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작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석유 재벌 중 한 명이었는데 200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를 인수하면서 구단주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적 포스의 첼시를 만든 것이 무리뉴라 생각하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오기 전에 팀의 근간을 조직했던 것은 당시 첼시 감독이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의 공이었다.
엠마누엘 프티, 부데베인 젠덴, 프랭크 램파드, 윌리엄 갈라스, 에스퍼 크론카르 등을 영입하고 유망주인 존 테리를 키워내는 등 선수단 형성 부분에서 그의 공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
뿐만 아니라 로만의 투자를 받아 스콧 파커, 클로드 마케렐레, 에르난 크레스포, 조 콜, 아드리안 무투, 글렌 존슨, 후안 베론, 웨인 브릿지, 데미안 더프 등을 영입하며 대규모 리빌딩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첼시는 리그 준우승, 챔스 4강이라는 굉장한 성적을 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성적을 거두고도 라니에리는 해임을 당하게 되는데 로만이 원하는 그 남자 때문.
바로 포르투에서 챔스 우승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세계무대에 데뷔, '스페셜 원'을 자처한 주제 무리뉴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통 큰 로만은 무리뉴에게 천문학적인 이적자금을 내어주었고 보드진과 무리뉴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리빌딩을 했다.
그렇게 해서 첼시는, 무리뉴와 포르투에서 같이 뛰었던 히카르두 카르발류, 파울루 페레이라를 영입하고, 다른 리그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페트르 체흐, 디디에 드록바, 티아구 멘데스 등을 부르기도 했다.
단 한 시즌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이적 자금으로 쏟아 부은 첼시.
여기에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선수는, 유로 최우수 선수이자 포르투갈 리그 득점왕, 포르투갈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크리스티안 호날두였다.
당연히 이런 첼시의 폭풍 영입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팀 1위에’도 당당히 뽑혔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은 과연 첼시가 이번 시즌 어떤 성적을 거둘지 매우 궁금해 했다.
[돈으로는 성공을 살 수 없다. 축구는 돈이 아니라 11명의 선수들과 감독이 하는 것이다.]
무려 3년 동안 공들였던 호날두를 뺏긴 퍼거슨.
그는 첼시의 돈지랄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근본이 없는 팀은 곧 파탄을 드러내고 무너질 것이라 평했다.
다혈질적인 성정과 날카로운 입을 가진 무리뉴는 당연히 참지 않고 응수했다.
[퍼거슨의 말처럼 돈으로 성공을 살 수 없다. 나는 맨유 예산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던 포르투를 이끌고 맨유를 박살냈다. 이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역시 무리뉴 다운 되비침이었다.
사실 퍼거슨뿐만 아니라 EPL의 다른 감독들도 첼시의 이런 공격적인 행보에 우려와 비난의 발언을 쏟아냈는데 그것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컸다.
그만큼 이번 시즌 첼시가 위협적이라는 뜻이기도 했고.
감독들끼리의 거센 신경전 속에서 드디어 04-0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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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끝까지 맨유와 첼시, 둘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래도 3년 동안 자신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던 퍼거슨 경에게 살짝 마음이 기울었던 호날두.
맨유의 유니폼을 입은 과거의 호날두가 굉장히 멋있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무리뉴가 직접 건 전화는 그의 마음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분명 어느 포지션 하나 약점이 없는, 분명한 이 시대 최고의 팀이지. 하지만 장담하는데 다음 시즌부터 퍼기의 아이들은 과거의 유물로 전락할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크리스티안, 우리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3년 이상을 치고 받으며 싸워왔다. 네가 나에 대해서 잘 알듯이 나도 너를 잘 알고 있어. 너는 그 어떤 빅 클럽을 가던 팀의 핵심, 중심으로서 있어야 하는 선수야.'
'네가 아무리 잘해도 맨유에서 퍼거슨의 그림자를 지울 수는 없다. 그 영감이 맨유 그 자체니까. 폴 인스와 야프 스탐, 데이비드 베컴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퍼거슨은 네가 자신 이상의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행세한다면 바로 팔아버릴 위인이야.'
'하지만 내가 있는 이곳 첼시는 달라! 이곳은 그 어느 팀보다도 성공을 갈망하며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너는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퍼거슨 맨유의 부속품이 아닌, 당당히 첼시의 중심이 되어 유럽 축구를 호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자. 우리는 플라잉 더치맨이 되어 구시대의 유물들을 깨끗이 쓸어버리고,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가는 거다.'
격정적인 말 몇 마디에 혹할 만큼 호날두는 순진하지 않았다.
무리뉴는 퍼거슨을 마치 악당처럼 묘사하면서 절대로 호날두는 맨유의 중심이 될 수 없다 말했지만, ‘정지우’가 기억하는 맨유 시절 호날두는 분명히 맨유의 중심이었다.
퍼거슨도 분명 냉혹한 기질이 있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 품에 안던 사람이었고.
이처럼 무리뉴의 말은 분명 어느 정도 과장이 있었지만 단 하나, 자신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첼시는 아르옌 로벤을 영입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고 마치 ‘이곳이 네 자리다.’ 는 식으로 비워두었으니까.
'퍼거슨은... 아마 무리뉴 만큼은 아니겠지.'
이미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고 자신의 말을 목숨처럼 따라줄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퍼거슨과 EPL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맨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무리뉴의 입장은 다르다.
어디가 더 호날두 자신에게 큰 짐을 지우고 무거운 임무를 맡길지, 어느 쪽이 자신을 더 간절하게 생각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주제 무리뉴는 첼시에 상륙하고 이후 3번의 시즌동안 EPL에서 가장 압도적인 우승을 두 번이나 차지하며 잉글랜드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된다.
거기에 호날두 자신이 더해진다면... 첼시의 파괴력이 어디까지 증가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포르투에서 보여줬던 무리뉴의 매직(magic)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꿈틀거렸다.
"첼시에서 뛰는 크리스티안 호날두라... 정말 조금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인데. 잘 어울리려나?"
스탬포드 브리지(첼시의 경기장)로 향하는 호날두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 가득했다.
정지우에게 첼시는 좋아하던 팀은 아니었지만... 지금부터는 좋아해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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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램파드는 첼시의 부주장으로, 주장 존 테리와 함께 블루스(첼시의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였고 그만큼 첼시를 사랑하는 선수였다.
그 크리스티안 호날두가 첼시로 온다는 소식에 밤잠을 지새우며 기대감에 들뜬 램파드.
아무리 잉글랜드에 비해서 축구 변방 취급 받는 포르투갈이라도 올해의 선수, 득점왕에 뽑힌 선수를 모를 램파드가 아니다.
그 때부터 깊은 관심을 가졌었는데 유로 8강전에서 서로 다른 대표팀으로 마주한 적도 있다.
그리고 처참하게 박살났다.
‘포르투갈은 좋은 팀이었지만 나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한 것은 등번 17번, 호날두 선수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입니다. 우린 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접했음에도 그를 막지 못했습니다.’
호날두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램파드는 위와 같은 인터뷰를 했고, ‘경기에 져놓고 상대팀 선수 칭찬이나 하고 있다!’ 며 잉글랜드 축구팬들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어쨌든 언론을 통해서 호날두를 칭찬하며 언제나 그의 실력을 높이 사왔던 램파드.
그런 호날두와 같은 팀에서 뛰게 된다니 램파드는 감회가 새로웠다.
아마 자신뿐만 아니라 훈련장에 모인 대부분의 선수들의 눈이 저 어린 선수를 향하고 있을 거다.
가벼운 볼 트래핑부터 시작해서 머리, 어깨, 가슴, 등, 허벅지, 심지어 복사뼈까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몸의 부위를 이용해서 공을 띄우고 받아내고 있는 호날두.
그것은 트래핑, 볼 터치 연습이 아닌 마치 묘기를 부리는 것 같았다.
특히 10M 이상 높게 띄운 공을 가볍게 받아내는 기술은 그의 볼 터치 능력이 결코 그 나이 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순간 램파드는 재밌는 장난이 떠올랐다.
언 듯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무표정한 얼굴로 트래핑을 하는 호날두에게 램파드는 훈련장에서 굴러다니는 공을 주워서 찼다.
호날두가 트래핑하고 있는 공을 맞춰서 떨어트리기 위해서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램파드가 찬 공을 받아든 호날두가 두 개의 공을 들고 동시에 트래핑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으로 트래핑하면서 떨어지는 공은 발로 차서 머리 위로 올리고, 다른 하나의 공은 등에서 떨어질 때 뒷발로 차서 다시 가슴으로 받아내는 동작을 반복하는 호날두.
물론 아무리 호날두라도 이 묘기를 오래 반복할 수는 없었고 결국 두 개의 공은 금방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지만 첼시의 선수들은 그에게 휘파람 소리를 불고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묘기였어, 크리스티안! 아크로바틱을 발로 하는 사람은 처음 봤네!"
"트래핑 기술이 굉장한데? 브라질리언의 피가 있나봐!"
가장 가까이에 있던 드록바와 더프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존 테리나 구드욘센 같은 고참 선수들 역시 조용히 눈을 빛냈다.
볼 터치와 트래핑은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고루 적용되는 기술이었고 이것이 뛰어다나는 것은 결국 선수로서 기본기가 출중하다는 뜻이다.
“우리도 질 수 없지?”
어느새 열기를 띄고 자발적으로 훈련하는 선수들로 훈련장은 가득 찼다.
서로에게 긴 패스를 보내고 그걸 간단한 트래핑으로 받은 후 다시 롱 패스를 주는 식의 로테이션 과정은 조직력 훈련의 기본.
다만 다른 클럽들의 훈련과는 달리 상당히 자율적인 모습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는 바로 이들의 감독 주제 무리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에게 다가온 코치가 살짝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술적인 움직임이나 팀 조직력 같은 것을 개선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런 훈련은 이미 충분히 해왔습니다. 지금은 개막전 전까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친화력을 높이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들도 사람이거든요."
첼시는 급격한 리빌딩 과정을 2번이나 거쳤기 때문에 선수들이 금방 오고 금방 떠났다.
선수들 간의 호흡과 친화력 등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리뉴는 개막을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공을 이용한 느슨하고 자유로운 훈련을 지시했다.
프로 경기에는 당연히 치열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의 본질은 스포츠다.
스포츠는 즐기면서 해야 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뉴는 언제나 선수들이 훈련할 때 축구에 대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선으로 강도를 조절하고, '공'과 함께하는 훈련을 주도했다.
"힘들고 고되면 주변을 신경 쓸 수 있을까요? 팀 조직력은 선수들이 축구에 대한 즐거움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생겨날 수 있는 겁니다."
무리뉴는 철저히 실리위주의 축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
실리 축구의 이면에는 그만큼 탄탄하고 세심한 준비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시즌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 팀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막강하며 완벽합니다. 전 세계는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될 것입니다."
"세계가 깜짝 놀란다라... 꿈같은 일입니다만 설마 그게 실현이 되겠습니까?"
코치의 말에도 무리뉴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한없이 간단한 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을 꺼트리지 않는 선수, 크리스티안 호날두에게 닿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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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리그 이적을 확정지은 후, 호날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런던에 집을 구하는 것이 아닌 개인 트레이너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원래 호날두에게는 그런 게 따로 없었다.
스포르팅 구단에서 제공하는 코치들과 팀 트레이너들의 도움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매우 가난했던 호날두 집안의 사정상 구단에서 주는 주급을 전부 집안에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호날두 가족들은 그가 주는 돈 덕분에 넉넉한 삶을 살게 되었고, 첼시로 이적하면서 이전보다 몇 배는 높은 주급을 받게 된 호날두는 개인 트레이너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면 지속적인 신체 컨디션 체크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훈련 방향이나 일정 같은 것을 조율하며 자신의 몸에 꼭 맞는 플랜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위와 같은 인식들이 적어서인지, 빅 리그에서 뜀에도 불구하고 따로 트레이너 고용을 하지 않는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축구가 선진화, 상업화를 거듭한 이후부터는 1부 리그 선수들이라면 최소 개인 트레이너 한 명씩은 고용하게 된다.
당연히 그게 선수들의 몸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 장 레쉬라고 합니다."
"프랑스 사람이시군요."
장 레쉬는 예전에 마이클 오언과 안드리 셰브첸코를 트레이닝 했던 경력이 있는 축구 선수 전문 트레이너였다.
특히 그는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염분과 당분, 밀가루 음식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것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죠. 호날두 선수가 지금까지 지켜온 식단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단, 아침 식사의 양을 조금 늘리고 단백질 섭취는 조금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에너지로 환원이 가능한 탄수화물이거든요. 술은 드시나요?”
“저는 술은 물론이고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습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절대 마실 생각 없습니다. 비시즌 기간에 도요.”
“오, 그건 지킬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알코올과 탄산은 몸의 회복력을 늦추고 노화를 촉진시키죠. 하지만 그것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정신적인 학대 역시 몸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호날두는 레쉬와의 짧은 대화에서 그가 매우 유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훈련 스케줄만 맡아서 관리하고 끝인 그런 트레이너가 아니라 영양과 생활 습관, 바이오리듬 등 선수 관리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갖고 선수를 발전시킬 줄 아는 진짜 ‘트레이너’였다.
"포지션이 포지션인 만큼 지금까지 드리블 기술과 달리기 속도, 방향 전환의 유연성 등을 주력으로 훈련해 오셨겠군요?"
"물론입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공을 몰고 달려가면 아무도 나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말이지요."
"호날두 선수의 신체 능력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트레이너로서 하고 싶은 말은, 빠른 주력의 선수로서 오래 남고 싶다면 훈련 방법을 조금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근육은 단련하면 단련할수록 강인해지고 질겨진다.
하지만 관절이나 인대 같은 부위는 오히려 그 반대다.
쓰면 쓸수록 약해지고 망가지기 십상이다.
미래의 선진 스포츠 의학 지식들을 가지고 있는 호날두는 물론 그 사실에 대해서 나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 레쉬 역시 이러한 선진 의학에 대한 지식들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무게 중심이 크게 흔들리는 드리블, 스퍼트를 급히 올리는 달리기 등은 연습 경기나 훈련 등에서는 되도록이면 자제하는 게 우선입니다. 아껴 두었다가 실전에서 써먹으세요. 그리고 관절이나 인대, 신경 주변의 근육을 단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근육들이 경기 중에 올 수 있는 충격을 완화시켜서 관절과 인대를 보호해 주거든요. 여기에 대한 새로운 트레이닝을 신설할 필요가 있겠군요."
호날두의 몸 상태를 간단히 확인해 본 장 레쉬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 건 차차 알아봐야겠지만 호날두 선수의 신체는 축구 선수로서 덧붙일 것이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지금껏 해왔던 훈련 스케줄도 어린 선수가 직접 짰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훌륭하고요. 하지만 호날두 선수에게는 약 3% 부족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그 디테일은 제가 채울 것입니다."
"호날두 선수가 해야 할 일은 축구 선수로서의 본분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는 것! 당신은 분명 세계 최고, 또는 그 이상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주급으로 정말 계약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커리어와 능력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인데...”
“그럼 호날두 선수가 제 바람대로 최고의 선수가 된 다음에 확 올려주시지요. 그 때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솔직히 당신의 지금 자금 상황은 넉넉한 편이 아니잖습니까?"
장 레쉬는 넉살좋게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가 직접 트레이닝한 마이클 오언과 안드리 셰브첸코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선수들.
이 외에도 장 레쉬는 많은 선수들을 트레이닝한 경력이 있고 그들의 성공을 이끌었다.
어떻게 보면 그는 '월드 클래스 트레이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저명한 트레이너가 이렇게 낮은 조건에 계약하겠다고 했던 게 의아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갔다.
돈 따위는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자신의 손으로 키웠다는 명예를 얻고 싶은 것이었다.
마이클 오언이나 안드리 셰브첸코조차도 그의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일까?
"약속드리죠. 당신의 도움을 받아 내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말 그대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그만한 대우를 해줄 겁니다. 만약 내가 자서전을 낸다면 당신의 이름을 크게 새기도록 하죠.“
"하하하! 그 날이 정말 기대되는군요."
악수하면서 서로를 보며 웃는 장 레쉬와 호날두.
호날두의 말이 정말로 실현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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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조직력 안에 녹아들기 위한 프리시즌 훈련이 열심인 호날두.
유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이적과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터라 그는 첼시에 굉장히 늦게 합류한 편이었다.
하지만 열성적이고 근면성실하게 코치들의 트레이닝 스케줄에 따랐고 또 그만큼 성과를 보였다.
놀라운 것은 그의 플레이가 첼시의 팀워크에 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그와 같이 어리고 또 유로 같이 큰 대회에서 대활약한 선수는, 보통 거만함을 부리거나 팀플레이를 해치는 탐욕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호날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램파드나 존 테리, 구드욘센 등 첼시에서 비교적 오래 뛴 선수들도 팀워크를 해치지 않으면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는 호날두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텃새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호날두는 실력으로 그것들을 잠재우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가장 늦게까지 훈련을 끝마치고 구단에서 구해준 풀럼(첼시 축구단이 있는 도시)에 있는 집을 향해 차를 타고 가는 호날두.
가는 도중 우연치 않게 본 것은, 드림윅스에서 개봉한 영화 <슈렉 2>가 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는 대문짝만한 기사였다.
그 순간 호날두는 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정지우'로 살았던 기억은 앞으로 약 15년의 미래 지식들까지 함유하고 있다.
어떤 영화가 흥행하고, 어떤 분야가 뜨며, 어떤 기업, 인물들이 승승장구할 지를 미리 알고 있다는 뜻이다.
축구 바보 호날두(정지우)는 그것을 인제야 깨달았다.
'지금도 늦은 건 아니지! 아니, 생각해보니 지금이 가장 좋을 때야!'
미래의 지식을 이용하여 우량주를 선점, 유무형적인 이득을 취한다.
하지만 이걸 먼저 깨달았다 한들 당시 호날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제한되었을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날두의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정도였으니 투자할 돈이 있을 턱이 있나.
또 투자는 아무나 하나?
해당 기업이나 기업의 창립자들과의 연줄, 관계가 있어야 하며 접촉할 수 있는 루트가 신설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한 투자자로서의 ‘신용’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순히 상장 기업에 대한 주식 투기만 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멘데스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네."
구단을 쥐락펴락하며 축구계에서 크게 지탄받는 에이전트라도, 선수에게는 그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미래의 슈퍼 에이전트가 있는데 무엇이 불가능하랴?
호날두는 당장 그에게 연락하여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투자를 입에 담았다.
당황해하는 멘데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들뜬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해리 포터, 캐리비안의 해적, 다크 나이트, 스타워즈, 마블 시네마틱 시리즈 그리고 아바타까지! 보이는 족족 무조건 투자해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 영화를 제작 중이거나 앞으로 제작할 예정인 스튜디오 중에서도 개인 투자자를 구하고 있는 스튜디오를 추려서 보내준 멘데스.
설마 했는데 역시 축구 외의 분야에도 선이 닿아있는 멘데스였다.
정말 유능한 에이전트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호날두는 개봉 예정, 제작 예정의 영화들을 정신없이 읽어내렸다.
"인크레더블도 있네. 나중에 DVD로 재밌게 봤었지. 스타워즈 에피소드 3? 말도 안 돼! 이런 대박 영화가 투자자가 부족하다고? 전설로 남을 배트맨 비긴즈 시리즈도 제작 준비 중이구나. 와~ 이게 다 얼마냐."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호날두였다.
사치를 모르는 검소한 생활을 해왔지만 그래도 호날두의 집안은 워낙 가난했었고, 스포르팅 구단 자체가 유럽 전체에서 그렇게 크고 인기 있는 구단이 아니다보니, 주급과 광고촬영, 개인 스폰서 등으로 모인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대충 160만 유로 정도?
한국 돈으로는 약 22억 원 정도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금액이지만 투자처를 찾는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도 유로 깜짝 우승으로 인한 선수로서의 가치 증대와 스포르팅 시절보다 몇 배는 오른 주급, 또 그 이상으로 오를 스폰서 금액 등을 생각해보면 가용 금액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하지만 호날두는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첼시에서 받을 주급과 계약금 등을 저당으로 삼아 아예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을 생각이었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이 투자는 실패할 확률 0%였으니까.
일단 현재 제작 중이라고 알려진 <인크레더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에 먼저 투자한 다음,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금액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배트맨 비긴즈>에 재투자할 생각이었다.
영화가 대박을 치면 투자 금액의 몇 배를 건지기도 한다는 걸 감안한다면 이건 그냥 사기 수준의 돈 놓고 돈 먹기였다.
'자, 잠깐...! 그러고 보니 페이스 북이 2004년 초에 설립되었지...?'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 미쳐있었던 정지우에게 몇 없는 소소한 취미는 영화 감상이었다.
또 뭔 일이 터질 때마다 신문을 꼬박꼬박 읽었던 정지우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알고 있었다.
상장 이후 매년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하며 나중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아마존에 이어서 미국의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5위에 올라서는 페이스 북.
이 괴물 같은 잠재력을 지닌 IT기업에 한 발 걸칠 수 있다면...?
이로써 호날두는 축구 선수로서 하루 빨리 성공해야 할 이유를 만들 수 있었다.
최고의 선수가 되어야 최고의 주급을 받고 엄청난 금액의 스폰서, 광고비를 얻을게 아닌가?
여전히 축구가 가장 좋았지만 돈 버는 즐거움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떼부자가 되면 아주 커다란 축구 재단을 하나 만들어서, 재능은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축구 오지의 어린이들에게 지원해줄 상상도 하는 호날두였다.
프리미어 리그 04-05시즌 개막을 앞두고 호날두는 잉글랜드 스포츠전문 언론인 스포르탈 매거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 리그와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여주고 첼시에 합류한 호날두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리고 잘생기긴 것은 덤.
"호날두 선수의 이적료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2000만 파운드에서 2200만 파운드 사이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요. 이 수치가 정확한가요? 호날두 선수가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그건 밝힐 수가 없네요, 전 구단인 스포르팅과 지금 구단인 첼시, 그리고 저 사이의 약속이어서요. 하지만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적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을 보여줄 겁니다."
호날두의 이적료는 무려 2800만 파운드로 공식적으로 첼시의 가장 비싼 영입인 디디에 드록바 보다도 높았다.
당연히 이것은 첼시의 역대 이적 가운데 단연 최고액이었는데 그의 나이와 스타성, 그리고 실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적게 느껴지는 금액이었다.
사실 스포르팅에서 호날두의 계약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아서 싸게 팔린 거지 만약 더 길었다면 거의 5000만 파운드에 근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첼시와 스포르팅이 이 이적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선택이었다.
현재 에버튼에서 맨유로 이적한 웨인 루니의 이적 금액이 3500만 파운드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돈 지랄’, ‘패닉 바이’ 등으로 욕을 엄청 먹고 있는 중이다.
비록 루니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외국에서 넘어온 선수고 그 선수의 계약기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었다면 ‘호구딜’이라고 욕먹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컸으니까.
가십거리 하나만 던져놓으면 피라니아처럼 물어뜯는 잉글랜드 언론은 호날두로서도 질색이기에 참 다행인 선택이었다.
"정말 놀라운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과 잉글랜드는 엄연히 다를 텐데요. 섣불리 오만한 발언을 한 것은 아닐까요?"
오만한 발언 개뿔.
헤이젤 참사의 여파 때문에 고작 3~4년 전만하더라도 오히려 포르투갈보다 잉글랜드의 UEFA 리그 포인트가 낮았던 적이 있다.
누가 보면 잉글랜드가 포르투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히 고차원적인 리그인 줄 알겠네.
"나는 이미 국제무대인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도 최우수 선수로 뽑혔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조국을 우승시켰죠. 내 실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리 말로 떠들어봤자 선수로서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실력뿐이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지금 뛰고 있는 이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또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포르탈 기자와 직원들의 표정이 굳어진 게 호날두의 눈에도 보였다.
사실 이런 도발은 미리 멘데스와 상의 하에 의도한 것.
세계적인 스타는 그에 걸 맞는 자신감과 어느 정도의 오만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멘데스의 지론이었고, 그의 말에 따라서 손해 본 적이 없는 호날두는 '호날두 이미지 만들기'에 동참했다.
이 인터뷰가 바로 첫 번째 과정인 셈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호날두의 자만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그것은 실력으로 잠재우면 된다.
결국 그것들은 고스란히 호날두 자신의 인지도와 파급력, 인기로 귀결된 테니까.
원래 못난 놈이 도발하면 손가락질을 받지만 잘난 놈이 도발하면 그 이상의 찬양을 받는 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경은 '호날두가 첼시를 선택한 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실수가 될 것.' 이라면서 호날두 선수의 첼시 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호날두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퍼거슨의 그 인터뷰는 호날두도 봤다.
흥미로운 심리전이라고 생각했으며 아마 호날두가 아닌 다른 신인 선수였으면 발끈하던지 아니면 위축되던지,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였을 거다.
하지만 호날두는 담담했고 흔들리지 않았다.
"존경하는 감독에게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듣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게 다입니까?"
"네. 저는 여전히 퍼거슨 감독을 존경하며 언젠가는 그의 밑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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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이적료 논란 따위는 신경도 안 써. 압도적인 축구 실력으로 다 잠재워버리겠다 선언!]
[첼시의 호날두, ‘나는 이미 국가대항전 우승을 이끈 최우수 선수. 거기에 비하면 프리미어리그는 껌!’]
[언젠가 퍼거슨 경 밑에서 뛰고 싶다는 호날두. 벌써부터 구단과 불화?]
[이적료를 끝끝내 숨기는 호날두와 첼시! 뭐가 찔리는 걸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어마어마하구만."
다음날 올라온 스포츠 일간지의 제목들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호날두.
역시 영국 기레기의 제목 선정은 과장과 선동, 재창작의 수준을 넘어 가히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 할 수 있었다.
호날두는 자신이 이런 것에 무심한 성격이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십거리는 가십거리.
이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훈련에만 매진하는 호날두였다.
결국 선수는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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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홈 경기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벌어지는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입니다.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 팀 간의 대결이 리그 개막전으로 펼쳐지는 만큼 정말 지켜보는 관심과 열기는 엄청나다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아스날에게 우승을 내준 것도 모자라서 리그 3위에 머무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그런 만큼 반드시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릴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첼시와의 대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첫 번째 경기가 무려 맨유와의 경기다.
기대감과 흥분감으로 몸이 떨려오는 선수는 비단 호날두 뿐만이 아니었다.
“빅 리그의 데뷔전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한 제물은 없지. 안 그래? 새 친구들?”
존 테리의 가벼운 농담이 선수들을 한층 가볍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MLB의 뉴욕 양키스 같은 맨유는 반드시 꺾어서 기를 눌러야할 상대였다.
맨유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무리뉴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일부 사람들은 4-3-3 포메이션을 무리뉴가 창안했다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60~70년대부터 4-3-3 포메이션은 존재해왔으며 90년대에는 유벤투스의 마르첼로 리피가 잘 써먹으면서 팀을 전성기로 이끌기도 했다.
무리뉴는 이 리피의 4-3-3을 보완, 수비와 역습을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4-3-3을 준비해 온 것이다.
미드필더의 숫자 우세를 통한 중원을 장악.
빠르고 강한 인사이드 포워드에 단단한 스트라이커를 이용한 철퇴 같은 역습.
무리뉴의 화려한 프리미어리그 데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무리뉴의 신 개념 전술에 첼시 선수들의 상상 이상의 역량, 여기에 홈 경기장 버프가 더해지자 무려 그 ‘맨유'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시종일관 공세를 이어가면서 맨유를 압박하는 첼시.
특히 클로드 마케렐레는 그야말로 수비형 미드필더 정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예 그냥 공을 쓸고 다녔다.
맨유 선수들이 공을 잡았다 하면 기가 막힌 태클과 블로킹으로 흐름을 끊고 역습 전개를 돕는 마케렐레는 맨유의 공격을 아주 곤란케 만들었다.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앨런 스미스 같은 특급 선수들조차 마케렐레의 이런 활약에 고전했는데, 설령 그것을 뚫더라도 뒤에는 웨인 브릿지-존 테리-갈라스-페레이라의 4백 라인과 수문장 페트르 체흐가 기다리고 있다.
정말 같은 팀이 보더라도 토 나오는 수비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