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125)

< 2006 독일 월드컵 - 1 >

월드컵을 앞두고 호날두를 비롯한 포르투갈 대표팀은 포르투갈 국영 방송국에서 주도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속마음은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호날두를 비롯한 몇몇 젊은 선수들은 그것이 살짝 불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국민들이 우리들에게 거는 기대가 정말 큰 것 같지?” 

“...그러네요. 이렇게 요란을 떨 정도니.” 

“나 때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만큼 네가 대단하다는 뜻이야. 네가 없었으면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기대를 했을까.” 

                                                                                                                 

피구의 말에 호날두는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은 최초의 메이저 대회(유로) 우승을 차지했다. 

거기에 두 번의 발롱도르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른 호날두와 여러 빅 클럽에서 뛰고 있는 포르투갈 국적의 선수들이 합류해있다. 

지금 포르투갈 대표팀은 누가 보더라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역대 최고의 멤버였다. 

그렇기 때문에 포르투갈 국민들은 이렇게 엄청난 관심을 가지면서 대표팀의 월드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대표팀 여러분들의 협조에 감사합니다. 자,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은 뭔가요?] 

“서킷 트레이닝이라고 합니다. 신체적으로 완성된 최고의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명 높은 훈련이죠. 총 쉬지 않고 세 바퀴를 돕니다. 보통 한 시간이 걸려요.”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저렇게 격하게 훈련한다고요?] 

“하하, 소속팀에서는 그 이상 할 겁니다. 지금은 중요한 대회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신체 상태가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하고 있습니다.” 

<러닝 타임이 끝나면 상체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 진행된다. 그냥 들어올리기 힘든 무게의 바디스톤을 순간적으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훈련이다. 1분 동안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이 반복되는 훈련, 서킷 트레이닝은 모든 축구 선수들의 기본 훈련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우리 포르투갈의 자랑인 호날두 선수조차도 예외는 없다.> (나레이션) 

피구와 호날두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서킷 트레이닝을 하는 와중에 촬영카메라가 마니시를 비추었다. 

<현재 마니시는 부상을 당한 상태, 하지만 서킷 트레이닝을 하지 않을 뿐이지 다른 훈련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중이다. 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상을 당했는데 이렇게 훈련을 열성적으로 하면 오히려 부상이 악화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무척 중요한 시기입니다. 몸이 안 좋다고 쉴 수는 없어요. 다른 선수들보다 더하지는 못해도 하는 만큼은 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훈련을 쉬지 않고 하는 것. 그것이 선수의 실력을 결정한다. 부상으로 훈련을 쉬는 것은 선수에게, 그리고 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상마저도 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 

<피지컬 훈련이 끝이 나면 선수들은 경기 조직력에 대한 훈련을 받는다. 다른 훈련들은 다 소속팀에 충분히 받기 때문에 더할 필요가 없지만, 국가대표팀 안에서의 전술과 조직력은 다른 문제다. 새로운 전술, 새로운 동료, 새로운 환경 속에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은 이 조직력을 키우는 훈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나 더 조직적이고 팀워크가 맞는 팀을 만드느냐가 대표팀의 성패를 결정한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모습이 카메라에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며 근엄하게 소리 지르는 스콜라리. 

지난 월드컵 예선전에서 보여줬던 포르투갈 대표팀의 환상적인 모습이 겹쳐지듯 나타난다. 

<라트비아 0 : 2 포르투갈, 포르투갈 4 : 0 에스토니아, 리히텐슈타인 2 : 3 포르투갈, 포르투갈 7 : 1 러시아 등. 2004 유로 우승팀이라는 명예에 걸맞게 포르투갈 대표팀은 10승 2무라는 굉장한 성적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뛰어난 선수들 덕분이지만 스콜라리 감독의 공 역시 적지 않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 간의 팀워크와 전술입니다. 우리 팀에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이 한 몸이 되어 활약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지도하여, 환상적인 팀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콜라리 감독은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주목하는 감독이다. 3명, 4명 짝을 이룬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들은 그들 사이의 유기적인 패스플레이와 공격 전개 과정에 대한 수많은 반복학습을 받는다. 실전을 위한 연습은 결국 득점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것을 방어하기 위한 수비진들의 조직적인 수비 연습도 같이 병행될 수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은 서로와 싸워서 이겨나가고 더 강해지는 중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대표팀을 A팀과 B팀을 나눠서 짧은 연습 경기를 시켰다. 앞선 조직력과 팀플레이 훈련을 실전에서 써먹는 연습을 위한 것이다.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열세인 B팀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호날두는 자신이 왜 대표팀의 최고 에이스인지를 증명했다.. 그는 결국 촘촘한 A팀의 수비를 전부 벗겨내면서 득점에 성공한다! 스콜라리 감독이 주문했던 팀플레이 방식으로 말이다.> 

“크리스티안 호날두는 우리 포르투갈 대표팀의 최종병기입니다. 그는 제 전술적인 이상향을 완성시킬 수 있는 선수에요. 그는 스페이드 K, Q, J, 10이 모두 모인 상황에서의 스페이드 A같은 선수입니다.” 

<결국 포르투갈 대표팀은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활약에 따라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스콜라리 감독의 말이었다.> 

화면은 전환되어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자 구심점인 루이스 피구에게 돌아갔다. 

“꿈과 같은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습니다. 몸은 끝을 모르고 노쇠해지는 중이니 이번 월드컵이 저에게는 마지막 도전이 되겠군요.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할 때, 저는 항상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월드컵이던, 유로던 상관없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속에서는 의구심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진정으로 우승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의 의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 나이 33살, 축구 선수로서는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고 그만큼 기량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제가 약해질수록 대표팀은 강해지는 중입니다. 그것을 지금 너무나 강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우승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피땀 흘려서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훈련이 끝나고도 경기장 스탠드에 앉아 있는 크리스티안 호날두. 그의 표정은 왠지 조금 굳어있었다. 포르투갈 국민들 전체의 기대감이 집중되는 것은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나다는 호날두에게도 부담스러웠던 일일까.> 

“포르투갈 거리 어디를 돌아다녀도 다 월드컵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유로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조별예선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요. 국민들의 기대감을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시나요?] 

“느낍니다. 아주 크게 느낍니다. 저희 부모님부터가 이번 월드컵에 엄청난 기대를 걸고 계십니다. 제가 월드컵에서 잘하기만을 기도하고 계시죠.” 

[부담감 때문에 힘이 드신다면 한번 인터뷰로 그에 대해서 말씀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포르투갈 국민들은 호날두 선수의 말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해줄 겁니다.] 

“부담감 때문에 힘이 든다고요? 제 말을 오해하신 모양이네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압박감이 심해질수록 저는 더 잘해야 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것은 제 플레이에 대한 원동력이 되죠. 저는 더 큰 무대일수록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서, 그리고 저와 대표팀 동료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승이 목표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저에게 더 많은 부담감을 짊어지게 해주세요. 그럴수록 저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상은 월드컵 개막일인 6월 9일의 하루 전날에 방영되었다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들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흑역사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푸하하하! 이 녀석의 표정 좀 봐! 완전히 뒈진 두꺼비처럼 나왔어!” 

“아악! 아니, 훈련 끝나고 퍼져있는 장면은 도대체 왜 찍냐고!” 

“엉덩이 노출한 시망보다 심하겠니. 이제부터 시망의 별명은 ‘빨간 엉덩이 시망’이다!” 

하하하하하! 

“캡틴의 헛소리는 또 어떻고요? ‘나는 내가 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입니까?” 

“야! 정신없는 상황에서는 정신없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거야!” 

“그 정신없는 말을 전 국민이 다 들었으니 문제죠.” 

으하하하! 

흐흐흐흐! 

프로그램을 보면서 서로 놀리기에 여념이 없는 대표팀 선수들. 

마지막으로 호날두의 차례가 되었다. 

[부담은 저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세요. 그럴수록 저는 더 강해지니까요.] 

“키야-! 우리 아들이 보는 만화영화에 나올법한 명대사가 아닐 수 없다.” 

“으하하하하! 걸작이다. 이건 진짜 걸작이야! 아하하하!” 

“평생 이불킥할 흑역사가 등장했다! 크리스티안! 평생 놀림거리가 될 장면을 본 기분이 어때?” 

대표팀 선배들이 벌게진 얼굴로 배를 움켜잡으면서 나뒹굴었지만 호날두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듯 어깨만 으쓱였다. 

“어린 에이스의 패기인데 뭐 어때요? 딱히 틀린 말도 아닌데. 실제로 저는 부담을 받을수록 더 잘할 수 있으니까요.” 

“크으- 우리 어린 에이스, 멘탈이 완전 티타늄 합금이네. 아니, 다이아몬드 광석이야!” 

“그러니까 다들 잘하자고요. 월드컵 우승, 솔직히 저는 꽤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포르투갈 대표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는 500만 명 이상이 봤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참고로 포르투갈의 인구는 약 1000만 명. 

포르투갈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본 것, 

포르투갈 국민들이 얼마나 이번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치열한 예선 경합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 -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일본 

아프리카 - 가나,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토고, 튀니지 

북미 - 멕시코, 미국,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남미 -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오세아니아 - 호주 

유럽 - 네덜란드, 독일, 세르비아,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체코,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월드컵의 개막을 앞둔 이 시점, 가장 뜨겁게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는 바로 지네딘 지단이다. 

이미 한번 클럽과 국가대표 모두 은퇴를 선언한 지단. 

하지만 지단이 빠진 프랑스 대표팀은 유럽 예선에서 빌빌거리면서 이전의 강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대표팀의 대위기에 프랑스 국민들은 다 함께 한 마음으로 외쳤다. 

‘지단, 우리는 당신이 필요해요!’ 

자신을 원하는 언론과 여론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못 이긴 지단.  

결국 이번 월드컵을 ‘진짜’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그리고 탁월한 리더쉽과 경기력으로 위기에 대표팀을 끝끝내 본선에 올려놓는데 성공하며 '역시 지단! 우리의 마에스트로!'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번 월드컵이 대표팀의 마지막이 되는 선수는 지단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이 내가 국가대표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거야." 

기량의 하락으로 더 이상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지 못하게 된 피구는 인테르로 이적했다. 

이제 완연한 노장이 되어버린 루이스 피구는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했다. 

지단의 복귀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중심이었고 그의 발언은 커다란 파급력을 가졌다. 

"이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나는 꿈에도 그리던 유럽 선수권 대회의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트로피가 내 손에 감겨왔을 때의 그 기분, 절대 잊을 수 없었지!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때보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열 배는 더 기뻤다. 그것을 다 해본 크리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거야." 

캡틴의 농담에 모두 웃음을 흘렸다. 

피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윗세대의 선배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희들은 그분들보다, 그리고 우리 세대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다. 솔직히 나는 캡틴으로서 무게만 잡았지 한 게 뭐가 있어? 너희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대표팀이 지난 유로 대회에서 역사를 창조해낼 수 있었던 거야. 의심할 여지없이 너희가 포르투갈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 번 더 꿈을 꿔본다. 유로의 한을 풀었으니... 이제는 월드컵의 한을 풀 차례다. 우리는 더없이 훌륭한 최고의 선수들이야! 우리 함께 월드컵 트로피. 한번 들어 올리자." 

역대 최고라고 평가 받는 포르투갈 대표팀. 

신구가 조합된 황금세대의 마지막 끝물.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이 진짜 ‘골든 제네레이션’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D조에 배치된 포르투갈은 멕시코, 앙골라, 이란과의 조별리그를 치르게 되었다. 

추첨이 끝나자마자 포르투갈 국민들은 '꿀조'가 걸렸다고 헤벌쭉해 했지만 그래도 대표팀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여 조 1위로 16강을 진출하길 바라는 중이다. 

일체의 방심 없이 임하는 포르투갈 대표팀은 앙골라와의 경기를 시작했다. 

포르투갈과의 무승부를 목적으로 아예 텐백 수비를 펼치는 앙골라. 

하지만 포르투갈의 공격수 파울레타의 벼락같은 골이 전반전 일찍부터 터져 나오자 그들의 모든 경기 계획은 꼬여버리고 말았다. 

앙골라 국민들의 실망감을 뒤로한 채 어쩔 수 없이 그들은 텐백 축구를 버리고 득점을 노려야했다. 

이날 포르투갈 대표팀은 1:0 신승을 거뒀고, 호날두는 45분에 체력 보존을 목적으로 교체되었다. 

사실 이것은 명목상의 이유였는데, 호날두만 봤다 하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어서 강력한 태클을 걸고, 팔꿈치로 밀치듯이 휘두르는 등 몸싸움을 가장한 폭력을 휘두르는 앙골라 선수들 때문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호날두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른 시간에 교체했고, 무식하고 폭력적인 축구를 일삼는 앙골라 대표팀을 맹비난 했다. 

'날 담그려고 작정하는 팀이 앙골라만은 아니겠지'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어 인가?  

이들의 이런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호날두였다. 

그러나 이것은 에이스의 비애였고 최고의 축구 선수가 겪어야 하는 일상이다. 

펠레와 마라도나 같은 선수들도 다 이와 같은 과정을 극복해내고 최고가 되었다. 

호날두는 꿋꿋이 감내하기로 하였다.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멋진 중거리 슛으로 자신의 월드컵 첫 번째 득점포를 뽑아낸 호날두. 

후반전에는 데쿠에게 어시스트까지 선물하면서 1골 1어시를 기록하는데 성공, 경기의 MOM으로 선정되었다. 

얼이 빠진 이란 선수들은 그들의 장기인 '침대 축구'를 시전하지도 못했다. 

아니, 이기고 있어야 드러눕든 잠을 자든 뭐라도 할 수 있을게 아닌가. 

세 번째 골까지 먹히자 이란 대표팀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국가대표 경기를 보면서 또는 한국 대표팀으로 뛰면서, 뭐만 했다하면 일단 드러눕고 보는 이란 선수들에 열불을 터트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그들을 이렇게 박살내버리니 통쾌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호날두였다. 

2승으로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며 멕시코까지 깔끔하게 격파, 조 1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하게 되었다. 

3전 전승, 그리고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완벽한 모습에 포르투갈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대규모 응원단을 꾸렸다. 

유로 2004 이후로 크게 부풀었던 기대감에 걸 맞는 완벽한 모습을 현재 포르투갈 대표팀은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만큼은 월드컵 우승, 정말 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 2006 독일 월드컵 - 1 > 끝

ⓒ 아이시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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