키워나갔다.

연습벌레라 불리던 그 호날두보다 더 철저하게, 더 혹독하게 자기 관리를 이어나가는 호날두.

우상의 몸으로써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크리스티안 호날두라는 이름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도록.

천부적인 재능을 꽃 피워줄 노력과 인내의 시간들은 절대로 꺾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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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르팅의 우승 퍼레이드에 호날두는 보이지 않았다.

1군 로스터에 등록된 호날두는 퍼레이드에 나갈 자격이 되었지만 그것은 자신이 이룬 우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날두, 그리고 정지우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자신이 한 일은 그저 팀의 우승 확정을 조금 앞당긴 것뿐이다.

어차피 호날두가 없었어도 올 시즌 우승은 스포르팅이니까.

“지금은 남의 집 잔치일 뿐이야. 이 우승은 내가 이룬 게 아니니까.”

지금 호날두에게 필요한 것은 남의 집 잔칫밥을 먹는 것이 아닌 ‘실력의 향상’이었다.

스스로 잔치를 열 수 있을 때, 그 때 샴페인을 터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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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와 제이오간의 일화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라이카 제이오는 벤피카의 서포터들에게 무자비한 폭격을 당했다.

특급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팽개친 스카우트, 그 선수가 심지어 라이벌 팀으로 가버렸다.

더비전에게 패배한 서포터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좋은 화풀이 대상, 분노의 대상이었다.

서포터들의 분노어린 항의들을 무시하지 못한 벤피카는 결국 라이카 제이오에게 계약 해지 통보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천하의 멍청이로 낙인찍힌 라이카 제이오는 앞으로 다시는 스카우트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뭐, 그것은 이제 호날두에게는 감흥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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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프 하인케스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벤피카의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바로 바르셀로나에서 통역사 겸 수석코치를 맡았던 주제 무리뉴.

포르투갈 축구계는 일제히 감독 경력은커녕 제대로 된 선수 경력도 없는 이를 감독에 앉혔다며 벤피카의 선택을 조롱했다.

하지만 오직 호날두 만큼은 무리뉴의 등장에 전율할 수 있었다.

"드디어 그의 시대가 열리는구나."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나중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10명에도 꼽히게 되는 최고의 감독.

가장 좋아했던 선수가 크리스티안 호날두라면 가장 좋아했던 감독은 주제 무리뉴였다.

무리뉴는 포르투갈에 있을 당시,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했었다.

그런 무리뉴의 황금 같은 시기를 라이벌 팀 선수로서 맞이할 수 있다는 건 호날두에게는 축복이었다.

단숨에 스타가 된 호날두였지만 경기 출장은 그의 예상만큼 많지 않았다.

그의 나이는 이제 겨우 15살, 16살이다.

이 나이에 혹사를 시키면 앞으로의 선수 생명에 큰 장애가 될 수 있기에 내려진 결정.

어린 나이가 감독에게 큰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호날두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을 개인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약의 시간으로 여겼다.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자기관리가 투철하니 경기에 나올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호날두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커져가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뵐뢰니 감독은 그를 인정했다.

아마 다음시즌인 01-02시즌부터는 로테이션 멤버가 아닌 확고한 주전 멤버로써 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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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와 스포르팅 간의 재대결은 2000년 12월 3일, 벤피카의 홈 경기장에서 시작되었다.

9승 2무 1패로 포르투에 이어서 2위에 랭크된 스포르팅과 무리뉴 감독 선임 이후 과도기를 겪는 중인 6위 벤피카.

벤피카의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임에도 많은 사람들은 스포르팅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막상 열고 보니, 경기는 압도적일 정도로 벤피카의 ‘경기’였다.

스포르팅의 볼 배급은 철저한 벤피카의 수비 아래 전부 끊겨나가기 일쑤였고 공수간의 유기적인 움직임 역시 마비된 지 오래.

무엇보다도 스포르팅 주요 선수를 대인마크하면서 아예 연계할 공간조차 차단해버리는 무리뉴의 기막힌 전술에 스포르팅은 정말 쪽도 못 쓰고 당하는 중이었다.

라이벌을 상대로 이런 졸전을 펼치자 원정 팬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결국 뵐뢰니 감독이 모험수를 꺼내들었다.

"크리스티안! 몸을 풀어둬라!"

"네, 알겠습니다."

포르투갈 전역이 주목하는 초특급 유망주가 되었음에도 조금의 자만심도 없이 흔들리지 않는 프로의식을 보여주는 호날두.

감독 입장에서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그런 선수였다.

이미 3-0으로 기울어져서 사실상 역전은 불가능하다.

뵐뢰니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출전하게 된 호날두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준수한 활약으로 성난 서포터들의 원성을 잠재워주길 바랬다.

호날두가 출전하자 벤피카의 서포터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야유를 보냈다.

인터뷰에서 벤피카를 디스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난 경기에서의 악연을 잊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호날두는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

축구는 오직 결과로 말한다.

그는 오직 벤피카의 감독, 주제 무리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제 무리뉴 역시 호날두를 뚫어지게 보는 중이었다.

교체 선수로 들어온 호날두는 경기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바꾸는데 성공했다.

바깥쪽 터치라인에서 공을 툭툭 차다가 단숨에 돌파를 시도, 안쪽으로 공을 몰고 들어오다가 수비수 사이의 틈을 향해 중거리 슛을 날리는 것은 호날두의 장기.

슛의 정확도가 어린 선수치고는 기가 막힐 정도인데 페인팅 모션까지 섞으면서 수비수들을 혼란시킬 줄도 알았다.

[호날두의 슛팅-! 고올~! 들어갔습니다! 멋진 중거리 골입니다!]

[호날두 선수가 스포르팅의 체면치레를 하는데 성공하네요.]

이후 양 팀의 득점은 더는 나오지 않았다.

3-0의 깔끔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데 또 호날두에게 득점을 허용한 벤피카 서포터들은 찝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로써 호날두는 지난 시즌을 포함하여 벤피카에게 연속골 기록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벤피카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비록 경기에서는 무기력하게 패배했지만 스포르팅 서포터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초특급 유망주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일.

결국 서포터들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진정시키려는 뵐뢰니 감독의 의도는 먹혀들었다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종료되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샤워하고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호날두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벤피카의 감독, 주제 무리뉴였다.

"멋진 슛이었다, 호날두."

"?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

딱 한마디를 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무리뉴였다.

"저 한마디 하려고 부른 거였어?"

호날두는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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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무리뉴, ‘크리스티안 호날두? 약간 과대평가 되었다. 아직 위협적이지는 않아.’]

벤피카의 무리뉴 감독은 크리스티안 호날두가 언론이나 스포르팅 팬들의 기대만큼 뛰어난 선수가 아니고 아직 많은 발전과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이어서 호날두가 넣은 골은 벤피카의 선수들은 3 대 0이라는 스코어에 취해 방심했고 그의 어린 나이에 또 방심해서 먹힌 골이라며 일축했다.

...중략...

“역시... 이래야 무리뉴지.”

호날두는 기사를 보고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초창기 무리뉴도 결국 무리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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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라리가 00-01시즌은 이변의 연속이었던 시즌이었다.

프리메이라리가는 지금껏 1945-46시즌의 CF 벨레넨세스의 우승 이후, 포르투, 벤피카, 스포르팅 이 세 팀이 우승을 독점하는 리그였다.

그러나 이들만의 리그를 깨고 보아비스타 FC가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보아비스타 FC의 선수들과 서포터들은 광란의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첫 번째 우승의 영광과 기쁨을 온 몸으로 누렸다.

워낙 강호가 밀집한 조에 들어간 탓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조별리그를 넘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 스포르팅. 

리그에서도 실망스러운 3위의 성적표를 받았으며, 포르투갈 컵 대회에서도 4강에 그치며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래도 지난 시즌, 근 20년간 염원하던 우승의 꿈을 풀어준 뵐뢰니 감독이라 팬 포럼이나 서포터 단체 등에서 그에 대한 경질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승의 달콤함을 맛보았던 서포터들은 분명히 이번 시즌 성적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00-01시즌, 호날두는 리그, 컵, 유럽대항전까지 합쳐서 총 20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5개의 골과 6개의 어시를 올렸는데 이것은 16살짜리 소년이 심지어 주로 교체로 출전하면서 얻은 기록이었다.

시간당 공격 포인트로 따지면 스포르팅의 주전 스트라이커보다 나았다.

일부 팬들은 뵐뢰니 감독이 호날두를 조금 더 많이 출전시켰으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거라며 투덜댔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팀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 곳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호날두.

덕분에 조만간 A대표의 리저브 팀으로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까지 들려왔으니 이미 그의 재능은 포르투갈 전역에서 인정받는 중이라 할 수 있다.

빛나는 재능을 선보이고 있는 어린 선수에 대한 다른 클럽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흔히 4대 리그(라리가, EPL, 분데스, 세리에)라 불리는 빅 리그에서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 또 어린 나이에 주목받으며 적잖은 자만심이 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그의 재능이 진짜라는 점은 반박할 수 없었다.

단, 빅 클럽들은 단지 주시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주변의 관심 속에 몸이 먼저 달아오른 스포르팅 구단 측은 호날두에게 재계약을 제의했다.

이를 멘데스를 통해 들은 호날두. 

궁핍하게 사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그리고 마약 중독자인 형과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치료비를 위해.

질질 끌지 않고 스포르팅이 제안한 5년 계약에 빠르게 사인을 하게 된 호날두였다.

그런 호날두는 격동의 01-02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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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오올! 골입니다-!]

[지난 경기에 이어서 연속골을 기록하는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 아주 멋진 골이었습니다!]

01-02시즌부터 나이를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스포르팅 1군 주전 멤버가 된 호날두.

우측 윙어, 좌측 윙어를 모두 뛸 수 있는 호날두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날아다녔다.

덕분에 호날두는 지난 시즌 특급 유망주라는 세간의 주목을 넘어서 벌써부터 특급 선수로서의 자질을 보인다며 평가받는 중이다.

그야말로 포르투갈 신성의 출현!

[오늘 경기에서도 저 어린 선수가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영리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지난 시즌의 쏠쏠했던 활약이 반짝 거품이었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의 입을 닫게 만들고 있는 크리스티안 호날두! 이제 이 선수가 어리다고 경계를 늦추는 바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골 이후 더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65분 체력안배로 교체될 때까지 호날두는 시종일관 상대팀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빠른 달리기 속도를 이용한 위치 선정과 볼 커팅, 드리블 돌파 등은 정말 나이를 의심케 하는 움직임.

괜히 벤피카나 포르투 등의 경쟁 팀들 쪽에서 호날두가 나이를 속였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었다.

교체 당하는 호날두에게 스포르팅 서포터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1군 선수로 데뷔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에이스의 냄새를 풍기고 있는 호날두의 활약을 찬양하는 것이다.

01-02시즌 전반기부터 날아다니던 호날두는 2002년이 되어서 오히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리스티안! 이번 경기도 아주 훌륭했어! 이따가 밖에서 뭐라도 같이 먹자고!"

"고마워요, 히카르두. 좋은 경기 바랄게요. 얼른 주전 딱지 붙여야죠."

교체로 들어오는 히카르두와 포옹하는 호날두였다.

히카르두 콰레스마도 호날두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윙어였다.

나이는 호날두보다 2살 많은 18살. 

상당히 어린 나이임에도 스포르팅 로테이션 선수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더 어림에도 더 잘하고 있는 호날두 때문인지 그렇게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지우’의 기억에 그는 특급 선수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선수가 되는 것으로 남아있다.

나이대도 비슷해서 금방 친해진 둘이었기에, 호날두는 그가 하루 빨리 주전 선수로 성장해서 같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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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결승골로 베이라마르를 2:1로 격침시킨 스포르팅.

다음 상대는 바로 주제 무리뉴가 이끄는 FC 포르투였다.

벤피카에서 자신의 첫 번째 감독직을 맡았지만 구단 내부의 사정으로 물러났고 두 번째 감독직인 레이리아에서의 경력을 짧게 마감한 무리뉴.

그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포르투였다.

무리뉴가 부임하자마자 혁신적으로 팀을 바꿔놓았고, 덕분에 포르투는 연승행진을 거듭, 리그 순위 3위로까지 치고 올라갔다.

참고로 무리뉴 부임 전에 포르투는 6위였다.

현재 포르투는 굉장한 상승세로 1위 스포르팅과 2위 보아비스타를 추격하는 중이었다.

"포르투는 우리의 우승으로 그 고리를 끊기 전에 무려 5년 연속 리그를 제패했던 팀이다. 최대 우승 경쟁팀인 만큼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한다."

조금은 진부하지만 뵐뢰니 감독은 선수들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며 힘을 불어넣었다.

지난 시즌 우승한 보아비스타는 유럽 대항전까지 치르느라 진이 빠져있는 상태.

다행스럽게도(?) 유로파 리그를 광탈한 스포르팅은 체력을 비축하며 리그에 집중, 1위를 달릴 수 있었다.

포르투의 홈에서 펼쳐지는, 이번 시즌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경기.

그 중요한 경기의 선발 명단에는 호날두와 콰레스마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뵐뢰니 감독이 강수를 두었네요. 양 날개에 어린 영건들을 배치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폭발력 있는 어린 선수와 노련한 중견 선수를 배치했었거든요.]

[콰레스마와 호날두는 같이 선발 출전하여 경기를 뛴 적이 없습니다. 보르도 해설위원의 말씀처럼 양 윙에 경험 많은 선수 한명과 어린 선수를 배치한 지난 선수 선발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과연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지켜보는 것도 참 재미있겠습니다.]

삐이익-!

포르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무리뉴의 지도를 받은 포르투의 선수들은 지난 전반기의 무기력한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큰 리빌딩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다른 선수가 된 것 마냥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이, 정말 프로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직 기량의 꽃을 완전히 피우지도 않은 무리뉴가 이정도 수준이다. 

전성기의 주제 무리뉴, 펩 과르디올라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그들과 맞설 생각에, 그들과 같이 싸울 생각에.

호날두는 가슴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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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호날두, 왼쪽의 콰레스마, 그리고 스포르팅의 주장이자 왼쪽 중앙 미드필더의 벤투가 각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여 맞섬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포르투의 분위기였다.

4-4-2의 스포르팅을 상대로 4-4-2 다이아몬드 변칙 전술을 들고 나온 포르투

중앙 지향적인 전술로 센터 수비가 약한 스포르팅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든 무리뉴의 전술적인 역량이 드러나는 경기였다.

세트피스에서 1골, 패싱 플레이 도중에서 또 1골.

전반 40분까지 포르투와 스포르팅의 스코어는 2:0이었다.

2:0.

정말 어려운 스코어다.

이기려면 세골을 더 넣어야 되고 적어도 비기기 위해서는 두골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포르팅 선수단들의 투지가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포기란 없다.

[호날두 선수에게 공이 왔습니다! 쭉쭉 치고 나갑니다! 시원시원한 돌파! 놀랍도록 유연한 드리블!]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길목에 있는 호날두!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몇 번을 봐도 대단한 돌파네요!]

메시의 전매특허 드리블인 ‘라 크로케타’, 팬텀 드리블로 달라붙는 포르투의 미드필더들을 벗겨내는 호날두.

또한 맥기디 턴으로 수비수의 태클을 제치면서 관중들의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냈다.

그리고 골대 좌측 상단을 향해 쏘아지는 왼발 슛.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나간 공을 아슬아슬하게 골키퍼의 손을 스쳐지나가며 골문을 울렸다.

스포르팅의 추격 골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네가 일 낼 줄 알았어!"

"크리스티안 꼬마! 오늘도 역시 최고다!"

[골~~~!! 크리스티안 호날두! 드디어 터졌습니다!]

[굉장한 클래스의 골입니다! 아! 저 어린 선수가 이렇게 아름다운 궤적을 그릴 줄이야...!]

드리블 돌파와 멋들어진 개인기, 나무랄 데 없는 로빙슛까지.

그야말로 그림과도 같은 골.

해설자들까지 잠시 동안 할 말을 잃고 감상할 정도였으니 지켜보던 관중들은 두말할 것 없다.

이윽고 대단한 함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슈퍼 플레이를 선보인 포르투갈 선수에 대한, 적아를 가리지 않은 격한 찬사였다.

무리뉴의 굳어진 표정과 함께 전반전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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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과 2:1은 심리적으로 굉장한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라커룸에서도 드러났다.

감독과 코치들은 그 기류를 놓치지 않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격려를 쏟아냈다.

다시 한 번 파이팅을 다짐하는 선수들.

한 골, 단 한 골만 넣자는 마음가짐이 그들에게 새겨졌고 그것은 경기에서 드러났다.

압도적으로 밀렸던 전반전에서 뭔가 해답을 찾았는지 뵐뢰니 감독은 호날두와 콰레스마에게 더 공격적인 롤을 주문했다. 

덕분에 거의 4-2-4 같은 포메이션이 되었고 이것은 무조건 1골을 더 넣겠다는 뵐뢰니 감독의 다짐과도 같았다.

전술적인 변화는 빛을 발했다.

끈질기게 골문을 노리던 콰레스마가 기어코 한 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한 것.

호날두의 어시스트 적립은 아니었지만 그의 키패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흔들리는 포르투의 골네트를 보면서 스포르팅 원정 팬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고 포르투의 팬들은 이마를 감싸 쥐며 좌절했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는 종료되었다.

경기 결과만큼이나 경기 종료 후 무리뉴 감독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팀은 이기지 못했지만 호날두와 콰레스마는 포르투갈의 보배.'라는 발언은 경쟁관계를 떠난 아름다운 칭찬이었다.

그런 인간이 예전에는 자기한테 과대평가니, 거품이니 했던 것이 우스운 호날두였지만... 

아무튼 오늘 무리뉴가 했던 인터뷰는 조롱이나 비난의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것은 호날두를 썩 만족스럽게 하였다.

이로써 스포르팅은 리그 1위를 지킬 수 있었고 호날두는 생애 첫 리그 우승컵을 바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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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크리스! 맙소사, 오늘도 가장 먼저 와서 훈련받고 있었던 거야?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우리 나이 때는 놀면서, 즐겁게 공차는 것이 중요해."

늘그막 훈련장에 도착한 콰레스마가 건들거리면서 어깨동무하며 말을 붙였다.

즐기면서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뭐, 그것도 맞는 이야기지만 호날두는 이 가혹한 훈련이 즐거웠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제 나이대가 선수로서의 성장 폭이 가장 클 때죠. 저는 더 빨리 발전하고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거든요."

호날두는 그렇게 답했다.

한 번 축구 선수로서 삶을 살았던 호날두는, 2차 성징과 함께 찾아오는 청소년기가 축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 이 시기에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과 규칙적인 훈련의 루프를 깨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굉장한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신체는 정말 '프로 축구 선수'를 업으로 삼기에 최적화된 몸이라, 거칠고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았고, 온 몸이 녹초가 되어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다음날 쌩쌩해졌다.

장인이 명기를 만났으니 지체하는 것은 낭비.

하여 신체의 임계점을 넘지 않는 범위의 탄력적인 훈련을 통해서 실력 키우는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음? 뭐지, 내 손에 뭐가 묻었는데...? 어, 이거는 썬 블럭(sun block)?"

"네, 피부 타는 게 싫어서요."

콰레스마가 신기한 놈 구경하듯이 호날두를 쳐다봤다.

북 유럽인들은 물론이고 서유럽, 남유럽 사람들도 썬 크림은 잘 안 바르는 편이다.

오히려 더 햇빛을 쬐고 싶어서 안달이지.

하지만 ‘정지우’로서의 기억이 있는 호날두는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나 항상 썬 크림을 바르고 다녔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면서 따끔해지는 게 싫기도 했고, 자외선 차단으로 피부암이나 종양 같은 질환들에 대한 보호도 하고 뭐 겸사겸사.

그 덕분에 지금 호날두의 피부는 원래의 건강미 넘치는 피부색과 달리 굉장히 하얀 편에 속했다.

"아무튼 넌 진짜 특이한 녀석이야. 이런 쓸데없는 걸 바를 시간에 패션 센스에 대한 공부나 하지 그래?"

"오, 그건 정말 쓸데없는 참견이네요."

안타깝게도 호날두나 정지우나 패션센스는 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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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라리가 01-02시즌 결산

1위 스포르팅 24승 7무 3패 승점 79점

2위 보아비스타 21승 7무 6패 승점 70점

3위 포르투 21승 5무 8패 승점 68점

4위 벤피카 17승 12무 5패 승점 63점

99-00시즌 우승팀 스포르팅이 다시 한 번 프리메이라리가 왕좌에 오르면서 서포터들을 기쁘게 했다.

2위 보아비스타와의 승점 차는 9점으로 다른 경쟁 팀들을 비교적 큰 격차로 따돌린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보아비스타는 올 시즌 2위로 마감하며, 반짝 성공이 아닌 프리메이라리의 3강 구도를 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가받고 있었다.

무리뉴 감독을 선임한 이후 승승장구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보여준 포르투가 3위, 현재 암흑기를 걷고 있는 벤피카가 그 뒤를 이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확실하게 존재감을 피력하며 자신의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지난 시즌부터 포르투갈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중에 하나로 뽑혔지만, 이번 시즌 호날두는 명실상부 유럽 전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중의 1인이 되었다.

총 28경기 출전한 호날두는 무려 12골 10어시를 기록하면서 생애 첫 ‘10-10 클럽’에 가입했다.

세계 축구계는 월드 클래스의 재능을 가진 윙어의 탄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포르투갈 역시 17살 소년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애정을 퍼부었다.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루이스 피구에 뒤를 이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에이스가 될 것이다.

반드시 말이다.

스포르팅 구단 관계자들은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오래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훨씬 더 큰물에서 놀아야만 하는 선수였고 스포르팅이 줄 수 있는 주급과 기회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구단에서는 줄 수 있는 최대한 높은 주급을 부르며 호날두와 멘데스의 호감을 사려했다.

스포르팅 최고액 주급을 받는 선수가 마누엘 데 실바로 약 2만 유로를 받고 있는데 호날두에게는 무려 1만 2천 5백 유로를 제안한 것이다.

아무리 초특급 유망주라고 하지만 17살짜리 선수에게 1만 2천 5백 유로라니!

과하다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스포르팅의 발 빠른 대처는 호날두와 멘데스를 만족스럽게 만들었다.

호날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어쨌든 돈이었다.

번쩍 들어 올린 우승컵과 함께 리스본 거리를 행진하는 스포르팅 선수들.

지지난 시즌 못지않게 많은 인파들이 모여서 다함께 축포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호날두는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스포르팅 선수였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또는 불리한 경기 때마다 흐름을 바꾸는 극적인 골을 넣은 활약은 물론이고 어리고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은 팬을 끌어모으는 스타성의 결정체.

또한 유수의 클럽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재계약까지 하면서 잔류의지를 보인 호날두에 대한 스포르팅 팬들의 고마움은 결코 적지 않았다.

"스포르팅에 남아줘서 고마워요, 크리스티안! 앞으로도 좋은 활약 기대할게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오래오래 이 구단에 머물러주세요!"

"포르투갈의 미래! 스포르팅의 보석!"

“포르투와 벤피카를 때려눕힌 골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낯 뜨거운 칭찬이 줄을 이었고 그의 유니폼을 흔들면서 노래 부르는 이들이 즐비했다.

콰레스마는 그런 호날두를 보고 부럽다며 질투했지만, 콰레스마 역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다.

곧 그에게 사인받기를 원하는 여성 팬들에게 둘러싸인 콰레스마는 어느새 헤벌쭉 웃고 있었다.

"스포르팅! 스포르팅! 스포르팅!"

와아아아~~!!

리스본에서의 축제의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첫 번째 우승컵을 들었음에도 그는 생경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승을 밥 먹듯이 했던 호날두의 몸에 빙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쇠보다 단단한 정지우의 멘탈 때문인지.

오히려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부족했다.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승리하고, 더 많이 우승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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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 축구 클럽, EPL.

축구 종가를 자처하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최고의 클럽, 빅 클럽을 뽑으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꼽을 것이다.

잉글랜드에 소속된 모든 축구 클럽 중에서 챔피언스 리그, 프리미어 리그, FA컵까지를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구단.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로이 킨,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리오 퍼디난드, 반 니스텔로이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스타플레이어들을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클럽 중에 하나.

그러나 이런 스타선수들을 뛰어넘는 영향력과 권위를 갖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위대한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다.

부진과 적자, 부채에 허덕이던 구단을 기어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전설적인 명장 퍼거슨.

트레블을 이룩하며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까지 받은 그는, 먹이를 노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선수의 플레이 영상을 보고 있는 중이다.

영상의 주인공은 스포르팅에서 등번호 28번을 달고 뛰고 있는 크리스티안 호날두였다.

"그 어린 선수에게서 무슨 특별한 재능이라도 발견하셨습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 스카우트 브라우프 칼리가 조용히 물었다.

퍼거슨은 영상에 시선조차 떼지 않고 답했다.

"특별한 선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법이지. 당장 영입 제안서 준비해."

"...제법 잘하는 것 같은데 저기는 포르투갈 리그가 아닙니까? 저 어린 선수가 피지컬 위주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요?"

퍼거슨은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당연히. 저 놈은 반드시 크게 될 놈이야. 괜히 다른 팀들이 채가기 전에 얼른 거둬가야지."

이미 수많은 천재들을 보고 담금질한 경력이 있는 퍼거슨이다.

새로운 천재를 다룰 생각에 퍼거슨은 벌써부터 흥분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쩌면... 데이비드의 뒤를 잇는 새로운 7번이 될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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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르팅에서 한 시즌을 더 뛰겠다고요?"

"그렇습니다."

멘데스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호날두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의 목표는 호날두를 다음 시즌, 그러니까 02-03시즌까지만 포르투갈 리그에서 뛰게 하고 빅 리그의 클럽들에게 이적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포르팅이 포르투갈 내에서나 명문이고 빅 클럽이지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진짜 빅 클럽들과 견줄 수 없다.

호날두는 빅 리그, 빅 클럽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는 확실한 선수였기에 다음 시즌쯤에 이적하는 것이 선수와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큰 이득이 된다고 계산했기 때문.

하지만 호날두는 한 시즌 더, 그러니까 03-04시즌까지 스포르팅에서 뛰겠다 선언한 것이다.

"여러 클럽에서의 이적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크리스티안 선수가 깜짝 놀랄만한 클럽들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죠. 그 퍼거슨 경의 제안을 거부하겠다고요?"

세계 최고 클럽과 세계 최고 감독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

그렇다고 연봉이나 대우가 결코 낮은 것도 아니다.

맨유에서는 어린 호날두에게 주전 선수로의 입지를 보장해준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거부하는 이유가 맨데스는 궁금했다.

"저는 아직 이 곳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선수로서의 기량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시기에 괜히 환경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아주 어린 유소년 클럽부터 착실하게 준비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어린 나이에 빅 클럽으로 이적하는 선수들은 보통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기대대로 크지 못한다.

환경적 요인의 변화로 인한 적응 실패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호날두는 조금 특수한 경우에 속하겠지만 그래도 괜히 적응으로 필요한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금 이적해봤자 어설프다는 느낌만 줄 것입니다. 피지컬 적으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저는 빅 클럽에서 데뷔하자마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마치 외계인 호나우지뉴처럼요.'

호나우지뉴는 지금 PSG, 파리 생제르망에 있는데 매 경기마다 묘기 수준의 개인기를 보여주며 몸값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치는데 그 때의 임팩트는 정말 대단했다.

호날두 역시 그와 비슷한 화려한 데뷔를 보여주어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어 놓고 싶었다.

퍼거슨의 이적 제안은 그런 의미에서 어렵게 거절한 것이다.

'외계인의 유럽 침공'처럼 강력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는 아직 실력이 부족했다.

2년, 적어도 2년은 더 실력을 키워야했다.

"고객이 원하는데 어쩔 수 없지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2년 후를 내다보고 당신이 뛰기 가장 적합한 클럽을 찾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맨유 이적 초기 시절처럼 적응 문제, 또는 기량 문제로 헤매면서 욕먹는 호날두는 이제 없을 거다.

세계무대에서 화려하게 데뷔할 그 날을 떠올리며.

지금 호날두는 이전 생의 그 호날두보다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단단한 모습으로 재탄생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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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무리뉴, 포르투를 유럽 정상에 세우다!]

아주 놀라운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으니, 바로 주제 무리뉴가 이끄는 FC 포르투가 03-04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AS 모나코를 3:0으로 꺾고 끝내 우승에 성공한 것이다.

포르투는 맨체스터 유나티드나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같은 클럽과 비교해서 명성, 재정, 스쿼드 측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쳐진다.

그런 포르투를 이끌고 챔스 우승을 이룬 주제 무리뉴는 곧바로 세계적인 명장으로서 우뚝 서게 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본래 이 시기는 무리뉴의, 무리뉴를 위한 포르투의 전성시대.

하지만 '호날두의' 스포르팅은 무리뉴의 포르투에 못지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맞붙었고 여러 명 경기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02-03시즌, 컵 대회와 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한 포르투와 마지막 한 방을 노리는 스포르팅이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 붙었다.

결과는 호날두 동점골, 결승골에 의한 스포르팅의 승리!

본래 이 시기에 미니 트레블(리그 우승, 유로파 우승, 컵 대회 우승)을 이루었던 무리뉴의 역사를 깨는 순간이었다.

다음 시즌인 03-04에는 오히려 포르투를 누르고 스포르팅이 리그 우승과 컵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리그와 컵을 모두 놓친 무리뉴의 포르투는 대단한 저력을 발휘하여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를 뚫고 결승에 올랐고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렇듯 이 시기에는 포르투와 스포르팅이 모든 대회의 트로피를 놓고 경쟁했다.

벤피카는 쩌리가 되어 양 팀에게 얻어터지는 그런 신세가 되어야했지만 말이다.

결국은 무리뉴의 포르투가 챔스 우승을 하면서 의미 없는 비교가 되었다.

호날두는 02-03시즌 14골 16어시, 03-04시즌에는 무려 22골 13어시를 기록했다.

02-03시즌 최다 어시스트 선수 자리에 올랐고, 그것도 모자라 03-04시즌에는 윙어로서 리그 득점왕 수상을 받았다.

라파엘 반 더 바르트를 꺾고 2003 골든 보이 상을 수상했으며 '포르투갈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되었다.

그의 나이 18살, 19살 때의 일이었다.

성인이 채 되지도 않은 나이에 단순히 이 시대 최고 유망주가 아닌, 이제는 월드 클래스 급에 근접하다는 평가를 호날두는 받고 있는 중이다.

포르투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룬 무리뉴가 떠날 준비를 하듯, 호날두 역시 이미 이적요청서를 에이전트를 통해서 스포르팅 측에 넘긴 이후였다.

이제는 더 큰 물에서 놀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포르팅의 보드진들은 굉장히 아쉬워했지만 한 시즌에 22골을 처박는 초특급 윙어를 품기에는 스포르팅은 너무 작은 구단이었다.

바쁘게 이적시장이 돌아가는 가운데 드디어 유로 2004가 개막했다.

그리고 호날두는 포르투갈 국가대표 선수로서 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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