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25)

유로 2004

아스날을 무패 우승으로 이끌었던 벵거 감독은 ‘월드컵보다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만큼 전력 차가 크지 않은 강호들끼리의 격전장이었기에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번 2004 유럽 선수권 대회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체코, 독일 등 여러 팀들이 출전한다.

그 중에서도 우승후보 1순위는 단연 프랑스.

사상 최초 유럽 선수권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레 블뢰 군단은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우승 배당률에서도 3-1(1원을 베팅하면 그 3배인 3원을 배당받음)을 받음으로서 카테나치오의 이탈리아(9-2)를 제쳤다.

이처럼 1998년 월드컵 우승, 2000 유로 우승을 거둔 프랑스는 브라질이 없는 유로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그만큼 지단과 앙리, 트레제게의 삼각 편대가 대단하다는 뜻이겠지.'

특히 지단은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나이에 있음에도 그의 경기 조율 능력과 플레이메이킹은 레 블뢰 군단이 경기를 풀어가는 핵심 축.

티에리 앙리가 EPL을 폭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최고 에이스, 핵심은 지네딘 지단이었다.

그 외에도 이번 유로 2004에서는 정말 쟁쟁한 팀들이 넘쳤다.

데이비드 베컴을 위시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특급 선수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

카테나치오로 무장하며 역대 최소 실점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언제나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무적함대 스페인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FIFA 랭킹 3위의 체코 등.

그리고 개최국이자 ‘골든 제네레이션’으로 평가받는 포르투갈까지.

막강한 출전국 라인업이 어느 때보다도 피 튀기는 혈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호날두는 유로 2004 국가 대표팀으로 뽑혔는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시즌 호날두는 31경기를 뛰는 동안 22개의 골을 박았고 1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런 선수가 만약 국대에 뽑히지 않는다면 모든 포르투갈 축구팬들이 들고 일어나 감독의 집에 칼을 들고 방문할거다.

그런 호날두는 특별한 선수와 만나게 되었다.

“네가 크리스티안 호날두구나. 흐음, 실물이 훨씬 잘생겼는데?”

멋들어지게 잘생긴 선수를 본 호날두는 그에게 존경의 표시를 숨기지 않았다.

루이스 피구, 포르투갈 대표팀의 캡틴.

호날두가 아무리 주목받는 신성이라 해도 피구와 비교할 수는 없다.

호날두는 작년부터 대표팀 1군에 발탁되었지만 이번이 피구와 첫 만남이었는데 피구가 부상을 당해서 유로 예선 경기를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언론에서 호날두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제 2의 피구’다.

자존심이 매우 강한 선수는 위와 같은 말이 신인 선수에게 붙는 것을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행히 피구는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리어 그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 가장 잘하는 녀석이야. 우리 팀을 더욱 강하고 빠르게 만들어 줄 테니까 이 녀석에게 패스 잘하라고!”

“캡틴이나 잘하세요! 부상으로 빠져서 저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대표팀 선수들에게 쿠사리를 먹으면서도 해맑게 웃는 피구였다.

인상은 무서운 편이었는데 성격은 굉장히 유한 것 같았다.

부상으로 오랜 기간 뛰지 못했다는데 공을 받는 움직임부터 개인기 후 패스까지.

피구의 플레이에는 ‘품격’이 넘쳤다.

왠지 이번 유로는 기대 되는 호날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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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의 호날두는 최연소 유로 출전 선수는 아니었지만 당연히 포르투갈 대표팀 중에서는 가장 어렸다.

이번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의 개최지는 바로 포르투갈.

또한 신구가 잘 조화된 이번 포르투갈 대표팀은 역대 대표팀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중이다.

그래서 포르투갈 국민들은 이번 유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A조에 배치된 나라는 포르투갈, 그리스, 러시아, 스페인.

언론의 예상은 스페인이 단연 1위 후보였고 포르투갈이 근소한 차이로 그 다음, 그리스와 러시아는 탈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 때 우승팀이 그리스라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첫 번째 경기,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포르투갈 VS 그리스는 한 치의 방심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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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불리는 루이스 피구와 루이 코스타.

포르투 챔스 우승의 주역이자 UEFA 올해의 최우수 미드필더에 선정된 데쿠와 마찬가지로 챔스 우승의 일등 공신, 마니시와 카르발류.

그리고 올해의 포르투갈 선수로 선정된 초특급 신인 선수 크리스티안 호날두까지가 이번 포르투갈 대표팀의 핵심.

완벽하게 이루어진 신구 조화 속에서도 뽑힌 최정예 멤버는 충분히 포르투갈 국민들이 기대할만한 스쿼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평가와는 달리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7분, 그리스 선수인 요르기오스 카라구니스에게 중거리 슛을 얻어맞은 포르투갈은 전반에서 후반 내내 맹공을 퍼부었으나 그리스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피구의 코너킥을 이어받아 호날두가 헤딩으로 골을 넣지 않았으면 유로 개막 초장부터 기분 잡칠 뻔 했을 것이다.

그리스와 1무를 기록한 포르투갈 대표팀은 정신 바짝 차리고 경기에 임했고 러시아를 2:0으로, 강호 스페인을 1:0으로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굉장히 순조롭게 이루어진 8강 진출.

이변은 그리스였다.

포르투갈에게 비겼지만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다시 비기며 승점 5점, 2위로 8강에 진출한 것.

우승후보로 뽑혔던 무적함대 스페인이 탈락하자 현지 언론들은 충격에 빠졌다는 후문이 있다.

그리스와 경기를 직접 치러 본 호날두는 그리스가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역사에 억지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결승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원래 그리스와의 조별리그에서 져야 했던 경기를 호날두의 활약으로 비겼듯이, 개인의 노력 하에 역사의 흐름은 바뀔 수 있다.

2016년이 되어서야 이룰 수 있었던 호날두의 유로 우승은 12년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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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8강전 최고의 빅 매치!

바로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경기였다.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솔 캠벨, 프랭크 램파드, 존 테리, 스티븐 제라드, 오언 하그리브스, 애슐리 콜, 마지막으로 ‘신성’ 웨인 루니까지.

그야말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멤버들이 뭉친 것이다.

2010년대 이후의 잉글랜드 대표팀과 비교해보면 정말 무게감부터가 다른 수준.

연이은 이변 속에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이 떨어진 지금, 잉글랜드는 최강의 우승후보였고 아무리 홈 버프를 받은 포르투갈이라 한들 이들을 상대로 승리하기는 어려워보였다.

현지에서의 비관적인 예측 속에서 드디어 잉글랜드와의 경기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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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결국 최종 우승까지 거머쥘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지요.]

[우리(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믿고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강적이지만 반드시 꺾을 수 있을 겁니다. 잉글랜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잉글랜드 간판스타인 베컴과 폭발적인 드리블, 득점력을 갖춘 오언은 당연히 최 중요 견제대상.

하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그보다 더 두려운 존재들이 있었으니 바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수비진들이다.

애슐리 콜, 리오 퍼디난드, 존 테리, 솔 캠벨... 정말 이름만 들어도 한숨이 턱턱 나올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통곡의 벽.

'하아...'

드리블을 하다가 또 다시 공을 뺏긴 호날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의 수비능력은 정말로 막강했으며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제이미 캐러거 같은 특급 수비수가 겨우 서브멤버에 들었을 정도니, 확실히 2010년대 이후 잉글랜드 국대와 지금 국대는 차원이 달랐다.

볼 점유율에서 완전히 밀리는 가운데 베컴의 크로스 택배를 오언이 날카로운 침투와 감각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잉글랜드 원정 석에서는 함성이, 포르투갈 홈 좌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안타깝게도 선제골을 먹혔지만 충분히 역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 조금 더 힘을 낼 필요가 있어요!]

[포르투갈이 이기기 위해서는 호날두 선수의 활약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어린 선수지만 이제는 클럽과 나라를 대표하는 위치까지 온 선수거든요. 하지만 호날두 선수가 애슐리 콜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사자 군단의 역대 최고 레프트 백이라 불리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호날두 선수가 이렇게 고전하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원래 호날두와 애슐리 콜은 천적관계로 유명했다.

과거 폭발적인 주력과 드리블 능력으로 수비진들을 농락하던 호날두였지만 유독 애슐리 콜에게만큼은 힘을 못 썼다.

그 천적 관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 지금의 호날두도 애슐리 콜에게 고전하다 못해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호날두에게 날아오는 공이 또 다시 애슐리 콜의 컷팅에 잘려나갔다.

이를 가는 호날두.

뜨거운 승부욕의 덩어리가 뱃속을 타고 올라왔다.

자신에 거의 뒤지지 않는 달리기 속도에 순간적인 수비 판단 능력, 뛰어난 태클 실력, 탄탄한 볼 경합 능력까지.

애슐리 콜은 그야말로 상대팀 윙어들을 곡소리 내게 만들 수 있는 모든 수비적 장점을 다 갖춘 선수였다.

특히 이 시절 애슐리 콜은 막 전성기로 접어든 선수였고 물 오른 기량은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달려들었다.

피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그어진 호날두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린 선수의 정면 승부 선언에 애슐리 콜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그 비웃음이 바뀌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호날두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가로막는 애슐리 콜! 과연 이번에는 뚫어낼 수 있을지...! 아! 호날두 선수의 플립 플랩! 달려오는 애슐리 콜을 제칩니다!]

[상대 선수가 가속도 붙어서 달려오는 시점을 제대로 노린 멋진 플립 플랩입니다! 마치 브라질의 호나우두를 보는 듯한 멋진 개인기!]

40여 분간 단 한 번도 애슐리 콜을 뚫어내지 못한 호날두.

하지만 천금과도 같은 돌파 성공으로 드디어 포르투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존 테리, 리오 퍼디난드가 바로 달려들어서 호날두의 앞을 막았지만 애초에 호날두는 바로 슈팅을 하지 않았다.

대신 대각선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공은 반대편에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의 진입을 꾀하는 후이 코스타에게 들어갔다.

놀라운 위치 선정의 후이 코스타는 침착하게 빈 공간을 찔러 넣는 정확한 슛을 찼고 잉글랜드의 골 망을 갈랐다.

곧이어 지축을 뒤흔드는 함성이 경기장을 울려 퍼졌다.

[후이 코스타~! 골~~~!!! 골입니다!!]

[전반전이 끝나가는 시점에 터진 멋진 골!! 그렇죠! 이게 바로 포르투갈의 축구죠!]

“후이! 멋진 골이었어요!”

"네가 더 잘했어, 이 복덩이 자식아!"

"최고의 돌파였다, 크리스티안!"

골은 코스타가 넣었지만, 그 애슐리 콜을 뚫으면서 30M를 달려 코스타의 코앞까지 완벽한 크로스를 올린 호날두의 공은 결코 작지 않았다.

전반전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고 초조해하던 포르투갈 선수들은 여유를 가진 채 라커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애슐리 콜이 타는 듯한 눈빛으로 호날두를 노려보았고 호날두 역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영혼이 달라졌을지라도 두 선수의 라이벌리는 그대로 형성될 것으로 보였다.

유로 대회 4경기 4골을 기록한 웨인 루니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것은 포르투갈에게 있어서 호재였다.

폭발적인 드리블과 돌파력을 가진 루니가 빠지자 잉글랜드의 몰아침은 한층 둔화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빠진 루니 자리에 폴 스콜스가 들어왔고 램파드, 스콜스, 제라드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은 중원을 거의 학살하는 수준이었다.

세 선수의 조합은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드물었는데 오늘 경기만큼은 각 개인의 클럽에서의 활약 못지않았다.

호날두를 포함한 포르투갈 선수들은 그런 잉글랜드의 공격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호날두 선수-! 멋진 슬라이딩 태클! 아니, 컷팅이군요. 베컴에게 가는 공을 끊어냅니다!]

[몸 사리지 않고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가 국가대표에 승선한 것도 모자라서 에이스 소리를 듣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원래의 호날두는 소속팀들에서건 국가대표 경기에서건 거의 모든 경기에서 공격적인 롤을 부여받았다.

그건 그를 지도한 감독들이, 수비 가담할 시간에 골을 넣거나 공격에 기여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계산한 것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호날두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능력을 드러낸 탓도 컸다.

호날두는 수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호날두, ‘정지우’는 수비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낼 수 있었다.

과거 정지우는 윙으로 뛰면서 높은 활동량과 체력, 수비 스킬 등을 바탕으로 수비 가담을 착실히 했었고, 땜빵으로 윙백에서 뛰기도 하며 수비적인 능력을 인정받았다.

몸이 바뀌었다고 수비 지능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타고난 피지컬과 속도를 바탕으로 볼 커팅도 적극적으로 하며 대단한 수비 장악력을 보여주는 호날두였다.

공수 양면에서 모두 뛰어난 역할을 하는 호날두를 지켜보는 스카우트들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몸값 뛰는 소리가 절로 들려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데쿠가 오언의 공을 뺏으면서 포르투갈의 총알 같은 역습이 시작되었다.

“뛰어!”

호날두, 피구, 파울레타 쓰리 톱이 마치 야생마처럼 잉글랜드 진영을 향해 뛰었다.

계속 공세를 퍼붓느라 라인이 올라와 있었던 잉글랜드 선수들은 깜짝 놀라 수비진영으로 달렸지만 늦은 감이 있었다.

특히 호날두는 특유의 치고 달리는 움직임을 통해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파울레타와 피구가 볼 배급에 신경 쓰지 않고 위치선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시 공을 받은 피구가 주의를 끄는 사이 이번에는 호날두와 파울레타가 2대1 패스플레이를 하며 그 단단하던 잉글랜드 수비라인을 교란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사이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접근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교체 출전한 엘데르 포스티가.

세 명에게 잉글랜드 수비진들의 견제와 압박이 집중되는 가운데 포스티가를 신경 쓰는 선수들은 아무도 없었다.

노마크 상태의 포스티가는 공을 받자마자 바로 슛을 갈겼고, 그대로 골라인을 넘으면서 득점.

2:1 스코어로 역전을 이뤄내는 포르투갈이었다.

경기장은 이미 포르투갈 팬들이 내지르는 환호의 도가니였다.

[역습입니다, 역습! 호날두에게서 피구! 피구에서 파울레타, 다시 호날두! 파울레타! 그리고...! 아아! 포스티가!!]

[들어갔습니다! 고오오오올-!! 역전골입니다!! 포스티가가 역전골을 넣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정말 환상적인 역습 플레이, 연계 플레이였습니다! 다시 봐도 믿기지가 않는 명장면입니다!]

[가슴을 꿰뚫는 날카로운 역습!!]

호날두 자신이 생각해도 이번 역습은 정말 기가 막혔다.

피구나 파울레타 등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서로 강하게 포옹하면서 아까의 짜릿한 여운을 즐겼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잉글랜드 선수들과 방방 뛰면서 기뻐하는 포르투갈 선수들이 엇갈렸다.

그렇게 공세를 퍼부어도 골을 넣지 못했는데 단 한 번의 역습에 꿰뚫려버리자 잉글랜드 선수들은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그래도 주장 베컴의 독려 속에서 억지로 일어나서 다시 싸우는 선수들.

경기 종료까지 10분의 시간이 남았지만 결국 2:1의 점수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승리였다.

포르투갈에게 유럽 선수권 대회 4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개최한 유로 1984와 벨기에, 네덜란드 공동 개최이자 바로 이전 대회인 유로 2000에서도 4강에 진출했다. 

홈 버프까지 받았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성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대가 무려 우승후보인 잉글랜드.

그것도 뒤지던 경기를 그림 같은 골들을 연달아 넣음으로서 역전, 명 경기를 탄생시켰다.

포르투갈 관중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웃통을 벗어젖히고 승리의 여운을 느끼는 포르투갈 선수들.

그들 사이에는 호날두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유럽의 강호들을 꺾고 2002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 ‘정지우’는 너무 어렸기에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고 선배들에게 전해 듣는 이야기로 겨우 짐작이나 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의 호날두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는 것을 두 눈 똑똑히 지켜봤지만 말이다.

'2002년의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월드컵과 유로라는, 한국과 포르투갈이라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그가 언제 이런 대회에 4강 진출을 해봤겠는가.

그저 눈물이 날거 같았다.

축구를 함에 있어서 이렇게까지 가슴 벅찬 경기와 대회는 처음이었다.

왜 전 세계의 슈퍼스타들이, 소속 클럽에서 모든 것을 이룩한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국가 대항전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과장 한 톨 없이 리그 우승을 한 것보다, 유로파 리그 우승을 한 것보다 5배는 기뻤다.

우승도 아닌 겨우 4강 진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호날두에게 다가서는 잉글랜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정 반대편에서 끊임없이 맞부딪치며 서로를 시험했던 애슐리 콜.

애슐리 콜은 안 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표정까지 잔뜩 찌푸리니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었다.

살짝 긴장한 호날두에게 애슐리 콜이 유니폼을 벗어주었다.

유니폼을 교환하자는 무언의 제안.

호날두 역시 얼른 유니폼을 벗었다.

사실 베컴의 유니폼을 갖고 싶었지만... 그건 피구의 것이었다.

"내가 두 번이나 막지 못한 선수는...네가 두 번째다. 여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지만 애슐리 콜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 했다.

그는 90분 내내 호날두 자신을 숨도 못 쉬게 틀어막았지만 단 두 번 뚫렸을 뿐이다.

단지 그것이 실점으로 이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애슐리 콜의 음성에는 짙은 패배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담겨있었다.

그게 바로 수비수와 공격수의 차이였다.

"첫 번째는 누구입니까?"

"호나우지뉴 가우슈. 모르지는 않겠지."

외계인의 이름이 나왔다.

그야말로 전설이 전설을 부르는 장면.

괜스레 호날두는 가슴이 뛰었다.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자. 그 때는 결코 쉽지 않을 거야."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죠."

애슐리 콜의 표정이 험악해지자 서둘러 대답하는 호날두였다.

"물론입니다, 콜. 하지만 저는 더 성장할 겁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애송이.”

“애송이요?”

“19살이면 애송이지 뭐.”

애슐리 콜의 마른 웃음이 기억에 남았다.

받아든 애슐리 콜의 유니폼은 깊게 바라보는 호날두였다.

포르투갈, 2:1로 잉글랜드를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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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의 상대는 바로 프랑크 데 부어가 이끄는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에서 유명한 선수라면 반 데 사르, 앤디 반 데르 메이데, 마르크 오베르마스, 아르옌 로벤 등이 있다.

그 중 아르옌 로벤은 유럽 전역에서 한창 이름을 얻어가고 있는 신인으로 첼시로의 링크가 강하게 뜨고 있는 선수였다.

몇몇 언론들은 미래를 이끌 재목인 호날두와 로벤의 대결이라고 기사를 내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기사가 조금 불편한 호날두다.

‘루니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는 로벤이냐?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돼?’

비교 당하는 것이 프로 선수로서의 숙명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아니, 아무리 웨인 루니가 잉글랜드의 신성이라지만 그는 한 시즌에 10골도 넣지 못한 애송이고, 로벤 역시 네덜란드 리그 최고 수준의 윙어 중 한명이지만 자신은 지난 시즌 22골을 넣고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전체를 씹어 먹었다.

물론 이 두 선수는 나중에 월드 클래스 선수로 성장하게 되지만, 솔직히 지금 자신과는 차이가 현격한데 동등한 위치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대결은 많은 사람들이 홈 버프를 등에 업은 포르투갈의 우세를 점 쳤고 그들의 예상대로 포르투갈의 승리였다.

처음에는 데쿠의 자책골로 1점 뒤지고 시작한 포르투갈.

하지만 피구의 어시를 받은 호날두의 골과 이번에는 호날두의 킬 패스에 이은 마니시의 역전골로 2:1 승리를 견인했다.

MOM은 당연히 1골 1어시를 기록한 크리스티안 호날두.

이 경기를 계기로 19세의 어린 선수는 명실상부하게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무기력했던 로벤과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결승에 진출한 것에 미친 듯한 기쁨을 느끼긴 했지만, 로벤과 자신에 대한 비교 글이 쏙 들어간 것도 그에 못지않게 기뻤던 호날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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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내리 누르고.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의 필드를 향해 호날두는 나아갔다.

열광적인 포르투갈 관중들과 그리스 관중들의 함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언더 독 그리스와 탑 독 포르투갈의 경기로 기대가 모아진 이번 경기는 전 세계 약 80여 개국에 동시 송출될 예정이다.

호날두의 눈에 결연한 빛이 새겨졌다.

자국에서 치러지는 첫 유로피언 챔피언 쉽에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어떻게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평생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영혼을 뽑아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과 감독, 코칭스태프들은 물론이고 관중들마저 한 마음 한 뜻으로 포르투갈 메이저대회 첫 번째 우승을 이뤄내길 간절히 염원하는 중이었다.

결승전에 진출에 성공하는 그 순간.

속으로는 정말 초원의 야생마처럼 뛰어다니고 싶을 정도로 기뻤던 호날두지만, 4강 진출을 이뤄내고 눈물을 잠깐 보였던 것에 비해 겉으로는 덤덤해했던 호날두였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 들어서고 양 대표팀의 국가가 울려 퍼지자 드디어 국가대항전 결승전에 오른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지금이 바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빠진 월드컵’이라 불리는 유로피언 챔피언 쉽 결승이다.

심장박동이 더더욱 빨라졌다.

주장 루이스 피구가 포르투갈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서로의 어깨와 등에 팔을 올린 채 둥글게 모여 있는 선수들에게 피구가 말했다.

"저기 국적이 다른 수십 개의 카메라들이 보이지? 우리의 우승을 보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지켜볼 거다. 하지만 여기 있는 선수들 중에서 보는 눈이 많다고 떨거나 움츠러들 그런 사람은 없잖아? 우리는 공을 차는 포르투갈 최고의 광대들이니까. 광대는 관객에게 쫄지 않는다고!"

피구의 위트 있는 농담에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다.

"국가대항전 우승! 국가대표 선수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야 하는 트로피다. 안타깝게도 우리 조국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했어. 나 역시 마찬가지고.“

“......”

“인생을 통틀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유명한 시를 들은 적이 있지? 우리에게는 바로 '지금'이다."

피구는 호날두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의 뒤를 이어서 국가대표로 뛰게 될 수많은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자랑스러운 챔피언의 자리에 우리의 조국을 올려놓자! 상대가 누구든, 절대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다!"

안 그래도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품고 잔뜩 칼을 갈아 온 선수들이다.

피구의 말은 그것에 대한 기폭제가 되었다.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은 이미 콜로세움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그것이다.

죽어도 이 경기에서 이기고 죽으리라는 투혼의 기치를 내 세운 채.

드디어 포르투갈과 그리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유로 2004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결승전 경기는 잉글랜드 VS 포르투갈 8강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그리스보다 훨씬 우수한 선수진들을 보유한 포르투갈 대표팀은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시종일관 공세적인 모습.

이 시대에 강팀과 약팀간의 경기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그리스 대표팀은 역시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우측 윙어로 나온 호날두는 그리스의 좌측 풀백인 타키스 피사스를 거의 유린하다시피 하면서 그리스의 왼쪽 면을 초토화시키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득점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는데 바로 트라야노스 델라스와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의 존재 때문이다.

그리스 역사상 최고의 센터백으로 꼽히는 트라야노스 델라스, 마찬가지로 그리스 역대 최고의 풀백인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

이들은 교모하게 호날두와 데쿠, 파울레타 사이의 패스지점에 먼저 발을 들이대며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끊어냈고, 높은 신장과 탄탄한 피지컬을 기점으로 골대를 철통같이 지켜냈다.

여기에 골키퍼 안토니오스 니코폴리디스의 약 처먹은 듯한 선방은 덤.

시간이 지날수록 호날두는 초조해졌는데 그건 회귀 전, 2004 유로 결승전의 재림이 될까봐 였다.

아무리 신나게 공격만 하면 뭐하나?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기지 못하는 것이 축구인데.

무엇보다도 더 호날두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포르투갈의 원톱 스트라이커인 파울레타의 컨디션이 거의 최악 수준이라는 점이다.

유로 7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파울레타.

그래도 포르투갈 대표팀의 감독인 스콜라리가 그의 이름값을 믿고 결승전에 내보냈지만 아니나 다를까. 

8번의 슈팅에서 단 1번의 유효 슛만 성공시킬 정도로 결정력이 정말 암 걸릴 수준이었다.

스코어는 0:0, 결국 이대로 전반전이 끝났다.

"우리 팀의 전반전 경기력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침착하게 움직이고 조금만 시야를 넓혔으면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너무 슛을 남발하기만 했어! 이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야!"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가 준엄한 표정으로 졸전을 펼친 선수들을 꾸짖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이를 악물었다.

갖은 고초 끝에 겨우겨우 결승전까지 올라왔는데 이런 쓰레기 같은 경기력으로 패배한다면 정말 억울해서 잠도 안 올 것 같았다.

"파울레타!"

"...예, 감독님."

파울레타가 움찔거리면서 감독의 말에 대답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전반전에서 누가 가장 못했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파울레타는 살짝 주눅이 든 상태였다.

"초조해하지 마라. 네 자신을 믿어! 너는 포르투갈 최고의 공격수로 뽑힌 선수야! 지금까지는 너무 조급해했다. 자신감과 여유를 갖고 확실한 기회를 노려!"

"네, 알겠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던 파울레타를 보듬어 안은 스콜라리.

이윽고 각 선수들에게 자신이 분석한 현재의 상황과 그리스 대표팀의 약점들을 나열했고 그걸 공략하기 위한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단 한 명, 호날두에게 만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포르투갈 선수들이 호날두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프리 롤(free role)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솔직하게 말해서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가장 잘한 선수는 단연 호날두 자신이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 하나하나를 붙잡고 말해도 이렇게 대답할거다.

호날두에 대한 프리 롤 선언은, 그가 뭘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하고 싶은 거 다해도 된다.’ 라는 뜻이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괜히 얼굴이 씰룩였다.

과연 브라질을 이끌고 월드컵 우승을 이뤘던 스콜라리 감독.

자신이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때 가장 위력적인지 알고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날두는 프리 롤을 부여받고 날아다녔다.

물론 지금의 호날두는 그 때에 비하면 아직 미약하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임팩트는 결코 그에 뒤지지 않으리라 호날두는 장담했다.

=

[2004 유러피언 챔피언 쉽 결승전, 그 후반전의 막이 올랐습니다. 포르투갈 선수들이 전반 내내 맹공을 퍼부었지만 안타깝게도 골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15분의 휴식과 재정비의 시간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전의 실수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지난 8강전, 준결승전과 비교하면 일단 유효 슈팅률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제대로 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고,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메이저 대회의 첫 번째 결승전 무대인만큼 무척이나 긴장되겠지만 침착하게 잘 풀어나가기를 바랍니다.]

프리 롤을 부여받은 호날두는 이제 우측 윙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넓은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패스하고, 돌파하며 상대팀을 흔들었다.

호날두로 재탄생된 이후 ‘정지우’가 가장 중요시했던 훈련은 단연 피지컬, 그 중에서도 체력과 지구력 훈련이다.

몸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부터 입에서 단내가 나올 만큼 해왔던 이 훈련들은, 천부적인 신체의 잠재성을 기폭 시켜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가 바로 다음과 같았다.

포지션과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호날두는 공을 향해, 승리를 위해 뛰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재빠르게 달라붙어서 공을 커트해냅니다! 대단한 활동량으로 그리스의 역습을 끊어내는 호날두 선수!]

[물불 안 가리고 불도저처럼 경기장을 질주하는 호날두! 이 선수의 피지컬이 이렇게 대단했나요? 몸을 부딪치는 그리스 선수들 사이에서 버텨내며 전진합니다!]

[이 경기를 통해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 선수가 바로 포르투갈 대표팀의 핵입니다! 절대 이번 대회에서만 반짝 빛날 선수가 아닙니다!]

공을 잡자마자 폭주하는 호날두.

마치 초원의 치타처럼 달리는 호날두를 아무도 잡지 못했다.

채 성장하지 못해 성인 선수가 밀어대면 픽픽 쓰러지던 소년은 이제 없다.

거친 몸싸움과 방해에도 끝끝내 공을 지켜내면서 질주하는 호날두.

그 와중에 깔끔한 맥기디 턴이 터지면서 그리스 수비수들의 균형을 잃게 하기도 했다.

골키퍼까지 움찔하는 바로 그 순간!

전매특허의 중거리 슛이 총알처럼 날아가 그리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골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함성과 포효 속에서 호날두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귀에 붙였다.

더 크게! 더 강렬하게!

호날두의 주문에 포르투갈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야말로 광란의 괴성을 질러댔고 중계 카메라들은 그 모든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공을 몰고 드리블하며 40M 돌파, 그 후에 그림 같은 맥기디 턴, 마무리로 묵직한 중거리 슛까지.

지금껏 골이 나오지 않아 지루해하고 있던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가슴속을 뻥 뚫어주는 한 방이었다.

"이거야! 이거라고! 진짜 잘했다! 완벽했어, 크리스!"

"으하하하하! 해냈구나! 해냈어!!"

“이제 지키면 우승이다! 우리가 우승이라고!!”

"으아아아아아!!"

기쁨과 환희 속에서 벌게진 얼굴의 동료 선수들이 여기저기를 두들기고 몸무게로 짓누르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호날두.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부 곤두서는 이 짜릿한 기분.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기분을 표시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망주를 넘어서, 포르투갈 최고의 선수를 넘어서.

이제는 세계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한,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포효였다.

1:0

스코어가 갈렸고 이대로 버티면 한 쪽은 패자, 한 쪽은 승자가 된다.

급격한 전술 변화를 취한 쪽은 당연히 한 점 뒤지고 있는 그리스였다.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수비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닥치고 공격’을 시도하는 그리스 국가대표팀.

실제로 꾹 참다가 한 번에 터진 그들의 공격력은 꽤 날카로웠다.

안겔로스 바시나스의 기가 막힌 코너킥이 하리스테아스의 머리를 향해 들어왔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 왔는지 모를 호날두가 등장하여 높은 제공권으로 공을 커트해내는데 성공하면서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오늘 정말 공수 양면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크리스티안 호날두였다.

“여기서 한 골 더 넣으면 완전히 승기를 굳힐 수 있어요! 저 친구들이 급격히 흔들릴 때 단번에 한 골 꽂아 넣자고요!”

“오케이! 깔끔하게 끝내자고!”

호날두의 말에 루이스 피구가 동의했다.

안 그래도 그리스는 라인을 높이 올린 채 전원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니 뒷공간을 파고드는 롱패스에 매우 취약하다.

결국 그들은 파탄을 맞이했다.

한순간 파울레타를 놓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번 대회 내내 최악의 부진을 보이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파울레타.

하지만 그는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페레이라의 공간을 찌르는 롱패스를 누구보다 빠른 달리기 속도로 받아내는 호날두.

호날두는 기회를 봐서 다시 피구에게 크로스를 올렸고, 피구는 가장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파울레타에게 공을 보냈다.

이 한 번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파울레타.

침착한 눈빛으로 찬 로빙슛은 깔끔하게 골키퍼의 머리를 넘기면서 골라인을 넘었다.

경기 스코어 2:0이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그리고 경기는 이대로 끝이 났다.

"우리가... 이긴 거야...? 진짜로...!?“

“우승...! 우리가 우승!!"

"으아아악! 으아아아악!!"

이겨놓고서도 실감 하지 못해 어리둥절해하는 선수들과 온갖 괴성을 다 지르면서 뛰어다니는 선수들.

관중석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열광하고 있는 그들에게 몸을 던진 선수들과 아예 땅에 드러누워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선수까지.

호날두는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그는 허리에 양 손을 올린 채,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 마음으로 같이 뛰고 응원했던 포르투갈 관중들은 조국의 첫 번째 우승에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는 중이다.

포르투갈 국기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그 모든 장면들을 다 눈에 담고 있는 호날두.

그리고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마치 트레블을 달성한 뒤 경기장을 둘러보며 웃는 스페셜 원, 무리뉴의 유명한 그 장면처럼.

우승이었다.

정말로 우승이었다.

"이게 시작이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역사가 또 다시 바뀌었다.

2016년 처음으로 국가대항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호날두는, 2004년 포르투갈의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면서 역사를 바꾸었다.

그리고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바로 호날두의 두 다리에 의해서!

2004 유러피언 챔피언 쉽 포르투갈 최종 우승!

===

파란만장했던 2004 유로가 끝났다.

골든 부츠(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는 체코의 밀란 바로시.

이 선수는 유로 대회 통틀어 무려 5골을 넣으면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UEFA 토너먼트 최우수 선수는 바로 크리스티안 호날두가 차지하게 되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조별리그, 토너먼트 통틀어서 3골 3어시를 기록한 호날두.

결승전에서 선제골까지 기록한 호날두는 누가 뭐라 해도 이번 2004 유로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유로 올스타 팀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호날두는 포르투갈 리그 마지막 라운드가 끝나고 스포르팅에 이적요청을 했다.

스포르팅 역시 여러 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호날두에게 감사함을 표했고 그가 적응할 수 있는 새 구단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은, 유로 2004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유럽의 여러 클럽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였다. 

현재 호날두의 계약기간이 채 1년이 남지 않고 있는데다 호날두 본인이 이적을 강하게 원하는 상황이니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팔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 2004에서 초대박을 터트리고 명실상부한 월드 클래스 선수로 발돋움한 호날두의 몸값은 정말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

당연히 스포르팅 구단 역사상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선수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뭐? 겨우 2000만 유로라고? 이런 갈아버릴 새끼들이 단체로 대가리에 총 맞았나? 일 없으니 당장 꺼지라고 해! 아, 그리고 그렇게 좆같이 일하지 말라고도 전하라고."

"호날두가 여기보다도 수준 낮은 프랑스 리그를 왜 가? 무조건 4대 리그! 그 아래는 다 커트하라니까!"

"2300만 유로나 2000만 유로나 거기서 거기지! 우리는 이런 똥값으로 구단 최고의 보물을 팔아치울 수 없다고 명확하게 입장정리 하도록!"

현재 스포르팅의 단장 빌라르노는 연신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쓸데없는 제의들을 거르는 중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선수와 구단이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선수가 어떻게 되던 지 말던 지, 구단의 이익밖에 고려안해야 할 단장이 이렇게 호날두를 위하는 것은, 호날두가 그만큼 스포르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고, 또 중요하게 될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었다.

‘정지우’가 회귀하기 전의 호날두는 스포르팅에서 제대로 경기 뛴 것이 02-03시즌 한 시즌밖에 되지 않았다.

또 거기서 우승을 하는 등의 특별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던 호날두다.

하지만 지금의 호날두는 달랐는데 스포르팅에서 무려 4시즌 동안 뛰었고 단 한 경기 출전한 99-00시즌까지 포함하면 5시즌이다.

그동안 2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컵 대회 우승, 유로파 우승을 이뤄냈다.

그것도 버스타면서가 아니라 스스로 캐리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그 호날두의 첫 번째 클럽이라는 상징성과 호날두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스포르팅 구단 측에 얼마나 이득이 될 수 있을지를 그들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면 혹시라도 그가 은퇴 전에 이곳으로 돌아와 뛰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해서 얻을 상업적인 수익만 고려하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

그래서 호날두의 눈치를 보고 편의를 생각해 주는 것이다.

호날두의 호의가 사라지지 않도록.

영리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까지 선수를 위해주는 구단이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 보라고 해. 구단 레전드도 이렇게 착실하게 챙겨주지는 않았어! 사람이 경우가 있으면 나중에 그쪽에서 뭐라도 해주겠지."

씩씩대면서 하는 빌라르노의 말에 부하직원들은 그저 난처하게 웃을 뿐이었다.

충분히 검토를 마친 빌라르노는 최종적으로 네 개의 제안서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소각함으로써 구단의 입장을 정했다.

네 개의 제안서는 바로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였다.

여기에는 선수에 대한 계약 협상 조건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이 네 개의 클럽이 호날두에게도, 우리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군. 그의 적응력과 성실성이라면 여기서 어딜 가든 잘 적응할 수 있겠지."

“그럼 GestiFute(멘데스의 에이전시)에 팩스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사견을 덧붙일까요?”

“그럴 필요는 없다. 구단 측에서 이만큼 사정을 봐주었으니 알아서 잘 선택하겠지.”

구단과 구단사이의 선수이적 원칙은, 구단이 먼저 이적료를 협상하고 그 다음 선수의 개인 계약 조항을 협상하는 순서다.

그 원칙을 일부 비틀면서까지 호날두에게 우선 협상권을 주었다.

외부에 알려지면 스포르팅 일부 선수들이 불만을 표출할 만큼 파격적인 처사.

이렇게 편의를 봐주는 만큼 호날두도 구단의 입장을 잘 생각하여 비교적 높은 이적료를 주는 구단으로 이적해줬으면 하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기도 했다.

“젠장, 역시 약자의 입장에서 하는 이적 협상은 언제나 참 좆같아.”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신경질을 부리는 빌라르노였다.

=

조르제 멘데스의 부름을 받고 호날두는 리스본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멘데스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빌라르노가 직접 선별한, 너에게 이적을 제안한 클럽들의 명단이야. 이제는 크리스티안, 너의 선택만 남았어."

호날두와 멘데스는 지난 2년간 많이 가까워졌다.

멘데스가 일방적으로 들이댄(?) 결과이지만, 호날두도 멘데스와 친해져서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호날두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치료를 멘데스에게 맡겼고 덕분에 아버지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중이었다.

"조르제는 이들 중에서 어디가 제일 나아보이나요?"

"클럽의 명성, 최근 성적, 팬들의 숫자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가장 낫다고 봐."

맨유는, 그리고 퍼거슨은 3년 전부터 호날두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이적 제의를 해왔다.

전설적인 감독인 퍼거슨이 3년 동안 목매던 선수는 호날두가 유일했고 그 일화는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퍼거슨은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키운 명장이다. 

분명 호날두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멘데스가 호날두에게 맨유를 추천하는 이유다.

"퍼거슨 경의 지도력이라면 너를 한층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 그는 너에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데이비드 베컴의 등번호인 7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맨유에서의 7번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 누구든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지."

"의외군요. 이적에 대한 에이전트의 수수료는 첼시가 가장 많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무리뉴 역시 당신의 주요 고객이 아닌가요?"

"그깟 수수료 몇 푼에 욕심내는 것보다 크리스, 네가 하루 빨리 발롱도르를 타는 게 우리에게는 훨씬 이득이지 않겠니? 지금 맨유는 여러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간 터라 주전 경쟁이 어렵지 않으니 잉글랜드 적응에만 신경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 그리고 나는 너와 주제의 대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멘데스가 인상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자신은 미래를 알고 있었지만 멘데스는 오로지 얻을 수 있는 정보와 환경, 그리고 스스로의 추론만으로 그에 근접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확실히 대단한 에이전트가 아닐 수 없다.

"제가 만약 바르셀로나로 가게 된다면 가르시아의 자리에서 뛰게 되겠죠? 호나우지뉴의 백업으로 나를 쓸리는 없으니까."

“물론 그렇겠지. 호나우지뉴와 호날두가 함께 뛴다라... 그것도 정말 기대가 되는 조합인 걸?”

“하하하! 조르제! 너무 줏대 없는 거 아니에요?”

한 때 호날두와 친하게 지내던 콰레스마는 지난 시즌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하지만 그는 스페인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바르셀로나 축구 철학에도 부합되지 않았다.

시즌 내내 끔찍한 폼을 보여주면서 벤치멤버로 전락, 현재 포르투갈로의 복귀를 기다리는 중이다.

가끔씩 호날두에게 전화를 걸어 ‘포르투갈에서 뛸 때가 좋았다, 네가 와서 나 좀 구제해주면 안 되겠냐.’ 면서 징징대는 콰레스마였다.

확실히 전성기의 호나우지뉴와 같이 뛴다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자신과 양립할 수 없는 팀이다.

‘정지우’에게도, 크리스티안 호날두에게도.

"최대한 너의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가급적이면 추천하지 않는다. 여기는 지금 내리막길이야."

"저도 '벌써부터' 그쪽으로 갈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가봤자 커리어만 망치겠지요."

무분별한 스타 선수 영입 정책, 갈락티코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는 매번 여름 이적 시장의 돌풍으로 떠오르는 팀이다. 

스타 선수들이 모여드는 ‘꿈의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공수 균형이 무너지면서 그 대가로 긴 암흑기를 맞이하게 될 레알 마드리드.

‘정지우’는 호날두를 실력뿐만이 아니라 커리어조차도 역대 최고인 그런 선수로 만들고 싶었다.

끔찍한 암흑기에 발을 담그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였다.

공교롭게도 둘 다 잉글랜드 클럽.

"흠, 조금만 더 고민을 해봐도 될까요. 아직은 결정을 못하겠네요."

"물론이지. 개인적으로 첼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구단주가 돈 보따리를 왕창 풀면서 알차게 영입하고 있다는데 이런 팀은 망하기가 쉽지 않지. 어디든 넌 최고가 될 거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

"고마워요, 조르제."

조르제 멘데스가 슈퍼 에이전트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선수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선구안보다도, 선수의 이익과 선수의 미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그는 선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에이전트였다.

2010년대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주제 무리뉴는 예전의 총기를 잃고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그가 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데뷔한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축구 사에 이름을 크게 남길 정도로 굉장한 성공을 거둔다.

특히 무리뉴는 한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미리 예측해 가상으로 훈련하며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런 식의 훈련 등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던 것.

지금의 무리뉴는 정말 신선하고 파릇파릇한, 그리고 혁신적인 감독이었다.

그런 무리뉴가 이끄는 첼시, EPL 역대 최고의 팀을 뽑으라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무적의 팀.

앞으로 시작될 04-05시즌 첼시의 질주를 알고 있는 호날두는 맨유 못지않게 첼시에게도 강한 끌림을 느꼈다.

아직 첼시는 아르옌 로벤을 영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자리에 호날두 자신이 들어갈 수 있었다.

EPL 역대 최고의 팀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미래 호날두의 가치와 명성을 배가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퍼거슨의 맨유로 이적하는 길은 성공이 보장된 길이다.

과거 호날두가 맨유에서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했듯이, 맨유로 가기만 한다면 반드시 그 이상의 선수가 되어 유럽 축구를 호령할 것이다.

축구 역사를 통 틀어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경의 지도를 받는다는 것도 호날두에게는 굉장히 끌리는 일이다.

먼 미래의 맨유와 달리 지금 이 시기의 맨유는 정말 '맨부와(맨유가 부르면 와야지!)'였을 정도로 위상 차이가 컸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퍼거슨이 부르면 와야지!' 였지만.

두 개의 클럽 사이에서 고민이 점점 깊어지던 호날두.

그 순간 무척이나 공교롭게 멘데스 사무실의 전화가 울렸다.

자신도 모르는 끌림에 이끌려 호날두는 그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은 바로 주제 무리뉴, 전 포르투의 감독이자 현 첼시의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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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신성, 크리스티안 호날두! 첼시로 전격 이적!]

포르투갈의 우승을 이끌고 유로 2004에서 최우수 선수로 지정된 크리스티안 호날두가 첼시와의 이적에 승인했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적어도 30M(3천만 유로)은 넘을 거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며 심지어 분할 지급도 아닌 일시불이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왼쪽, 오른쪽 윙 지역을 가리지 않고 뛰었고 시즌 통틀어 22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수상되기도 했다.

또한 유로 2004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포르투갈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끌었는데 그의 나이는 고작 19살이다.

이 초특급 신인 선수의 등장에 수많은 클럽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호날두는 이중에서 첼시를 선택했고, ‘팀의 역사를 만들어 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라고 덧붙였다.

댓글

- 호날두? 이건 또 웬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 요즘은 되도 않는 것들이 자꾸 인터뷰하며 설치네.

ㄴ 이 봐, 호날두는 유로 최우수 선수인데 요즘 축구는 보고 댓글 다는 거야?

ㄴ 지 눈에 처음이면 다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라네. 얼간이새끼.

- 오일가스 팔아서 재벌 된 놈이 축구계를 다 망치고 있다. 이적료 공개 안한 거 봐라. 또 돈 어마어마하게 풀었겠지.

- 돈 지랄하고 싶으면 다른 사업을 하던지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 첼시는 EPL 구단, 아니 세계 모든 축구 구단의 공공의 적이다. 로만은 당장 짐 싸들고 잉글랜드에서 꺼져라!

- 호날두라고 했지? 어디서 듣기로는 맨유의 제의도 뿌리치고 첼시로 갔다는데

ㄴ 뻔하지 뭐. 돈 많이 준다 길래 첼시로 간걸 거야. 선수로서 성공하고 싶으면 맨유로 와야지.

ㄴ 또 시작이네, 멍청한 맨유 팬.

ㄴ 난 콥이랑은 대화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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