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125)

05-06시즌 - 3

[주제 무리뉴,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다.']

CSKA 모스크바와의 슈퍼 컵 경기에서 승리 이후, 연전연승을 거두면서 최고조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첼시.

어느 때보다도 팀원들의 사기가 높은 상황에서 리버풀 원정 경기를 앞둔 무리뉴의 한마디였다.

7번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 동안 단 한 번의 패배, 무승부 없이 연승만 달린 첼시는 16골 1실점이라는 무지막지한 성적과 함께 리그 2,3위권과의 격차를 쭉쭉 벌렸다.

신흥강자의 등장에 전통의 강호인 맨유와 아스날이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들은 엄청난 부진을 겪으면서 중위권을 맴돌고 있었다. 

맨유 팬들과 아스날 팬들의 속이 터지는 사이, 첼시 팬들은 벌써 리그 2연패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 또 첼시가 이겼어! 도대체 이놈의 연승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 그들은 정말 악마의 팀이야. 맛탱이가 간 리버풀이 절대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 이번 시즌만큼은 반드시 챔스권 안에 들어야해! 적어도 비기기라도 하라고!

- 7전 7승 16골 1실점 VS 5전 1승 4무 3골 2실점... 흠;;;

ㄴ 미치겠다 진짜... ㅠㅠ

ㄴ 16골 1실점은 게임으로도 불가능한 수치인데...

리버풀 팬들은 그들의 팬 포럼에서 걱정, 근심, 불안, 염려를 들어냈다.

그들의 감독인 베니테즈가 아무리 자신만만한 인터뷰로 첼시를 격파하겠다고 호언장담해도, 이들의 불안감은 걷혀지지 않을 채로 리버풀 VS 첼시의 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리버풀 선수들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의 반칙은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격하게 항의하는 리버풀 선수들이었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결국 램파드에게 페널티킥 골을 먹히는 리버풀.

이른 시간의 먹힌 골에 좌절하는 리버풀 팬들이었지만 그들의 영원한 심장, 스티븐 제라드가 있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을 이끌면서 고군분투하는 제라드.

그가 멋지게 찬 중거리 슛은 도저히 뚫리지 않을 것 같은 첼시의 수비를 뚫어내며 득점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1:1 동점.

콥들은 신이 나서 리버풀의 깃발을 흔들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어쩌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런 기세는 빠르게 잠재워줘야 하지 않겠어?”

“물론이죠. 그러니까 저한테 공 좀 보내세요.”

“흐흐, 기대하라고.”

마케렐레의 말과 표정에는 첼시가 절대 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호날두 역시 마찬가지.

무리뉴의 말처럼, 오늘은 절대 질 것 같지가 않았다.

=

많은 사람들이 호날두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시즌은 작년만큼의 스탯을 찍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첫 시즌은 EPL로의 이적 초기였기에 많은 팀들에게 호날두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했고 그래서 더 많은 빈틈들을 허용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호날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경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호날두의 행동반경은 더 좁아질 것이며 압박과 집중견제의 강도 역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와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를 예로 들어 호날두의 시련을 예견하는 평론가도 있었다.

‘첼시가 부진하고 호날두도 조금 부진할 것.’이 대세 여론이었으니까.

호날두는 이런 언론의 행태에 대항하거나 반박 인터뷰를 하지 않았고 몸으로 보여주었다.

시즌이 시작하고 호날두는 지난 시즌의 센세이셔널한 퍼포먼스를 넘어서는 대활약을 펼쳤다. 

호날두는 항의를 통해서 평론들을 내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들이 그 평론들이 전부 쓰레기통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호날두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공을 잡자마자 헛다리짚기 드리블로 리버풀 선수를 제치며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운반하는 호날두.

달라붙는 리버풀 수비진들의 견제와 수비를 피지컬, 개인기로 극복하면서 코너킥 라인까지 내려갔다.

스티브 피넌의 몸통박치기(...)에 라인 밖으로 떠밀려나가면서도 드록바의 코앞에 가는 킬패스를 날린 호날두.

‘혹시 모르니까 좋은 자리를 잡고 있어야지.’

세컨 볼의 찬스를 노리면서 엎어진 몸을 일으키고 전방을 향해 달리는 호날두였다.

드록바는 골문에 등을 진채 공을 받고 수비수들의 몸싸움을 한차례 견뎠다.

그리고 골문 바로 앞에서 강력한 슛을 찼지만 두덱의 미친듯한 선방에 막히면서 첼시는 공격권을 잃는가 싶었다.

두덱이 튕겨낸 공은 캐러거를 거쳐 카윗에게 갔는데 이 루트에는 질주하여 달려온 호날두가 있었다.

이윽고 카윗과 강하게 경합한 호날두.

거친 몸싸움과 온갖 기술을 이용해서 카윗의 무게중심을 흔든 호날두는 이내 카윗의 공을 뺏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상태에서 호날두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중거리포를 쏘았다.

이제는 호날두를 대표하는 플레이스타일이 된, 먼 거리에서의 쏘는 강력한 중거리 슛.

특히 회전이 담기지 않은 호날두의 무회전 중거리 슛은 다른 선수들과의 비교를 불허하는 유효슈팅률과 득점전환율 자랑했었는데 이번에도 그 중거리 슛 능력이 한 건을 만들었다.

대포알이 쏘아지듯이 터져나간 슛은 예지 두덱의 반응속도를 넘어섰고 리버풀의 골망을 찢어질 듯 갈랐다.

숨죽인 채 첼시의 역습을 지켜보고 있던 블루스들이 일제히 환호와 함성을 쏟아낸 것은 당연한 일.

현재 안 필드는 블루스들의 응원가에 잠식되었다.

달리는 와중에도 호날두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손가락 세레머니를 펼쳤다.

[크리스티안, 질주합니다! 리버풀 선수들을 전부 제끼는 호날두 선수! 드록바에게 패스! 두덱의 선방! 카윗에게.. 아! 카윗이 공을 뺏겼습니다! 크리스티안! 슛!!]

[고오오올-! 골입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이번에도 역시 호날두가 해냅니다! 기가 막힌 중거리 슛!]

[이야-! 정말 환상적인 무회전 슛이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먼 거리에서 찬 슛의 성공률은 정말 낮은데, 저 선수의 중거리 슛은 어찌 저리 잘 들어갑니까? 또 골을 넣는데 성공하는 호날두 선수!]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서 무려 9경기 리그 연속골 기록을 새기는 호날두 선수입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무리뉴의 지시 아래, 호날두는 프리롤과 함께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원래는 측면루트를 많이 이용하는 공격적인 윙어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중앙 지향적이고 오버래핑도 자주하는 측면 공격수, 인사이드 포워드로서 움직이게 된 것이다.

역할이 역할인 만큼 볼 배급이나 수비 가담에 관여하는 빈도는 줄었지만 공격 포인트는 늘어났고 그 중에서도 골의 비중이 증가했다.

그만큼 첼시의 파괴력이 강력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날 후반전에 한 골을 추가로 더 넣은 호날두.

오늘 경기까지 총 리그 8경기를 치렀는데 그동안 호날두는 무려 10골과 2어시를 기록 중이었다.

8경기 동안 첼시의 득점은 총 20골이었고 또한 이중 12골이 바로 호날두가 관여한 득점.

첼시 공격진의 핵심은 당연히 호날두였다.

경기가 끝난 후, 리버풀 선수들은 무슨 괴물을 쳐다보는 듯한 표정으로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바라보았다.

홈에서 무려 1:4의 스코어로 패배한 제라드의 표정은 참담 그 자체.

안 그래도 리버풀치고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고 있었는데 여기서 1패를 추가하게 되었으니 그 비참함은 오죽하랴.

특히 제라드는 무리뉴로부터 첼시로의 이적에 대해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지난 이적 시장 내내 받아왔다.

어렵게 거절했던 팀이 현재 8전 전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에서 씁쓸함을 느낄 수 없다면 거짓말이리라.

[리그 8연승입니다! 압도적인 승점 1위를 수성하는 첼시! 시즌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2위와의 승점차를 9점까지 벌립니다! EPL 역사상 이렇게까지 강한 팀이 있었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어쩌면 지난 시즌에 세웠던 최고 승점 기록과 최저 실점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압도적입니다. 정말 EPL의 절대 강자가 탄생하는 것인가요?]

오늘 첼시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공수의 조직력과 볼 점유율, 역습 전개 수준, 선수들의 기량과 감독의 전술까지.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리버풀을 압도했고 짓밟았다.

너무나 현격한 차이였기에 리버풀의 팬들은 패배에 분개해할 생각도 못한 채 그저 멍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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