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25)

잠시 휴식 - 1

“오늘 정말 놀라운 활약을 펼치면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MOM에 선정되셨습니다! 호날두 선수는 2골을 넣으면서 위기의 빠진 팀을 구원하고 끝끝내 대역전승을 이끌었는데요. 소감 한 마디를 빼놓을 수 없겠죠!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가슴을 거의 다 드러낸 미녀 리포터가 상체를 들이밀면서 질문하는 말에 답하는 호날두.

“오늘은 최고의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환상적이네요! 만약 제가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유로 2004의 우승 이후 가장 기쁘고 짜릿했던 경험으로 오늘의 승리를 정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정말 신의 축복과도 같은 일이에요. 다음에도 이와 같은 기쁨과 영광을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역사상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2:0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3골 넣어 역전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첼시는 그것을 해냈습니다! 이 역사적인 대사건의 주인공인 호날두 선수에게 묻겠습니다. 이런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진부한 말이지만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우리에게는 2:0으로 지고있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역전의 실마리를 찾았던 감독이 있었습니다. 2:0으로 몰린 상황에서도 투지와 정신력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골을 먹혔음에도 끊임없이 응원가를 부르면서 선수들을 하나하나 북돋아주던 블루스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에서 2:3 역전승.

이스탄불의 기적이 첼시에게서 재현되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첼시는 정말 엄청난 일을 이뤄냈다.

“후반전에서는 젠나로 가투소 선수와 여러 번 부딪친 호날두 선수입니다. 후반전 도중에는 그와 크게 대립하기도 했었는데요. 그것은 가투소 선수의 반칙 때문이었나요?”

뚱뚱한 남성 기자의 질문을 듣고 호날두는 가투소의 치졸한 반칙이 중계카메라에 찍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여태껏 경기를 하면서 한 선수와 그런 식으로 대립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투소의 더러운 플레이에는 그런 저를 욱하게 만들었습니다. 뭐, 그것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라면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한 스포츠정신을 가진 선수는 아무리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다고 해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겁니다.”

공도 없는데 팔을 세게 휘둘러서 갈비뼈를 치는 것을 보고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구나라고 생각한 호날두였다.

이런 반칙들이 전부 영상으로 찍혔다면 반드시 UEFA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니 말을 아끼기로 했다.

“오늘 제가 MOM에 선정되었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은 모두의 승리입니다. 블루스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눌 생각입니다. 우리 팀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다음시즌에도 이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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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의 시즌을 보낸 첼시 선수들과 무리뉴 감독.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최고의 영광을 얻은 이들에게, 그 성공을 음미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 찾아왔다.

주제 무리뉴는 포르투에서 이미 챔피언스 리그 우승(03-04시즌)을 차지한 바 있다.

다음 자신의 감독 부임지인 첼시에서도 챔피언스 리그 우승(04-05시즌)을 달성, 개편 이래 두 번 연속으로 챔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감독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스페셜 원이다.'라는 오만한 발언 속에서 잉글랜드에 상륙한 당시 무리뉴에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잉글랜드 언론들은 온갖 비판과 조롱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아무도 그 무리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첼시 팬들의 한을 풀어준 것도 모자라, 2연속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한 무리뉴는 모두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진정한 스페셜 원이 되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독이다.

벌써부터 무리뉴의 다음 부임지로 자신의 클럽을 세우려는 수많은 축구 구단들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원래의 축구 역사 흐름에서도 이 시점, 유럽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감독이었지만, 지금 무리뉴의 파급력은 그 때의 족히 두 배는 될 것이다.

아마 다음 이적시장에서 첼시의 행보는 전 세계 모든 구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단순히 돈 많은 졸부의 클럽이라며 꺼리던 선수들의 마음도 단번에 뒤바꿀 수 있는 것.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는 바로 그런 의미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싶은 탑 클래스의 선수들은 여러 가지 빅 클럽들의 오퍼 중에서 첼시의 이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을 것이다.

이제 첼시는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나아가는 왕도를 걷고 있었다.

호날두는 결승전에서 2골을 추가로 적립함으로써,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만 8골을 넣고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챔스 득점왕은 같이 8골을 나란히 기록한 반 니스텔로이와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공동 수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어려운 경기마다 너무도 값진 골을 넣으며 팀을 결승전으로 이끌었고, 그 결승전에서 무려 2골을 기록하며 역전 우승에 일조한 호날두의 퍼포먼스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으리라.

리그와 컵 대회에서 기록까지 모두 더한 호날두의 이번 시즌 총 성적은 33골 20어시스트.

출전 경기가 51경기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경기당 공격 포인트 1을 넘어서는 괴물 같은 기록.

이미 호날두는 ‘UEFA 올해의 팀’에 뽑히는 것은 물론이고 ‘2004-2005 UEFA 올해의 클럽 축구 선수상’에도 가장 유력한 후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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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이 끝나고 2주 후, 결국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올해의 클럽 축구 선수상을 수여받게 된 호날두.

발롱도르에 이어서 최고의 UEFA 선수로 뽑히기까지.

명실상부한 호날두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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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5일이 지났다.

호날두는 지금 2006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를 치르기 위해 포르투갈로 가있는 중이다.

유럽 지역 예선에서 조 1위를 한 국가는 바로 월드컵 본선으로 진출하고, 2위를 한 나라는 다른 조에서 2위를 한 나라들 간의 플레이오프를 거쳐서 마지막 최종 진출 팀 경합을 한다.

당연히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1위로 본선 진출 티켓을 끊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

포르투갈과 같이 유럽 지역 예선 3조에 속한 나라는 슬로바키아, 러시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유로 우승팀 포르투갈은 조 1위 후보였으며 4승 2무를 거두며 현재 조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게 전화위복이 될 줄이야. 안 그랬으면 지금쯤 많이 피로할 뻔했어.'

천상 운동선수의 몸이었지만 그는 이제 겨우 20살.

신진 대사가 원활하다 못해 너무 활발한 나이였고, 그 때문에 시즌 중에는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들이 몰려있는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무리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호날두에 대한 로테이션을 잘 시킬 수 없게 되었다.

로이 킨에게 발목 부상을 입어 리그 마지막 경기를 쉬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호날두의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전력을 쏟아 붓고도 A매치를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인성갑 로이 킨에게 고마워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크리스티안! 공 잡았습니다. 질주합니다! 플립 플랫으로 제치고! 강력한 슛! 들어갔습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제골로 슬로바키아의 도전을 잠재웁니다!]

[요즘 정말 이 선수 보는 맛에 삽니다! 호날두 선수의 화려한 플레이는 우리나라의 자랑이자 전설인 에우제비오 선수를 떠올리게 만들거든요!]

[신이 포르투갈에 내린 보물, 크리스티안 호날두! 다시 봐도 정말 기가 막힌 총알 같은 슛이었습니다!]

이날 호날두는 1골 1어시를 기록하면서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가 3조의 2위였던 슬로바키아였기 때문에 이날 포르투갈의 승리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첼시에서만큼 강한 조력과 백업을 할 수 없는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이지만 호날두의 활약은 여전했다.

예전 메시와 호날두가 클럽에서는 역대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끝끝내 발목을 잡혀야했던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

하지만 지금의 호날두는 전혀 달랐고 이미 대표팀의 핵심으로서 클럽 못지않은 득점포를 뽑아내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호날두의 목표는, 바로 ‘월드컵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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