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6시즌 - 6
가장 찍어 눌러야 할 선수는 물론 마케렐레.
하지만 그 외에도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 첼시 선수들의 성향이나 플레이 스타일 등을 고려한 대처법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합한 전체적인 전술의 틀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지시하는 퍼거슨이었다.
전략은 대담하게, 전술은 세심하게.
퍼거슨은 이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감독이었다.
마지막으로 첼시의 에이스, 최대요주의 인물.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차례가 되었다.
퍼거슨의 눈빛은 호날두가 눈앞에 있으면 아예 그를 해부할 기세였다.
"드리블이나 볼 경합, 위치선정 능력, 적절한 수비가담까지. 다른 것도 다 잘하지만 이 놈의 가장 큰 무기는 내가 봤을 때 중거리 슛이다. 중거리 슛을 잘 차기 위해서 반드시 하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공을 차기 전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지?"
"밀착 수비로 몸싸움을 걸라는 말씀이시죠. 특히 슛을 차려고 할 때."
"그렇지! 끊임없이 몸으로 부대끼고 들어가서 슛만 쏘지 못하게 만들라는 거야. 파울을 불지 않는 선에서의 슛을 쏠 기회를 제한해."
제 아무리 넓은 골대라도 20M, 30M 바깥에서는 참 좁아 보이는데, 이 좁은 공간 안에 공을 우겨 넣는 것은 아주 정확하고 세심한 볼 컨트롤이 필요하다.
호날두가 아무리 날고 기는 선수라도 몸의 균형이 흔들린 상태에서 중거리 유효슈팅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외에도 호날두가 즐겨 사용하는 득점루트인, 드리블 돌파 후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경우는, 맨유 수비진들의 압박 수비로 대처할 수 있다.
마케렐레의 집중견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전방으로의 볼 배급이 감소될 것이고 결국 이러한 돌파 빈도 역시 줄어들게 된다.
'정신적으로도 한번 흔들어보고 싶지만... 애송이답지 않게 멘탈이 워낙 튼튼한 놈이라 그건 힘들겠지.'
호날두를 놓친 건 지금도 아쉬운 일이지만 지난 일에 목 메이는 성격은 아니다.
첼시든, 호날두든, 무리뉴든.
일단 적으로 만난 이상, 철저하게 싸워서 철저하게 박살내주리라 퍼거슨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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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와 퍼거슨이라는 난적을 앞에 둔 첼시의 감독, 주제 무리뉴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비록 첼시의 현재 기세가 최고조를 달리고 있고, 지난 시즌 맨유의 홈에서 대승을 거둔 적이 있었지만, 맨유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클럽이다.
여러 코치들과 1군 선수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은 무리뉴는 맨유전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도록 했다.
퍼거슨이 그 자신을 중심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하는 형태였다면, 무리뉴는 신하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면서 만들어가는 형태였다.
"퍼거슨이라면 분명 우리에 대한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오겠지. 하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는 최고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우리의 플레이만 확실히 해나가면 된다. 그럼 이겨."
“퍼거슨이 당일 날 취할 전술적인 스탠스에 대해서는 내가 보고 역으로 되받아 치면 되는 거야.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다. 너희의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면 맨유든 뭐든 우릴 막을 수 없어.”
무리뉴는 상대가 어떤 전술로 나오건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강점은 더욱 살리고 약점은 감추는 식의 전략을 수립했다.
탄탄한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을 기본 틀로 삼아서 선수 개개인의 우월한 기량과 높은 사기를 이용해 찍어 누른다.
실책만 줄일 수 있다면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최소 무승부 이상은 거둘 수 있다고 자신하는 무리뉴와 첼시 선수들이었다.
"퍼거슨이라면 웨인 루니와 반 니스텔로이 투톱 체제를 구현하겠지요. 존과 히카르두가 그 둘을 마크한 다음 클로드가 삼각구도를 형성하여 압박을 줄 수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적들의 공격진을 고립시키는 플레이지요."
전력분석팀장인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가 맨유 상대 특화 수비전술 고안을 밝혔다.
존 테리와 히카르두가 두 투톱을 맨투맨으로 마크하면서 박스 안에서의 연계나 개인기 플레이를 최대한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하는 존 테리가 드리블을 자주하는 루니를 상대하고, 지능적인 수비를 하는 히카르두가 옵사 라인을 깨는 반 니스텔로이를 상대하며 유기적으로 압박한다.
그렇게 해서 볼을 탈취하면 바로 가운데의 마케렐레에게 공을 패스, 역습을 전개하는 전술적 움직임이다.
"그는 수십 년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늙은 여우야. 볼 배급이 클로드(마케렐레) 한 명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거야. 우리는 여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 돼."
퍼거슨이라면 경기 도중에도 얼마든지 상대의 동력장치를 눈치 채고 전술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시즌이 시작되고 10경기 이상을 치른 지금이라면 첼시의 약한 연결고리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고심하는 무리뉴에게 램파드가 말했다.
“제가 클로드의 빌드업을 도울까요?”
"음... 프랭크는 빌드업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그럴 수는 없지.“
무리뉴는 에시앙과 호날두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 둘이 그 역할을 해줘야겠다. 우리가 볼을 잡으면 마이클은 클로드와 함께 더블 볼란치 체제로 간다. 마이클은 클로드의 임무를 나눠서 수행해.”
“옙! 알겠습니다.”
“크리스는 이전처럼 측면 공격수로 뛰다가 마이클과 클로드가 고전한다 싶으면 3선까지 내려와서 그들을 도와줘."
"알겠습니다, 보스."
"맨유와의 이번 경기는 아마 많은 득점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단 한 골이 승패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 다들 명심해라. 실수가 없으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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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입니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에 천만금을 내걸어서라도 반드시 이기고 싶은 그런 경기일 겁니다.]
[현재 맨유의 성적이 굉장히 좋지 못합니다. 아무리 슬로우 스타터인 맨유라도 이렇게까지 초반에 부진한 적은 찾기 어렵거든요.]
[라이벌 팀인 아스날과 함께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죠. 하지만 오늘 무패를 달리고 있는 첼시를 꺾는다면 사기 진작 측면에서 반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겠군요!]
맨유와 첼시 선수들 모두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면서 결의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경기의 중요성이 그만큼 이들에게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강팀끼리의 경기는 보통 승점 3점이 아닌 6점이 걸린 경기라고 표현한다.
언제 어디서든 3점을 얻을 수 있는 팀에게 0점, 패배를 선사함과 동시에 자신은 3점을 챙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양학도 중요했지만 경쟁 팀을 패배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호날두의 시선은 벤치에 앉아있는 등번호 13번, 박치성에게 향해있었다.
옛날의 자신이었다면 회귀 전이었다면 종이를 들고 사인을 받으러 갔을지도 모를 일.
박치성은 그의 이적 첫 번째 시즌인 이번 05-06시즌을 제외하고는 단 한 시즌도, 그의 커리어 하이라고 불렸던 10-11시즌에조차 맨유에서 붙박이 주전 선수였던 적은 없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였던 맨유에서는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정지우를 비롯한 한국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웠던 것이 사실.
그가 오늘 교체로라도 출정하길 바라면서 경기에 몸을 맡기는 호날두였다.
05-06시즌 - 7
"크리스!"
에시앙의 크로스가 호날두를 향해 날아왔지만 웨스 브라운과 퍼디난드의 집중 견제는 매우 살벌했다.
결국 그들의 방해와 몸싸움 끝에 공중 볼 따기에 실패하였다.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면서 주심에게 항의해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늘따라 더욱 눈을 날카롭게 빛내면서 자신을 주시하는 맨유 선수들의 분위기를 느낀 호날두.
왠지 오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으로 느꼈다.
호날두가 맨유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당하는 동안 더프 역시 존 오셔에게 경합하며 치열하게 볼을 따내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여기에 마케렐레는 대런 플레처, 폴 스콜스와 신경전을 하며 주의가 분산되는 중.
퍼거슨은 각 상황마다 페어를 나누어서 철저히 선수들의 숫자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그러다보니 양 윙어의 발이 묶였고 후방에서 볼 배급을 담당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압박을 줄 수 있었던 것.
중원이 흔들렸고 원톱 스트라이커인 드록바에게는 공이 가지도 못했다.
마치 첼시 선수들을 전원을 늪에 집어넣는 것 같은 퍼거슨의 노련한 전술적인 움직임에 호날두는 혀를 내둘렀다.
볼 배급이 꼬이니 당연히 빌드업도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첼시 선수들은 롱볼 패스를 전방으로 뿌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면 당연히 패스 정확도가 감소했다.
부정확한 패스 정확도는 점유율의 차이로까지 이어졌다.
맨유가 점유율의 65%를 가져가며 마음껏 공격을 전개했고 첼시는 한껏 움츠러들었다.
많은 경기들을 섭렵하고 분석해온 호날두의 눈에는 맨유 선수들이 첼시 선수들 사이의 요소요소를 끊고 고립시키는 장면이 들어왔다.
지난 시즌 바로 이곳, 올드 트래포드에서 1:4로 털렸던 그 맨유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움직임.
과연 퍼거슨.
몇 달 지나지 않아서 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후세에까지 역대 최고의 축구 감독으로 추앙받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유율에서 밀리고 조직력에서도 밀리던 첼시.
결국 대런 플레처가 갈긴 화끈한 중거리 슛에 선제골을 먹히고 말았다.
껌을 씹으면서 무서운 표정으로 필드를 노려보던 퍼거슨이 ‘그렇지!’ 하면서 허공에다 어퍼컷을 들어올렸다.
올드 트래포드의 수호신, 레드 데빌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썩이면서 함성을 지르고 응원가를 불렀다.
반대로 첼시 쪽은 살벌했다.
분노한 무리뉴의 고함이 첼시 선수들의 등을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흠...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내가 볼 배급과 플레이메이킹을 도와야겠네.'
마케렐레가 고립되면 그의 역할을 이어받을 선수는 바로 에시앙.
하지만 그의 컨디션이 오늘 좋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또 퍼거슨이 요술을 부린 것인지.
에시앙 역시도 중원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을 이미 본 호날두였다.
결국 그가 2.5선, 3선까지 내려와서 점유율 싸움을 돕기로 했다.
성장기 때부터 균형 잡힌 식단과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운동을 계속 해온 호날두는 이미 키가 187.5cm에 이르렀고(아직도 더 크고 있다) 탄탄한 골격과 단단한 체격을 갖추었다.
축구 선수로서 가장 효율적이고 파괴적인 움직임을 낼 수 있도록 단련된 근육은, 어떤 선수와의 피지컬 싸움에서도 밀리게 만들지 않았다.
여기에 그 흔한 휴가 한번 가지 않고 집 안에 틀어박혀서 많은 경기들을 분석한 결실이 더해졌다.
팀플레이와 전술적 움직임, 볼 커팅, 패스 등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된 호날두.
더 발전된 하드웨어에 더 발전된 소프트웨어가 합쳐졌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괴력은 지난 시즌의 괴랄한 퍼포먼스를 뛰어넘었고 이런 호날두가 점유율 싸움에 참전하니 첼시 중원에 커다란 도움이 된 것은 당연했다.
맨유의 패스 마스터이자 중원 싸움의 중심인 스콜스.
그를 노려보면서 턴 오버(공격권 전환)만을 노리던 호날두는.
기어코 볼의 궤도 예측과 빠른 주력을 이용하여 스콜스의 패스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첼시 원정 팬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Bull Shit!
흥분한 스콜스가 욕설을 퍼부으면서 특유의 더러운 태클을 날렸지만 한쪽 발을 띄우면서 가볍게 피한 호날두는 마치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스퍼트를 올렸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고함과 욕설이 터져 나왔는데 그만큼 자신이 위협적이라는 증거.
두 눈 부릅뜬 퍼거슨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맨유 선수들과 첼시 선수들은 각자 상반된 표정을 지으면서 같은 방향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대로라면 맨유를 대위기 속으로 빠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퍼억!
옐로우 카드를 받을 걸 각오하면서 몸으로 들이받은 퍼디난드.
누가 봐도 고의성이 짙은 반칙이었고 당연히 카드가 나와야 하는데 바로 경기 진행 되는 것이 아닌가?
“이봐! 주심! 진로방해와 공보다 다리를 먼저 건든 움직임까지, 전부 카드 감인데 뭐하는 거야!”
“카드 달라고! 카드!”
첼시 선수들이 격하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첼시 원정 팬들은 다함께 야유를 퍼부었다.
그제서야 이번 경기를 맡은 주심의 이름이 하워드 웹이라는 것을 깨달은 호날두.
‘젠장! 저 자식, 완전히 맨유 사생팬으로 유명한 놈 아니야?’
본인은 부정하지만 맨날 맨유에게 유리한 판정만 내리는 심판으로 유명한 하워드 웹.
하지만 이미 공격권은 빼앗겼고 주심은 경기를 진행했기에 선수들은 억지로라도 그것을 따라야했다.
호날두도 빨리 일어나서 수비 가담을 도와야했다.
몸을 추스린 호날두는 빠르게 수비진영으로 내려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높은 타점을 이용한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기도 했고, 맨유의 공격수인 루니와 거친 볼 경합을 하면서 그에게 가는 공을 끊어내기도 했다.
호날두의 피지컬을 당해내지 못한 루니가 철푸덕 쓰러졌다.
호날두는 정상적인 몸싸움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루니는 아닌 것 같았다.
“카악-! 퉤! 이 X같은 새끼, 진짜 축구 더럽게 하네.”
“? 흥분한 거 같은데 진정하는 게 좋을 걸?”
그러나 빡친 루니는 호날두에게 자신의 가슴을 부딪치면서 시비를 걸었다.
걸어오는 시비를 피하지 않는 호날두도 그에 응수해줬다.
양 팀 선수들이 그들을 말려서 떼어놓기는 했지만 루니는 아직도 부리부리한 눈으로 호날두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전반전이 끝났다.
=
무리뉴는 특별한 전술지시를 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첼시는 퍼거슨의 꾀에 말린 상황이었지만, 그는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격려만을 해주었다.
무리뉴는 단지 이 말만을 반복할 뿐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알려줄 것들을 미리 다 알려줬다. 변동은 없다. 그대로만 따라서 움직인다. 그리고... 전반전 30분 이후부터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호날두에게 윙크를 보내고 손가락을 까닥 거리는 무리뉴.
동료들의 장난스러운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서 호날두는 무리뉴에게 다가갔다.
“헤이, 크리스. 나는 너에게 프리롤을 부여했어.”
“네, 알고 있습니다. 보스.”
“그건 네가 더 이상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경기에 뛸 수 있다는 뜻이야. 클래식한 측면 공격수, 윙어처럼 그 라인에만 머물 필요는 없어.”
“!”
“네 장점을 극대화 시켜라. 너는 어디에서건, 어떤 상황에서건 슛을 쏠 수 있는 저격수야.”
05-06시즌 - 8
후반전, 호날두는 그야말로 날라 다녔다.
2선, 3선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볼 터치의 횟수를 늘려갔고 동료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뿌려주었다.
또한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과감히 슛을 차면서 맨유가 함부로 라인을 올리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호날두.
그것만으로도 마케렐레와 에시앙에게 가는 부담을 줄여주는 결과가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무리뉴는 선수단의 무게 중심을 오른쪽으로 기울이게 하면서 더프와 드록바를 이용한 공격 루트를 활성화시켰다.
꽉 막혀있던 공격의 물꼬가 드디어 튼 것이다.
프리롤을 부여받은 호날두가 넓은 활동량으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자 그를 집중 경계하는 맨유 선수들이 오히려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야했다.
사기적인 하드웨어를 지닌 호날두는 후반 60분이 지나도 쌩쌩했지만, 그를 쫓아다니는 임무를 부여받은 퍼디난드나 스콜스 등이 먼저 체력이 방전되어 퍼지는 결과가 나온 것.
이는 첼시의 날카로운 창과 같은 역습을 허용해주는 결과를 야기했다.
[마케렐레! 전방으로 롱 패스. 헤딩으로 공을 따내는 호날두 선수!]
[웨스 브라운과 볼 경합에서 승리하는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이 공을 잡았습니다! 바로 질주하는 크리스티안! 엄청나게 빠릅니다! 쫓아오지 못하는 맨유!]
[제로 백에서의 폭발적인 순간 가속도와 주력이 바로 그의 장기죠! 발동 걸린 호날두 선수는 저렇게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넘어서 맨유의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까지 접근하는 호날두.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번 ‘턴’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60분 동안 꽁꽁 틀어막아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내주면 이렇게 실점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보인 움직임이었으니까.
툭, 툭, 툭, 툭.
‘여기서 바로 슛을 차는 건 남는 장사가 아니지. 이 기회를 어떻게 만들었는데.’
호날두는 측면으로 돌아서 왔기 때문에 발바닥에 땀나도록 직행으로 달려온 맨유 수비진들에게는 어설프게나마 수비망을 형성할 시간이 있었다.
주변의 양 팀 선수들 포진을 짧은 시간 내에 확인한 호날두는 골문 앞으로 접근할 누군가의 그림이 그려졌다.
코뿔소처럼 달려오고 있을 '그'가 있을 자리를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주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선수는 바로 디디에 드록바.
빈 공간에 날려진 호날두의 패스를 찰떡같이 받은 드록바는 묵직한 그의 다리 힘을 이용해 공을 강하게 후려 찼다.
반 데 사르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골네트가 출렁였다.
1:1, 동점이었다.
[호날두의 킬패스! 드록바 슈티이이잉!! 들어갔습니다! 첼시! 1대1 동점골!!]
[제대로 찔러준 호날두 선수의 패스! 그걸 또 완벽하게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드록바!]
이것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무리뉴와 첼시의 코칭 스탭들.
첼시 팬들 역시 꾹 참았던 환호의 함성을 일제히 토해냈다.
침묵 속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첼시의 응원가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하... 진짜 완전히 미친놈 아니야. 저거?.”
“후우- 축구하기 싫게 만드는군.”
대런 플레쳐와 앨런 스미스가 괴물 보듯이 쳐다보고 있는 선수는 골을 넣은 드록바가 아닌 크리스티안 호날두였다.
그 두터운 견제와 압박을 다 뚫어내고 40M를 질주해서 드록바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날린 호날두.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수비진영을 향해 뛰었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저놈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
단 한 골, 단 하나의 골이었지만 그것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맨유 선수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고 첼시 선수들은 완전히 되살아났다.
이 상승세를 이어나가 한골 더 득점하기 위해, 에시앙을 구드욘센으로, 더프를 션 라이트로 타이밍 좋게 교체하는 무리뉴.
4-2-3-1 더블 볼란치 포메이션으로 쌩쌩한 2선 라인(호날두-구드욘센-라이트)을 이용하여 맨유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오른 기세를 이용해서 그라운드를 휘젓는 첼시.
맨유는 첼시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계속 얻어맞으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맨유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스코어라도 지켜서 무승부로 끌고 가느냐 아니면 한차례 도박을 하느냐.
굳게 다물린 퍼거슨의 입술이 열렸다.
교체 신호였다.
[오늘 경기에서 별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반 니스텔로이 선수를 빼고 치성 팍 선수를 투입시키는 퍼거슨 감독입니다.]
[음, 저 판단은 지금의 스코어를 지키겠다는 생각 같습니다. 첼시의 공세가 워낙 맹렬했기에 여기서 한 골을 더 먹혔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거든요.]
반 니스텔로이를 빼고 박치성을 투입시킴으로써, 루니를 원톱으로 세운 4-1-4-1 포메이션으로 바꾼 맨유.
첼시의 공격적인 전술에 대응하기 위한 방패를 세우는 퍼거슨이었다.
박치성의 출전으로 좌측의 측면 공격수 호날두는 우측의 윙어로 나온 박치성과 부딪치게 되었다.
‘드디어 출전했구나!’
그가 나온다는 사실에 잠깐 설렜지만 이내 잡념을 털어버리고 선수로서 맞붙는 호날두였다.
[팍! 호날두에게 달라붙습니다. 치열한 볼 경합! PSV시절에는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였는데 이렇게 수비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선수였네요!]
[깔끔한 턴으로 팍을 제치는 호날두입니다. 그래도 팍이 시간을 끌어서 한숨 돌릴 틈은 번 맨유입니다.]
퍼거슨에게 자신을 봉인하라는 특명을 받았는지 끝까지 따라붙으면서 귀찮게 하는 박치성.
산소탱크라고 불릴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활동량이 그의 장기인데 교체 멤버로 나왔으니 얼마나 쌩쌩할까.
호날두가 보기에는 한 없이 비효율적인 움직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패스를 방해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맨유 이적 초기에는 공격적인 윙어였다고 들었는데 수비적인 재능도 이때부터 꽃 피웠던 모양이다.
[볼 잡았습니다. 크리스티안! 상체 페인팅으로 팍을 뚫어냅니다!]
[또 뚫어내는 호날두! 무기력하게 공간을 내주는 팍! 맨유의 위기가 또 호날두에게 의해 찾아옵니다!]
박치성의 최대 단점은 피지컬도 있지만 발 기술이 투박하다는 점도 있다.
또 의외로 반응속도가 느려서 호날두의 페인팅 동작에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
단 몇 번의 부딪침만으로 그에 대한 분석이 끝난 호날두는 박치성을 벗겨내고 또 다시 드리블 돌파를 성공했다.
허나 그 뒤를 악착같이 따라붙는 박치성은 끝끝내 호날두의 슈팅을 몸으로라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팍이 아니었으면 상당히 위험할 뻔했던 슈팅이었습니다. 호날두의 슛 정확도는 엄청나거든요! 정말 잘 막았네요.]
[호날두에게 맞은 공이 아픈 것일까요.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팍.]
=
‘무슨 슛이...’
허벅지에 잠시 동안 힘이 안 들어갔다.
공이 아니라 쇠몽둥이에 맞은 느낌이었다.
“허벅지 괜찮아? 그러게 왜 무식하게 몸으로 들이밀어.”
“어? 어어... 고맙다.”
그런 박치성에게 다가가면서 몸을 일으켜주는 선수는 바로 상대팀의 호날두였다.
예상외의 행동에 박치성의 눈이 살짝 커졌다.
‘치, 친절하네..?’
포르투갈에서 온 개잡놈이라며 씹어댔던 맨유 동료들의 평가와는 달리 박치성의 눈으로 보는 호날두는 꽤 친절한 선수였다.
역시 사람은 직접 보고 평가해야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는 박치성이었다.
05-06시즌 - 9
박치성을 비롯한 맨유 교체 선수들의 활약과 수비진들의 호수비 덕분에 첼시가 시종일관 몰아쳤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1:1 무승부.
첼시 선수들은 추가 골을 넣지 못했음에도 아쉬운 표정을 잠깐 지었을 뿐 그럭저럭 만족한 모습이었고, 작전대로 이후 실점을 틀어막았음에도 오히려 맨유 선수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무승부였지만 이곳은 올드 트래포드였고 맨유의 성적은 리그 5위였다.
갈 길이 먼데 홈에서조차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대결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봐도 무리뉴의 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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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우 준수한 활약을 선보인 호날두는 MOM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골을 넣은 드록바나 플레처 같은 선수도 있었지만 5번의 드리블 돌파 성공, 4번의 키패스와 찬스를 창출하고 어시스트까지 적립한 호날두의 경기에 대한 영향력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마이크를 들이대는 리포터들에게 둘러싸인 호날두는 이번 경기 MOM으로서 경기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다.
한 여성 리포터가 그에게 질문했다.
"경기 직후, 퍼거슨 경이 호날두 선수에 대해 극구 칭찬을 했습니다. 경기 전에는 호날두 선수를 막을 수 있다며 호언장담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인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밝혔듯이 저는 퍼거슨 경을 매우 존경하며 그를 아주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저를 막을 수 있다 한 것은 맨유의 감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이었으며, 경기 후의 칭찬이 저에 대한 진정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퍼거슨 경의 칭찬에 매우 기쁘며 앞으로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호날두 선수는 퍼거슨 경에 대해서 언제나 호의적인 인터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핵심 선수로서 경쟁 팀의 감독인 퍼거슨 경에게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은 첼시에 대한 존중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장 무리뉴 감독만 하더라도 퍼거슨 경과 끊임없는 설전을 벌여왔습니다.”
“음, 그것은 오해입니다. 제가 퍼거슨 경을 존경하기 시작한 것은 첼시에 오기 전부터였습니다. 그는 스포르팅 시절부터 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었고 맨유로 오라고 직접 제의를 하기도 했었죠. 제가 그 분의 칭찬에 감사하는 일은 제 소속 구단과는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날두는 언제나 퍼거슨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퍼거슨이 경쟁 팀 감독으로서, 경쟁 팀 에이스인 호날두에게 심리전을 걸거나 비꼬며 자극할 때도, 호날두의 대응은 늘 한결 같았고 오로지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립 서비스가 아닌가했던 잉글랜드의 언론들은 호날두가 진심으로 퍼거슨을 존경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퍼거슨도 자신에게 무한한 호감을 표하는 호날두를 까기에는 좀 그랬는지 요즘에는 좋지 않은 말들을 삼가는 중.
어쨌든 이번에도 호날두는 퍼거슨에 대한 존경을 감추지 않았고 이것은 맨유 팬들에게 '이거 설마 혹시...?' 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오늘 주심은 시종일관 맨유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습니다. 카드가 나올만한 반칙에도 무시하며 경기를 진행했는데요. 호날두 선수는 여기에 대한 피해자입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없으십니까?”
“불만은 있습니다. 하지만 징계가 무섭기 때문에 저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하하하하~!
“경기를 지켜본 수많은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판단해주실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용감한 발언을 한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탑피어스의 기자 모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호날두 선수에 대한 맨유 선수들의 압박이 굉장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 한 명을 상대팀에서 뽑는다면 누구를 지목하실 건가요?"
MOM을 받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대표적인 질문.
잠시 생각하다가 호날두는 자신의 옛 영웅을 한번 띄워주기로 했다.
"루니의 돌파는 마치 탱크 같았고 반 데 사르의 선방은 놀라웠습니다. 스콜스, 퍼디난드 그리고 오늘은 나오지 않은 긱스까지. 모두 알려진 맨유의 스타들입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새로운 선수를 만난 것 같습니다. 등번호 13번의 치성 팍은 짧은 교체 출전이지만 제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과거의 은혜에 대한 약간의 보답이 되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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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호날두, '맨유의 치성 팍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호날두, '치성 팍은 맨유의 새로운 스타가 될 것.']
[호날두에게 호평 받은 치성 팍은 누구?]
별 볼일 없는 선수가 하는 말은 큰 파급력을 가지기 어렵다.
하지만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UEFA 올해의 축구 선수상 수상자이기도 한 호날두의 발언은 그 무게감이 달랐다.
단숨에 박치성은 유럽 축구 언론들과 축구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어지간하면 상대 선수를 칭찬하지 않았던 호날두가 그런 말을 했기에 그 주목도는 더 높았다.
런던의 스포츠 채널에서는 박치성의 플레이만을 따로 편집해서 보여주고 그에 대한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박치성이라는 선수의 이름을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팍! 영감님이 부르시는데. 얼른 뛰어가 봐."
"알겠어요. 고마워요, 제프"
약간 어색한 영어 발음에 눈이 작은 동양인 선수, 박치성이 어수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매니저 룸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박치성을 기다리는 사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
박치성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퍼거슨의 반대편에 앉았다.
‘영감(퍼거슨)과 개인 면담을 할 때는 왕창 깨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고 말한 동료 선수 루니의 말이 떠올랐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퍼거슨이 묻는 말은 박치성의 예상에 벗어난 것이었다.
"다름 아니라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혹시 그 놈... 크리스티안 호날두와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나?"
"첼시의 호날두 말씀이십니까? 어... 물론 저는 그를 알긴 했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습니다. 경기장에서도 처음 만났습니다."
"그래? 그 놈이 너에 대해서 칭찬을 늘어놓은 것을 알고 있지?"
"아, 네. 듣긴 했습니다만..."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차피 다른 팀에서 왕 노릇하는 녀석이 내뱉는 변덕스러운 말일 테니까. 제 놈이 뭐라고 우리를 평가해? 앙실방실한 놈..."
퍼거슨은 그것 말고도 호날두에 대한 욕설을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하지만 박치성은 왠지 그가 호날두를 진정으로 미워하는 것 같아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반대인 것 같지만... 주제넘은 생각은 여기서 끊는 박치성이었다.
"일단 나는 그놈과 생각이 같다. 팍, 너는 내가 뽑았다. 내가 직접 경기를 보고 분석하며 밤낮을 고민해서 뽑은 선수야. 지금까지 이렇게 공들여서 이루어진 영입에는 실패가 없었어. 주변에 평가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다. 노력만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우리 팀의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감독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의 너희 역할은..."
침체기를 걷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엄청난 성공과 트레블이라는 클럽 축구 최고의 영광을 선물해 준 퍼거슨.
하지만 현재 그런 퍼거슨의 위상은 흔들리는 중이었다.
그는 벌써 두 시즌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 이번 시즌의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진했다.
퍼거슨의 후임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찌라시까지 슬슬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퍼거슨 자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라커룸에 대한 영향력 또한 확고부동했다.
반등을 꾀하는 맨유의 명장은 주변의 분위기에 상관하지 않고 쉬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그리고 맨유는 이후 11경기 무패를 달리면서 다시 우승 경쟁 팀의 면모를 되찾게 된다.
05-06시즌 - 1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끝난 10월 2일 그리고 볼턴 원더러스과의 경기가 진행될 10월 15일 사이.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의 2006 독일 월드컵 마지막 예선 경기인 리히텐슈타인과 리트비아와의 경기를 가졌다.
호날두, 데쿠, 피구, 파울레타, 카르발류, 시망 등의 대활약으로 이미 유럽지역 월드컵 예선 조 1위를 확정지은 포르투갈은, 스타 선수들에게 막혀 교체 출전을 전전했던 다른 포르투갈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출전기회를 대거 주면서 새로운 전술과 선수들을 시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경기 모두 깔끔하게 승리, 12전 9승 3무 승점 30점로 2006 독일 월드컵에 승선하게 된 포르투갈.
지난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포르투갈 최초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비록 예선 경기지만 출중한 경기력으로 무패행진까지 달렸다.
‘어쩌면...’, ‘설마...’ 하는 기대심리는 충분히 포르투갈 전역을 알싸하게 달구고 있었다.
“우리가 정말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은데. 우승후보 0순위인 브라질이 있잖아...”
카르발류와 페레이라는 자신 없는 표정이었다.
물론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맥없이 추락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역사의 흐름을 개인의 힘으로 바꾸어 유럽 선수권 대회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호날두.
모든 축구 선수들의 간절하고 간절한 염원이 담긴 꿈의 무대, 월드컵에 도전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내가 해야 일은 모든 경기에서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는 것, 그리고 축구 선수로서의 실력을 끌어 올리는 것.'
‘정지우’가 기억하는 미래에서, 호날두는 단 한 번도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것이다.
신구 조화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던 2004-2006 포르투갈 황금세대에 호날두 자신이 더해졌다.
“지금 포르투갈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멤버에요.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죠.”
당당하게 걸어가 가장 빛나고 가장 위대한 우승컵을 들어 올리리라.
미래의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전에 아예 처음부터 격차를 벌려놓으리라.
당대 최고에 만족하지 않고 축구사를 통틀어 최고가 되고 싶은 호날두의 꿈은 월드컵 우승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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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뉴캐슬을 3:0으로 제압! 호날두 1골 1어시, 리그 42경기 연속 무패!]
[또 다시 승리한 첼시! 포츠머스마저 꺾다! 연승가도!]
[램파드의 결승골! 첼시를 승리로 이끌다! 44경기 연속 무패!]
[첼시! 홈에서 위건을 1:0으로 격파! 아스날의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다!]
16전 14승 2무 승점 44점.
17경기를 치르며 2위에 오른 맨유보다 무려 9점이나 높은 압도적인 1위.
아스날-맨유의 양강 체제는 이미 깨진지 오래다.
무리뉴의 첼시는 너무나도 막강해서 도무지 뚫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다른 팀 팬들이 첼시를 폄하하기 위한 수단은 역사가 짧다, 근본이 없다는 식의 비꼬기, 조롱하기 밖에 없을 정도로 팀 내적으로는 도무지 깔게 없었다.
사람들은 맨유와 아스날, 리버풀에 첼시까지 더해서 EPL의 '빅 4'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오랜 전통과 역사, 그리고 수많은 트로피가 있는 위 세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첼시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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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에 나타난 생태계 파괴종, 첼시. 과연 누가 이들을 꺾을 수 있을까?]
첼시는 과거 프리미어 리그에 존재했던 그 어떤 팀들보다도 막강하고 잔인하며 인간미가 없는 팀이다.
크리스티안 호날두와 데미안 더프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놀라운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환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하는 명실상부한 EPL 최고의 윙어진.
특히 지난 시즌보다 놀랍도록 향상된 득점력까지 장착한 호날두는, 올해 발롱도르 수상에 유력한 후보이기도 했으며 무적의 첼시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첼시의 조커이기도 했다.
램파드, 마케렐레, 에시앙, 구드욘센 역시 EPL 최고의 미드필더 선수들이다.
공격적인 재능이 특출난 램파드와 구드욘센, 그들을 받쳐주는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케렐레와 에시앙은 모든 감독들이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최고의 중원 사령관들이다.
'철의 포백'이라 불리는 갈라스, 테리, 카르발류, 페레이라는 이번 시즌에도 건재했으며 그들 뒤에는 EPL 골든 글러브에 빛나는 체흐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현재 리그 16경기 동안 실점한 점수는?
고작해야 6실점뿐이다.
과거 완전체 첼시의 유일한 약점이라 불리던 스트라이커 진의 '코뿔소' 디디에 드록바는 분명 티에리 앙리나 반 니스텔로이 같은 초일류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피지컬과 연계능력을 바탕으로 한 공간 창출과 공격 기여도는 새로운 유형의 특급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한명도 빠짐없이, 이들은 월드 클래스다.
여기까지 읽은 우리 매거진의 구독자들은 이렇게 소리칠지도 모른다.
'bull shit! 도대체 이런 팀을 어떻게 극복하라는 거야!?'
'틈이 있어야 찌르고 들어가지!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네!'
'첼시가 얼마나 강한지 늘어놓으려고 글 쓴 거냐? 우리는 감상이 아니라 분석과 공략법을 원해!'
게임을 해보기도 전에 치트부터 쓰기 원하는 당신들의 반응, 충분히 이해한다.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대부분은 첼시가 아닌 맨유와 아스날, 리버풀 등의 팬이니까.
저명한 축구 관련 잡지에서 내건 글인 만큼 다른 축구 분석 칼럼이나 업체들과는 뭔가 다를까 싶어서 왔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한 마디만 해주고 싶다.
세계 최고의 감독들과 전술분석 팀들도 밝혀내지 못하는 첼시의 약점을 일개 칼럼리스트가 어떻게 밝혀낼 수 있겠는가?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첼시가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첼시의 베스트 11은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선수들에 빠르고 강한 어린 선수들이 합쳐진 구성원으로, 젊은 패기와 원숙미가 조화를 이루는 가장 이상적인 팀이다.
다만 세월의 흐름은 젊은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지만 나이 든 선수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노쇠함을 끼얹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물러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은, 수만 개의 열쇠 꾸러미 중에서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를 찾는 일과 같아서, 오히려 새 판을 짜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나의 ‘팀'에 익숙해진 선수단 전체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딱 맞는 대체자를 영입하는 것.
이것이 실패한다면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결국 무너진다.
디스테파노와 푸스카스가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의 저승사자 군단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3번이나 들어 올린 펠레의 브라질도.
미헬스와 크루이프가 이끄는 48전 42승 5무 1패 트레블의 아약스도.
베켄바우어, 게르트 뮐러, 제프 마이어 등의 황금기 바이에른 뮌헨도.
심지어 누 캄프의 기적을 일으킨 퍼거슨 경의 맨유조차도 모두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무너졌고 결국 전설 속의 팀으로만 남게 되었다.
이쯤 되면 구독자 여러분은 나의 대답을 눈치 챘을 것이다.
답은 '시간'이다.
아무리 단단한 바윗돌도 시간의 힘에 풍화된다.
우리(첼시 팬을 제외한 모든 팀의 팬들)들은 인내심을 갖고 그들이 스스로 무너지길 기대해야 한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뭐 ,이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의 첼시는 위에 제시된 전설적인 팀들과 비교될 만큼, '시간'이 아니고서야 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첼시를 상대하는 잉글랜드 모든 팀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건투를 빈다!
그리고 너무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도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들이니까.
참고로 호날두는 예외다.
그는 피와 살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진 생명체가 확실하다.
05-06시즌 - 11
마지막을 이렇게 첼시와 호날두에 대한 찬양으로 끝이 난 칼럼은 선풍적인 인기(또는 어그로)를 끌고 팔려나갔다.
전문가의 칼럼치고는 허무맹랑한 표현이 많이 쓰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 현재의 첼시가 강하고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했다.
이제는 첼시를 만나면 해탈한 채 아예 경기를 포기해버리는 팀조차도 있을 정도였으니 축구 팬들이 느끼는 그 체감은 오죽할까.
퍼거슨, 벵거, 베니테즈를 비롯한 EPL의 터줏대감들이 열심히 첼시와 무리뉴를 견제하고 디스하며 심리전을 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첼시는 꺾이지 않았다.
승승장구, 연전연승의 첼시.
이제 박싱데이를 앞두고 같은 런던에 연고지를 두게 된 라이벌 아스날과의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새로운 무패 기록을 세우려고 하는 자와 그걸 저지하려는 자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이 곧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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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맨유가 겪고 있는 내홍이 소규모 지진이라면 아스날은 대규모 지진, 적어도 6.5 이상의 강진이다.
올 시즌 아스날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다른 팀들보다 1~2경기를 덜 치렀다 하지만 리그 순위 8위에 승점은 고작 26점.
1위 첼시와는 무려 19점차다.
시즌 초반 같이 부진했던 맨유는 연승을 달리면서 다시 살아나는 중이었고, 빅 4의 리버풀 역시 지난 시즌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교훈삼아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심지어 아스날 최대 라이벌인 토트넘마저 아스날보다 현재 순위가 높았다.
벌써 12월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에 거너스(아스날의 팬)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중.
반등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이번 첼시전에서 승리해야 했다.
반대로 첼시는 리그에서 무패를 달리며 왕처럼 군림했지만 최근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썩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빠르게 리그 우승을 확정지어 놓고 챔스에 올인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휘청거리는 아스날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서로가 이렇게 절박했으니 경기는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삐이익-!
경기가 시작한지 2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양 팀 합쳐 옐로우 카드가 2장이나 나왔다.
아스날의 미드필더인 마티유 플라미니를 거칠게 밀어버린 에시앙에게 옐로우 카드를 꺼내는 주심.
이번이 세 번째 옐로우 카드였으며 첼시의 두 번째 옐로우 카드이기도 했다.
아스날의 홈 구장인 하이버리에서 에시양을 향한 야유와 욕설이 빗발친다.
그런 거너스들에게 오히려 어깨를 으쓱하며 도발하는 멘탈갑 에시앙.
"마이클, 보스가 적당히 하랍니다. 그러다 또 경고 받아요."
"훗, 거칠게 도발해줘야 저쪽의 실수를 유발할거 아니야. 아스날 녀석들은 하나같이 비리비리하니까."
"이번 시즌이 마지막인 하이버리는 어쨌든 아스날의 홈 구장이라고요. 그런데 도발까지 하니 다음 경합 때는 심판이 누굴 편들어 주겠어요?"
"예이- 우리의 에이스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따라야지요."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에시앙.
호날두는 진중(?)한 성격이었지만 오는 장난을 피하지 않는다.
다만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도 투철한 프로의식으로 축구에 임할 뿐이다.
에시앙의 반칙으로 아스날의 공격이 끊긴 가운데 잠시 경기가 소강상태를 띄었다.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무리뉴는 호날두를 비롯한 첼시 선수들에게 두 가지 지시를 내렸다.
첫 번째는 세트피스 플레이를 중점적으로 이용하라는 것.
두 번째는 양 윙을 중심으로 한 빠른 역습 전개를 많이 시도하라는 것.
무리뉴는 앞으로 벵거에게 상대 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띄게 되는데 바로 위와 같은 전술적 성향 때문이었다.
아르센 벵거의 전술적 헤게모니인 '벵거볼'은 라인을 올려서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골을 넣는 전체적인 플레이를 뜻했는데 롱볼 축구만 가득했던 잉글랜드에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벵거볼은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면 무척 다이나믹하고 품격 있는 경기가 가능했지만, 무리뉴 첼시처럼 선 수비 후 역습 전개를 즐겨 사용하는 팀과 감독에게는 쥐약이었다.
첼시에는 호날두, 드록바, 존 테리, 에시앙, 마케렐레 등 피지컬이 탄탄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피지컬의 중요함은 굉장히 커서, 첼시 선수들은 힘으로 아스날의 수비를 뚫고 몸을 들이밀어 골을 우겨넣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했다.
두 개의 전술 변화는 바로 효과를 드러냈다.
아스날 수비진들이 충분히 경계했음에도 존 테리는 그의 피지컬 능력을 이용해서 헤더 슛을 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그가 들이민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왔지만, 그 볼을 노리고 있던 호날두의 시야에 걸려들면서 슛, 그리고 골.
단숨에 한 점을 앞서가는 첼시였다.
호우-!
자기도 모르게 '호우-!'가 나와 버린 호날두였지만 상관하지 않고 골 맛을 즐겼다.
[세컨 볼을 잡아채는 크리스티안 호날두-! 골입니다! 골! 호날두의 골로 아스날의 홈 하이버리에서 1:0으로 앞서가는 첼시입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아스날을 잡아낸다면 첼시는 46경기 연속 무패로 아스날의 49경기 무패 기록에 3경기만을 남겨 놓게 됩니다! 과연 무리뉴의 첼시가 이 위대한 기록을 깨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 오늘 경기력만 놓고 보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 보이네요!]
[호날두 선수, 이번 골이 바로 리그 16호 득점입니다! 득점왕 경쟁자인 앙리 선수, 반 니스텔로이 선수와의 격차를 또 다시 벌리는데 성공합니다!]
호날두의 득점페이스가 얼마나 미친 수준이었냐면, EPL 득점 2위인 앙리는 현재 11골, 3위인 반니는 9골에 불과했다.
[과거 EPL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인 앨런 시어러의 전성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의 득점페이스입니다. 호날두는 모두가 알다시피 윙어 겸 측면 공격수였죠! 측면의 선수로서 해줘야할 것들을 120% 다 해주면서 득점까지 어마어마하게 올리고 있으니 이 선수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겠죠!]
호우 세레머니를 한 다음에 가슴을 탕탕 두드리면서 첼시의 원정 팬들을 기립박수의 행렬로 만든 호날두.
그것은 마치 '이제 새로은 EPL의 왕은 나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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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이 시작되어도 첼시의 우세는 계속 되었다.
아스날은 분전했으나 경기 상황에 큰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첼시 선수들의 기세와 피지컬에 눌린 아스날은 당황했는지 공격 전개도 뭔가 꽉 막힌 듯 지지부진했으며 공을 돌리다가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 기회를 노려 첼시는 위협적인 역습을 여러 번 퍼부었다.
더티 복싱으로 몰고 가듯 첼시가 몸싸움 위주의 화끈한(?)하고 터프한 축구를 구사하자 아스날은 손을 쓰지 못하고 당하는 중이다.
“이봐, 롭. 방금 반칙이 아닌가? 드록바가 센데로스의 진로를 방해했는데 어떻게 카드를 주지 않을 수 있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쇼! 정당한 볼 경합 과정이 어떻게 진로방해가 되는 건지 오히려 당신 머리 속을 열어보고 싶구만!”
무리뉴가 옆에서 시비 걸듯 하는 말에 벵거는 차갑게 대꾸했다.
“자네가 코치로 데뷔하기 10년 전부터 나는 감독 일을 해왔네. 자네보다 훨씬 많은 경기를 보고 분석해왔지. 축구 지식을 따지려는 알량함 따위는 내밀 가치도 없으니 집어넣더라도, 축구에 대한 조금의 정의나 스포츠정신 따위 없는 플레이를 보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건 감독이 아니야!”
“당신과 내가 논쟁해야 할 부분은 철학이 아닌, 방금 상황에서의 반칙 여부일 텐데? 우리, 쓰잘 것 없는 소리로 논점을 흐리지 맙시다.”
“쓰잘 것 없는 소리? 자네 같은 교양 없는 사람에게나 쓰잘 것 없는 소리겠지! 아까부터 말도 안 되는 파울로 경기를 더럽히고 있는 팀의 장본인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당신 혼자 발광 떨어봤자 상황은 안변해. 주심! 우리 신경 쓰지 말고 경기 진행하시오! 경기 진 양반의 추한 변명을 듣는 것도 이제 지겹구만!”
05-06시즌 - 12
벵거와 무리뉴가 서로 몸싸움이라도 벌일 기세라서 결국 주심은 보안요원들을 불러 이들을 말리게 했다.
경기가 잠시 지체되었고 거너스들과 블루스들은 경쟁적으로 상대의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그 장면은 마치 애들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사석에서는 그렇게 냉철하고 신사적인 양반들이 왜 서로 만나기만 하면 저러는지 모르겠네.”
“크흐, 방금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바로 데니스 베르캄프였다.
호날두에게는 까마득한 대선배이자 전설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그런 선수.
“아무래도 우리 둘이 통한 모양이야?”
“...그러네요.”
베르캄프가 호날두의 어깨를 툭 치면서 친한 척을 했다.
“우리 보스의 스트레스 요소 1순위가 바로 너다. 그러니까 저렇게 다투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 때문이지.”
“오, 그렇게 저를 높게 봐준다니 정말 고마워해야할 일이네요.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아스날전에는 특히 더 열심히 뛰어야겠어요.”
“그건 좀 봐줘~ 나이든 선배들을 공경 좀 해달라고.”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베르캄프.
지금까지 그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이 짧은 농담 따먹기는 그에게 약간의 친근감을 가지게 만들었고, 호날두는 베르캄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다.
삐익-!
물론 경기가 재개되었을 때, 두 사람 다 가벼운 분위기를 지우고 치열하게 맞붙었지만 말이다.
툭!
우우우우우-!!
호날두가 공을 잡자 사방에서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아스날의 홈 팬들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한 선수에게만 야유를 쏟아내는 것은 그만큼 그 선수가 위협적이기 때문.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조금도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호날두는 오히려 이 야유를 즐겼다.
급히 추격하고 있는 아스날에게 첼시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리는데 성공했다.
조 콜의 발로부터 튀어져나간 공이 아스날의 골문을 가르는 것을 보았을 때.
아스날 선수들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반 페르시, 파브레가스, 솔 캠벨 등.
아스날의 레전드들과 아스날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은 하나같이 비참한 표정으로 라이벌전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열심히 첼시 선수들에게 야유를 쏟아내던 하이버리 경기장은 이제 승리에 환호하는 첼시 팬들의 것.
팍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라운드만을 노려보는 벵거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박수만 치는 무리뉴가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주심의 휘슬을 마지막으로 경기가 끝났다.
망연자실한 아스날 선수들 중 앙리에게 호날두가 다가갔다.
평소 그의 플레이를 좋아해하던 호날두였지만 유니폼을 얻을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다.
서로의 유니폼을 교환하는 호날두와 앙리.
"언제나 첼시는 강한 팀이지만... 단연코 오늘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어. 도저히 틈이 안 보이는군."
"......"
앙리는 짧은 한 마디를 남긴 채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 말에 담긴 답답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는 경기를 누가 하고 싶겠는가?
특히 앙리처럼 세계 최고 선수로서의 승부욕을 가진 이라면 더 말할 것 없다.
매번 우승 도전을 할 수 있는 클럽으로 선수들이 이적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앙리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는 것에는 그러한 심리가 조금은 들어있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보는 호날두였다.
12월 18일, 05-06시즌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 0 VS 2 첼시
=
리그에서는 46경기 무패 기록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는 중이었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불안한 행보를 보이는 첼시였다.
리버풀, 레알 베티스, 안데레흐트와 같은 조였던 첼시는 3승 2무 1패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조 2위,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그렇게 해서 맞닥뜨린 16강 상대는 작년의 데자뷰, 바르셀로나.
이 둘은 지난 시즌 EPL과 라리가의 우승팀이기도 했기에 블루스와 꾸레들은 왜 또 하필 저 팀을 만났냐면서 절규했다고 한다.
호날두가 기억하는 05-06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은 바로 바르셀로나다.
이들과 경기를 치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있었지만 올 시즌 챔스 우승팀을 16강서부터 마주하게 된다니 참...
물론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첼시의 상승세가 당분간은 꺾이지 않을 거라 예측하면서도 아스날의 기록인 49경기 무패 기록에 대해서는 ‘설마 이게 깨질까?’ 라며 의문을 품었다.
사실 아스날의 무패 기록은 2004년 7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은 기록이다.
벵거가 49경기 무패를 확정지으면서 ‘이 기록은 적어도 50년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라며 호언장담했고 평론가들이 대부분인데 그에 동의했다.
그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 1년 반 만에 깨지겠나 하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
하지만 첼시는 생각 이상으로 무시무시했고 무자비한 팀이었다.
때마침 박싱데이에 들어선 첼시는 풀햄을 꺾었고... 맨시티를 제압했으며... 버밍엄마저 2:0으로 승리하면서 상승가도를 이어갔다.
리그 49경기 연속 무패!
아스날의 위대한 기록을 바로 다음 시즌 첼시가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모두 경악하는 가운데, 이제부터 첼시의 행보는 새로운 역사,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주제 무리뉴, ‘블루스들은 이제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녀도 된다. 우리가 진정한 EPL의 왕이다!’]
무리뉴의 선언에 딴지를 걸 수 있는 언론과 타팀 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리는 스위스 취리히로 갈 준비를 하는 호날두.
스타일리스트가 다듬어준 머리와 코디네이터가 추천한 양복을 차려입은 호날두의 곁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역시 크리스는 코디네이터를 반드시 고용해야겠네요. 세상에, 발롱도르 시상식에 이 반짝이는 은색양복은 정말...”
“반짝이지는 않는데...”
“됐어요. 생선 같은 건 똑같으니까.”
케슬린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 호날두였다.
드디어 케슬린과 연인이 된 호날두는 자신에게 따라붙은 수많은 파파라치들의 눈을 속이면서 비밀 연애를 즐겼다.
하지만 마치 갇혀서 연애하는 듯한 생활에 싫증난 케슬린의 요청으로, 시상식에서 그녀를 파트너로 데려가기로 했다.
연예인으로 치자면 공개연애를 선언하는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는 없게 되겠지만 차라리 이게 마음 편해요. 이제 크리스에게 집적거리는 여자들이 사라지겠죠?”
“......”
“설마 대쉬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속으로는 즐겼나요? 그렇다면 전 악녀로 변할 수 있....”
“아니! 그럴 리가!”
왠지 그녀의 변심이 답답하다는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인 것 같았지만 더는 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춘 호날두였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05-06시즌 - 13
리무진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카메라 셔터들이 불을 뿜었다.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안 호날두와 아일랜드의 유명 슈퍼 모델인 케슬린 위나가 동행하는 모습을 보고 이미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가는 중.
눈을 따갑게 만드는 화려한 카메라 플래쉬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그림같이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은 밝게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이곳은 스위스 취리히 콘그레스하우스.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리는 곳이다.
“‘키이스트’와 ‘스카이뱃’을 포함한 많은 스포츠 베팅업체 측의 발롱도르 수상 배당률은 호날두 선수와 램파드 선수, 호나우지뉴 선수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중입니다. 평균적으로는 호날두 선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제가 뭐, 별다른 답변을 할 수 없는 질문인 것 같네요.”
“작년과는 달리 올해 무리뉴 감독은 호날두 선수에 대한 발롱도르 수상 지지를 확실히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혹시 섭섭하신 점이라도...”
“프랭크(램파드)도 발롱도르 유력 후보입니다. 그는 충분히 그것을 받을만한 선수죠. 우리 둘다 첼시의 선수인데 감독으로서 어떻게 한 사람의 편을 들 수 있습니까? 섭섭한 점, 없습니다.”
“옆에 계신 여성분은 아일랜드 ‘셰티’사의 전속 모델인 케슬린 위나 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날두 선수가 위나 양을 파트너로 데려왔다는 것은 연인 사이임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려는 의도이신가요?”
“물론입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그를 간절히 부르는 기자들을 따돌린 채, 호날두는 케슬린의 손을 꼭 잡고 그랜드 홀을 향해 걸었다.
케슬린을 돌아보니 깜찍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케슬린의 바람대로 됐네. 앞으로 극성인 잉글랜드 언론들이 졸졸 쫓아다닐 거야. 버틸 수 있겠어?”
“잘난 애인을 둔 여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강한 여자니까요.”
새삼 케슬린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그 때도 누구보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여자였지.
어쩌면 그런 면 때문에 호날두 자신이 그녀에게 반한 것일지도.
“오늘 아주 느낌이 좋아요. 제 예감은 거의 틀린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크리스가 좋은 상을 다 받을 것 같은데요?”
=
시상식장에 들어선 호날두는 작년의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그는 이곳에서 2004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가장 빛나는 상을 받은 후 정체되지 않고 앞으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모두에게 맹세했다.
그 맹세가 지금, 부끄럽지 않았다며 자부하는 호날두였다.
본래 발롱도르는, 메시와 호날두가 나란히 나눠먹기 전까지, 이전 년도 발롱도르를 수상한 전임자에게 표가 박하게 가는 경향이 있었다.
메시, 호날두처럼 하늘 위의 하늘, '신계'라 칭해질 만큼 엄청나게 특출난 선수가 없기도 했지만, 해당 선수가 발롱도르를 두 번 연속 탈만큼 뛰어나다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
다시 말해서 지난해 발롱도르 수상자가 올해도 그 상을 받으려면 남들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잘해야 가능했다.
“2005 발롱도르 수상자는.... 맙소사! 지난해와 같습니다! 크리스티안 호날두~~!!”
와아아아!!
열렬한 박수소리와 함께 일어난 호날두.
2005 발롱도르는 바로 그의 것이었다!
호날두는 자신의 두 번째 골든 볼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 올리며 환호할 수 있었다.
호나우두 이후 4년 만에 두 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으며, 반 바스텐 이후 16년 만에 연속으로 두 번의 발롱도르를 탄 선수가 되는 장면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상륙하자마자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크리스티안 호날두 선수는 첼시를 역대 최강의 챔피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최우수 선수로써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지요. 뿐만 아니라 그는 큰 경기에서 더욱 강했습니다. 별들의 전쟁이라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호날두가 없었으면 첼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올 시즌, 호날두는 더욱 강력해졌고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어린 천재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선수가 바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입니다.”
UEFA 회장인 레나르트 요한손의 극찬 속에서 호날두는 무대 중앙에 섰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쉬의 향연 속에서 그는 웃었다.
이미 작년에 발롱도르를 받았다는 디 메리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나우지뉴와 램파드를 비교적 큰 차이로 제친 호날두.
어떤 선수가 발롱도르를 타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수상이 갈릴 것이라는 베팅 업체들의 예상과는 상반되는 결과였다.
2위는 호나우지뉴였고 3위는 램파드였는데 이 둘의 표 차이는 6표 밖에 나지 않았다.
4위는 리버풀을 챔스 준결승까지 끌고 간 제라드였으며 5위, 6위는 각각 앙리와 셰브첸코였다.
2005 UEFA 올해의 팀
안드리 셰브첸코 - 사무엘 에투
(AC 밀란) (바르셀로나)
파벨 네드베드 - 프랭크 램파드 - 호나우지뉴 - 크리스티안 호날두
(유벤투스) (첼시) (바르셀로나) (첼시)
파울로 말디니 - 존 테리 - 카를레스 푸욜 - 카푸
(AC 밀란) (첼시) (바르셀로나) (AC 밀란)
페트르 체흐
(첼시)
감독 : 주제 무리뉴(첼시)
작년 올해의 팀과 비교해보면 앙리 자리에 에투가 들어왔고 마니시와 데쿠는 네드베드와 램파드로 교체된 것이 차이점이었다.
수비수 역시 카푸 빼고 전부 바뀌면서 금방금방 최고의 선수들이 바뀌었던 이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호날두와 무리뉴는 작년과 연속으로 올해의 팀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들의 클래스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2005 FIFA 월드 베스트 11
사무엘 에투 - 안드리 셰브첸코 - 크리스티안 호날두
(바르셀로나) (AC 밀란) (첼시)
프랭크 램파드 - 클로드 마케렐레 - 호나우지뉴
(첼시) (첼시) (바르셀로나)
파울로 말디니 - 알렉산드로 네스타 - 존 테리 - 카푸
(AC 밀란) (AC 밀란) (첼시) (AC 밀란)
디다
(AC 밀란)
2005년부터 새로 선정하기 시작한 FIFA 월드 베스트 11.
전 세계 프로축구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서 멤버가 정해지는 이 자리에 호날두는 당연히 이름을 올렸다.
EPL에서 무려 15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첼시의 수비진들 중 월드 베스트에 든 선수는 존 테리 단 한 명뿐.
이는 비록 첼시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 결승전까지의 13경기 중 무려 14실점을 한 수비진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의견이 크게 들어간 것이다.
'솔직히 지난 시즌에 우승을 하긴 했지만 수비가 너무 불안했어.'
오히려 수비진들 중에서는 준우승한 AC 밀란의 선수들이 더 많이 포함 되었다.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수비력은 정말 대단했으니까.
발롱도르도 모자라서 호날두는 FIFA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다.
케슬린의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뛸 듯이 기뻐하는 케슬린과 그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호날두는 중계 카메라가 잡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축구 선수로서 가장 영예로운 두 상을 동시에 탔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년도에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지표.
원래 이번 해에 이 두 상을 싹쓸이 했어야 할 호나우지뉴는 씁쓸한 표정으로 박수만 치고 있는 중이다.
'가우슈, 난 당신이 이번 일을 계기로 나태함에서 벗어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랜 기간 전성기를 누리길 바라겠어요.'
축구 선수로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활약하는 것이 단기간의 활약에 대한 보상인 발롱도르 같은 것보다 더 값진 일.
그의 굉장한 플레이를 좋아하는 호날두는 경쟁자가 아닌 한 동료의 입장에서 호나우지뉴의 장수(?)를 기원했다.
한 해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