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125)

05-06시즌 - 4

오늘 첼시 선수들은 한명도 모자란 선수 없이 전부 최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선수,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중심에 있었다.

4골 중 2골을 넣은 것도 대단하지만 그의 퍼포먼스 자체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당연히 그럴 만 했다.

‘젠장, 드리블도 잘하고, 찬스 메이킹도 잘하고, 골도 잘 넣고, 피지컬까지 뛰어나면 너무 사기 아니야?’

위의 나열된 것 중에서 하나의 확실한 장점만 가져도 빅 리그의 주전 선수가 될 수 있는데 호날두는 이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

리버풀의 팬들은 그저 왜 자신들의 팀에는 저런 선수가 없는지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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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MOM에 선정되었습니다. 크리스티안 선수의 대활약에 리버풀 팬들도 감명 깊었는지 적지 않은 인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는데요. 원정 경기장에서 상대팀 선수가 이런 환호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도가 됩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뛰고 있지만 저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사랑합니다. 상대팀의 팬들이 비록 마음 편히는 즐기지는 못하겠지만 감탄정도는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플레이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경기가 참 만족스럽습니다. 비록 패배했지만 리버풀 팬들의 매너는 훌륭했습니다.”

사실은 멘탈이 탈탈탈 털려가지고 야유할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지만 호날두는 립서비스로 그들을 잘 포장해주었다.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이 호날두 선수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을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예측들을 지금에 와서 휴지조각으로 변했죠! 호날두 선수는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에게 말할 권리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한마디 해주신다면?”

“글쎄요. 그들도 입이 있으니까 뭐라도 평가해야하는 건 맞고, 미래를 내다볼 능력이 없으니 어쩌다가 틀리는 것은 이해할만 합니다. 뭐, 그들의 행운을 빕니다! 덕분에 제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스폰서들이 좋아하긴 하더라고요.”

“하하하하! 그건 또 그렇겠군요! 어쨌거나 호날두 선수가 이번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다른 팀들의 저에 대한 견제가 심해진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력했습니다. 휴가기간에 휴양지에서 바다와 태양을 즐기기보다, 집에 틀어박혀서 오프 더 볼과 전술적인 이해도 등을 높이기 위한 여러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또한 프리시즌에는 지난 시즌 제 플레이의 약점과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피지컬과 슛의 정확도, 기술적인 부분 등을 일일이 손보고 고쳐나갔죠. 남들이 쉬는 동안, 적당히 몸만 푸는 동안에도 저는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전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

“평론가들의 발언을 뒤엎고 싶어서? 물론 이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프로 선수가 자신을 가꾸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직도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다 고쳐나가고 더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그 이후 내가 어떤 선수가 될지는 나조차도 궁금합니다.”

변해버린 인터뷰 룸의 분위기를 보면서 호날두는 그저 웃었다.

그저 자신의 포부를 밝혔을 뿐인데 말이다.

그 외에 경기내용과 외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들이 줄을 이었는데 모두 성실하게 답을 해주었다.

“저... 호날두 선수에게 하나 사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아일랜드의 유명 모델인 케슬린 위나와 열애설이 돌고 있는데 그것이...”

“제가 그 질문에 답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요.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즐거운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호날두는 웃으면서 나갔지만 인터뷰 룸을 나가자마자 표정이 돌변했다.

“더러운 수법이네. 누굴 낚으려고.”

“저 기자, 스탬포드 브릿지에서는 출입금지 시킬까?”

“네, 그래주세요. 상당히 불쾌하네요.”

사적인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분명 처음 인터뷰 할 때부터 못 박았는데 저렇게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족속들이 있다.

불쾌감을 달래는 호날두에게 첼시의 스탭 중 한명이 호날두의 전화기를 가져다주었다.

부재중 통화내역이 하나 찍혀 있었다.

“매번 고마워요, 빅터.”

“알면 잘해!”

“하하, 나중에 챔피언스 리그 티켓 구해다 줄게요.”

“그건 좋지~!”

빅터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눈을 찡긋이며 호날두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주었다.

주변을 살핀 호날두는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알람 끝에 달콤한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케슬린,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인터뷰가 이제 끝났어.”

[알아요. 바빠서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크리스라면 분명히 MOM을 받았을 테니 인터뷰도 오래했겠죠.]

“정확하네, 역시! 일은 끝난 모양이야? 내가 먼저 끝나서 전화하려고 했는데.”

[후훗, 오늘은 실수 없이 일찍 끝났어요. 물론 바로 다음 촬영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지만요. 여기 사진작가가 노처녀여서 엄청 히스테리 부리는데 오늘은 왠지 잠잠하네요. 아마도 그녀에게도 봄날이 오려나 봐요.]

호날두와 케슬린은 아직 연인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부터 시작한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지금은 아주 짙은 썸을 타는 단계였다.

[내일 시간 어때요? 아마 안 되겠죠?]

“보스가 경기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했거든. 월요일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보자고.”

[호호! 아주 칼 같네요. 하긴, 여자를 앞에 두고도 축구가 먼저인 그런 프로페셔널한 점이 바로 크리스티안이죠. 별명이 목석이라던데요?]

“글쎄. 목석이 케슬린과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나?” 

[더 통화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우린 둘 다 바쁘니까요. 월요일에는 제가 당신을 에스코트하죠.]

“하하하! 알았어. 촬영 잘 끝내길 바래.”

[네, 크리스도 괜히 남아서 훈련한다고 하지 말고 푹 쉬세요.]

통화를 끊은 호날두.

웃으면서 걷는 그는 곧 누군가와 부딪치고 말았다.

“아, 깜짝이야! 깜빡이 좀 키고... 아니 노크 좀 하고 들어오세요!”

“아주 꿀이 떨어져~ 크리스.”

카르발류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면서 따라붙었다.

“아무리 목석같은 크리스라도 결국 그 환상적인 모델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봐? 나도 한번 소개시켜줘!”

“남의 연애사업에 신경 끄시죠? 와이프도 있으신 분이.”

“어허! 어떻게 보면 내가 연결해 준 인연이라고 볼 수 있지! 겨울잠 자는 곰처럼 방안에만 있는 크리스를 미세스 더프의 생일 파티에 데려다준 것이 누구더라?”

“참나~”

“넌 정말 나한테 잘해야 해! 응?”

티격태격하면서도 샤워장에 같이 들어가는 호날두와 카르발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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