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의 출현 - 4 (유료연재 시작) >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중에서 최고의 빅 매치, 기대되는 매치로 뽑힌 첼시 VS 바르셀로나(2위는 바이에른 뮌헨 VS AC 밀란).
경기 양상은 과연 그 기대에 걸 맞는 격전이었다.
주제 무리뉴와 프랑크 레이카르트의 치열한 수 싸움에 기반한 전술 대결과 최고 수준에 오른 양 팀 선수들의 플레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대단했다.
[푸욜의 깔끔한 태클! 기가 막힌 테크닉으로 첼시의 공격권을 끊어냅니다! 어떻게 저 위치에서 공만 쏙 차는 태클을 하는지 정말 대단하네요!]
[데쿠 선수가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중원 싸움을 펼칩니다. 램파드와 구드욘센과의 경합에서도 공을 지키는 데쿠! 유려한 볼 터치는 이 선수의 트레이드마크죠!]
[크리스티안! 램파드로부터 공을 받았습니다! 빠르게 달립니다! 먼 거리에서 강력한 슛! 골대를 벗어나는 공! 몇 센티미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아쉽군요!]
[이 선수가 공을 잡으면 뭔가 기대가 되죠! 눈 돌아가는 개인기를 펼치는 호나우지뉴! 노룩 패스로 간단히 카르발류 선수를 제치고 공을 보냅니다! 에투 슛! 체흐의 선방!]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놀라운 볼 컨트롤과 테크닉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묘기와도 같았다.
첼시 선수들의 피지컬을 이용한 전방압박과 강력한 롱볼, 역습 축구는 그와 대치되는 측면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매 순간순간마다 눈 돌아갈 정도로 긴박하고 대단한 장면들이 연출되면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첼시의 쓰리톱과 호나우지뉴가 핵심인 바르셀로나의 쓰리톱은 서로 경쟁하듯이 놀라운 득점 기회를 창출하면서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와중에도 바르셀로나의 신성, 리오넬 메시 역시 가끔씩 번득이는 재능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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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레이카르트 감독은 원정 경기임에도 생각 이상으로 잘 싸워주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첼시의 좌측면.
그를 비롯한 바르셀로나 스텝진, 선수진들이 가장 경계하는 선수.
크리스티안 호날두가 두 눈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복이 극도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 호날두.
오늘도 몸이 굉장히 가벼워보였다.
레이카르트 감독은 호날두를 볼 때마다 신기한 감정에 휩싸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보통 저 나이대의 어린 선수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편식‘이다.
피지컬이면 피지컬, 볼 컨트롤이면 볼 컨트롤, 슈팅이면 슈팅 등 어느 한 분야에만 두각을 드러내고 나머지는 평범하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완연한 육각형의 모습을 보인다.
조금 더 나은 특성이 있을지라도 축구지능, 피지컬, 볼 컨트롤, 슈팅 등이 고르게 뛰어났다.
놀랍게도 유망주 시절부터 그런 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부족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채워나가는 것 같다는 말이지...’
신인답지 않은 멘탈도 그렇고 소문이나 언론을 통해 접하는 호날두는 마치 30대에 접어든 노련한 선수 같았다.
그래서 더 탐이 난 레이카르트는 바르셀로나 이사진들을 설득해서 호날두 이적을 추진해봤지만... 첼시는 죽었다 깨어나도 호날두를 팔 생각이 없어보였다.
6천만 유로 분할 지급 제안에도 꿈쩍도 안하는 것을 보고 레이카르트는 호날두를 포기하고 말았다.
“아쉽군, 아쉬워! 리오넬과 호날두가 같이 뛰게 된다면 바르셀로나의 미래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텐데.”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선수들 중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평가받는 메시와 앞으로 10년 이상은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호날두의 조합.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나가면서 유럽을 정복하는 그림이 벌써 그려진다.
물론 그래봤자 지금은 신 포도일 뿐이지만...
레이카르트는 이번 첼시전을 꽤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무리뉴와 첼시의 전술 성향과 첼시 선수들의 개별적인 플레이 스타일, 주 패스 루트와 득점 루트, 세트피스 지시 내역 등을 아주 면밀히 분석했다.
그것을 카운터치기 위해 준비해온 작전과 전술대로!
완벽히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가장 경계되는 대상인 호날두를 묶어놓고 바르셀로나가 승리하기를 기원했다.
그의 시선은 호나우지뉴와 에투, 그리고 리오넬 메시를 향해 있었다.
이 둘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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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저울을 가져다 대고 플레이 하는 것처럼 양 팀 모두에게 공평한 공격 기회가 찾아왔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호나우지뉴, 에투, 메시.
호날두, 드록바, 조 콜.
양 팀 공격진들의 면면은 화려했고 플레이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을 막아 세우는 ‘방패’들은 빛나지 않은 곳에서 그 누구보다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마르케스의 태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호날두! 푸욜이 그 타이밍에 공을 따냅니다!]
[호나우지뉴, 슛! 존 테리가 막아냅니다! 무릎 각도가 살짝만 낮았어도 아주 위험했어요!]
[오늘 양 팀 수비수들의 활약이 대단한데요? 월드 클래스의 공격진들을 상대로 득점 찬스를 철저하게 막아내는 모습입니다!]
[바르셀로나와 첼시의 공격진들도 대단하지만... 이들의 수비수들도 월드 클래스라는 뜻이지요!]
“나이스 디펜스! 환상적이었어, 캡틴!”
“알면 득점 좀 해내라고! 여긴 우리 홈이야! 무조건 이겨야지!”
너희들이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고.
소리치는 존 테리에게 호날두 등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아직 골 넣을 시간은 충분하다고!
“단단한 느낌은 없지만 얄밉게 공만 빼내네요. 수비 능력이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게. 우리 첼시의 수비야 명불허전이지만... 저 놈들은 도핑테스트 한번 해봐야하는 거 아냐?”
그 중에서도 호날두는 마르케스와 푸욜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막히고 있는 중인데 아무래도 뭔가 돌파구가 필요해 보였다.
바르셀로나를 굉장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는 팀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지난 시즌 라 리가 팀들 가운데서 최소 실점으로 우승한 팀이었고, 이번 시즌에도 가장 낮은 실점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탄탄한 수비를 갖춘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라는 축구계 격언처럼, 진정한 강팀인 바르셀로나의 수비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특히 바르셀로나 수비의 중핵인 푸욜, 마르케스의 집중 견제는 세계 최고의 크랙임을 자부하는 호날두조차도 빡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카를레스 푸욜이 기가 막힌 수비지능과 조율 능력으로 드리블 경로를 예측, 방해하면 마르케스가 강력한 태클과 피지컬 싸움으로 공을 따내기도 했다.
그 뒤를 요즘 최고의 폼을 자랑하는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까지 버티고 있으니 득점 기회를 만들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역시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답네.'
집중된 압박과 견제 속에서도 호날두는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었다.
일단 호날두는 볼을 천천히 돌리는 플레이를 하면서 바르셀로나의 수비진들의 간을 보는 중이다.
슛 모션을 취할 때마다 움찔거리는 폼이, 자신의 중거리 슛을 과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공만 잡으면 전진해서 압박이나 몸싸움을 거는 이유가 있었구만.’
레이카르트 감독이 자신의 중거리 슛에 대한 주의를 주었음이 틀림없었다.
하긴, 상대팀 감독으로서 상대 핵심 선수의 주요 득점 루트에 대한 견제를 하지 않는 것은 감독 자격 미달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바르셀로나 수비진들이 과하게 전진하는 경향을 호날두는 놓치지 않았다.
수비진의 중핵인 푸욜이 오버래핑 정도를 잘 조정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 야전사령관 중 한 명일뿐.
툭, 툭, 툭, 툭.
호날두는 첼시의 미드필더진들과 공을 주고받으면서 푸욜을 비롯한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을 전방으로 조금씩 조금씩 유인했다.
드리블로 적당히 침투하는 척 하면서 슛 모션을 취하자 이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3분 동안의 신경전 끝에 결국 낚시에 성공하는 호날두였다.
뻥-!
조금 아래쪽으로 쳐져 있는 상태에서 마케렐레의 패스를 받자마자 높은 크로스를 올리는 호날두.
목표는 바로 공의 궤적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는 조 콜의 전방이었다.
모든 훈련에 적극적이던 호날두는 각고의 노력 끝에 패스, 크로스 부분에서도 비약적인 성과를 보였다.
달리는 상태에서 롱 패스, 크로스를 올리는 것은 아직도 힘들었지만 스탠딩 상태에서는 위와 같은 동작들이 이제 가능해진 호날두.
침투하는 조 콜의 바로 정면에 정확히 배달하는 크로스를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적의 돌격대장이 순식간에 바르샤의 심장부에 침투했다.
비상이 걸린 바르샤의 수비진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들을 끌고 가면서 일단 공간을 넓게 벌리는 조 콜.
수비진들의 무게가 자신에게로 치우쳐진 것을 확인한 조 콜의 감각적인 패스가 드록바에게 뿌려졌다.
다이렉트로 갈긴 드록바의 '맞고 죽어라!' 슛은, 발데스의 손에 맞고도 힘을 잃지 않고 골라인을 넘는데 성공했다!
1:0
첼시의 선제골이었다.
이예예예예-!!
침묵과 고요를 끝내는 단 한발의 슛.
이윽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굉장한 환호성.
쿵쾅거리면서 울리는 스탬포드 브릿지의 함성이 단번에 변해버린 이번 경기의 분위기를 알게 해주었다.
그라운드에 미끄러진 그들에게 드록바는 경례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것은 도발이었다.
[디디에 드록바의 강력한 슈팅! 바르셀로나의 골망을 흔듭니다! 첼시의 선제골입니다!]
[이야~ 머리에 손을 펴서 올리는 저 세레머니는 에투가 자주 쓰는 골 셀레브레이션이 아닌가요?]
[마치 사무엘 에투에게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그런 퍼포먼스 같군요!]
골 이후 세레머니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불만을 터트리면서 주심에게 항의했다.
주심은 그것을 받아들여서 경기 진행 방해 행위로 드록바에게 구두 경고를 주기도 했다.
호날두는 디디에 드록바가 골을 넣고 왜 저리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흑표범' 사무엘 에투와의 경쟁의식 때문이다.
왜 자기와 에투를 비교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애써 그런 기사들을 무시해왔던 드록바.
하지만 한 가지 찌라시가 그의 역린을 건들면서 분노케 만들었다.
바로 무리뉴 감독이 원래 영입하려 했던 선수는 드록바가 아닌 에투였다는 기사였다.
물론 이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고 호날두가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찌라시 중의 찌라시다.
하지만 무리뉴를 존경하고 첼시에서의 생활에 만족해하던 드록바는 이것만큼은 참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이를 갈고 준비를 해온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면 애초에 찌라시를 돌린 언론사를 조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호날두의 논리로는 약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경기에서 이기면 장땡이다!
이대로 한골만 더 몰아칠 수 있다면 8강 진출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사실을 첼시 선수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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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기세의 싸움이다.
아무리 약한 팀이라도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을 수만 있다면, ‘축구공은 둥글다.’ 의 예시 사례 하나를 더 적립하는 것이 가능하다.
골은 선수들의 기세를 결정하고, 이 기세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플레이에 대한 활약도를 결정한다.
경기 결과와 직결되는, 가장 중요하지만 보이지는 않는 지표인 셈.
마찬가지로 드록바가 넣은 선제골은 경기의 향방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강력하고 조직적이던 바르셀로나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멘탈 유지가 아주 중요한 수비진들 같은 경우는, 확실히 득점 이전보다 헐거워진 모습.
“잘하고 있어! 저 놈들, 정신 못 차리게 더 밀어붙여! 아예 이번 기회에 대량 득점을 뽑아내라고!”
“슛을 쏘는데 주저하지 마! 상대는 한골 먹히고 완전히 쫄아 있다니까!? 이 경기, 우리 페이스다!”
터치라인 바깥의 무리뉴는 쉬지 않고 입을 놀리면서 자신의 장기인 신경전을 벌였다.
친정팀에 대한 예우 따위는 남김없이 팔아치우고 끊임없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도발하는 무리뉴.
영어로 말하고 있다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 중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선수가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헤이, 주심! 당신은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아! 방금은 정당한 경합 과정이었는데!”
“저 녀석(티아구 모타)이 정확하게 크리스티안의 발목을 노리고 태클했어! 카드를 꺼내달라고!”
무리뉴는 마치 심판과도 싸움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경기 판정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구석이 있으면 격하게 항의하면서 주의를 끌었다.
당연히 바르셀로나 측은 그 광경을 보고 매우매우 불쾌해했다.
무리뉴의 깐족거림과 성질 긁기는, 성급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살짝 이성을 잃게 만들고 경기 중에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힘을 받는 것은 첼시 선수들이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것은 음과 양이 존재하는 법.
메시와 호나우지뉴처럼 무리뉴의 행동에 오히려 승부욕을 불태우는 선수들도 있었다.
리듬감 있는 드리블로 첼시 선수들을 속이는 호나우지뉴와 알고도 못 막는 라 크로게타로 침투하는 리오넬 메시.
이들은 각자 좌우에서 이전보다 더욱 날렵하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철저하게 수비 가담 전력을 늘리도록 하는 무리뉴의 전술이 아니었다면 첼시에게 위기가 찾아왔을 것이다.
수비 가담하는 호날두는 메시와 마주하기도 했다.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두 선수.
눈을 반짝 빛낸 메시가 페인팅 모션과 반대로 공을 차며 호날두를 속이려는 시도를 보였다.
툭, 툭.
탁!
‘안 되지, 그런 어설픈 속임수는.’
호날두는 메시의 페인팅 모션을 간파하고 공을 빼앗는데 성공했다.
알면서도 못 막는 전성기 메시를 생각한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메시는 생각보다 더 어리숙했고 또 어설펐다.
메시의 분한 표정을 보면서 호날두는 슬쩍 웃음이 나왔다.
그에게서 공을 빼앗은 게 다른 선수들에게서 한 것보다 훨씬 더 기쁜 호날두였다.
< 신성의 출현 - 4 (유료연재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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